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장. 의문의 사내
'······.'
눈을 뜨자 주변이 새까맣고 조용했다.
'여긴 어디지?
난 어째서 이런 곳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그곳에 잠시 서 있다가..
이내, 주변을 더듬 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
한참 동안을 앞으로 나아갔지만..
달라질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오로지 끝 없는 어둠······ 고요함······.
그것 만이 내 주변을 멤돌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지쳐서 자리에 주저 앉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뭐가 뭔 지 도통 모르겠다.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건 지도······.
"쨍~ 쨍~~ 쨍~~~ 쨍~~~~."
주변에서 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소리지?'
나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그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한 걸음, 두 걸음 천천히 나아갔다.
"쨍~ 쨍~~ 쨍~~~ 쨍~~~~."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 지고,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리고.. 그런 지 얼마 안 돼,
저 너머로 왠 작은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뭐지? 왠 빛이..
혹시 통로인가??'
나는 그런 기대감과 함께..
망설임 없이 그곳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빛이 가까워 지자,
순간, 강렬한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
나는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봤다.
난 아까와는 다른 주변이 새하얀 공간에 서 있었다.
그리고, 종소리는 더 이상 울려 퍼지지 않았다.
'여긴 또, 어디지?'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아까의 배경과는 대조적이나..
허한 것은 똑같았다.
그런데.. 저 너머로 무언가가 내 쪽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한 사내였다.
그는 한참 동안이나 느긋한 걸음걸이로
내 쪽을 향해, 서서히 걸어왔다.
마치, 나그네 처럼···.
'······.'
흰색의 허름한 복장..
갈색 지팡이..
(꽈리를 튼 금빛 뱀 두 마리,
금빛 날개 장식..)
복슬복슬 하고 까맣고 긴 머리카락과 수염..
(머리카락이 가슴 아래까지 내려왔다.)
검고 진한 눈썹과 눈동자..
진한 겉 쌍꺼풀과 큰 눈..
큰 코와 갸름하고 작은 얼굴..
하얀 피부..
큰 덩치..
중년 쯤 되어 보이는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착하고 순한 인상의 사내..
"안녕, 잭..
이렇게 직접 보는 건 또, 처음이구나······."
그가 나를 내려다 보며 인사했다.
'으음..?
이 사람은 누구지??'
내가 아는 사람 인가???
흐음.. 누구였더라..????
기억이 나지 않는데···.'
나는 키가 큰 그를 올려다 보며 생각했다.
"네가 기억을 못 하는 건 당연한 거려나?
하긴.. 우리가 실제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니깐 말이다!
하하하하!!"
그는 잠시 호탕하게 웃더니..
이내, 쪼그리고 앉아서 내 눈높이에 시선을 고정했다.
"내가 누군 지..
네가 어째서 이곳에 있는 건 지..
아마도 많이 당혹스러울 것이다.
허나, 이것 만은 기억 하거라.
나는 오래 전 부터..
네가 태어나고 나서 부터..
계속 쭉~~ 널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네 편이라는 것을 말이다.
잭.. 지금, 이 세상은 많이 위험하단다.
악인들이 여기저기서 알 게 모르게 활보를 하며 판을 치고 있어..
저들은 주변의 안 좋은 기운들을 먹고 자라나지..
슬픔 속에서 절망하고, 좌절하고, 고통 받는 그런..
이대로 뒀다간..
이 세계의 질서는 언젠가, 무너져 내리고,
그로 인해, 이 세상은 파멸해 버리고 말 거야..
그래서, 네게 부탁을 하나 하려고 이곳으로 부른 거란다.
잭, 내 대신 이 세상을 구해주지 않겠니?"
'이게 무슨 소리지..?'
나는 고갤 갸우뚱 거렸다.
"저기.. 아저씨는 누구죠?
여긴 또, 어디구요??
저는 지금, 기억이 잘 나질 않는데..
이건 또.. 왜, 그런 거죠???"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얘야, 너의 기분 잘 안단다.
아마, 많이 낯설고, 두렵겠지···
하지만.. 지금 당장 뭘 어떻게 하라는 얘긴 아니야..
단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세상, 모든 것엔.. 저마다 정해진 역할이 있고,
다들 알 게 모르게 그 배역에 충실한 채, 지낸다는 것이다."
그가 내 양쪽 어깰 붙잡으며 대답했다.
"모르겠어요······."
나는 고갤 저었다.
"그래, 지금은 그럴 지 몰라도..
앞으로 하나, 둘 씩 알아가게 될 거다.
그리고, 이건..
공교롭게도 너 밖에 할 수 없는 일이야···."
그의 몸이 점점 희미해져 갔다.
"잭, 앞으로 너의 길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그 속에서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언젠가, 다가 올 지도 몰라..
그러나, 그럴 때 마다 기억해 내렴,
네가 무엇인 지······
그리고, 절대 잊지 마렴..
네 곁엔 항상, 내가 있다는 것을······
난 너의 편이라는 것을······
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운명이 너를 이끌어 줄 거란다."
'······.'
그렇게.. 극은 시작 되었다.
1 장. 낯선 장소
'와글와글······.'
주변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떴다.
그리곤 주변을 둘러봤다.
낯선 어두운 골목 안..
나는 현재, 이윤 모르겠지만..
어느 낯선 골목 안에서 벽을 등진 채, 주저 앉아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엉덩이를 몇 번 털고,
빛이 보이는 곳을 향해 나아갔다.
'······.'
"싸요~ 싸!!"
상인들이 저마다 소릴 내며 호객 행위를 벌이고 있다.
이곳이 어딘 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이곳엔 이런저런 상가들이 가득 들어서 있었고,
많은 상인들이 물건을 팔고,
구매자들이 상품을 구입하거나, 흥정하거나,
실랑이를 벌이며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덕분에 뭐 하는 장소인 지는 대강 분간이 됐다.
이곳은.. 아마도 시장 같은 곳이 아닐까 싶은데······
이곳은 뭔가 좀 특이 했다.
뭐가 주로 그랬냐면..
주변의 간판 또는 천막이 다 빨간색이었다.
(글자가 적혀 있긴 했는데.. 읽을 수는 없었다.)
또, 상점에선 거의 다 먹거리 위주로 판매하고 있었다.
'그런데.. 난 왜, 이런 곳에 주저앉아 있었던 거지..??'
의문이다.
그나저나.. 잠깐 무슨 꿈을 꾼 것 같긴 한데..
그게 뭔 진 희미하고···.
'꼬르르륵..'
배도 고프고···.
나는 주머니를 뒤적 거렸다.
허나, 그 속에는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나는 굶주린 배를 이끌고 앞으로 나아갔다.
마냥, 그런 채로 있을 수 만은 없으니까..
또, 이 근처엔 먹을 게 너무 많다.
'······.'
먹거리 가득한 장소를 지나,
한참 동안을 걸어 나가자,
눈 앞에 왠 대자보와 표지판 같은 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대자보 앞에 다가섰다.
짙은 녹색의 배경..
큰 직사각형 모양..
(종이들이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나는 이번엔 대자보 옆에 서 있는 표지판을 바라봤다.
길다란 철로 된 봉..
네 개의 화살표..
오른쪽에는 빨간색..
왼쪽에는 노란색..
아래쪽에는 초록색..
위쪽에는 파란색..
그리고, 이곳을 기점으로 길이 세 갈래로 나뉘었다.
내가 걸어온 곳 까지 합하면..
사실상, 사거리나 다름 없었다.
이 주변은 꽤, 넓고, 둥근 모양이었고,
사람들이 여기저기 왕래하며 다녔다.
아무래도 이곳은 광장 같다.
나는 다시, 앞을 향해 나아갔다.
'왼쪽.' 표시가 된 곳으로···.
'······.'
아까와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물론 이곳도 시장이고,
이런저런 물품들을 취급하고 있다는 점에선 같으나..
본질적으로는 개념이 달랐다.
그릇.. 컵.. 수저..
거울.. 화장품.. 장식품 등..
작고 소소한 물품들..
간단히 설명 하자면..
아까는 주로 먹거리, 식품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그런 건 전혀 보이지 않고..
주로 잡화 위주로 된 것들만 보였다.
그리고, 이곳은 간판과 천막 등이 다 노란색이었다.
뭔가 신기하기도 특이하기도 했다.
난 그렇게 잠시동안 주변을 둘러보며
앞을 향해 나아갔다.
그런데, 그러던 도중..
왠 철창 같은 게 눈에 띄었다.
이런저런 동물들이..
작고 네모난 철창 속에 갇혀 있었다.
그 속에서..
무언가는 시끄럽게 짖고,
무언가는 두려움에 떨고,
무언가는 가만히 누워서 잠을 자고 있었다.
파란색 파라솔..
(철창 옆에 배치되어 있다.)
하얀색 플라스틱 의자..
한 중년 쯤 되어 보이는..
머리가 좀 벗겨지고, 코가 크고,
배가 좀 나온 사내가
현재 파라솔 밑에 배치 된 의자에 앉아,
팔짱을 끼고, 꿈벅꿈벅 졸고 있다.
나는 잠시 그곳을 둘러 보기로 했다.
그런데, 무언가가 유독 눈에 띄었다.
옅은 회색 털..
하얀 줄무늬..
노랗고 이쁘게 빛나는 눈동자..
그것은 바로 고양이였다.
그런데, 이 고양인..
사람처럼 앉아서 팔짱을 끼고 나를 지켜봤다.
마치, 나를 관찰하고 있는 것처럼···.
나는 그 장면이 신기 하기도 해서..
그것에게 가까이 다가가, 허리를 숙였다.
"어이, 꼬마!"
나는 고갤 들어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여기!!"
나는 이번엔 앞 쪽을 내려다 봤다.
"그래, 너 말이야, 큭큭···
이봐, 날 여기서 꺼내 주지 않겠어?
그럼, 재미있을 텐데 말이야..
크크크크······."
맙소사.. 고양이가 말을 하고 있다.
게다가.. 그것에 모잘라 기분 나쁘게 웃고 있다.
나는 그것을 못 본 채 하기로 하고 뒤돌아 섰다.
"너··· 이곳의 존재가 아니지?"
'······.'
"여기가 어디야?"
나는 그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게 궁금하다면···
우선 나 부터 이곳에서 꺼내주는 게 좋을 텐데~?"
고양이가 팔짱을 낀 채, 고갤 옆으로 돌리곤 능글맞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자신을 철창 속에서 꺼내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을 생각인가 보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해 주지 않으면
나 또한 내가 바라는 대답을 들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잠시 주저 하다가..
영문도 모른 채, 알 지도 못 하는 거리 위를
이리저리 방황하고 헤매는 것 보단..
차라리.. 이 고양이를 철창 안에서 꺼내주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해서
잠겨 있는 고릴 향해 손을 뻗었다.
'삐용삐용삐용삐용..'
갑자기 주변에서 사이렌 비스무리한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주변 상점의 상인들이
하나, 둘 씩 다급히 가게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어서.. 길 거릴 거닐고 다니던 행인들도
저마다 뭔가에 쫓기듯.. 분주히 어딘가로 향했다.
"아이고, 세상에······."
의자에 앉아 침을 질질 흘리며 꿈벅꿈벅 졸고 있던 상인이 깨어났다.
그러더니, 그도.. 다른 상인들 처럼 부랴부랴 가게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는 그를 보며 물었다.
"글쎄다?"
고양이가 어깨를 들썩이며 대답했다.
'빠라바라바라밤.'
어딘가에서 경적 소리가 났다.
그래서, 그곳을 보자..
수평선 너머로 먼지 바람을 일으키며
네 개의 점이 서서히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
이상하게 생긴 오토바이 넷..
(취향대로 꾸민 건 지..
생김새는 제 각기였다.)
네 명의 사내..
(다들 비슷하게 검은 가죽 바지,
가죽 신발, 가죽 재킷을 입고 있다.)
여자들..
(화장을 떡칠하고 야시시한 옷을 입고 있다.
사내들 뒤에 한 명 씩 타고 있었다.)
"아니, 이곳에 왠 꼬마가 있잖아?
혹시.. 엄마가 널 버리고
꽁무늬 빠지게 도망치기라도 한 거냐?
와하하하하~!!"
폭주족 1 이 나를 보며 쪼갰다.
"암.. 그렇고 말고!
우릴 보고 도망치지 않는 녀석들이 어딨겠어?"
폭주족 2 가 폭주족 1 을 보며 호응했다.
"이봐, 꼬마야!
혹시 쫄아서 굳어 버리기라도 한 거냐? 앙??"
폭주족 3 이 내 쪽으로 다가오며 거들먹 거렸다.
'······.'
"뭐야··· 왜, 대답이 없어?
넌 내가 무섭지도 않은 거야??
앙???"
내 앞에 선 폭주족 3 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 밀쳤다.
그로 인해, 나는 뒤로 밀려 넘어 지면서 철창을 건드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철창이 땅 바닥으로 떨어졌다.
"지금이라도 도망 칠 기회를 줄 테니..
한 번 신명나게 질질 짜면서 도망 쳐 보지 그래?
앙?? 하하하하!!"
저들은 끼리끼리 비웃기 시작했다.
"냐하하하하하하~!"
그 속에서 또 다른 웃음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나는 그 웃음 소리의 출처를 찾아 고갤 돌렸다.
고양이였다.
그는 끄트머리가 살짝 뭉개진 철장 위에 앉아,
다릴 꼬고, 팔짱을 끼며 웃었다.
"앙? 저게 뭐야??"
"아니, 고양이가 웃고 있잖아???"
"뭐지, 저건????"
그들은 저 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제 각기 다른 반응들을 보였으나..
다들 이 기괴한 장면에 놀란 건 마찬가지 인 것 같았다.
"다 큰 어른들이 어린 애 하나 한테
머리 수 밀어 붙히며 협박하는 꼴이 아주 우습군..
하여간, 인간들은 덩치와 쪽수만 믿고,
부릴 줄 아는 건 허세 뿐인 멍청이들 뿐이라니깐······."
고양이가 저들을 보며 비아냥 댔다.
"아니, 고양이가 말을 하잖아!?"
구석에 가만히 찌그러져 있던 폭주족 4 가
그를 보더니 기겁했다.
"하찮은 동물 주제에···
어디서 감히 건방지게!!"
폭주족 3 이 고양이에게 다가가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고양이는 그 주먹을 가볍게 피한 뒤,
그의 팔을 타고 올라가, 어깨를 넘어, 곡예를 하듯..
땅에 사뿐히 착지했다.
'오오오, 100 점!'
멋있었다.
"어이, 꼬마!
네가 날 도와 준 건 고맙게 생각한다만..
지금, 이 상태로는 이러기도 저러기도
글러 먹은 것 같군, 그래···
그러니, 내게 힘을 좀 빌려주지 않겠어?"
고양이가 내 쪽으로 다가와 말 했다.
'뭐, 우연이었지만······.'
"알겠어!"
나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심정으로 대답했다.
"좋아.. 그럼, 내 손을 잡아!"
나는 고양이의 손.. (보다는 앞 발이 맞을 것이다.) 을 잡았다.
'화아악~!'
내 주변에 화염이 일어났다.
그러더니 그것은 내 몸을 감쌌고..
이내, 사그라졌다.
그리고, 오른손에 왠 검 하나가 들려 있었다.
"이것들이.. 날 우습게 봐!!"
폭주족 3 이 철창을 발로 뻥~~ 찬 뒤,
씩씩 거리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이제 어떻게 해야 되지?"
나는 검을 들고 사내를 주시하며 중얼 거렸다.
'어서, 베어 버려.'
머리 속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베어 버리라고??"
뭔 진 모르겠지만.. 난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따랐다.
'······.'
찰나의 순간이었다.
나는 전광석화와도 같이 날 밀쳤던 사내를 베어 버렸고..
그는 맥 없이 쓰러져 버렸다.
"이.. 이게 무슨;;"
저들이 쓰러진 동료를 보며 당황했다.
그런데, 당황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봤자, 어린 애 일 뿐이야!
다 같이 덤비면 잡을 수 있어!!"
폭주족 4 가 외쳤다.
그러자, 그들은 단체로 내게 덤벼들기 시작했다.
나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덤벼드는 상대들을
하나, 둘 씩 차례대로 빠르게 베어 나갔다.
'······.'
그들이 다 쓰러지자,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이겼.. 다······.'
나는 밀려드는 안도감과 함께 피로에 지쳐 주저 앉았다.
'······.'
'타닥타닥..'
눈을 뜨자, 왠 낯선 장소가 눈에 띄었다.
나무로 된 천장..
동그랗게 생긴 커다란 창문..
(천장 쪽에 매달려 있다.)
밤 하늘..
무수히 많은 별들..
벽난로..
(내 발 밑 언저리에 있다.)
'뭐지? 내가 왜, 이런 곳에···
그러고, 보니······.'
그간 있었던 일들이 삽시간 내 머릴 스쳐 지나갔다.
"으으···."
자리에서 일어 나려고 했는데 몸이 무겁다.
게다가 먹은 게 하나도 없어서 그런 지.. 기운도 없다.
또, 한참 동안이나 이리저리 돌아 다녔더니 피곤 하기도 해서..
나는 그냥, 그 자리에 조금 더 누워 있기로 했다.
'······.'
'터벅터벅..'
나는 발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봤다.
단정한 갈색 머리카락과 옅은 눈썹과 눈동자..
동그랗고 똘망똘망한 눈..
낮은 코..
둥근 얼굴..
황색 피부..
순진하고, 귀엽게 생긴 얼굴..
하얀색 반팔 티셔츠..
베이지색 반바지..
내 또래거나..
아니면 나 보다 조금 더 어려 보이는 애가 한 명 보였다.
"와아~ 일어 났구나!"
그 애가 날 보며 말 했다.
"안녕? 내 이름은 토마스야!
할아버지를 따라 농사를 짓고 있어!!
아까 할아버지랑 같이 장작을 팔러 시장에 잠시 들렸다가..
귀가하는 길에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나서 숨어 있었는데..
갑자기 막.. 어디선가 불길이 파바바박!! 하더니······
이후 폭주족들은 하나, 둘 씩 쓰러지고,
너도 같이 쓰러 지길래..
내 할아버지가 지게에 태우고, 여기까지 데려 왔어!"
토마스가 내 앞에 쭈그리고 앉아, 설명했다.
아무래도 내가 싸운 장면을 지켜 본 모양이다.
"그, 그랬구나··· 고마워."
난 토마스를 보며 대답했다.
"아니, 네가 고마워 해야 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내 할아버지지!"
"그, 그렇네······."
맞는 말이다.
"저기, 그런데···
그거 어떻게 한 거야?
막, 불길이 파바바박! 하며 치솟고...."
'불길?'
"아아, 미안..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우웅, 그랬구나······."
토마스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그곳에 고양이가 한 마리가 있었는데···."
나는 낯게 중얼 거렸다.
"고양이? 저거 말이니??"
토마스가 어딘갈 가리켰다.
그래서, 나는 그곳을 바라봤다.
그러자, 실뭉치를 가지고 놀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흐읍.."
나는 몸을 일으켰다.
아직 몸이 좀 무겁긴 했지만···
그래도, 움직이는 것에 있어선
별 다른 이상은 없는 듯 했다.
"고양아?"
나는 고양이에게 다가가, 말 했다.
"뭐? 고.. 고양아??
너 지금···
그거 나 보고 하는 소리야???"
고양이가 나를 보며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 했다.
'왜, 저러지?'
나는 그를 보며 고갤 갸우뚱 거렸다.
"그럼.. 야옹아??"
옆에 서 있던 토마스가 단어는 다르나 사실상 같은 말을 했다.
"그거나, 그거나!
이봐, 난 고양이가 아니야!!
야옹이도 아니구···
물론 지금, 그런 모습이긴 하지만..
어쨌든 내 이름은 엔비야, 엔비!!!
알겠어!?
앞으론 조심해서 부르도록 해!!!!"
"일어 났느냐? 몸은 좀 괜찮고??"
나는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고갤 돌렸다.
그곳엔 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서 있었다.
짧고, 하얗게 센 머리카락..
하얀 눈썹..
실눈..
크고 날카로운 코..
입 주변에 듬성듬성 난 수염..
황색 피부..
하얀색 런닝 셔츠..
갈색의 긴 바지..
마르고, 인자하고, 순하게 생긴 인상의 할아버지..
둥글게 뒤로 묶어 올린 하얗게 센 머리카락..
문신한 눈썹..
검은색 눈동자..
옅은 속 쌍꺼풀..
낮은 코..
황색 피부..
살색 블라우스..
검은색 긴 바지..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순한 인상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 다..
주름이 여기저기서 좀 보였다.
"배 고프지 않니?
그렇다면 이쪽으로 오거라."
할아버지가 내 쪽을 보며 말 했다.
그래서.. 나는 마침, 배가 고프기도 해서
이들과 함께 그곳으로 향했다.
'······.'
직사각형 모양의 나무 식탁..
나무 의자..
(양쪽에 2 개, 위 아래 1 개 씩.)
일자로 된 주방..
(식탁 너머에 있다.)
오븐..
(왼쪽 아래.)
가스 렌지..
(왼쪽 위.)
흰색 냉장고..
(왼쪽 부근에 위치해 있다.)
이런저런 그릇들과 컵들..
(오른쪽 부근에 있다.)
통 안에 담긴 커다란 빵 4 개..
우유 3 개..
(투명한 유리 글라스 안에 담겨져 있다.)
"우와··· 잘 먹겠습니다!"
나는 의자에 앉으며 말 했다.
"너도 먹지 않으련?"
할아버지가 엔비를 보며 물었다.
"고맙수, 잘 먹겠수다!"
그는 의자에 앉더니..
이내, 사람 처럼 빵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혹시.. 얘를 보고 놀라지 않으셨나요?"
나는 엔비를 보며 물었다.
"으흠.. 확실히 신기하긴 하구나···
사람 처럼 말 하고, 행동하는 동물이라..
하지만, 지내다 보면..
별의 별 일들을 다 겪고, 또, 알 게 된단다.
그리고, 그 또한, 삶의 일부분이기도 하지······
그러니, 이러한 것들도
다 그러한 일과들 중 하나라고 생각 한단다."
"으아~ 잘 먹었다!"
엔비가 배를 쓰다듬으며 만족스러워 했다.
"식사가 다 끝난 모양이구나···."
"네, 감사합니다.
잘 먹었어요!"
"꺼어억~ 나도 잘 먹었수다!!"
'······.'
"그런데, 얘야······
넌 이곳 사람이 아니지?"
할아버지가 내게 물었다.
"어.. 그걸 어떻게..??"
"그야, 넌···
사이렌 소릴 듣고서도
혼자 멀뚱멀뚱 서 있기만 했었잖아~
그게 이유라면 이유겠지..
안 그래?"
엔비가 대화에 끼어 들며 말 했다.
"그래, 저 말대로란다..
사이렌 소릴 듣고서도 도망치지 않은 것으로 모자라
'그 녀석.' 의 부하들을 용감히 무찔러 버리다니..
넌 어찌 보면 굉장 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무서운 일을 벌이기도 한 게야······."
'사이렌? 그 녀석??
그나저나, 무서운 일이라니···
내가 뭔가 잘못 하기라도 한 걸까???'
순간, 수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릴 스쳐 지나갔다.
'······.'
"저도 잘 모르겠어요..
사실 기억이 없거든요······."
나는 이들에게 그간 시장 안에서 있었던 일들과
내 이름이 '잭.' 인 것 말고는
딱히 기억이 나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흐음··· 눈을 떠 보니 시장 골목이었고,
이름 말고는 별 다른 기억이 나질 않는다라..
그럼, 얘야..
당분간 이곳에서 좀 묵지 않으련?
그러다가, 혹시 뭔가 생각이 날 지도 모르고······."
할아버지가 날 보며 제안했다.
"네.. 그럼, 신세를 좀 지도록 할 게요~."
난 할아버지를 보며 흔쾌히 대답했다.
"그럼, 나도 당분간 신세 좀 지겠수다~~."
'······.'
우린 지금, 불이 꺼진 거실 바닥에 서로 머릴 맞대고
'ㅅ.' 이런 식으로 누워 있다.
"잭, 자니?"
토마스가 물었다.
"아니, 아직···."
"잭은 이름 말고는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했잖아..
그럼, 가족들에 관한 기억도 안 나는 거야?"
"응, 아무 것도······."
"헤에.. 그랬구나···
혹시 쓸쓸하지 않니?"
"글쎄, 잘 모르겠어..
그런데, 그런 걸 왜, 묻는 거야?"
나는 궁금해서 물었다.
"그야, 가족이니깐···
난 형제 같은 건 따로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같이 지내던 부모님이 계셨거든..
여지껏 날 낳고, 기르고, 함께 지냈던···
그런데, 그런 분들에 관한 기억이 다 사라져 버리면..
왠지 슬플 것 같아서······."
"너희 부모님은 어디 가셨는데?"
"오래 전, 끌려 가셨어..
예전엔 함께 지냈었는데······."
"그, 그랬구나..
안 됐네···."
'······.'
나는 그간 일들이 마음에 걸려 쉽게 잠들 지 못 했다.
그래서, 잠깐 바람이나 쐴 겸, 집 밖으로 나갔다.
'······.'
'사아아아~.'
새벽의 싸늘한 바람이 내 뺨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 봤다.
새까만 밤 하늘..
커다랗고 둥근 달..
무수히 많은 별들..
난 이번엔 주변을 둘러봤다.
나무..
도끼..
장작..
지게..
아무래도 이곳은 산 속인 것 같았다.
나는 돌로 된 계단을 3 칸 정도 타고 내려간 뒤,
집을 한 번 둘러봤다.
이곳은 넓직한 오두막 집이었다.
잘 다듬어진 주변..
듬성듬성 자란 잡초..
공백이 있어 보이는 뒷 편..
동그란 천장..
네모난 집..
굴뚝..
(왼쪽 끄트머리 부분에 있다.
'ㄴ.' 모양이다.)
네모낳고, 커다란 창문..
(입구 왼쪽에 있다.)
나무로 된 통 하나..
(입구 바로 옆에 있다.
내 시점에서 봤을 땐, 왼쪽이다.)
동그란 창문..
(입구 오른쪽에 있다.)
동그란 나무 테이블 하나..
(오른쪽에 있다.)
동그란 네 다리 의자 4 개..
(테이블 주변에 배치되어 있다.)
낮은 울타리..
(돌 계단을 제외한 다른 곳에 쳐져 있다.)
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본 뒤,
입구 옆에 있는 나무통 위에 앉았다.
그리곤 밤 하늘을 멀뚱멀뚱 올려다 봤다.
이곳은 산 속이라서 그런 지,
공기가 무척이나 맑았다.
게다가 공기가 맑아서 그런 지,
밤 하늘 또한, 무척이나 또렷했다.
'······.'
'삐꺽'
문이 열렸다.
할아버지가 나왔다.
"잠이 오지 않는 게냐···."
할아버지가 집 밖으로 나오며 물었다.
"네, 잠깐 바람 좀 쐬고 싶어서요···."
나는 그를 보며 대답했다.
'······.'
"그런데, 할아버지..
토마스네 부모님이 끌려 갔다는 얘길 들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 지, 좀 여쭤 봐도 될 까요?"
"흐음··· 이야길 하려면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단다."
할아버지가 내 옆에 의자를 가지고 와서 앉았다.
"이 주변은 원래 상업이 눈부시게 발달한 곳이었단다.
주변에 바다를 끼고 있어서
이런저런 외부 사람들이 관광 목적으로 방문 하거나,
여러 물품들이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었지..
그렇지만 그렇게 정신 없이 바쁜 와중에도
이웃들 끼리, 상인들 끼리,
서로 정을 베풀고, 나누고 하던···
그런 따뜻한 곳이었단다..
그 녀석들이 나타나기 전 까진······."
'그 녀석들..?'
아마, 그들 일 것이다.
"여느 날과 다름 없이 지내던 어느 날,
갑자기 어떤 무리가 오토바이를 타고,
경적 소리를 내며 시장으로 쳐 들어 와서는..
제 멋대로 깨 부수고, 갈취하고,
반항하면 폭력을 휘두르며
사람들을 하나, 둘 씩 끌고 가기 시작했지···
그런데, 상인들이라서 싸울 줄도 모르고, 힘도 없었기에
다들 당하고 지낼 수 밖에 없었단다.
토마스의 부모도 그러한 피해자들 중 하나였고······
그런데, 저들의 행패는 나날이 심해져 갔고..
결국, 다들 눈치만 보며 지낼 수 밖에 없게 됐지..
덕분에 상가의 발길도 이젠 좀 끊겨,
예전만 못 하게 되어 버렸고 말이다."
할아버지가 이마에 주름을 만들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뭔가.. 해결 방법 같은 게 따로 없었나요?"
"으음··· 있었다면 이미, 오래 전에 실행을 했겠지..
그러나, 다 소용 없었단다.
젊은 이들만 맞고, 쓰러지고, 끌려갈 뿐이었어..
그 때문에 사람들은 다들 지쳐서 떠나거나,
아니면 우리 처럼 숨어 지낼 수 밖에 없게 됐단다.
이게 그간 있었던 일들의 전말이야······."
"그랬군요.."
그 얘길 끝으로 나와 할아버지는 집 안으로 향했다.
'······.'
눈을 뜨자 날이 밝아 있었다.
그런데,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가장 늦게 일어난 것 같다.
"흐아암···."
나는 자리에 앉아 기지개를 폈다.
'따닥따닥..'
갑자기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나는 그게 뭔 지 궁금해서..
그 소리의 출처를 찾아, 그곳으로 향했다.
'······.'
할머니가 주방에서 요릴하고 계셨다.
나는 그 분께 다가가 아침 인사를 했다.
그러자, 할머니가..
내게 집 밖에 있는 이들을 불러 달라고 말 했다.
나는 알겠다고 대답한 뒤, 집 밖으로 향했다.
'······.'
나는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갔다.
'탁! 탁!!'
할아버지가 날카로운 도끼를 들고
장작을 있는 힘껏 내리 찍었다.
엔비는 그 장작을 주워 토마스에게 건네줬다.
토마스는 그 장작을 받아, 한 쪽에 가지런히 쌓았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지켜 보다가
이들에게 할머니의 얘길 전했다.
'······.'
우린 다 함께 손을 씻고, 주방으로 향했다.
야채 스프 5 개..
(나무 그릇 안에 담겨져 있다.)
나무 스푼..
큰 빵 5 개..
(통 안에 들어가 있다.)
우유 3, 물 2 개..
(글라스 안에 담겨져 있다.)
"늦게 주무셨는데 피곤하지 않으세요?"
나는 반대편 자리에 앉은 할아버지께 물었다.
"늙으면 잠이 줄어든단다.
왜,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잠을 많이 안 자더라도
그다지 피곤하진 않더구나.."
'늙는다는 건··· 그런 것 일까?'
"잭! 오늘 나랑 같이 놀러 나가지 않을래?"
옆 자리에 앉은 토마스가 나를 보며 물었다.
"그래~ 그러자."
'뭐, 딱히 할 일도 없고······.'
"할아버지 할머니!
오늘 잭이랑 같이 밖에 놀러 나가도 되죠?"
"그래, 그러려무나······."
두 분이 웃으며 흔쾌히 수락했다.
"엔비, 넌 어쩔래?"
나는 그를 보며 물었다.
"흥! 난 꼬맹이들이랑 노닥 거릴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
토마스네 오두막 집은..
내가 어제 있었던 시장,
그 '북서.' 쪽에 위치한 산 안에 있는 곳이다.
토마스는 내게 '그곳.' 에 도착 하려면 시장을 거친 뒤,
어느 마을에 도착하여 친구들을 부르고 나서
그곳으로 가야 한다며 거리가 좀 된다고 설명했다.
'······.'
우린 서쪽의 노란 상점가를 지나, 중앙 광장에 이르렀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어제 처럼 행인들이 북적 거리긴 했는데······
뭔가 좀 어수선 하다고 해야 되나..?
우린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인 장소로 향했다.
'······.'
'웅성웅성.'
그들은 저마다 시끌벅적 하게 떠들고 있었다.
"아저씨.. 무슨 일 있나요?"
토마스가 한 사내에게 물었다.
"으음..?
아.. 누군 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네 또래 쯤 되는 애 한 명이
시장에 쳐 들어 온 폭주족들을
무려, 넷이나 물리 쳤다고 하더구나!
덕분에 지금, 이곳은.. 흥분의 도가니야!!"
"헤에··· 그런 일이 있었군요!"
토마스가 날 잠시 바라본 뒤, 다시, 그를 보며 대답했다.
"그래, 그로 인해..
여지껏 침체기였던 이곳에..
실낱 갖지만···
희망이 좀 생긴 걸 지도 모르겠구나!!"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희에 찬 표정을 지었다.
"과연, 그 애는 누구였을까?"
"글쎄.. 혹시 어딘선가 보낸 용병이 아닐까?"
"옛끼!! 용병으로 딸랑 어린 애 하나를 보냈을 리 있나!!!"
"그래, 맞아..
이건 분명히 하늘이 도와주신 걸 거야!
이제 이곳은 다시, 예전처럼 평화로워지겠지?"
사람들이 주거니 받거니······
이런저런 잡담을 이어 나갔다.
나와 토마스는 그런 현장을 뒤로 한 채,
동쪽을 향해, 쭉~ 나아갔다.
'······.'
빨간색 상점가들이 더 이상 눈에 띄지 않게 된 시점..
흙길..
잡초..
(양 쪽 부근에 짧게 듬성듬성 나 있다.)
나무 간판..
(저 너머에 위치해 있고,
간판을 기점으로 길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
그리고, 왼쪽엔 무엇,
오른쪽엔 무엇이라고 적혀 있다.)
"후우··· 조금만 더 가면 돼!
이제 얼마 안 남았어!!"
토마스가 왼쪽 방향을 가리키며 말 했다.
나는 그곳을 바라봤다.
황량한 흙길..
'앞으로 얼마나 더 나아가야 하지..?'
힘들었다.
'······.'
돌 다리..
(길고, 널찍했다.)
맑은 물..
(다리 밑에서 흐르고 있다.)
우린 돌 다릴 건넜다.
그러자, 이런저런 집들이 모여 있는 한 마을이 보였다.
"이제 친구들을 불러야 돼!
잭은 여기서 좀 쉬어!!"
토마스는 그렇게 말 한 뒤, 어딘가로 향했다.
그가 떠난 뒤, 나는 가만히 있기도 뭐 해서..
마을 주변을 한 번 둘러 보기로 했다.
하얀색 벽..
네모난 집..
네모난 창문..
네모난 대문..
건물들이.. 위로 길거나, 옆으로 길었고,
사살상 거의 다 비슷했다.
'이곳에서 지내는 사람들도 다 네모낳지 않을까..?'
나는 자리에 서서,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잭! 나왔어!!"
토마스가 저 너머에서 내게 다가오며 손짓했다.
"왔어? 그런데, 친구들은..??"
나는 내 앞에선 그를 보며 물었다.
"애들은 다 그곳에서 따로 모이기로 했어!"
'그곳..? 그곳이 도대체 어디일까??'
나는 궁금 했지만.. 따로 묻진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우린..
어느 외진 숲 속으로 들어가게 됐는데···.
'······.'
새 소리..
녹음이 우거진 주변..
울퉁불퉁한 흙길..
나무 뿌리..
돌맹이..
바위..
이런저런 꽃..
벌레..
우린 현재 그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뭐.. 힘이 좀 들긴 했지만······
그래도, 숲 속을 거닐며 맑은 공기를 마시니
다른 한 편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저기야!"
토마스가 저 너머를 가리켰다.
그래서, 난 그곳을 바라봤다.
그러자, 왠 동굴이 하나 보였다.
크고.. 넓고.. 어두운···.
'······.'
마른 흙..
(입구 주변에 부채꼴 방향으로 널찍하게 깔려있다.)
동굴 주변은 따로 수풀 같은 게 자라 있지 않았다.
평평하고 작은 바위 2 개..
(근처 땅 속에 박혀 있다.)
우린 바위 위에 걸터 앉았다.
'사아아아~~.'
시원한 바람이 내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시원하다..'
나는 두 눈을 감고, 양 손을 돌 표면에 기댄 채,
고갤 들어 따사로운 햇살을 쬐었다.
'······.'
'부스럭 부스럭..'
곱슬 거리는 갈색빛 짧은 머리카락과 짙은 눈썹..
동글동글한 눈..
새까만 눈동자..
동글동글한 코..
볼 주변에 난 주근깨..
통통한 얼굴..
듬직하고, 온화한 인상
통통한 몸..
큰 덩치..
후줄근하게 늘어난 주황색 런닝 셔츠..
갈색 반바지..
"나 왔어 토마스! 그리고······."
누가 이 쪽으로 다가 오면서
허스키한 목소리로 토마스에게 인사하며 내 쪽을 바라봤다.
"아.. 이 쪽은 내 사촌이야!!"
토마스가 그를 보며 설명했다.
'그나저나, 사촌..?'
"아하.. 그랬구나!
반가워~ 난 프랭키라고 해!!
넌 이름이 뭐니?"
프랭키가 내 앞에 서서, 보자기를 내밀었다.
"내 이름은 잭이야."
나는 가위를 내밀며 대답했다.
'훗.. 이겼다.'
"하핫.. 재밌는 애구나~~
그나저나, 토마스!
오늘은 또, 무슨 일 때문에 모이기로 한 거야?
벌레잡기?? 수영??? 탐험????"
"아, 그게···
오늘 내 사촌에게 우리 비밀기지 구경을 좀 시켜줄까 해서!"
"뭐? 하하하하하하!
그것도 나쁘진 않지!!"
'······.'
'부스럭 부스럭.'
노란색 머리카락과 일자 앞 머리카락..
(기장은 어깨를 조금 넘었고,
앞 머린 눈썹 아래로 조금 내려갔다.)
연두색 눈동자..
약간 올라간 눈고리..
작은 코..
작고 갸름한 얼굴..
조금 탄 피부..
새침하게 생긴 인상..
연두색 단색의 시원해 보이는 민 소매 원피스..
(밑단은 무릎 아래로 조금 내려갔다.)
"뭐야? 프랭키가 먼저 와 있었네??"
그녀가 이쪽으로 다가 와, 팔짱을 끼고,
프랭키를 보며 말 했다.
뭔가 좀.. 사내 아이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엇.. 세나구나!!
프랭키는 방금 도착했고..
아이라는 이제 곧, 올 거야!!!"
토마스가 그녀를 보며 말 했다.
"그랬구나.. 그런데, 그 쪽에 있는······."
그녀가 날 보며 고갤 살짝 갸우뚱 거렸다.
"안녕, 내 이름은 잭이야~
토마스의 사촌이지~~."
나는 그녀를 보며 자연스럽게 인사했다.
그러자, 토마스가 옆에서 큭큭 거리며 웃었다.
세나는 그런 토마스를 바라보며
머리 위에 검은색 물음표 표시를 만들었다.
'······.'
'부스럭 부스럭.'
검은색 머리카락과 층진 앞 머리카락..
(포니테일 식으로 묶고 있었고,
앞 머린 눈썹 조금 아래까지 내려왔다.)
똘망똘망 하고 큰 눈..
검은색 안경..
(동글동글 했다.)
작은 코..
둥근 얼굴..
하얀 피부..
순하게 생긴 인상..
흰색 반팔 남방..
검은색 반바지..
(무릎 위로 조금 올라갔다.)
세나랑 비슷한 덩치..
그런데.. 그녀는 도착하자 마자,
세나의 등 뒤에 숨었다.
'왜, 저러는 거지?'
"저, 저기.. 나, 나 왔어······."
그녀가 우릴 보며 인사했다.
"잘 왔어, 아이라!
이 쪽은 내 사촌인 잭이야!!"
토마스가 그녀를 보며 설명했다.
"바.. 반가워, 잭···."
아이라가 날 보며 수줍게 인사했다.
"잘 부탁해, 아이라!"
나는 그녀를 보며 허릴 살짝 구부리고 인사했다.
이렇게.. 친구들이 다 모이고 나서
우린 그곳으로 향했다.
'······.'
동굴 안은 무척이나 어두컴컴 했다.
덕분에 앞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우린 서로 부딪히거나, 밟거나, 다치지 않도록···
일렬로 나란히 서 가지고, 서로의 어깨에 한 손을 얹은 채,
조심조심 한 걸음, 한 걸음 앞을 향해 나아갔다.
(순번 상으로 보면..
'토마스 - 세나 - 나 - 프랭키 - 아이라.' 순이었다.)
'터벅터벅..'
발소리..
어둠..
적막함..
옅은 숨소리..
심장이 뛰는 소리..
모든 게 죽어있는 것 같았다······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같았다······
마치··· 모든 게 끝나버린 순간 처럼······.
'엇..'
발에 뭔가가 걸렸다.
그래서, 난 무게가 앞으로 쏠리며 주저 앉았다.
'이런···.'
나는 한 손을 앞으로 뻗었다.
'으음?'
손에 뭔가가 잡혔다.
'이게 뭐지?'
난 그것을 주물렀다.
부드럽고, 물렁물렁 했다.
"깍!! 지금, 어딜 만지는 거야!!!"
'찰싹!!'
"아야!!"
프랭키가 소리 질렀다.
"왜들 그래?"
토마스가 물었다.
"프랭키가··· 프랭키가!!"
세나가 데시벨을 높였다.
"무슨 일인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앞으로 가자!"
토마스가 그녀를 진정 시켰다.
'······.'
기이한 광경이 눈 앞에 드러났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어느 샌가,
다른 세계에 들어선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이 안은 그리 넓지 않았다.
그렇게 크지도 않았다.
그저, 천장 만이 좀 높을 뿐이었다.
주변은 온통 에메랄드 빛..
밝게 빛나는 내부..
이곳은 스스로 빛을 내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반딧불이 처럼······
또는 태양 처럼······.
작고, 동그란 연못..
(앞 쪽에 있다.)
나는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곤 연못 내부를 들여다 봤다.
투명하고 깨끗한 물..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였다.)
기포..
(연못 내부에서 부터 형성이 되어 올라왔다.)
이런저런 다양한 생물들..
(물고기.. 올챙이.. 개구리..
지렁이.. 산호.. 조개.. 불가사리.. 거북이 등..)
연못 내부에서 헤엄을 치며 저마다 조화를 이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것들은 저마다 덜 진하거나, 더 진할 뿐..
전부 에메랄드 색이었다.
"어때 잭?
이곳이 우리들의 비밀기지야!"
토마스가 내 옆에서 물었다.
'······.'
"아름다워···."
나는 주변 풍경에 매료가 되어 살짝 넋이 나간 채, 대답했다.
그도 그럴 게.. 이곳의 풍경은 실로 장관이었다.
하나의 단색 만으로도 이렇게 까지 아름다울 줄이야..
사실 색깔이라는 것은..
많아 봤자, 조잡할 뿐인 것이 아닌가···.
"그치? 이곳은 예전에 나랑 프랭키가
이 근방을 탐험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장소야!
잭··· 너도 이제 우리랑 함께 이곳에 자주 놀러 오자!!"
토마스가 웃으며 말 했다.
그런 대화를 잠시 나눈 뒤,
우린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하긴.. 내가 좀 섹시한 건 알아 줘야지···."
세나가 팔짱을 끼고, 고갤 옆으로 돌리며 말 했다.
"뭐!? 볼 것도 없는 게!!"
프랭키가 그녀를 보며 성질냈다.
"얘들아 왜, 그래?
토마스가 물었다.
"글쎄.. 프랭키가 그만 넘치는 욕구를 억 누르지 못 하고,
어둡고, 은밀한 순간을 틈 타,
내 탐스럽고, 탱탱한 엉덩이에 손을······."
"나 아니라니깐!
내가 그런 걸 왜, 만지냐!!"
"그런 거라니!?"
"둘 다 진정해···
프랭키가 어두워서 실수로 그랬나 보지.."
토마스가 이 둘을 중재했다.
"하.. 참;;"
얼굴이 벌게진 프랭키가 기가 찬 듯 한숨을 내쉬었다.
'왜들 저러는 거지?'
'······.'
이곳엔 중앙 쪽에 있는 연못 말고도 뭔가가 더 있었다.
(들어온 곳을 기준으로 오른쪽.)
나무..
열매..
수풀..
벌레 등..
그런데, 이곳의 나무는 모양이 좀 특이했다.
몸통은 보통의 나무들과 비슷 했지만..
굵은 나뭇 가지 2 개..
(몸통 양 쪽에 매달려 쭉~ 뻗어 있다.)
동그란 끄트머리..
(각각 3 개 씩 매달려 있다.
얼핏 보면.. 사랑의 열매 같이 생겼다.)
연필처럼 뾰족한 몸 통 위, 끄트머리..
그것들도 다 에메랄드 빛으로 빛났다.
'······.'
우린 한참 동안을 정신없이 뛰어 놀았다.
그러다가, 다들 지쳐선 출구 바닥 쪽에
서로 머릴 맞대고 드러 누웠다.
(아마, 위에서 보면 대충.. '*.' 이런 모양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지 얼마 안 돼..
프랭키가 잠 들었다.
"얘는 이런 곳에서도 잘 자~
만사가 태평한가 봐."
세나가 프랭키를 보며 놀렸다.
"아마, 누가 업어가도..
프랭키는 그냥, 잘 거야 키킥······."
토마스가 웃으며 세나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그 얘길 듣던 아이라는 수줍게 웃었다.
나는 천장을 바라봤다.
그리곤 눈을 감았다.
'······.'
눈을 뜨자 주변 풍경이 달라져 있었다.
'여긴 설마?'
나는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건..?'
저 너머에서 낯 익은 무언가가
내 쪽을 향해, 서서히 다가왔다.
'······.'
"이야.. 반갑다, 잭!
이게 도대체 얼마 만이지??"
지난 번에 봤던 그 사내가
내 앞에서 씨익하며 웃었다.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간 제게 잠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긴 한데..
그것들에 관한 기억은 나요!"
"그래? 그럼, 한 번 얘기 해 보렴···."
그가 내 옆에 앉으며 말 했다.
'······.'
나는 그에게 그간 있었던 일들에 관해 설명했다.
"그간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구나..
아직은 뭐가 뭔 지 모르고, 낯설 테지만..
그래도, 이것 하나 만은 기억하렴···
그것들은 '실제하는 일.' 이고,
앞으로 '네가 스스로 마주하여 풀어 나가야 될 일들.' 이라는 것을······."
"제가 뭘 어떻게 해야 될 지 모르겠어요..
그나저나, 여긴 또, 어디죠??"
나는 주위를 둘러 보며 궁금한 것을 물었다.
"으음··· 그래!
네가 궁금해 하는 것들을 좀 알려 주도록 하마!!
여긴 형태가 없는..
말 하자면 '존재하지 않는 장소.' 란다."
"존재하지 않는 장소요?"
"그래, 의식과 무의식의 틈에서..
너와 나 만이 유일하게 마주할 수 있는 그런..
일종에 '교차로(Crossroads).' 같은 장소지."
"그렇군요.."
나는 고갤 끄덕였다.
"그리고, 네가 이런저런 일들을 겪었던 그곳은..
실제 하면서도, 감춰져 있고, 숨겨진 장소이기도 하단다.
우린 그곳을 이면의 세계 '메스커레이드(Masquerade).' 라고 부르지..
그리고, 네가 말 하던 그들은 그 세계의 구성원들이기도 하고..
그런데, 잭.. 넌 원래 그곳의 주민이 아니야······."
"그럼, 제가 원래 있었던 곳은 어디죠?"
"네가 본래 있었던 장소는..
그곳과는 정반대로 '보이면서 드러나 있는 세상.' 이란다.
그런데.. 그곳은 지금, 너무나도 오염이 되고, 썩어 있어..
이 두 세상은 알 게 모르게 서로 밀집이 되어 상호작용을 이루고 있지..
밑 세계가 현재 그런 모습이 된 것도..
윗 세계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단다.
그리고, 잭······
넌 이런 밑 세계를 구하고, 정화하고, 지켜내기 위해,
그곳으로 이끌려 들어가게 된 거야.."
"저는 자신이 없어요···."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 지 몰라도
넌 할 수 있을 거란다.
왜냐면, 너는 강하고, 순수하고, 깨끗하고, 투명한 어린 아이니깐!
그리고, 난 네가 반드시 해낼 거라고 믿는다!!
그러니, 밑 세계를 구하고, 지켜내고, 정화시켜 주렴!"
그는 내 앞에 서서, 허릴 굽혔다.
"힘내렴, 잭..
우린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가 내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제가 앞으로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지!
하하하하하하!!"
'······.'
'잭.. 잭....'
"잭!"
나는 눈을 떴다.
그러자, 눈 앞에 토마스가 보였다.
"으음··· 깜박 잠에 들었나 봐.."
나는 눈을 껌벅이며 자리에 앉았다.
"피곤했나 보네~ 헤헤!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그래, 그러자···."
나는 토마스의 손을 지렛대 삼아 잡고 일어났다.
'······.'
동굴 밖으로 나가자..
어느 새, 저녁이 되어 있었다.
우린 숲을 벗어 나, 마을로 향한 뒤,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시장을 지나, 산 속에 있는 오두막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난 집에 도착하고 나서 바로 목욕탕으로 향했다.
'······.'
동그란 밀집 통..
(목욕탕 입구 왼쪽에 있다.)
나는 그곳에 입고 있던 주황색 반바지,
연두색 반팔티를 넣었다.
그리곤 문을 열고 목욕탕 내부로 향했다.
'······.'
커다랗고 동그란 나무통..
(오른쪽 구석에 있다.
물이 한 가득 담겨져 있고,
그 안에선 수증기가 피어 올랐다.)
짙은 회색의 대리석..
(나무통을 감싸고 있다.
그 앞에는 계단 같은 칸이 하나 있다.)
옅은 회색의 네모난 타일 바닥..
하얀색 천장..
조명..
세로로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의 거울..
(오른쪽 아래에 있다.)
샤워기..
(거울 옆에 매달려 있다.)
나무로 된 작은 목욕 의자..
동그란 나무 바가지..
비누..
샴푸..
때밀이..
그런데, 내가 쓸 칫솔이 따로 없었다.
'······.'
나는 간단히 씻고, 나무통 속으로 들어갔다.
'촤아아아아아~.'
물이 흘러 넘쳤다.
'아.. 좋다···.'
간만에 여유를 찾은 느낌이었다.
그것도 기분이 좋은······.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뭔가 많이 아날로그스러웠다.
그런데, 있을 건 또, 있고···.
'일부로 이렇게 꾸민 건가?'
"잭!"
문 밖에서 토마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갈아 입을 옷은 여기 두고 갈게!"
"알겠어!"
나는 문을 보며 외쳤다.
'······.'
'100, 99, 98, 97, 96···'
5, 4, 3, 2, 1.'
"후아~!"
나는 자리에서 일어 나, 통 밖으로 나갔다.
그리곤 간단히 샤워한 뒤, 목욕탕 밖으로 나갔다.
'······.'
나는 수건으로 몸을 말린 뒤,
바닥에 놓여진 하얀색 천을 바라봤다.
그리곤 그것을 집어 들었다.
하얀색 민소매 원피스..
'옷이 없나..?
어쩔 수 없지···.'
나는 아쉬운 대로 일단 그것을 입었다.
(밑단이 무릎 밑으로 조금 내려갔다.)
옷은 부드럽고, 가볍기도 했지만..
밑 도리가 영.. 허전했다.
난 그런 기분을 느끼며 거실로 향했다.
'······.'
장작 불이 밝게 불 타오르며 주변을 환히 비췄다.
현재 토마스는 엔비와 함께 놀고 있다.
"잭!!"
꾀죄죄한 모습의 토마스가 내 이름을 불렀다.
"방금 씻고 나왔어!"
나는 그를 보며 대답했다.
"음? 와하하하하하하!!
완전 큐티한데?
하하하하하하하하!!!
컼.. 콜록콜록······."
엔비가 날 보며 웃다가 사레 들렸다."
'큐티..?'
"잭, 미안해···
여자 옷은 엄마가 어릴 적에 입던 것 밖에 없어서.."
"어? 그.. 그래.."
'그런데.. 왜, 하필 엄마지?'
"아빠 것도 딱히 상관은 없는데······."
나는 낮게 중얼 거렸다.
"응?"
"아.. 아무 것도 아니야.."
토마스는 목욕탕으로 향했다.
나는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말렸다.
'······.'
장작 불이 꺼져서 주변이 어둡다.
우리 셋은 잠 들기 위해, 자리에 누웠다.
나는 천장을 바라봤다.
구름이 잔뜩 껴서 하늘이 우중충 했다.
"토마스.."
"응?"
"저기.. 칫솔이 없어서.."
"아참.. 내일 하나 새로 구입 해야겠네!"
"그런데···."
"또, 뭐.. 필요한 거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씻을 거면 같이 씻지..
왜, 따로 씻은 거야?"
"어? 아니, 아무리 그래도..
여자애랑 같이 씻는 건 좀 쑥스럽자나..
헤헤헤헤······."
토마스가 부끄러운 듯이 웃었다.
"뭐어!?"
"으음? 왜, 그래??"
"나, 남잔데···."
"정말!? 난 여지껏 잭이 머리카락이 길어서 여자애인 줄 알았어!!"
'정말!? 난 여지껏 여자애 취급 당하고 있는 줄도 몰랐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하핫.. 그랬구나.."
"웅! 헤헤헤..
그럼, 다음 번엔 같이 씻자~!"
"그래, 그러자!"
이렇게 우리 둘은..
다음 번에 같이 씻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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