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의 촉촉함을 느끼면서 소년은 깨어났다.
'소년'은 바뀌었다.
더 이상 햇살을 맞으며 웃는 얼굴로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처지는 몸을 이끌고 방을 나서 거실로 간다.
처음으로 슬픔이라고 불러야할 그 멜랑콜리를 느끼는 소년이여.
소년에게는 안됐지만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소년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애석하게도 부모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소년을 보며 웃음으로 반겨주었다.
소년이 바라던건 웃음도 행복도 아니였다.
누군가 내 이 감정을 이해해주었으면 했다.
아아 불쌍한 '스마일리'....아니 소년이여...
처음느끼는 이 감정에
소년은 아침밥도, 작별키스도, 포옹조차도 내팽개치고 집을 뛰쳐나갔다.
눈물을 흘리며 무의식 속에서 학교 가는 길을 따라 달렸다.
더욱이 애석하게도 이웃들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미소와 함께 소년에게 인사를 건내지만
소년은 너무나 속상해져 화답할 수 없었다.
그저 달릴 뿐.
정처 없이 달리던 끝에 소년은 교문에 가까워 진다.
밝은 아이들의 미소와 그 잡담 소리.
이내 슬픔에 가까운 그 감정은 가라앉았다.
그런데 어째선지 소년의 마음 속에 또 다른 감정이 솟아오른다.
'나는 이리도 슬프고 불행한데 왜 다른 아이들은 즐겁게 떠들어 대지?'
그것은 증오에 가까운 분노인가
분노에 가까운 증오인가.
그 감정을 품은 채 교내로 들어선다.
아이들은 소년을 보며 미소를 띈 인사를 건넨다.
스마일리는 알 수 없는 감정을 억제한 채 교실로 향한다.
스마일리는 처음으로 웃지 않은 채로 몇교시를 버텼다.
대부분의 시간을 엎드린 채 아이들의 웃음을 무시한 채로 버텼다.
아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난 이렇게 우울한데
왜 저것들은 저렇게 깔깔대지?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에 누군가 소년의 어깨에 손을 얻고 말을 꺼낸다.
"우리 반 최고의 재치꾼 스마일리가 이러고 있으면 어떻게?"
물론 미소를 띄고 밝은 어조로
아이들은 그래그래 맞장구 치며 같이 웃어댔다
평소라면 덩다라 웃었을 소년은 왠지 기분이 나빴다.
부르르 떨려온다.
그 누군가는 계속해서 소년을 압박한다.
"스마일리, 자 어서! 우리를 웃겨줘야지!"
윌리엄?
잭?
토마스?
대체 어떤 녀석이 나를 이리도 귀찮게 하는거지?
"어서 우리를 웃겨야지. 그래야 '스마일리' 자나?"
소년은 참고있던 분노를 억제하지 못했다.
벌떡 일어나 분노를 일깨워준 학우를 밀쳐 넘어뜨렸다.
"스마일리.... 왜그래?"
웃는목소리로 넘어진 아이는 말했다
처음으로 폭력을 휘두른 스마일리는 당황했다.
그 당황도 잠시.
넘어진 아이가 웃어댔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소년은 망설임 없이 넘어진 아이 위에 올라타 얼굴에 사정없이 주먹질을 해댔다
한 대 두 대 세 대
아무 소리도 듣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려 하지 않았다
그저 부드러운 살결이 꽤나 단단한 주먹에 뭉개지는 것만이 느껴질뿐.
몇분이 지났을까
소년은 눈이 감겨진 채로 주먹질을 멈추었다. 눈물이 흐른다.
피로 범벅이된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고 눈물을 숨기려 애쓴다.
아아...아....
난 더 이상 '스마일리'가 아니구나...
스스로 자책하는 소년.
잠시 후
하하하하...
희미한 웃음 소리가 알아볼 수 없게 피떡이 된 녀석한테서 피어오른다.
소년은 바라본다.
흉한 몰골의 피범벅이 된 채로 미소를 띈 얼굴을.
이는 부러지고, 눈은 피멍이들고 터져버린, 또한 이마는 찢어진 그 얼굴을.
윌리엄인거야?
잭인거야?
토마스인거야?
대체 누구야?
입만이 뻐끔 거리지만 어째선지 들려오는 그 목소리.
'누구긴 누구야... 나는 너라고 '스마일리'....하하하
넌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스마일리'라고'
그렇게 맞았는 데
그렇게 때렸는 데
그 녀석은 웃고 있었다.
스마일리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볼 때 조차도
아이들은 사정 없이 웃어댔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핳하
그 날 소년은 깨달았다.
내가 뭘 해도.
내가 어떤 얼굴을 하던.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나는 '웃기는' 놈이 구나. 라고
나는 앞으로 절대 진정한 행복에 도달 할 수 없구나.
행복은 나에게 있어 허상일 뿐 이구나. 라고
어린 나이에 소년은 느끼는 것을 넘어 이해해버렸다.
계속
다음은 에필로그
요번엔 그림을 못그렸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