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 사단 병사학교는 기숙시설이 존재한다.
모든 훈련병은 기숙시설에서 생활하며, 각 소대별로 사용 구간을 나눈다.
“그 녀석 말이야. 결국 안 왔네.”
붉은 머리의 소년은 자신의 앞에 놓인 스프그릇을 수저로 두드리며 혼잣말을 하였다.
“아아, 메이 란슈 말인가? 낮에 거신병 훈련에 잠깐 본 것 같았는데.”
그 옆에서 빵을 한입 베어문 금발의 소년은 붉은머리의 소년, 에윈의 혼잣말에 대답해 주었다.
“아무리 소속이 이미 정해진 병사라고 해도. 우리는 같은 소대인데 너무 특별취급 하는거 아니야?”
에윈은 자신의 오랜 친구인 노인을 보고 투덜댔다.
“원한다면 내가 직접 메이 대위님께 너를 그분의 직속 부하 2호로 넣어달라고 간청해보도록 하지.”
“무슨 즐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어?”
노인의 대답에 사색이 된 에윈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으아악!!!”
“까, 깜짝이야! 왜 그렇게 놀라고 그래?”
등 뒤에서 들린 여성의 목소리에 놀란 에윈이 비명을 지르며 돌아서자, 그를 놀라게 한 장본인인 페이 또한 놀라 뒷걸음질 쳤다.
“미안하네 페이. 이 친구가 겁이 많아서.”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노인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하자, 에윈은 그의 뒤통수를 때리며 화를 내었다.
“그것보다, 소개해 줄 사람이 있어. 자, 내 룸메이트야!”
둘의 바보 같은 모습에 한숨을 내쉰 페이는 자신 뒤에 숨어있는 소녀를 앞세우며 말했다.
“아, 안녕하세요. 1소대 19번 훈련병 ‘강 미르’라고 합니다. 편하게 부르세요…….”
검은 머리를 땋은 동양인 소녀가 고개를 숙이고 나지막이 자기소개를 하자, 둘은 싸움을 멈추었다.
“난 에윈 조나스! 그리고…….”
“노인 펠릭스다. 에윈, 자기 소개는 스스로 할 줄 안다고 했을 텐데?”
에윈이 먼저 말을 꺼내자, 노인은 그의 말을 끊고 자신이 직접 자기소개를 하였다.
“둘은 역시 같이 방을 쓰지? 2인 1실이라고 들었으니까.”
페이는 둘의 모습에 웃다가 생각난 듯 질문을 하였다.
“아, 물론 우리 둘이 같은 방이긴 한데…….”
“한 명이 더 있다고 할까, 조금 껄끄럽게 되었네.”
페이의 물음에 둘은 말 끝을 흐리며 한 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어디 보자, 1소대 제 2 숙소 인원. 3번 훈련병 노인 펠릭스, 4번 훈련병 에윈 조나스. 그리고……20번 훈련병 메이 란……슈?”
페이가 방 배정 문서에 적힌 세 번째 이름을 부른 순간 모든 불이 꺼졌다.
“뭐야, 갑자기 정전인가? 뭐, 아직 해가 완전히 떨어지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나저나 힘들겠네?”
창 밖으로 어렴풋이 들어오는 노을 속에 페이는 자신 앞에 있는 실루엣에게 문서를 돌려주며 말하였다.
“어이, 에윈…….”
“왜 그래 노인? 귀찮게.”
갑작스런 정전 속에 약간의 술렁임이 있는 와중, 자신의 어깨를 심하게 두드리는 노인의 행동에 짜증을 낸 에윈은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발견하고 그가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 눈을 옮겼다.
그곳에는 검은색의 못 보던 거신병이 서 있었다.
“타이탄……인가?”
“아니, 타이탄은 저렇게 생기지 않았어. 아마 자이언트라고 생각해…….”
조심히 자신의 추측을 꺼낸 노인의 말에 에윈은 긴장하며 자신의 생각을 대답했다.
그런 그들의 뒤로, 페이가 답했다.
“중화 사신부대 대장 ‘메이 링’ 전용 기체. 거신병 ‘제석천’…….”
불교 최고의 신 ‘제석천’이 사용했다는 무기 ‘금강저’를 오른손에 든 신상이
이전까지의 모습과 달리 ‘황금색과 검은색과 진녹색’ 의 3색이 어우러져 있었다.
메이 란슈는 처음으로 제석천의 콕핏에 앉아있었다.
정확히는, 콕핏 내부 빈 공간에 겨우겨우 들어가 있는 정도였다.
“오오, 움직인다! 역시, 다른 쥬얼넘버가 보조하니까 필요한 곳만 움직이는 게 가능한 건가?”
그가 앉아있는 정면에는 메이 링이 제석천의 컨트롤러를 장착한 채 이리 저리 움직여 보고 있었다.
그 둘이 한 일은 간단했다.
AI를 장착하는 키 셋을 뜯어, 메인 컴퓨터에 란슈의 누나인 페리도트(란슈는 유이 라고 부르지만.)를 직접 연결하고, 옵시디언 키를 사용하여 기동, 메인 시스템 및 움직임에 옵시디언을 할당, EE의 출력조절과 연결부 점검 등 보조에 페리도트를 이용하였다.
단순작업밖에 못하는 보급형 AI와 달리, 정체불명의 이 진녹색 쥬얼넘버AI는 제석천의 섬세한 조정에 적합한 능력을 지녔다.
“어디, 옵시디언! 뇌우(雷雨)를 사용해 보자!”
[Thunderstorm Charge – Error. Not Available.]
[비 이상 전류 흐름을 감지하였습니다. 파일럿의 안전을 위해 차단합니다.]
신이 난 메이 링의 말에 기술을 발현하려던 옵시디언의 시스템은 페리도트에 의해 차단되었다.
“에잇, 이러면 괜찮은 건지 알 수가 없잖아!”
“조, 조심해! 다칠뻔했잖아!”
자신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어린애처럼 발을 굴리는 메이 링의 발 밑에서 란슈는 그녀의 다리를 붙잡고 외쳤다.
“아, 미안미안 꼬마야. 아 그래. 그럼 EMP는 가능한가?”
[Electromagnetic Pulse – Used Weapon ‘금강저’ Limited Available.]
[Electromagnetic Pulse – Success. Charge Complete. Please give for Last command]
페리도트와 옵시디언이 순서대로 EMP의 사용제한을 해제 하자, 메이 링은 신이 난 목소리로 외쳤다.
“EMP 기동!!!”
그녀의 외침에 제석천의 손에 든 금강저에서 충격파가 발생 하였고,
이어 33사단 전체가 정전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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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줄어드는 분량.
사실 1~3화 총 합쳐서 1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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