'······.'
그가 떠난 뒤, 우린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말 그대로 진수성찬이 상 위에 한가득 으리으리 하게 차려졌다.
"그런데, 너 한테도 했냐?"
엔비가 게 다리를 들고선 샹들레에게 물었다.
"으음? 뭘 말이야?"
샹들레가 토마토 파스타를 돌돌 말으며 대답했다.
"고백.."
"아니.. 뭐, 처음엔 잠깐 귀찮게 한 적은 있었지만..
아빠랑 어딘가 다녀 온 뒤로 부터는 집적 거리지 않더라구~."
"풋.. 딸 바보인가······."
무슨 얘기인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먹는 것에 집중했다.
'······.'
나와 엔비는 소화를 좀 시키고 나서 목욕탕으로 향했다.
이번엔 '┘.' 방향으로 들어갔다.
왼쪽에 나무 사물함이 보였다.
여탕과 방향만 다르지..
구조는 사실상 다 똑같았다.
하얀색 나무 테이블..
파란색 수건..
(어림잡아 왼 쪽에 13..
오른 쪽에 16..)
동그란 검은색 통..
나는 왼쪽 첫 번째 아래에 있는 1 번 칸에
옷을 벗어 넣었다.
그리곤 엔비와 함께 목욕탕 속으로 향했다.
'······.'
'오호..'
여기도 여탕과 마찬가지로
신기하게 생긴 목욕탕이었다.
그리고, 이곳도 탕이 하나 있었다.
넓은 탕..
(타원형으로 넓직했다.)
푸른 빛을 띄는 목욕물..
(위엔 뭔가 좀 둥둥 떠 있었다.)
하얀색 테두리..
파란색 천장..
(구름, 해, 번개, 비, 산 등이 그려져 있었다.)
연하늘색 바닥과 벽 타일..
오른쪽 위엔 샤워기..
직사각형 모양의 거울..
(세로로 길쭉했고..
'┘.' 이런 식으로 4 칸, 8 칸)
왼쪽 아래에는 파란색 목욕 의자..
직사각형 모양의 거울..
(세로로 길쭉했고..
위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4 칸, 8 칸)
누워서 쉴 수 있는 공간..
(끄트머리 부근에 위치해 있었다.)
하얀색 기둥..
(왼쪽, 중앙, 오른쪽 각각 3 개 씩.. 총 9 개.)
우린 간단히 씻은 뒤, 목욕탕으로 향했다.
'······.'
"으아아~~ 시원하다!
그간 묵은 피로가..
싹~~ 다 풀려 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야!!
으으~~~~ 살 것 같다."
엔비가 탕 속에 몸을 담그며 늘어졌다.
"풋.. 아저씨 같아······."
난 그를 보며 코 웃음을 쳤다.
"뭐? 난 아저씨가 아니야!!"
엔비가 날 보며 성질을 부렸다.
"예예, 알겠습니다."
나는 목욕탕 내부를 둘러봤다.
지난 번 처럼 사람들이 없었다.
"흐음.."
엔비가 고갤 갸우뚱 거렸다.
"왜, 그래?"
"아니, 그게..
요즘에는 나한테 고양이네~ 뭐네~~
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 같아서···."
"그럼, 좋은 일 아니야?"
"그래, 그건 맞지.
왜냐면, 난 고양이가 아니니깐..
아저씨도 아니고..
그런데, 왠지 그런 얘길 또, 안 들으니···
흐음.. 뭔가 좀 허전하달까?"
"풋.. 뭐야, 그게···."
난 이제 눈을 감고 느긋히~
여유로운 한 때를 즐기······.
"어푸어푸~!!"
엔비가 갑자기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왜, 여기서 수영을 하는 거야!!"
나는 얼굴에 튄 물을 닦으며 말 했다.
"뭐, 어때?
닳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뭐던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는 게 가장 좋다구!
또, 이런다고..
딱히,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구 말이야!
낄낄낄낄.."
그는 하던 일을 마저 계속했다.
"뭐어? 에잇!!"
나는 엔비의 옆에서 같이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뭐야, 잭!
나 보고 뭐라고 하더니···
에잇.. 누가 이기나 경쟁이다!!"
(경고 - 따라하지 마십시오.)
'······.'
우리 둘은 한참 동안이나 천진난만 하게 정신없이 놀았다.
"흐아흐아······."
엔비가 목욕탕 밖에서 누운 채, 숨을 헐떡였다.
"후우후우······."
나는 엔비의 옆에 누워서 같이 숨을 헐떡였다.
"제법인 걸? 하하하하!!"
"너도.. 하하하하!!"
우린 찬 물로 한 번 더 씻었다.
이후 엔비는 숙소로 향했고..
나는 간만에 인사나 할 겸,
2 층으로 향했다.
'······.'
보랏빛 문..
노란색 손잡이..
깔대기 안에 담긴 조명 하나..
나는 BAR 안으로 들어갔다.
'······.'
내부에 들어서자 테이블이 만석이었다.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레몬색 머리카락..
한 여인이 손에 원형 쇠 쟁반을 들고 서 있다.
(그 위엔 노란색 음료가 담긴 유리잔이 하나 올려져 있었다.)
그녀는 현재 그것을 들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그런데.. 위, 아래 하얀색 비키니..
'수영복..?'
나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저기.. 피즈씨?"
나는 그녀와 거릴 좀 두고 말 했다.
"네..?"
그녀가 뒤돌아봤다.
레몬색 눈동자..
하얀 피부..
크고 하얀 꽃 핀..
(백합이 오른쪽 옆 머리에 매달려 있다.)
"재액!!"
그녀가 들고 있던 쟁반을
옆 상에 대충 내려 놓더니 내게 달려 들었다.
그와 동시에.. 육중한 가슴과 함께
상의에 매달린 레몬색 레이스가 출렁 거렸다.
"피즈씨! 오랜 만이..
으엌···."
'······.'
눈을 뜨자 쇄골이 보였다.
그리고, 숨이 좀 막혔다.
무언가..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쿠션 같은 것에
얼굴이 파 묻혀 있는 기분이다.
나는 위 쪽을 바라봤다.
낯 익은 얼굴이 보였다.
"잭, 이게 얼마 만이야!!"
'으아아아아아···.'
피즈가 내 얼굴을 자신의 가슴 속에
사실상 끼우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ㅍㅣ즈.. 수ㅁ···."
"엇?"
그녀가 날 뒤로 살짝 밀었다.
"이런.. 미안해, 잭;;"
그녀가 내 어깰 잡은 채, 말 했다.
"아.. 아뇨;; 괜찮아요.."
"그런데.. 언제 온 거야?"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손을 내밀며 물었다.
"오늘 점심 쯤 왔어요!"
나는 그녀의 손을 지렛대 삼아 잡고 일어났다.
"저기요!"
"아, 네~~
좀 있다가 보자!"
피즈가 내게 윙크를 한 뒤,
주문을 받으러 떠났다.
'휴···.'
죽는 줄 알았지만..
죽어도 별 미련은 없을 것 같은 한순간이었다.
'그나저나, 다른 사람들은..?'
나는 술이 놓여진 곳을 바라봤다.
그곳엔 한 바텐더가 음료를 제조하고 있었다.
나는 그곳으로 향했다.
'······.'
검은색 수영복..
포니테일..
(가르마를 타서 오른쪽 눈을 덮었다.)
"레이나씨!"
나는 그녀의 앞으로 가서 말 했다.
"너구나······."
"네! 오늘 점심 쯤 도착 했어요."
"잘 왔어."
그녀가 나를 보며 웃었다.
"그런데, 손님들이 많네요~."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 했다.
(뭐, 손님들이야.. 지난 번에도 많았다.
그 땐.. 거의 70 % 정도였지만..)
"아마, 축제 때문 일 거야···."
'축제?'
그러고 보니.. 이제 곧, 무슨 축제가 있다고 하던데······.
'터벅터벅.'
"잭.."
누군가가 날 불렀다.
그곳을 보자 한 여성이 서 있었다.
분홍색 머리카락..
위, 아래 분홍색 비키니..
상의 쪽에 매달린 하얀색 레이스..
"아.. 루비씨군요!"
나는 그녀를 보며 말 했다.
"응.. 나야.."
그녀가 원형 쇠 쟁반으로 입을 가리며 수줍게 고갤 끄덕였다.
'······.'
나는 bar 안에 앉을 자리가 없어서
레이나가 일 하고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내가 이런 곳에 있어도 괜찮을 런 지는 모르겠지만..
뭐, 상관 없다고 하니···.
'딸랑딸랑..'
나는 자리에 앉아 레이나가 음료를 제조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목 말라?"
그녀가 날 보며 물었다.
목이 좀 마르긴 했다.
여름이라서 좀 덥기도 하고···.
"네.."
나는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
"잠시만.."
그녀는 할 일은 마친 뒤, 뭔갈 제조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난 홀 내부를 둘러봤다.
'…….'
"마셔.."
삼각형 유리잔..
레몬색 음료..
모서리에 꽂힌 레몬..
(동그랗고, 아담하게 잘려 잔 모서리에 박혀 있다.)
네모난 얼음 4 조각..
그녀가 내게 제조한 음료를 건네줬다.
"아.. 미안하지만 제가 지금, 가진 게;;"
"서비스."
그녀가 웃으며 말 했다.
'아.. 그런데, 난 술은 못 마시는데..'
그래도, 난 만들어 준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그것을 마시기로 했다.
'······.'
쨍쨍한 햇빛..
쾌청하고 푸른 하늘..
해변가..
모래사장..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조개..
야자수..
파도 소리..
그런 이미지가 잠시 연상이 됐다.
"우와.. 맛있어요!"
게다가 이건 쓰지도 않았다.
"이 술은.. 이름이 뭔가요?"
나는 음료를 보며 물었다.
"술 아니야..
칵테일."
"아.. 그랬군요.
그런데··· 오늘 무슨 날인가요?
왜, 다들 수영복을.."
"더워서.."
레이나가 잔을 헝겊으로 닦으며 대답했다.
물도 없는 장소에서
왜, 저런 복장을 입고 있나······
하는 것에 대한 명쾌한 대답은 아니었지만..
뭐, 그런 게 중요한가?
"레이나씨는 여기서 혼자 일을 하시는 건가요?"
"아니, 예전엔 알렉산더랑 같이 했었어.."
'알렉산더?'
아무래도 다른 바텐더의 이름인가 보다.
그 사람은 현재 어딨고..
왜, 혼자서 일을 하게 됐는 지 궁금하긴 했지만..
그것에 관해 따로 묻진 않기로 했다.
나는 오른쪽을 바라봤다.
가로 8 줄..
세로 4 줄..
갈색..
유리잔..
(첫 번째 줄을 전부 차지했다.)
이런저런 술들..
(두 번째 줄 부터 가득 진열이 되어 있었다.)
"술이 정말 많네요.."
나는 그곳을 보며 말 했다.
"그치?"
그녀가 나를 보며 웃었다.
그녀는 평소엔 무표정이고,
말도 별로 없고, 무뚝뚝해 보이는데···
웃으면 정말 이뻤다.
아니, 웃지 않아도 이뻤다.
단지, 웃는 모습이 더 이쁘게 느껴졌다.
"술도 좀 마시고 싶어?"
그녀가 나를 보며 말 했다.
"아.. 아뇨;;
전 술은 잘.. 못 마셔서.."
"지난 번엔 잘 마셨잖아···."
"아.. 그건 술인 지 몰라서.."
"그랬구나..
난 잭이 술을 좋아하는 줄 알았어.."
"하핫.. 레이나 씨는 술을 좋아하시나요?"
"그럼.. 그러니깐 바텐더 했지.."
'아~~.'
실로 간단하고 명료한 대답이었다.
"주로 어떤 술을 즐겨 드시나요?"
난 이번엔 좀 더 구체적으로 물었다.
"으음.. 안 가리고 다 좋아하는 편인데..
고기나 탕 요릴 먹을 땐, 소주..
튀김 음식을 먹을 땐, 맥주..
전 같은 걸 먹을 땐, 막걸리..
빵이랑 먹을 땐, 와인..
과자랑 먹을 땐, 칵테일..
좋은 일이 있을 땐, 샴페인이나 위스키..
좀 독하게 마실 땐, 양주..
아니면 고량주도 좋구.."
그녀가 하나하나 상세히 설명하며 대답해 줬다.
"으음··· 술도 종류가 꽤, 많군요.."
"물론.. 난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술을 다 마셔보는 게 소원이야.."
소원이 참 소박한 듯 거창했다.
"그 소원.. 꼭 이루시길 빌 게요."
나는 그녀를 보며 씨익하고 웃었다.
"그런데, 잭.."
"네?"
"누나라고 불러도 돼..
굳이 격식 갖출 필요 없어.."
"네, 그럼.. 누나라고 부를게요~.
레이나 누나!"
"응, 잭."
'…….'
나는 그녀와 얘길 나누며 bar 안에 진열 된 술들의
위치 및 구도 등을 듣게 되었다.
두 번째 줄 왼쪽 네 줄은 맥주..
오른쪽 네 줄은 위스키..
세 번째 줄 왼쪽 네 줄은 소주와 막걸리..
오른쪽 네 줄은 양주..
네 번째 줄 왼쪽 네 줄은 와인..
오른쪽 네 줄은 샴페인..
나는 술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이런 분야에 별 관심도 없었지만..
레이나 누나 덕분에
이런저런 술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게 되었다.
'······.'
"재액~!"
'으앗..'
누가 내게 달려 들었다.
피즈였다.
"많이 기다렸지?"
피즈가 내게 물었다.
'안 기다렸는데..'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
나는 아까 그곳 앞에 있는 4 번째 자리에 앉았다.
"잭.. 혹시 목 마르지 않아?"
피즈가 날 보며 물었다.
"네, 조금…."
난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
"그럼, 이거 마셔!"
그녀가 내게 레몬색 음료를 권했다.
(그것은 유리로 된 글라스 안에 담겨져 있었다.)
"아뇨, 괜찮은데.."
"얼른!!"
그녀가 억지로 그 음료를 내 입 안에 들이 밀었다.
'읍읍..'
썻다.
술 같았다.
'하.. 술 마시기 싫었는데;;'
그래도, 덕분에 목은 축였다.
'후..'
정신이 좀 몽롱해졌다.
그나저나.. 그냥, 간단히 인사만 하러 온 거 였는데……
생각 보다 오랜 시간 동안 이곳에 머무른 것 같았다.
나는 피아노를 바라봤다.
왠진 모르겠지만 피아노가 치고 싶어졌다.
그래서, 난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자리에 앉은 뒤,
눈을 감고 피아노 연주를 시작했다.
'…….'
이윤 모르겠지만…
난 이번에도 피아노를 능숙하게 연주했다.
'짝짝짝짝짝짝짝짝.'
"브라보~!"
주변에서 환호성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더니 이내, 그 소린 점점 잦아들기 시작했다.
'…….'
엔비는 침대 위에 누워서 자고 있다.
나는 침대 위에 누웠다.
그런데.. 잠이 안 온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커튼을 걷혀내고,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봤다.
라이팅 시티의 야경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렇게.. 나는 한참 동안이나 주변을 둘러봤다.
한밤 도중인데도 불구..
사람들이 꽤, 많이 붐볐다.
아무래도 저들에게는
이 시간대가 본격적인 시작인가 보다..
그러면서.. 이곳에 방문하기 전,
잠시 머물렀던 그 낯선 장소가 생각났다.
'내 친구들은..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지금 쯤 무사히 도착 했겠지?'
이곳에서의 생활은 즐겁다.
하지만, 왠지 친구들이 보고 싶었다.
토마스와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그런 생각을 하자..
마음 속 한 구석이 허전해졌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나는 문을 열었다.
갈색 피부의 소녀..
"나야.."
"아.. 샹들레구나…."
'…….'
현재 나와 샹들레는 창문 앞에 서 있다.
"어때? 즐겁게 잘 지냈어??"
그녀가 창틀에 팔을 기대고 밖을 내다보며 물었다.
"덕분에.. 이렇게 까지 좋은 대접을 받을 줄은 몰랐지만…."
난 뒷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어머, 얘는..
잭, 너는 이 거대한 도시를 구한 애야..
그러니, 이런 대접을 받는 건
마땅하고, 당연한 도리지..
저기 보여?"
샹들레가 밖을 가리켰다.
"사람들이 무척이나 붐비지?
예전에 네가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저렇게까진 안 붐볐어..
그런데, 지금은 왜, 저렇게 사람들이 붐비게 된 걸까?
그건.. 이 도시에 평화가 찾아오고
다들 자유로워져서 그런 게 아닐까?
그리고, 그건 말이지..
전적으로 다 잭, 네 덕분이야…
그러니깐 부담스러워 할 필요는 없어.
나는.. 우린.. 그리고, 저 사람들은 모두..
네게 고맙게 생각하고 어떻게 해서든
보상 해 주고 싶어 할 테니깐 말이야.."
나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뭐.. 부담을 갖을 필요는 없다고 하니깐..
"알겠어, 그러도록 할 게……."
"그래! 잘 생각했어!!"
그녀가 나를 보며 웃었다.
"어머! 그러고 보니 깜박하고 있었네!!
오늘 있을 축제 때문에 방문한 거 였는데.."
'축제라..'
아까 1 층에서도 그런 얘기를 들었던 것 같았다.
"축제라니?"
"여름 축제라고..
이번에 다들 해방 된 것을 기념할 겸,
열기로 했다지 뭐야??"
"그랬구나.."
"그래! 그래서..
오늘 저녁 부터 모레 밤까지
약, 삼일 간 열린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말인데···
잭, 나랑 같이 축제 구경 하러 가지 않을래?"
그녀가 수줍게 말 했다.
"그래."
"으잉??"
"왜? 뭐, 잘못 됐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이렇게 바로 수락할 줄은 몰랐거든.."
"풋.. 뭐야, 그게……."
나는 그녀를 보며 웃었다.
"아무튼!!
난 저녁 전까지 일 해야 되니깐
이제 그만.. 자러 가볼게!"
"그래~ 조심히 들어가~~."
"아! 혹시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먹고 싶은 거라..
흐음;;'
'······.'
"아무거나~
네가 만들어 준 거라면 아무거나 상관없어~~."
"그래~ 알겠어!!"
그녀는 방 문을 닫고 나갔다.
나는 침대에 누운 뒤,
창문은 그대로 열어둔 채, 잠을 청했다.
'…….'
'짹짹.. 짹짹....'
눈을 뜨자 날이 밝아 있었다.
엔비는 내 바로 옆에서 쿨쿨 거리며 잠 들어있다.
'얘는 왜, 여깄는 거지?
뭐, 됐나..'
나는 잠시 동안 그를 멍~ 하니 바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펴고 문 쪽으로 향했다.
라이팅 시티 외부 구경이나 좀 할 겸….
'…….'
나는 1 층 홀로 향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홀로 홀 청소를 하고 있었다.
'저 사람은 누구지..?'
나는 그녀를 멀뚱멀뚱 쳐다봤다.
그런데, 그 여인은 청소 도중 날 보더니..
하던 일을 멈추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잭.. 잘 잤니?"
그 여인이 내게 인사했다.
나는 그 여인을 바라봤다.
하얀색 두건..
하얀색 가운..
검은색 긴 바지..
뒤로 묶은 검은색 머리카락..
검은색 옅은 눈썹..
검은색 눈동자..
동그란 눈..
작은 코..
둥근 얼굴..
중년 쯤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
왠지 낯이 익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누구와 닮은 것 같기도 했다.
'흐음.. 그게 누구였지..?'
'…….'
'아.. 그래!!'
이 사람은 어제 저녁, 아저씨 옆에 서 있었던 그 여인이다.
"네, 잘 잤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목 인사를 했다.
"그래.. 그런데..
왜, 벌써 내려 온 거니?
아직 식사 시간도 아닌데···
혹시 배 고파서 그렇니?"
"아, 그게.. 이곳 외······."
"엄마!!"
옆에서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곳을 바라봤다.
갈색 피부의 소녀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잭! 일찍 일어났네!!"
샹들레가 나를 보며 말 했다.
"방금 일어났어.."
나는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
"그런데, 왜, 벌써 내려왔어?
아직은 식사 시간 아닌데···
혹시 배 고파서 그래??"
그녀가 누구랑 같은 얘길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이곳 외부 좀 둘러볼까 해서…."
"아, 그랬구나.."
"그런데, 왜, 불렀니?"
내 옆에 서 있던 여인이 그녀를 보며 물었다.
"엄마! 청소는 제가 한다고 했잖아요!!
어제 하루 종일 바쁘게 일 하셨으니
오늘은 좀 쉬시라니깐.."
'엄마? 아.. 그랬구나…….'
나는 그제서야, 눈치챘다.
"어머, 얘는..
매일 일 하던 버릇이 어디가니?
그리고, 이 정도 쯤은 거뜬하니 괜찮아!"
"그래도, 무리는 하지 마세요.."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단다.
내 몸은 튼튼한 편이니깐!"
생김새 뿐만 아니라..
성격도 많이 비슷한 두 사람이었다.
"그나저나, 뭔가 만든다고 하지 않았니?"
"아.. 그것 때문에 뭣 좀 여쭤 보려고 부른 거였어요!
찾을 것도 좀 있고.."
"그래? 알겠으니 주방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
"네~~."
그녀는 주방 쪽으로 향했다.
"얘야.. 이제 곧, 아침 식사 시간이니..
그 전 까지만 둘러 보도록 하고..
앞으로 우리 딸, 잘 부탁할 게~."
아줌마는 주방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뭘 잘 부탁 한다는 거지..?'
나는 그런 의문을 품은 채, 밖으로 나갔다.
'…….'
나는 이리저리 정처없이 거닐고 다녔다.
그런데, 도시 주변에 무언가가 많이 들어서 있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이런저런 사람들이
뭔가를 설치하고.. 매달고 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오늘 저녁에 있을 축제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이 건너 편에는 뭔가 더 있으려나?'
'······.'
나는 앞으로 쭉 나아갔다.
그러자, 가로수 길이 나타났다.
나는 가로수 길을 따라 조금 더 나아갔다.
'······.'
9 번째 코너에 다다랐다.
이곳엔 동그랗고 작은 공원이 하나 있었다.
(주변은 나무로 빽빽히 둘러싸여 있다.)
돌 바닥..
나무 벤치 2 개 ..
(왼쪽 부근에 나란히 놓여 있다.)
가로등..
(벤치 부근에 하나 서 있었고..
분수대 주변에 육각형 모양으로 자리잡고 있다.)
분수대..
(공원 가운데 동그란 모양으로 자리 잡고 있다.
테두리는 회색이었으며..
물은 현재 나오고 있지 않다.)
여기가 아무래도 끝인가 보다..
'꼬르르르륵.'
'아.. 배 고파;;'
게다가 덥다..
나는 다시, 여관으로 향했다.
'…….'
여관 내부에 들어서자..
사람들이 하나, 둘 씩 홀로 향하고 있었다.
나는 홀 내부를 잠시 들여다 봤다.
"어이!"
어디선가 낯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그곳을 보니..
엔비가 오른쪽 끄트머리 2 번째 줄에서
자릴 잡고 앉아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언제 일어난 거야?"
나는 자리에 앉아서 물었다.
"얼마 안 됐어..
걔가 너 어디 갔냐고 묻더라.."
"샹들레?"
"어.. 그래서, 모른다고 했지..
그랬더니 알겠다고 하고선
곧, 식사 다 되니 내려 오라고 하더라.."
"으음.. 그랬구나…."
"그래, 그나저나 넌 아침 부터
어딜 그렇게 싸 돌아 다니는 거냐?
날씨도 푹푹 찌는구만...."
"그러게.. 하핫;;"
나는 머쓱해 하며 웃었다.
"오늘 아침엔 뭐가 나오려나?
어제 같이만 나오면 소원이 없을 텐데..
네 생각엔 어때?"
"흠.. 맛만 있으면 되지 뭘 더 바라?"
"그래도.. 구체적으로 바라는 그런 게 있을 거 아니냐?
예를 들면 '고기.' 라던 지.."
"으음? 고기라면..
어제 저녁에도 실컷 먹었잖아??"
"그건 어제 먹은 고기고!!"
"풋.. 그게 뭐야.. 하하하하!!"
'…….'
우리 상에 아침 식사가 올라왔다.
뭔가 낯 익고, 익숙한 음식이었다.
노랗고 진한..
이런저런 건더기..
하얗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밥..
그렇다.
'카레 라이스.' 였다.
"이야.. 이거 오랜만인 걸??"
나는 그것을 보며 감탄했다.
"내가 직접 만든 거야!
어느 정도 엄마 한테 도움을 받긴 했지만…."
그녀가 옆에 서서 말 했다.
"그랬구나.. 잘 먹을 게, 샹들레!"
나는 밥을 카레에 넣고 비볐다.
그런데, 엔비가 수저를 들고 뭔가 불만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엔비, 왜, 그래??"
나는 그를 보며 물었다.
"으음? 뭐가 말이야??"
그가 나를 보며 대답했다.
"아니, 뭔가 얹짢아 보여서..
혹시 어디 안 좋아??"
"아냐, 그런 거..
단지, 고기가.."
"어??"
"이건 고기가 아니잖아.."
"풋.. 뭐야, 그것 때문에 그런 거였어??"
"아냐, 그런 거!!"
'아니긴 뭐가 아니냐..'
"엔비! 거기에도 고기 들어 있어~~."
샹들레가 엔비를 보며 말 했다.
"뭐? 정말??"
엔비가 그녀를 보며 되물었다.
"그래, 이번엔 특별히 양고길 넣고 만들어 봤어!!
맛있을 거야~~ 어서, 한 번 먹어 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엔비는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린 아침식사가 끝난 뒤,
소화를 좀 시키고 나서 목욕탕으로 향했다.
'…….'
"이야.. 맛있었다..
카레 라이스..
다음에도 또, 먹어 보고 싶구만~."
옆에 앉은 엔비가 만족스러운 표정 지었다.
"뭐야.. 아깐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더니.."
나는 그를 보며 딴지를 걸었다.
"아깐.. 고기가 안 들어가 있는 줄 알았지..
왜, 그 지난 번에는..
고기 같은 게 따로 들어가 있지 않았잖냐~~."
확실히.. 지난 번엔 고기 같은 게 따로 들어가 있진 않았다.
아무래도.. 샹들레가 저런 걸 좀 고려하고 만든 것 같다.
"그렇지.. 그랬지..
그런데.. 그래도..
맛은 있었을 거야~~."
"그래~ 고기가 들어간 덕분에 더 맛있었던 것 같다, 야~~."
'…….'
"흐음.."
나는 고갤 갸우뚱 거렸다.
"뭐야, 왜, 그래?"
엔비가 날 보며 물었다.
"아니, 지난 번에도 그렇고..
목욕탕 안이 좀 조용한 것 같아서.."
나는 목욕탕 내부를 둘러 보며 대답했다.
"뭐야, 고작 그런 것 때문에 그런 거였어?
작가가 글 쓰다가 귀찮아서 사람들 안 넣었나 보지 뭐~~."
"엔비, 뭐라고??"
나는 그를 보며 물었다.
"어?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그러니,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돼~~
흐흐흐흐…."
그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태평하게 대답했다.
'…….'
목욕이 끝나고.. 우린 숙소에 복귀했다.
그리곤 침대에 누웠다.
'맴맴맴맴.. 맴맴맴맴....
스피오스피오스피오스피오
찌이이이이이이익~!!'
"아우.. 시끄러워!
저 놈의 매미들은 왜, 여기까지 와서 극성이냐!!"
엔비가 열려 있는 창문을 바라보며 성질 부렸다.
"흐음.. 그럼, 창문 닫을까?"
나는 창문을 보며 물었다.
"아니, 그건 아냐.. 더워;;"
'하긴..'
날씨가 덥긴 더웠다.
지금도 날씨가 이래 푹푹 찌는데..
창문까지 닫으면.. 아주 더 푹푹 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고갤 끄덕이며 수긍했다.
"아.. 어쩌지.."
"어쩌긴 뭘 어쩌겠냐..
그냥, 가만히 이러고 지내야지..
그나저나.. 여긴 특실이라면서
넓고, 크기만 하지..
다른 곳들과는 별 차이가 없네.."
"그래도.. 좁고 더운 것 보다는 더 낫지 않을까?"
"그건 그렇지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나가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향했다.
'······.'
'덜컥.'
"나야~~."
샹들레가 유니폼을 입은 채, 인사 했다.
"무슨 일이야?"
나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
"잭, 많이 덥지? 미안해..
이 방에 깜박하고 선풍기를 따로 설치 안 해 놨지 뭐야??"
'깜박하는 것도 참 많다…….'
"그런데, 이걸 너 혼자 여기까지 들고 온 거야?
안 무거웠어??"
나는 선풍기를 보며 물었다.
"무겁긴.. 이 정도 쯤이야~~."
그녀는 발로 방문을 젖히고
선풍기를 침대 근처에 하나 씩 배치한 뒤,
코드를 꽂고 틀었다.
"이젠 덜 더울 거야~
그럼, 난 일 때문에 그만 내려가 볼 게~~
좀 이따 봐~~~."
"그래, 고마워!"
'······.'
'달달달달달달달달..'
"으음..? 뭐야, 이게??"
엎드려 있던 엔비가 고개를 들고 선풍기를 바라봤다.
"선풍기래!!"
나는 침대에 앉았다.
"선풍기? 왠, 선풍기??"
"글쎄.. 보니깐 이런 게 또, 있었나 봐..
샹들레가 방금 설치 해 주고 갔어."
"뭐야.. 이런 게 있었으면 진작에 설치를 해 줄 것이지..
고객을 지금, 뭘로 보는 거야!!"
'우린 고객은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지금이라도 설치 해 줬으니 됐지, 뭐~~."
"그래.. 어휴;;
이제야, 좀 덜 덥고 살 것 같네……."
엔비가 다시, 엎드렸다.
나는 침대에 누운 뒤, 눈을 감았다.
'…….'
'똑똑.. 똑똑....'
눈을 뜨자 날씨가 좀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엔비는 아직 자네..'
난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향했다.
'덜컥.'
샹들레가 서 있었다.
하얀색 반팔티..
하얀색 반바지..
갈색빛 샌들..
땋은 머리카락..
"무슨 일이야?
혹시 저녁 다 됐어??"
나는 비몽사몽한 채, 물었다.
"뭐? 저녁에 축제 구경 하기로 했잖아!!"
'아, 맞다..
깜박하고 있었네…….'
"아.. 그렇지!
엔비도 곧, 깨워서 나갈 게.."
"저기!! 잭.."
"으음?"
"엔비는 안 깨워도 되는데.."
"뭐? 같이 놀러가는 거 아녔어??"
"아니, 그게 아니라;;"
"잠시만…."
나는 엔비에게 다가가 몸을 흔들었다.
"엔비.. 엔비!
너도 같이 가자!!"
나는 그의 몸을 흔들었다.
"뭐, 식사 시간이라고?"
엔비가 한쪽 눈을 뜨고 물었다.
"아니, 축제 구경 하러 같이 가자구!!"
"뭐야, 식사 시간인 줄 알았네..
난 됐으니 너나 실컷 다녀 와라..
더 잘라니깐……."
그는 다시, 잠 들어 버렸다.
"미안, 엔비는 축제에 같이 못 갈 것 같애.."
"아냐! 휴우..
어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