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를 이어온 황금의 도시가 있었다.
곡물은 무겁게 고개를 숙이고, 시민들은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하지만 그런 도시에도 근심이 있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도시의 군주인 왕이었다.
성군이라 불리던 왕에겐 하나뿐인 공주가 있었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그 아이는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의 하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왕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이웃나라에선 수많은 왕자들이 청혼을 해왔다.
공주가 성인이 되던 날, 공주는 영원한 잠에 빠져버렸다.
왕성에서 이름있던 의사들과 이웃 나라의 명의들도 이를 고치지 못했다.
10년이 지났다. 왕은 근심으로 큰 병을 얻었고, 도시에는 공주가 이미 죽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왕은 고통속에 살며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공주를 구하지 못하는 자신이 싫었다. 치료법을 찾지 못한 대신들이 싫었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국민들이 싫었다.
그렇게 고통이 쌓였다. 증오가 쌓였다. 분노가 쌓였다. 세상에 모든것이 싫어졌다.
11년이 되던 그 날 악마가 왕을 찾아왔다.
"오랜 옛날 너의 조상이던 왕은 나에게 딸을 받치고 도시의 풍요를 보장받았다. 나는 풍요를 주었지만, 너의 조상은 딸을 다른 왕국으로 시집보내었다."
왕은 허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의 조상이 범한 잘못에 대한 벌을 주고자 나는 너의 공주를 11년동안 잠재었다. 이에 너에게 선택을 할수있는 기회를 주겠다."
왕은 그제서야 악마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너의 딸을 나에게 받치고 풍요를 유지하겠느냐? 아니면 풍요를 포기하고 딸을 얻겠느냐?"
왕은 그 말을 듣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악마여, 나는 풍요를 포기하겠다."
악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뿌린 풍요를 걷어가겠다. 공주는 지금으로부터 1년 후에 잠에서 깰 것이다.
악마는 그렇게 사라졌다.
왕은 기다렸다. 그사이 도시는 황패해져갔다. 병충해가 돌아 수확량은 반토막도 안되었다. 교역을 나간 장사꾼들은 빈번히 재난을 겪었다.
1년이 되던 그날 공주는 깨어났다. 왕은 기뻐했다. 국민들은 놀라워했다.
공주는 11년을 잤지만, 11년 전 모습 그대로였다. 소문이 돌았다.
공주는 마녀이다, 11년 동안이나 나이를 먹지 않았다. 병충해와 재난은 모두 공주의 탓이다.
왕은 다시 한번 근심이 가득했다. 이웃나라에서도 공주와의 청혼을 취소했다.
왕은 마음속으로 악마를 찾았다. 그러자 악마가 다시한번 왕을 찾아왔다.
"악마여, 우리 공주의 나쁜 소문을 없애고싶다."
악마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그 소원을 이뤄주면 무엇을 나에게 주겠느냐?"
왕은 생각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이 나라의 모든 금을 주마."
악마는 승낙했다.
다음날 공주가 마녀라는 소문은 사라졌다. 도시를 뒤덮은 금 또한 사라졌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하나둘 도시를 떠났다.
공주는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언젠까지 자신의 곁에 있을순 없었다.
공주와 결혼할 이웃나라의 왕자를 찾았다. 왕은 다시한번 악마를 불렀다.
"악마여, 나의 공주를 이웃나라의 왕자랑 결혼시켜주게."
악마는 다시한번 대가를 요구했다.
왕은 자신의 크나큰 도시를 받쳤다.
다음날 공주는 이웃나라의 왕자의 청혼을 받아 도시를 떠났다.
하지만 도시에 남은 것이라곤 성 하나 뿐이었다.
황폐해진 도시를 두고 국민들과 신하들은 모두 떠나버렸다.
왕은 신경쓰지 않았다. 오직 공주만이 중요했다.
어느날 공주의 아버지는 아무것도 없는 왕이란 소문이 돌았다.
왕은 두번 생각치 않고 악마를 불렀다.
"악마여, 이 소문을 없애주게."
악마는 대가를 요구했다.
"나의 이 성을 주겠다."
악마는 성만으론 대가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왕은 생각했다.
"그럼... 이 늙어빠진 왕의 영혼을 바치겠다."
악마는 미소를 지었다.
다음날 성은 먼지처럼 사라졌다. 오직 왕의 옷과 왕관만이 남았다.
그 후 공주는 이웃나라의 왕자와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유일하게 그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사라졌다.
그녀가 아버지를 생각할때마다 눈물을 흘렀다. 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공주는 평생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왕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어느날 그녀의 앞에 악마가 나타났다.
악마는 공주에게 왕의 대한 기억을 약속했다.
공주는 악마가 거래를 했다.
악마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