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각6시.
새벽녘이 세상을 비춘다.
그 새벽녘의 빛을 받으며 히토라는 더욱 빛을발했다.
본래 이 세계에 있어서는 안 될, 성스러운데도 등골을 얼어붙게 하는 것 같은 빛의 날개.
태양과도 같은 찬란한 빛을 내뿜던 거대한 날개는 어느 샌가 작아져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히토라의 힘은 더욱 강해졌다.
마치 끓어 넘치는 마그마처럼.
강렬하고 격렬하게.
동시에 빛났다.
히토라의 영혼으로부터 내뿜어지는 [신령력]의 빛이, 눈부실정도로.
그를 노려보는 타츠야의 눈을 태울 정도로.
그 빛은 광채를 뿜어내면서도 맑디맑은 투명색이었다.
그것은 순수한 선망.
의도도 타산도 없으며, 때 묻지도, 더럽혀지지도 않은, 히토라의순연한 의지 그 자체였다.
강렬한 섬광을 내뿜는 히토라를 앞에 두고, 타츠야는단지 바닥에서 꼴사납게 꿈틀거리고 있었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미유키를 잃은 지금의 그는, 비유하자면역린을 잃어버린 용.
지금의 그의 내부에는 이성이 존재하지 말아야 했다.
일찍이 시바 마야와 시바 미야가 그렇게 조작해둔 것처럼,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은 흉포한 파괴충동만이 전부여야 한다.
그래야 할 터였다.
그러나 지금, 파괴충동만이 전부일터인 그의 마음에, 이성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이성 안에는 [공포]라는 감정이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타츠야는 히토라로부터 뭔가를 느꼈다.
가까이 접근한 지금이기에 알 수 있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 나오는, 현대의 상식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을.
너무나도 거대한 ‘무언가’가 세상 자체를 뒤엎고있었다.
그리고 그 ‘무언가’에 타츠야는 압도되어 버렸다.
이론이나 상식 같은 것은 일체 없었다.
단지 저 빛나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이미 전율과 떨림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죄 많은 자가 성스러운 존재를 접했을때만 일어나는, 통회(痛悔)와자책의 떨림.
그것은 이 세상의 모든 인간에게 각인된, ‘임프린팅(Imprinting)’.
나쁜 짓을 저지른 아이가 분노한 부모에게 혼날때처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두려움.
아무리 개조되었다 하더라고, 아무리 정신구조를 뜯어고쳤다 하더라도, 그 떨림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인간인 이상,생물인 이상.
그렇기 때문에 지금, 타츠야는 떨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느껴지는 에너지의 단위가 너무 달랐다.
양적으로도,질적으로도.
마치 이 주위를 뒤덮고 있는 것 같았다.
지나치게 강렬한데도 윤곽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거기다가 이 느낌,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가장 경악해야 할 점은 그것이었다.
세상을 흔들고, 도쿄를 단숨에 황폐하게 만들었으며, 일본이 자랑하는 전략 마법사를걸레로 만들었음에도, 더욱 커져갔다.
마치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주장하듯이.
분명히 이건 좋지 않았다.
그러나,
타츠야는 입 속으로 짧은 말을 중얼거렸다.
—미유키.
여동생의 이름이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웠고, 자신의 전부였던 여동생의 이름.
그것만으로도 타츠야의 몸을 들볶던 아픔이 얼마쯤가셨다.
히토라의 정체마저 알 수 없다는 공포도 누그러졌다.
생각에 냉정함이 돌아온다.
놀라서 흔들리던 마음에 심지가 생긴다.
그러니 이길 수 있다고 타츠야는 입가의 피를닦으며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타츠야의 다리는 지면을 박찼다.
일어나 재기했다.
자신의 의지로 앞을 향해 나왔다.
자신이 이기리라고, 승리하리라고 단정했으며 그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타츠야는 잠깐 한숨을 쉬더니, 이내 다시 CAD를 겨냥했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바로 그때,
콰앙! 하는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땅이 흔들렸다.
그리고 상공으로부터 반경 2미터가 넘는 마법진이 나타났다.
「~~~!」
마법진이 나타나자 히토라는 뭔가 인간의 머리로는이해할 수 없는 '뭔가'를 노래했다.
그 순간, 마법진이갑자기 빛나며 폭발하기 시작했다.
고압전류의 폭발이 마법진 중심에서 일어났고사방팔방으로 번개가 튀었다.
다만 그것은 창백한 불꽃이 아니라 시커먼 번개같은 것이었다.
그 다음에 일어난 것.
그것은 너무나도 비과학적인 현상이었다.
콰앙! 하고마법진의 중심으로 시커먼 ‘무언가’가 사방팔방으로 뿜어져 나오며 하늘로 사라졌다.
칠흑의 균열 틈으로 시커먼 ‘무언가’가 얼마간흘러나오자 마법진은 사라졌다.
그리고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무엇을 꾸몄는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실패한 모양이군.」
타츠야는 무심코 실소를 흘릴 것만 같았다.
뭔지 잘 모르지만 히토라는 무언가를 하려다 어떠한이유로 실패한 모양이었다.
히토라가 ‘실패’했다라는 생각에 타츠야는 웃음을 지었다.
「결국 이것이 현실인 것이다.
아무리 너희들 테러리스트가 버둥대도 너희가원하는 것은 절대 얻을 수 없다.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취급 받는 곳은 절대없다.
너는 그저 죄를 짓은 어리석은—」
그때, 타츠야는갑자기 말을 잃었다.
타츠야 바로 위에서 빛이 내리쬐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히토라의 몸에서 뿜어나오는 순백의 빛과는다른, 검붉은 빛이었다.
이에 뭔가 이상함을 느낀 타츠야는 시선을 위로향했다.
그리고,
「아……!」
빛의 정체를 알게 된 타츠야는 한 순간 침묵하더니, 이내 다시 공포에 질려 비명을 내지르고, 풀썩!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타츠야는 떨고 있었다.
떨고 있었고,떨고 있었고, 정말로 떨고 있었다.
상공에서 타츠야가 발견한 것.
그것은 달과 같은 사이즈의 검붉은 구체였다.
그 검붉은 구체는 파치칙! 소리를 내며 대기권에서 떠다니고 있었다.
87만도를 넘는 초온을 내뿜고 있었다.
모든 자연의 법칙을 역행하는 강렬한 소멸의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감마 레이(봉신 87식 열광유성난무)
[신령력]의에너지를 단숨에 농축시킨 [신령력]의 덩어리.
색이 검붉은 것은 히토라의 마음속에서 아직도불타고 있는 분노의 영향 때문이었다.
구약 성서에 나오는, 세나케리브왕의 군대 18만 5천명을단숨에 소멸시켰다는 신의 번개.
그 위력은 단지 물질만 소실시키는 타츠야의궁극의 분해 마법, [질량폭산(質量暴散)(마테리얼 버스트)]와는 달리, 물질과 영혼, 그리고정신 세가지 모두를 완전 소멸시켜 이승에도 저승에도 존재하는 않게 만들 것이다.
타츠야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일어섰다.
그때, 쿵! 하고 구체로부터 무수한 빛의 기둥이 덮쳐왔다.
비유를 하자면 직경 50센치미터 정도의 레이저 빔에 가까운 빛의 기둥이었다.
히토라의 악의 그 자체인 검붉은 빛이 덮쳐온순간, 타츠야는 CAD의 방아쇠를 당겼다.
순간, 콰아앙! 하고 강철과 강철이 격돌하는 듯한 굉음이 울렸다.
그러나, 사라지지않았다.
만물을 분해해버리는 타츠야의 마법이 통하지않았다.
[신령력]의에너지 덩어리로부터 발사된 무수한 빛의 줄기는 타츠야의 마법을 조금의 영향도 받지 않고 그대로 타츠야의 몸을 꿰뚫었다.
강렬한 빛의 화살은 일말의 자비 없이 타츠야의육체를, 영혼을, 정신을 소멸시켰다.
조금씩, 아주조금씩.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무수한 빛을 맞으며 타츠야는 비명을 질렀다.
그가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은 죽음 이상의 고통이었다.
그 격통은 절대로 어떠한 말로도 표현할 수없을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육체(물질)의 소멸만으로도 격통을 느끼고 괴로워한다.
하지만 [신령력]의 에너지에 의해 그는 지금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 정신까지 소멸되고있었다.
육체와 함께 영혼과 정신이 소멸된다는 것은보통 사람이라면 순식간에 소금기둥이 되어 부서질 정도의 격통이 엄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격통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존재 자체가 완전히 소멸될 때까지 끝없이 계속될뿐이다.
공격이 시작한지 1분 정도가 지났다.
빛의 줄기가 발사 될 때마다 검붉은 구체는작아지더니 이윽고 사라졌다.
빛의 줄기가 쏟아진 곳에 흙먼지가 피어 올랐다.
그리고 그 흙먼지 중심에 타츠야가 있었다.
타츠야의 몸에는 무수한, 크고 작은 구멍들이 가득했다.
위험한 상태인건 누가 봐도 명백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재성(再成)]은 발동하지 않았다.
에이도스의 변경이력을 거슬러올라, 상처를 입기 직전의 정보체(에이도스)를 복원해, 복사한다.
복사한 정보체를 마법식으로서, 에이도스에 덧붙힌다.
부상 입은 상태를 기록하고 있는 정보체를, 부상을 입기 전의 정보체로 덧쓴다.
사상에는 정보체가 따르고 정보가 사상을 개변한다.
마법의 기본원리에 따른, 부상을 입은 육체의 상태개변이 시작된다.
부상을 입지 않았던 상태로, 복원한다.
부상을 치료하는 것이 아닌, 부상을 입었던 사실을 없었던 일로 한다.
그것이 그의 선천적인 마법, [재성(再成)].
그러나, 그의육체는 전혀 재생되지 않았다.
여전히 손상된 체, 상처 입은 체 있을 뿐이었다.
왜?
이미 완전히 소멸되었기 때문이었다.
타츠야의 마법, 재생은 24시간 내의 물질을 분자 레벨에서 복원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온전한 정보체(에이도스)가 손상을 입었을 때뿐이다.
복원하려는 물질에 선천적인 손상이 있다면 그부분은 재생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타츠야의 마법, [재성(再成)]은 발동하지 않는다.
[신령력]에의한 공격에 의해 타츠야의 물질, 영혼, 정신은 소멸되었고, 온전한 정보체(에이도스)에서불온전한 온전한 정보체(에이도스)로 변질되었다.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된 물질의, 영혼의, 정신의 정보를 다시 메워 온전한 상태로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없어진 것은 인과율(因果律) 자체에서소실되었기 때문에 다시 채울 순 없는 것이었다.
「크아아아…… 아아악…….」
멈춰 버린듯한 시간 속에서 타츠야는 바닥에서버둥거렸다.
이제 더 이상, 정말로 움직일 수 없었다.
통각 신경이 계속 비명을 질렀다.
드러누운 자세로 거친 호흡을 내쉬며 하늘을올려다보았다.
하늘은 얄궂을 정도로 파랗고 투명했으며 아름다웠다.
타츠야의 머릿속은 새카맣다.
완전히 격통과 증오로 덧칠 되어 있었다.
—죽인다,죽인다.
비명을 질러대는 격통 속에서 그저 놈을, 히토라를 죽인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타츠야는 더 이상 움직일 수도, 싸울 수도 없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었던 아까와는 달리이제 정말로.
그래서 타츠야는 저주했다.
죽어버리라고 증오를 담아 내뱉었다.
그때, 히토라는다가왔다.
오른손에 백색의 구체를 들며 끝을 내기 위해타츠야의 곁으로 다가갔다.
팔다리가 잘리고, 온몸에 구멍투성이가 되어버린 타츠야에게는 도망칠 길이 없었다.
드러누운 모습으로 쓰러진 타츠야의 옆으로 조용히히토라가 섰다.
「아까 뭐라고 말했지?」
순백의 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히토라는 웃음을띠며 서있었다.
「원하는 것은 절대 얻을 수 없다고?」
아까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하며 말했던 타츠야의대사를 그는 냉담하게 말했다.
「미운가, 이내가?」
히토라는 허리를 낮추며 타츠야의 귀에다가 속삭이듯말했다.
희미하게 증오의 색이 섞인 미소를 지으며.
「나 역시 마찬가지야……」
그 말이 끝나자 히토라는 오른손 안의 백색의구체를 가볍게 쥐어 부수었다.
그러자 갑자기, 남아있던 히토라의 몸이 빛의 조각으로 변해갔다.
가루눈처럼 변해버린 조각들은 천천히 사방으로흩어져 허공으로 사라져 갔다.
타츠야는 통증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이 사라져 간다는, 그런 느낌이 확실이 들었다.
그러나
—빠드득!!
타츠야는 절망하지 않았다.
다만 여전히,히토라를 증오하며 저주했다.
—반드시 너를 죽이겠다.
—죽는다 해도 네놈을 죽이고야 말겠다.
여전히 증오의 연기를 내뿜는 숯불 같은 눈으로그렇게 말하며, 타츠야는 히토라를 강하게 저주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시간이 지나자 타츠야는 완전하게 사라졌다.
그 증오와 업보와 함께, 완전히 빛의 조각이 되어버렸다.
이승에도 저승에도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변해버리고 인과율에서부터 사라졌다.
이날, 시바타츠야는 완전히 존재 자체가 죽었다.
끝났다.
초기 목적이었던 십사족 암살 임무는 시바 타츠야를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았다.
그래, 그를포함한 [헤븐즈 미션너리]가 여기까지 오게 만든, 정말 중요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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