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아타르크 평원에 홀로 남았던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피비린내 나는 막사 안에서 신음소리가 끊기지 않는다.
서로의 상처를 큰소리로 저주하며 죽음을 기다릴 뿐이다.
아타르크 평원에서 맡을 수 있는 것은 피비린내 뿐, 볼 수 있는 것은 신선한 피떡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들을 수 있는 것은 남정네들의 신음, 느낄 수 있는 것은 죽음의 뜨겁고도 차가운 온도이다.
제국의 서 쪽에 위치한 아타르크 평야에 썩어가는 살점과 신선한 피가 들끓는다.
병사라는 것은 제국에게 있어서 그저 거대한 논에 펼쳐진 벼와 같다.
한번의 낫질에, 수 천의 쌀알이.
제국 중앙을 제외한 모든 곳이 그들의 논과 밭이였다.
루닌 왕조가 중앙에 집권한 지 178년이 되는 해였다.
여느 중앙에 집권하는 왕조가 그러하듯이, 무리한 확장 정책을 펼치기로 계획한다.
에이드리오 루닌, 아니 루닌 4세가 선포했다. 서쪽을 쳐라.
왕이 서방을 원하신다. 그리하도록 해라.
우좌정이 명했다.
우좌정이 말 하신다. 왕이 서쪽을 원하신다고.
나라 곳곳의 장군들이 소리친다.
그리고 그곳에 영광이 있을 것이라.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쓴 종교인들이 덧붙인다.
나라에서 사내란 사내는 하나같이 끌려간다.
군대의 보급을 담당하는 자들은 남자들의 손에 적당한, 사실은 무기라고 하기도 부끄러운, 것들을 쥐어준다. 성직자들은 그들의 머리와 무기를 만지며 그들을 축복한다.
성직자들은 그들을 신의 전사라 칭한다.
아무 쓸모없는 소리.
제국이 그들을 필요로 한다고. 왕이 필요로 한다고. 신 또한 그러하다고.
이것 또한 아무 쓸모가 없다.
정작 그들이 필요한 곳,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부터 그들은 멀어져 간다.
터벅터벅. 발소리가 메아리친다. 언덕 너머로 멀어지는 그 소리는 제국군의 행군 소리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하고 우울하다.
그 날, 제국의 언덕이란 언덕이 하나같이 아낙네 눈물로 적셔졌다.
무의미한 발걸음들, 제국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들이, 제국의 서쪽 국경을 향한다.
제국의 아들들의 발걸음이 그리 크지 않다.
우리는 어디를. 우리는 무엇을. 우리는 왜?
이러한 물음은 풍향계가 바람에게 왜 서쪽으로 가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
물음에 대해서, 머리에 한 껏 깃을 올린 귀족출신 장교나부랭이가 마지못해 대답해준다.
“서쪽 땅에 저주 받은 자들을 처리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 주인을 기다리는 부가 있다.”
강제 징집된 병사들이지만 돈 얘기에 환호한다.
인간은 단순하다.
아벤투르코가 그렇게 말했었다.
그래. 아주 예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