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 쓴 까마귀-1-
티레사와 세로스의 모험가 라이센스를 발급받고 우리들은 던전에 가기 전 던전 초입인 티레사와 세로스의 장비 마련을 위해 길드내의 장비점을 돌아다녔다.
처음 방문한 곳은 내가 추천하는 싸면서도 수준이 괜찮은 장비들과 아티펙트를 취급하는 가게였지만 들어가자마자 세로스에게 퇴짜 맞았다.
그녀 말로는...
“이런 싸구려를 아가씨 몸에 걸치게 할 생각이냐?”
라며 대놓고 나에게 면박을 줬다,
그 다음 그런 네가 한 번 골라봐라 라는 심정으로 세로스에게 가게의 선택을 맡겼더니 그녀가 선택한 가게는 내가 생전 한 번도 들어가 본 적 없는,
이게 모험가들을 상대하는 장비점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의 삐까뻔쩍한 가게들 이었다.
생에 들어가 본 적도 없고 들어갈 일도 없던 으리으리한 가게에서 날 반겨준 물건들은 하나당 1만 길란(1길란의 가치가 대략 1000원 정도이다, 그 이하의 금액은 동전인 ‘하플’ 로 계산한다)을 가볍게 넘어가는 눈 돌아가는 물건들의 향연이었다.
내가 손발을 떨면서 가게 한켠에서 얼어붙어있든 말든 세로스와 티레사는 아무렇지 않은 안색으로 이런 저런 물건을 둘러보고는 척척 물건을 골라갔다, 고르는 물건들의 가격을 보고 온 몸을 떠는 내 모습은 덤이었다.
몰락 귀족이라더니 도데체 저 경제 관념 어디에 몰락이 있다는 건지...아니면 저 경제 관념 때문에 몰락한 건가? 라는 어찌 되도 좋을 상념에 잠겨있는 사이 그녀들의 쇼핑이 끝이났다.
그리고 현재 우리의 무장 상태는 이랬다.
B급 모험가 잭슨
특이점:이세계 생활 10년 차
머리:없음
몸(상):알븐합금 곡선 경갑
[제구형 아티펙트:강한 충격이나 마법 공격을 막아주는 방어의 마법들이 복합적으로 담겨있다 추정 랭크 B+]
어깨:클라우드 메이커의 어깨 외경갑
[플레이트형 아티펙트:방어의 목적이 아닌 어두운 장소에서 시야를 밝히기 위한 광원 마법이 내재된 아티펙트 추정 랭크 D-]
팔:클라우드 메이커의 부분 합금 가죽 장갑
[일반물건: 가죽으로 된 장갑이지만 최소한의 방호성을 위해 손등 부분과 팔뚝 부분에 합금이 붙어있다.
몸(하):투박한 가죽 벨트와 그에 연결된 다용도 가죽 주머니
[일반물건:가죽 주머니 안에는 모험에 도움을 줄 잡다한 물건들이 들어있다]
다리:클라우드 메이커의 가죽 부츠
[플레이트형 아티펙트:발바닥 부분에 합판이 덧대어져 있어 약간 무겁다 함정감지의 마법이 담겨있다 추정 랭크C-]
무장:
1.헥사빌론 유파의 바스타드 소드
[제구형 아티펙트:검 자체의 강도를 강화해서 중심이 휘어지거나 부러지지 않게 하는 마법과 녹이 슬거나 부식되지 않게 하는 마법이 복합적으로 걸려있다 추정 랭크B]
2.헥사빌론 유파의 숏소드
[제구형 아티펙트:검 자체의 강도를 강화하는 마법과 검신을 뜨겁게 달구는 마법이 복합적으로 담겨있다 추정 랭크B-]
2.무광택의 짧은 한손 도끼X3
[일반물건:부피에 비해 가벼운 금속으로 만들어져 가볍고 휴대가 용이하다]
일반적인 B급 모험가에 어울리는 장비들이다. 이어서 티레사의 경우는...
F랭크 모험가 티레사
머리:용화조의 깃털로 만든 머리장식
[제구형 아티펙트:급소인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 마법이 복합적으로 담겨있다 그 외에도 착용자를 중심으로 반경 1M이내의 약한 독을 해독하는 기능도 있다 추정랭크:A-]
몸(상하):핀튤라의 실로 짠 원피스형 로브
[제구형 아티펙트:착용자를 지키는 다중의 방어 마법과 주변의 위협을 감지할 수 있는 감지 마법이 복합적으로 담긴 로브 추정랭크:A]
어깨:데븐 할로의 황금 링-6형-
[제구형 아티펙트:어둠 속에서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암시 마법과 사령계열의 마물을 쫒아내는 파마의 마법이 담겨있다 추정랭크:A+]
팔:데븐 할로의 황금 링-2형-
[제구형 아티펙트:양 손 끝에서부터 팔꿈치 까지의 부위를 지키는 마법의 장갑을 만드는 주문과 손짓에 따라 하급 화염계열 주문을 발동시키는 마법이 담겨있다 추정랭크:A-]
다리:그리폰 가죽 부츠
[제구형 아티펙트:발 밑이 위태로운 곳이나 미끄러운 곳에서 잘 자세를 유지시켜주는 마법과 자신이 있는 장소를 연동시킨 지도에 표시해주는 마법이 걸려있다 추정랭크:A+]
무장:
1.하벨론 나무와 태양화 호박 완드
[제구형 아티펙트:파마계열 마법을 강화해주는 주문과 저주를 풀 수 있는 약한 해주 마법이 담겨있다 추정랭크A+]
...하나부터 열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고급품과 고가품의 향연이다, 뭐야 저거 저 중 하나만 있어도 내가 입고 있는 장비를 10세트 씩 장만하고도 남을 것이다.
나의 10년은 도대체......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로스
F랭크 모험가 세로스
머리:없음
몸(상하)적색 경갑 기사 정복
[제구형 아티펙트:물리적인 충격과 마법적 충격을 모두 막는 강력한 방어마법이 복합적으로 담겨있다. 또한 방화, 방한의 주문 또한 걸려있으며 착용자의 기의 흐름을 조정해주는 신체 활성의 주문또한 걸려있다. 추정랭크A++]
어깨:켈러메트 금속 어깨장식
[제구형 아티펙트:마법으로 형태와 부피를 조절할 수 있다, 부러진 검을 이어붙이거나 날카롭게 뻗어서 공격 또는 넓게 펼쳐 방어에도 쓸 수 있다. 추정랭크:A-]
팔
1.카갈흑철 장갑
[제구형 아티펙트:악력과 완력을 올려주는 강화 마법과 팔이 부러지거나 부상을 입었을 때는 팔과 손의 움직임을 보조해주는 마법이 걸려있다 추정랭크:A+]
2.데본 할로의 황금 링-11형-
[제구형 아티펙트:완력을 올려주고 손에 잡은 물건에서 오는 충격을 분산시켜주는 마법이 걸려있다 추정랭크:A-]
다리:그리폰 가죽 부츠
[제구형 아티펙트:발 밑이 위태로운 곳이나 미끄러운 곳에서 잘 자세를 유지시켜주는 마법과 자신이 있는 장소를 연동시킨 지도에 표시해주는 마법이 걸려있다 추정랭크:A+]
무장:
1.성은합금 롱소드
[제구형 아티펙트:들고 있는 자의 신체적 능력을 올려주고 감각을 활성화 시켜주는 강화 마법과 파마의 마법이 걸려있다 추정랭크:A+]
2.성은합금 단도
[제구형 아티펙트:들고 있는 자의 감각을 활성화 시켜주는 강화 마법과 파마의 마법이 걸려있다 추정랭크:A]
이쪽도 말도안되는 물건들로 도배한 건 마찬가지다.
주종이 쌍으로 사람한테 자괴감을 느끼게 하는 녀석들이다.
“그것보다...너희들 진짜 그런 장비를 걸치고 F랭크 던전에 갈 생각이냐...”
내가 앞 길이 막막하다는 얼굴로 그렇게 물었다.
“그렇다만? 뭔가 문제라도?”
“아니 문제인 건 아닌데...”
문제다. 법적인 문제도 윤리적인 문제도 아닌 체면의 문제다.
당연한 예기지만 갓 모험을 시작한 신출내기 모험가들이 모여드는 곳이 F랭크 던전이다, 당연히 그런 신출내기들이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고 있을 리가 없다.
대부분이 싸구려 가죽 장비나 깡통같은 갑옷이나 그냥 천 로브를 걸치고 오는게 보통이다.
물론 그렇다고 상위 랭크의 모험가가 절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새롭게 파티에 신참내기 모험가를 받아들인 상위 랭크 모험가들이 그들의 뒷바라지를 해주기 위해 뒤를 따라오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저 도를 넘은 초고급 장비를 두른 티레사와 세로스도 어찌 어찌 허용범위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저들의 등급이 F등급이고 자신들이 F등급임을 나타내는 월계수 가지 엠블럼을 달고 있다는 것이다.
모험가 길드의 제도 중 초보 모험가들을 한 눈에 판별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월계수 가지 엠블럼이란 게 있다.
이 엠블럼은 당사자가 D랭크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때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다.
이 경우에는 원래라면 신참을 도와주기 위한 제도이지만 저 둘이 두른 초고급 장비들과 합쳐지면...
‘저는 애송이 모험가지만 장비만은 초고급입니다~!’
하고 광고하는 꼴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이 둘만 그렇게 돌아다니면 그냥 돈 많고 꿈 많은 얼간이들 정도로만 여기고 끝나겠지만 여기에 내가 추가되면 그림이 참 이상해진다.
초고급 장비로 무장한 세상물정 모르는 부잣집 아가씨 두 명과 딱 B급 정도로 보이는 장비의 남자.
초보자의 표식을 가졌는데 장비만은 A급 이상인 아가씨 두 명과 초보자 표식이 없는데 그들보다 못한 장비의 모험가...
돈 많은 아가씨들의 모험가 놀이에 고액을 받고 딸려온 ‘보모’ 취급을 받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당장 이렇게 생각하는 나도 가끔 보이는 보모노릇 하는 모험가들을 보면서 ‘에잉~쯧쯧쯧 사지 멀쩡한 젊은이가 왜 저러고 있나’ 라고 가끔 꼰대처럼 혀를 차곤 했는데 그 취급 지금 내가 당하게 생겼다.
“으으으...머리가 아플려 하는군...”
“무슨 소리하는 거냐, 빨리 가자 간다고 했던 F랭크 던전이 야생의 평원 맞지?”
“맞습니다 아가씨! 과연 뛰어난 기억력이십니다.”
그런 내 생각도 모르고 저 둘은 첫 던전행의 기대감 때문인지 텐션이 이상하게 높았다.
“하~아, 그래 가자 가...이왕 이렇게 된 거 후딱 헤치우자, 기대하라구, 야생의 평원 전번에 갔던 사자의 미궁이랑 달리 ‘어비스’에 부속된 던전이니까.”
어비스
이 거리의 이름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다중중첩 던전.
수십, 아니 어쩌면 수백을 넘는 던전들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는 이 던전은 아직 이 곳을 이루는 던전의 전체 수와 윤곽조차 제대로 해명되지 않은 불가해의 전인미답의 장소다.
뭐, 이렇게 말하지만 그런 건 어디까지나 심층부터의 얘기고 지금부터 가는 F랭크 던전 야생의 평원은 어비스의 최상부에 존재하는 던전이라 앞의 수식어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곳이다.
어비스는 모험가 길드 북문(후문)을 지나면 금방 나온다, 애초에 이 건물 자체가 어비스의 위치에 맞춰서 지은 것이니 가까운 것은 다연하다.
그렇게 슬슬 길드 건물의 북문으로 향해가던 중.
티레사의 발이 갑자기 멈췄다.
“응? 갑자기 왜 그래?”
발을 멈춘 티레사는 한 쪽 벽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을 따라간 끝에 있는 것은 통로의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커다란 벽화였다.
“이건......무슨 문장이지?”
아홉 마리의 왕관을 쓴 까마귀들이 그려진 그 벽화를 보면서 티레사는 나에게 물어왔다.
“아...이거, 이건 아홉왕관의 까마귀의 문장들이군”
“아홉왕관의 까마귀? 영 불길한 문장이군......”
“글세? 꼭 그렇지만은 않지않아? 까마귀를 불행의 상징으로 여기는 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길조로 여기는 장소도 있잖아.”
“흠~그래서 이 아홉 왕관의 까마귀라는 건 도대체 뭐냐?”
그녀의 질문에 난 잠시 ‘음~’ 하고 신음소리를 흘리고 내가 아는 아홉왕관의 까마귀들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보았다, 어떻게 설명해야 티레사가 이들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생각한 끝에 입을 열었다.
“천년제국...알트리우스는 알지?”
“모를 리가 있나? 과거 대륙 최강 최고의 국가임을 자랑했던 역사상 가장 강대했던 국가의 이름이지 않은가?”
그녀의 설명대로다.
천년제국 알트리우스
시조 살라디안 테스 알트리우스가 1000년도 더 전에 이 땅에 세운 어마어마한 힘을 가졌던 강대국이다.
존재해왔던 1000년 동안 어마어마한 군사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역사를 좌지우지해왔던 국가‘였다.’
왜 ‘였다’ 라고 표현하는 가하면 이제는 이 국가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3년 전 돌연 그들은 나타났다.
‘아홉 왕관의 까마귀’
스스로들을 그렇게 자칭하는 이들이...
그들은 하나하나가 이세계 정점에 도달한 강함을 가지고 있었고 또한 그 연원을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거대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매우 짧은 시간안에 제국을 변경부터 깍아내고 포섭하면서 망가뜨려갔다.
제국의 자랑인 고룡의 기사들을 몰살시키고 청색 거신 부대를 도륙했고 제국 최강의 기사들인 검주들을 쓰러트려갔다.
제국을 분열시키고 그들의 군력을 부수면서 나아간 끝에 그들은 1년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들은 제국의 수도인 카달턴에 이르게 됐다.
인류사에 전해질 거대한 일전, 아홉왕관의 까마귀와 검주들의 정면충돌, 혁명군과 제국군의 대혈전...그리고 그 끝에 승리를 차지한 것은 아홉 왕관의 까마귀였다.
그들은 제국의 혈통을 몰살시키고 거대한 제국의 영토를 사오분열 시켜 새로운 나라들이 세워지게했다.
정말로 거대한 전쟁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짧은 전쟁이기도 했다. 그들은 놀랍도록 철저하게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렇기에 전쟁이 끝나고 고작 2년이 지난 현재 이미 세계의 정세가 안정되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정말...이상한 전쟁이었지...”
설명하는 도중 갑자기 말이 끊기자 티레사는 까치발을 들고 내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뭐냐 갑자기? 이상한 얼굴을 하고는...뭐, 제법 재밌는 이야기군, 흠, 3년 전에 시작된 전쟁이라...”
티레사는 심각하게 고민하는 얼굴로‘음~ 내가 거기 참여했으면 이세계 전생치트로 무쌍찍을 수 있었는데~’ 같은 예와 같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말을 중얼거렸다.
어찌됐든 설명도 끝났겠다 다시 어비스로 향하려다 아직도 벽화의 앞에 못 박힌 듯이 서 있는 세로스를 보게되었다.
“뭐하는 거지?”
그러고 보니 아홉왕관의 까마귀에 대해 설명할 때부터 좀 상태가 이상했던 것 같기도 하다, 원래 말이 없는 녀석이는 했지만 그렇게 길게 말 하는 동안 한 마디도 없을 정도로 과묵한 녀석은 아니었을 텐데...
스릉-
그 때 가만히 서 있던 세로스가 허리춤 으로부터 롱 소드를 뽑았다.
성은합금으로 만들어진 롱 소드는 미려하기 그지 없는 그 몸체를 가감없이 자랑하며 그 자리를 차갑게 위압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주위를 빠르게 돌아보았다.
여기를 지나고 있던 사람들은 나나 티레사와 세로스 만이 아니다,
길드건물에서 어비스로 통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우리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이 통로를 지나고 있었다.
그런 장소에서 세로스의 이 돌발 행동은 눈에 띄기도 엄청나게 띄었고 동시에 매너위반에 엄밀히 따지면 법조차 어기는 행위였다.
최소한 이 통로는 무기를 뽑아도 좋은 장소가 아니었다.
“어,어이 세로스! 어서 그 칼 집어넣...!”
“핫!”
콰직!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세로스의 검이 허공을, 아니.
아홉왕관의 까마귀의 벽화가 새겨진 벽을 갈랐다.
“오, 역시 세로스! 나의 호위기사다운 강함이군!”
티레사는 그저 남일이라는 듯이 세로스의 돌발 행동을 재밌어 하고 있었고...
“이게 뭐하는짓이야!!!!!!!”
...나는 이 돌발행동에 그저 절규할 수밖에 없었다.
네이버 챌린지 리그에서도 연재중입니다
시간나면 한 번 둘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