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종착점.
정상적인 삶의 마침표를 찍거나
혹은, 타의건 자의건을 떠나 삶의 마침표를 찍을 수 밖에 없었을 때
그런 당신에게.
하루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당신은.
어떤 새로운 마침표를 찍으실건가요.
A period
1.
적당한 학교를 나와 적당한 직장을 다니다,
그러다 적당한 남편을 만나,
그렇게 적당한 대한민국, 평범한 주부로서 삶을 살았던, 이선화씨의 이야기입니다.
이선화씨,
아니 선화씨로 이야기할께요. 귀찮거든요. 성까지 이야기하기에는.
암튼.
선화씨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어요.
오직 선화씨를 바라보며 충실하게 남편으로서의 몫을 다 하고 있는 남편,
적당한 학벌에 적당한 성격, 그리고 적당하고 시가를 모시는데 만족하고 있는 시댁.
그리고 언제나 선화씨의 아군인 처가.
단 하나의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까지는 모든 것이 평온하고 만족스러웠던, 그런 삶이었어요.
5년이 지나고
6년이 지나고
7년이 지나고......
그럼에도 소식이 없었던 둘만의 아기.
..... 무엇이 문제일까.
무엇이 행복의 방점인 아기를 .... 잉태하는데 그토록 방해했을까.
알 수 없었죠.
당신도 문제가 아니었고, 나도 전혀 문제가 없었고.
시댁의 압박이 점차.... 거세지기 시작했어요.
처가........... 할 말이 없었죠.
뭔 말을 하겠어요.
대한민국은 그런걸요.
선화씨가 죄인이 된거죠.
그러던 어느날.
선화씨는 몸의 변화가 생긴 걸 알아차리게 됐죠.
그토록 바랬던. 바로 그.
하지만 인생이란 것은, 그렇게 쉽게만 굴러가지 않는게 안타까울 뿐이죠.
그토록 조심하고 조심했건만.
8개월이 됐을 떄,
아기가 몹시도 나오고 싶다고, 나오고 싶다고,
어미의 문을 그토록 두들겼거든요.
".................. 여보 ..... 나 죽을 것 같아'
몹시도 놀란 남편은, 거대한 프로젝트 체결을 눈앞에 두고도
아내를 위해 바로 곁을 지켜줬었죠.
"부인분께서 노산이신 만큼, ....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의사의 ... 어찌보면 당연할 그 말도 남편에게는 들리지 않았을거에요.
역시나,
쉽지 않은 세상이죠.
................................
"안되겠어. 최소한 산모라도 지켜야할 것 같아. 간호사 어서 빨리 동의를 얻어와"
참 힘든 세상이에요. 남들은 다 쉽게 쑴풍씀풍 낳아서 자랑하던 그 아이를 갖기 위해 이선화씨는.
목숨까지 걸어야 할 상황이니까 말이죠.
.....
아 안돼요.
나보단 아기를 제발......
그러면 아.......
그러던 상황에서 선화씨는 무언가를 느낀거죠.
무언가를.
....
"All my possessions for a moment of time"
라고 속삭이던 소녀의 목소리를 말이죠.
네 소녀였어요.
검은 긴 생머리,
검은 레인코트에....
검은 레인부츠를 신은.
모든 것이 검었던,
그러나 피부만큼은 너무나도 하앴던 소녀였어요.
그 보색때문에.... 한번 보았지만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차림의 소녀였어요.
잠깐,
수술실에. 왜 이런 복장의 소녀가 있었지?
라고 짧게 생각했지만 너무나 심한 격통에 금세 그런 의문은 머리 속에서 사라졌어요.
"All my possessions for a moment of time"
그 소녀가 제 귀에....... 이런 말을 속삭였어요.
그래서 전 깨달았죠.
내 상태가 이런 환각이 보일 정도로 경각에 달했다고.
너무나 심한 고통에, 예전 감명깊게 봤었던 영화의 한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고.
하지만 저 영어는 무슨 말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어요
'한순간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엘리자베스 1세의 유명한 유언이었죠.
이런걸 주마등이라 할까요.
내가 죽을 것같아 미칠것 같은 이런 상황에, 저런 말들이 기억이 나니 말이죠.
하지만.... 그런 낭만적인 생각으로 만족하기엔 제 상황은 경각에 달했던거죠.
"제발 살려주세요. 뭘 내놓으라는건진 모르겠지만............... 제발 제 아기도, 저도.... 제발.... 부탁드려요"
그러자 살짝 미소를 지은걸 보았어요. 그 소녀는
제 악으로 꽉 찬 외침을 듣곤....
무엇이 만족스러웠을까.
뭐지.
... 내 말을 들었던거야.
소녀가 다시금 속삭였어요.
"Then do not Squander time. 부디 소중하게 여기길."
소녀는 짧게 속삭였고
전 그 말을 들은 후 정신을 잃었어요.
그리고
"다행이에요. 건강한 왕자님이세요"
라는 간호사분의 외침에 전 짧은 꿈에서 깨게 되었어요.
제 힘겨웠던 출산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였어요.
.... 환각속에서 나타났던 그 소녀는 누구였을까.
분명 아까 전은 영화 속 한 장면이라 생각했지만
저런 차림의 소녀는 본 적이 없었던걸요.
드라마, 영화, .... 어디에서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