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저쪽이야!"
바로 등뒤에서
우리 중대의 선임담당관 텐쿠치 일등육조가
사카모토 삼등육조 앞쪽을 가리키며 소리친다.
블랙호크 헬기는
벌써 나머지 팀원들을 모두 지상에 떨궈 놨는지
대기 위치인
남쪽 산 너머로 이동하고 있었다.
헬기가 멀어져 가면서
텐쿠치 일등육조 곁에서
무선망에 상황을 전파하는
현장지휘관 키쿠오카 세이지로 일등육좌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 온다.
"그래, 알았다.
현망에 대기하는 모든 통사들도
귀소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
잠시 대기!
잠시 대기!"
사카모토는
바위 뒤에 웅크리고 있던 몸을 조금 일으켜 세운 뒤,
조심스럽게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동료들을 살폈다.
다들 어디 안 부러지고 잘 접지했나?
텐쿠치 일등육조,
동기 오오하라 삼등육조,
또 중대 막내 카토 삼등육조.
한데 녀석 옆에는
내 바로 위 고참인 텐쿠치 일등육조가
평소에 욕을 내뿜을 때처럼
눈을 반짝이며
카토 삼등육조의 발목을 만지고 있었다.
부상자구나.
오오하라 삼등육조는
이미 카토 삼등육조가 발목을 다친 것을 알고 있는지
자기 조수인 나카무라 삼등육조에게 손짓을 보내어
카토 삼등육조에게 보낸다.
슬금슬금 뒷걸음질로
그들에게 다가가자
키쿠오카 일등육좌의 교신 내용과 뒤섞여 들리는
욕쟁이 할배
텐쿠치 일등육조의 욕설이 귀에 들어온다.
"야,
이 똥 대가리야!
내가 헬기가 움직이지 않을 때 뛰랬잖아.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훌쩍 뛰어내려?
너 혼자 내려가서
저 북한 공작원들 다 잡으려구?
그래서
훈장 타고
내일 아침 부로
일등육조 아니 삼등육위될래?
오냐!
그래,
그래서
내일 아침부터 나한테 경례받아라,
이 씹쭈구리야.
새끼,
생긴 것 보면
띨한 것 다 아는데 티를 내냐?
어휴∼멍청한 놈 같으니.
에이, 씨."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죄송으로 마빡을 까 버릴까 보다."
텐쿠치 일등육조가
새파란 삼등육위와 떠들고 있는 동안
지금 그들의 지휘관인
키쿠오카 일등육좌가 다가갔다.
"텐쿠치, 얘, 못 걷지?"
"네, 키쿠오카 일등육좌님."
키쿠오카 일등육좌가 혀를 끌끌 차더니
사카모토를 한번 쓱 쳐다본다.
뭔가 좋은 일을 시킬 것 같은 눈치가 아니라서
사카모토가
눈길이 마주치기 전에 시선을 피하니
그는
다시,
시선을 돌려
고목 줄기 뒤에 몸을 숨긴 채 경계 중인
나카무라 삼등육조를 응시했다.
"나카무라!"
"삼등육조 나카무라 킨!"
나카무라 삼등육조가
우리 쪽으로 달려오자
키쿠오카 일등육좌가
카토 삼등육조를 가리키며 지시한다.
"막내가 이동을 못 할 것 같다.
네가 함께 있으면서
여기서 동쪽 공제선을 관측해라.
혹시라도
다른 지역대 애들이
일대에서 착륙할 곳을 찾으면
내가 조치 할테니
네가 여기서 무전으로 유도해 주고. 알았냐?"
"네, 알겠습니다."
저럴 줄 알았으면
키쿠오카 일등육좌의 눈길을 피하는 게 아니었는데…
입맛 다시는 소리를 내며
키쿠오카 일등육좌를 응시하자
그가 사카모토를 툭 치고는
텐쿠치 일등육조 쪽으로 달려가고,
그가 다가오는 것을 본
텐쿠치 일등육조가
곧바로 휴대하고 있던 지도를 꺼낸 뒤
"이 곳에서 교전 지점까지 가려면
두 곳의 능선을 타고 갈 수 있겠습니다.
대장님."
"그래?"
"네,
저쪽 사면 아래로 한 20여 미터 내려가면
좌우로 구불구불하지만
그래도 동쪽의 산으로 이어져 있는 능선들이 있습니다.
아까 한 뺑이 치기는 했지만
그래도
최초 침투 지점보다는
이 곳이 휠씬 이동하기에 좋은 것 같습니다."
텐쿠치 일등육조의 지형 보고에
키쿠오카 일등육좌는
그를 빤히 쳐다본다.
그뿐만 아니라
대원들 모두의 시선이
텐쿠치 일등육조에게 향한다.
"선임담당관,
두 조로 나누어서 갈까 생각중인가?"
"네, 대장님.
혹시 모르니까
양쪽으로 갈라져 이동 한 후에
교전 지점이 있는 산 능선에서 다시 합류하면 되겠죠."
두 사람의 의견은
나머지 팀원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인지
그들의 대화에
모두가 긍정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 출발 1중대!
이동 간 경계 확실히 하고!
선임담당관,
우리 먼저 이동하겠네."
"예, 대장님."
키쿠오카 일등육좌가
첨병으로 앞장선 뒤
그의 지휘를 받는 1조 중대원들이
사면 끝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꿔
조심스럽게 부엽토 바닥을 달려 내려갔다.
그러자
곧바로
텐쿠치 일등육조와 사카모토 삼등육조가 그들의 뒤를 조금 쫓아간 다음,
그들이 향하는 능선의 동쪽을 응시했다.
사카모토 삼등육조는
쌍안경으로
간헐적으로 아군의 총성이 울리는 산의,
우리 쪽을 향하고 있는 사면을 응시했고
텐쿠치 일등육조는
8배율 저격용 스코프를 통해
중대장조가 향하는
그쪽 전방을 살폈다.
"텐쿠치 일등육조님,
교신 끝났습니다."
오오하라 삼등육조가
우리의 전개 상황을
키리토가 있는 임시 상황 본부에 보고 한 후,
무전기 키를
PRC999K 무전기의 몸체에 고정하며 속삭였다.
"그래,
우리도 가자.
오오하라, 선두!"
"예."
오오하라 삼등육조는
특과대 내에서
우지 기관단총의 접이식 개머리판을 붙이는 식의
불법 개조를 한
미네베아 PM-9 기관단총의 멜빵을
총 몸과
용수철 개머리판에 감아서 정리한 후,
총기를
우측 어깨에 견착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뒤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사카모토가 뒤따랐고
다른 팀원들 역시,
산사면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단한 지면 같았지만
부엽토가 깔려 있는 바닥에
두 발이 푹푹 빠지기도 했다.
온 몸에서 땀이 비 오듯이 흘렀지만
긴장 때문에
더위는 물론,
피로도 이미 잊은 지 오래였다.
지난 30시간이 넘는 시간 내내,
산 속이나 땅굴을 심마니처럼 헤맸는데
이 놈의 북한 공작원들은......
엉뚱한 곳에서 나타났다.
씨∼.
부엽토 사면이 끝나자
이제는
전방에 구불구불한 길이 나타났다.
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수풀이 우거져 있고
어쨌든,
선두에 선 오오하라 삼등육조는
묵묵히 거친 진로를 인도해 나갔다.
나뭇가지에
얼굴에 생채기가 나고
돌덩어리에게
발목이 꺾여 가면서
그들은
최대한 속도를 내서 능선을 타고 이동했다.
오오하라 삼등육조가
진로를 막는 나무 덤불과
서로 엉켜져 있는 잔가지들을 정글도로 쳐내거나
혹은
한 팔로 휘저어 밀어내면서
진로를 개척할 때는
사카모토 삼등육조가
어김없이
그의 등에 밀착하여
전방을 경계했는데,
오오하라 삼등육조의
거친 숨소리 속에는
육두문자가 섞여 있어
사카모토 삼등육조의 귀에 들리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그가 말 안 해도 다 들린다.
'좆도, 니미,
맨 날 이 뺑이야,
아∼지겨워.
산토리 (일본 유명 위스키) 나 큰 거 한 병 마셨으면 좋겠네.'
"타타탕! 타타타탕!"
교전이 있는 산 쪽에서
아군의 기관총으로 추정되는 자동사격음이 청취되었다.
순간,
모두가 숨을 쉬는 것도 잊은 채
총성이 울리는 방향을 주시한다.
다시 발걸음을 뗄 때쯤에
'탕'하는 소리가 길게 울렸다.
89형 소총의 소리가 분명했다.
처음으로 적이 발사했을 총성을 듣게 되니
마치,
심장 안에 누가 숯불을 집어넣은 것처럼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숨이 조금 막혔다.
(IP보기클릭)203.210.***.***
(IP보기클릭)203.210.***.***
이렇게 감탄을 해 주시니 진짜 감사하네요. 소아온 팬카페나 디시인사이트에서는 진짜 이런 댓글은 받아 본 적이 없어서....... | 20.04.12 16:3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