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영 만화 시나리오
(배경, 주민센터)
[주민센터 시계가 6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나레이션(지영) : 주민센터에서 근무한지 이제 3개월 째,
[지영이 기지개를 쫙 켠다.] 나레이션 :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동사무소 사람들 장면] 사람1: 지영씨, 점심에 말했던 거 부탁해. 지영: (미소 지으며) 네.
[지영, 재활용 그물망을 받는다] 나레이션 : 주민센터는 의외로 잔업이 많아요.
(배경, 밖의 한적한 거리. 어두컴컴하다. 그물망 더미를 가득 든 지영이 홀로 걷고 있다.)
나레이션 : 오늘의 야간 업무는 배달 대행업체에서 전하지 못한 재활용 쓰레기 그물망을 전달해 주는 것.
[지영이 허름한 집 대문 앞에서 집 주인(할아버지)에게 쓰레기 그물망을 전달하며]
나레이션 : 잔업이 많아서 피곤할 때도 있지만
지영: 앞으로 재활용 쓰레기를 여기에 담아서 배출하세요.
집주인: (인상을 구기며) 왜??
지영: (겸연쩍게 미소 짓는다) 그게....
나레이션: 보람 있는 일이라서 즐거워요.
[지영 홀로 걷는다. 그물망 하나만 남아 있다.]
지영: 이제 하나 남았네.
[지영 미소 짓는다.]
[허름한 외딴집. 언덕에 있다. 지영의 할머니가 창고에 폐지를 쌓고 있다]
그 모습을 본 지영: (!!) 아, 또 주워오셨네.
[할머니, 지영을 발견하고 미소 짓는다.]
나레이션: 부모님을 일찍 여인 저를 할머니께서 지금까지 키워주셨어요.
지영: (불만) 할머니! 이제 이런 거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할머니: (미소) 이제 오는 거야? 좀 늦었네.
나레이션: 할머니는 저에게 엄마와 아빠 같은 사람입니다.
지영 : 누가 보면 제가 할머니에게 함부로 대하는 줄 알겠어요….
할머니 : 엥? 어떤 놈이?
지영 : 아뇨, 누가 그랬다는 게 아니고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고요.
할머니 : 아~ 그렇다구.
[지영, 할머니를 도와서 폐지를 차곡차곡 쌓아둔다. 고양이 한 마리, 근처에 있음.]
할머니: 냅둬라. 나도 운동이나 할 겸 쉬엄쉬엄 한다니까.
지영: (씁쓸) 심장도 안 좋으시면서.
할머니: 됐다. 이제 아롱이 밥이나 좀 챙겨주고.
[고양이 한 마리가 보인다.]
지영: 네.
[할머니는 없음. 지영이가 고양이 사료 그릇에 사료를 넣어준다.]
나레이션 : 아롱이는 할머니가 폐지를 주울 때, 우연히 만난 아이에요.
지영: (미소) 배고팠쪄~?
[고양이 밥 먹는 모습 OR 아이들이 고양이에게 쓰레기를 던지며 괴롭히는 모습]
나레이션 : 동네 아이들이 괴롭히던 걸, 할머니께서 도와주었더니 그 날부터 졸졸 따라다녔다고 해요.
지영: (미소) 잘 먹네~!
고양이 : 야옹!
[폐지가 적당히 모인 카트(작은 거)를 끌고 가는 할머니 옆에 고양이가 따라다님]
나레이션: 지금은 절 대신해서 할머니를 지켜주고 있는 훌륭한 보디가드랍니다.
[집 안, 조촐한 밥상에서 지영과 할머니가 밥을 먹는다]
할머니, 재활용 그물망을 발견한다.
할머니: 그건 뭐냐?
지영: 아, 맞다. 내일부터 재활용품을 여기에 배출하세요. 일몰시간 후부터 21시 전까지.
할머니: ......왜?
지영: (겸연쩍게 미소 지으며) 시에서 그렇게 하라고 해서요.
할머니: 종이도 여기에 담는 겨?
지영: 아뇨, 병류, 플라스틱류, 캔류만요.
할머니: 그거 좋네. 쓰레기봉투도 절약되고.
지영: 그렇죠?
할머니 : 내일 출근할 때, 걸어두고 나가. 잊지 말구. 시에서 하자는 건 해야지.
지영: (미소) 네.
나레이션 : 우리 할머니는 고양이와 질서를 사랑합니다. 저도 그런 할머니를 사랑해요.
[지영이 문 밖에서 고양이와 놀고 있다. 할머니는 그 뒤에서 흐뭇하게 미소 짓는다]
나레이션 : 할머니와 아롱이는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할머니 미소, 지영 미소]
나레이션 : 언제까지나 이렇게 셋이서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영 출근 길]
고양이 울음소리: (화면 밖) 꺄아아아아옹!!
지영 : ??
[아이들이(가방 메고 있음) 골목 구석진 곳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던지며 고양이를 괴롭히고 있다. (고양이를 포위한 모양) 소주병 던짐]
지영: (버럭) 야!!!!
[놀란 아이들, 도망가는데 지영이 한 명을 잡는다]
아이: 놔요! (고양이도 도망감)
지영: 누가 고양이 괴롭히래? 응? 불쌍하지도 않아?
아이: 엄마가 고양이 나쁘다고 했어요!! 쓰레기 뒤져서 막 파헤쳐놓고 밤 되면 시끄럽고!
지영: 그렇다고 고양이를 괴롭히면 어떡해??
아이: 우이씨!! (잡고 있던 소주병으로 지영을 친다)
지영: (맞아서 빡침) 이게!!
(지영이 아이의 머리를 콩 쥐어박는다.)
아이: (운다) 으아앙
지영: 여기 어지른 거 너희들 짓이지? 어서 치워.
아이: 놔요! 하면 되잖아요!
[지영, 아이를 놔준다. 그리고 쓰레기들을 치우는 척 한다. 굴러다니는 종이 쪼가리를 재활용 수거 그물에 넣으려고 하자, 지영이 말린다.]
지영: 재활용은 똑바로 해야지. 여기엔 병, 캔, 플라스틱만 넣는 거야.
[지영이 손수 시범을 보여주려고 하자, 아이가 냅다 도망가 버림]
아이: [도망가다가 뒤 돌아 서며] 고양이는 나빠! 전부 다 죽어야 돼!!!
지영: 어머머머.... 요즘 애들은 참.
[지영 홀로 남아버림. 주변은 난장판]
지영: (한숨) 에휴.
(이 장면 삭제해도 돼요)
[지영 주민센터에서 거듭 인사하며 사과하는 모습]
나레이션: 오늘은 지각을 해버렸습니다.
남자: 공무원이란 작자가 지각이나 하고 엉? 뭣 때문에 늦은 건데?
지영: 그게.... 재활용 쓰레기를 치우다가
남자: (버럭) 그걸 변명이라고 해?!
지영: (>_<)(땀 뻘뻘) 죄송합니다!!!
(삭제 하면 안돼요)
[할머니, 아롱이와 함께 폐지 카트를 끌며 이동하는 모습]
[할머니, 갑자기 가슴을 쥐며 인상을 찡그린다]
아롱이: (할머니를 쳐다보며) 냐옹!
할머니: 오늘은 일찍 좀 들어가서 쉬어야겠다. 가슴이 먹먹한 게….
[할머니 집의 안방까지 도착.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다. 숨도 가쁘게 내쉼]
[할머니, 표정을 찡그리며 전화기를 든다.]
할머니: 거기 119죠?
(삭제 하셔도 돼요)
[119 구급차 도착. 할머니가 실려 나온다. 할머니가 대문 앞에 버려두다시피 한 폐종이 위에서 아롱이가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서서 묵묵히 할머니가 실려 나가는 모습을 봄]
(삭제 하시면 안 돼요)
[주민센터에서 퇴근하는 지영]
지영: 휴, 오늘은 유독 바빴네.
[휴대폰을 확인한다. 부재중 전화 19통]
지영: 뭐지??
[전화한다]
지영: 여보세요??
[묵묵히 수화기를 들고 있다가 지영의 표정이 사색이 된다. 그리고 휴대폰을 떨어뜨림]
[지영, 장례식장에 있다.]
나레이션: 처음에는 그저 당황스러웠어요.
[할머니의 영정사진이 보임]
나레이션: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좀처럼 실감나지 않았어요.
[조문객과 인사 나눔]
나레이션: 그래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영, 일반복 차림으로 집 가는 길의 언덕을 오름. 무언가 가득 담긴 봉투를 들고 있음]
나레이션: 장례식이 끝나고 어릴 적 할머니와 함께 걸었던 길을 걸으면서
[지영, 눈물을 흘림]
나레이션: 갑자기 슬퍼지기 시작했어요.
[지영, 할머니, 고양이와 함께 있는 모습이 보임]
나레이션: 언제까지나 함께 할 줄 알았는데….
지영: 이제 아롱이 밖에 남지 않았네.
[지영, 집 앞에 도착. 대문에 걸어 둔, 재활용 쓰레기 그물망이 차 있다]
지영: 쓰레기가 들어 있네??
[지영, 걸어가서 그것을 확인. 그리고 눈을 홉뜨며 멘붕한 표정을 짓는다. 들고 있던 봉투를 떨어뜨리자, 고양이 간식용 캔이 굴러나온다.]
지영: [멘붕 하며 절규] 아롱아아아아아!!!
[재활용 쓰레기 그물망에 아롱이와 재활용 쓰레기들이 들어 있다.]
지영: [절규하며] 왜에!! 왜에!!!!!!!!! 누가 이런 거야!!!!!!!!!!!!
지영: [무언가 떠오른 듯] 아.
[과거 회상, 아이: 고양이는 나빠! 전부 다 죽어야 돼!!!]
[과거 회상, 지영: 재활용은 똑바로 해야지. 여기엔 병, 캔, 플라스틱만 넣는 거야.]
[지영, 입에 미소를 띔]
[밤 거리, 아이가 고양이를 괴롭히고 있음 (성남시 고양이 까메오로 등장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오들오들 떠는 고양이에게 소주 병을 집어 던지려고 하는 아이 뒤에 어두운 그림자가 깔림.]
[아이, 뒤를 돌아봄]
[지영, 재활용 쓰레기 그물망을 들고 있음. 눈은 죽어 있음. 그물망 아래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상태]
지영: (섬뜩하게 눈 뜨고) 시체는 재활용이 되지 않아...
아이: (기겁하며 놀람) 히익....
지영: 다시 살아 돌아올 수가 없으니까......
[지영, 쓱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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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유게이님의 요청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