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길을 걷고 있었다.
목적 따윈 없었다. 굳이 있다면 살아남기 위해서.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사막투성이인 이런 땅 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무작정 걸었다.
기억나는 것은 많지 않았다.
자신이 어째서 이런 사막에 버려졌는지, 언제부터였는지.
그저 정신을 차려보니 살아남기 위해서 방향도 정하지 않은 채 계속 걸어나갔다.
생존을 위한 장비는 어느 정도 있었다.
잔해 속에서 찾은 수통과 식량. 그리고 이들을 운반할 배낭.
자신의 몸을 지킬 무기로 컴뱃 나이프 한 자루.
그리고 하나뿐인 ‘누나’.
며칠을 걸었는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모르는 채 걷던 걸음은 해가 중턱에 올라 사막의 열기가 강해질 무렵 멈추었다.
소년이 휴식처로 정한 곳은 커다란 바위의 아래.
무언가의 문처럼 보이는 이 바위 그늘에 주저앉아 소년은 한 손으로 땀을 훔쳤다.
“이봐, 거기 꼬마.”
물을 마시기 위해 수통을 꺼내 든 소년의 머리 위로 목소리가 들렸다.
소년이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을 작은 손바닥으로 가리며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들어보니
사막에 파묻힌 거대한 석조 문의 위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나에게도 물 좀 주지 않을래?”
역광으로 인해 형체를 명확히 알 수 없는 인물은 사뿐히 뛰어내려 소년의 바로 앞에 착지하였다.
갑작스레 자신의 앞으로 뛰어내린 인물에 의해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주춤했다.
소년보다 30센티 이상은 큰 키에 긴 머리를 지닌 인물은 소년의 손에 들린 수통을 빼앗아 들더니 한 손으로 벌컥벌컥 들이켰다.
“아~ 시원하다! 고마워 꼬마.”
약간 시간이 흐르자, 소년은 인물의 형태를 볼 수 있었다.
긴 머리는 사막의 먼지에 흐려진 은색을 지녔으며, 소년보다 훤칠한 키를 지닌 그 인물은 여성이었다.
사막을 건너는 인물이라 하기에는 적합한 복장이 아니었다.
모래바람과 태양빛을 막을 수 있는 두터운 옷이 아니었으며, 해가 진 이후의 추위를 견뎌내기에도 부적합했다.
검은 탱크탑에 숏팬츠. 그에 어울리지 않는 흰 가죽 부츠를 신은 여성은 장난끼 있어 보이는 붉은 눈동자 때문에 나이를 추측하기 힘들다.
소년은 여성이 건넨 자신의 수통을 받아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없어.”
“어라? 그게 마지막 물이었어? 이거 원. 미안해 꼬마야.”
비어버린 수통을 뒤집어 한 방울이라도 마시려고 하는 소년을 보고 여성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내일쯤이면 물을 구할 수 있을 테니.”
소년의 중얼거림에 여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일쯤 구한다고? 이런 사막에서?”
“……누나가 가르쳐줬어.”
여성의 의문에 소년은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꺼냈다.
순수한 녹색의 칩셋.
“그 목걸이는?”
우주에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보석 ‘페리도트’를 닮은 영롱한 초록색의 칩셋의 목걸이를 본 여성은 눈을 떼지 못한 채 물었다.
“……누나.”
“응? 목걸이가?”
“……응.”
소년의 황당한 대답에 여성은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을 빛냈다.
“혹시 그 목걸……아니, 누나 이름이 어떻게 돼?”
“유이.”
“유이? 어라, 그런 보석이 있었던가?”
소년의 대답을 들은 여성은 기억을 되짚어 보듯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보석?”
“아, 아니야 아무것도. ……아 그래, 누나랑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여성의 부탁에 소년은 목걸이에 달린 칩셋을 건드리자, 칩셋 내부로부터 밝은 빛이 나타났다.
[페리도트(Peridot) 구동. 네비게이션 프로그램(Navigation program) Access. Complete. 무슨 일입니까 마스터.]
하이 톤의 딱딱한 말투가 목걸이의 진동음에 섞여 들렸다.
“……물이 떨어졌어 누나.”
[물 이군요. Search Program 추가 Access를 요청합니다.]
“……응 부탁해.”
[서치 프로그램(Search Program) Access. Complete . 인간이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액체를 검색합니다. Loading…….]
“오호,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대단한데?”
“……생각?”
“이봐 꼬마. 네가 말하는 너희 누나에게 부탁을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로딩 완료. 마스터의 위치로부터 20M 이내에 식수로 사용 가능한 액체를 발견하였습니다. 위치 정보를 표시합니다.]
여성이 말을 꺼내는 와중에, 목걸이의 음성이 그녀의 말을 끊으며 지도 형태의 녹색 홀로그램을 표시하였다.
“……하늘?”
지도를 본 소년은 의문을 품은 채 고개를 들었다.
지도에는 소년의 머리 위.
정확히는 그늘을 만들어 주는 석조 문의 10미터 위를 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늘이 아니야.”
그런 소년의 의문에 답한 것은 은발의 여성이었다.
은발의 여성은 왼손으로 자신의 긴 머리를 쓸어본 뒤, 왼손 검지에 낀 보석에 입을 맞췄다.
“기동.”
기분 나쁜 깊은 어둠을 연상 시키는 칠흑의 보석이 그녀의 목소리에 답하듯 빛을 발하였다.
[옵시디언(Obsidian) 기동. 시스템 체크 ALL GREEN. ‘거신병 : Code-Electric Engine 100’ 제석천. 파일럿의 최종 승인 대기.]
“은신 해제.”
[Camouflage System. Non-Activated.]
여성의 말에 따라 칠흑의 보석은 흉흉한 빛을 반짝이며 소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분명 여성의 말에 경청하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다.
여성의 검은 보석이 빛나기 전에는 자신을 죽이려는 살의를 품은 것 같이 찌는 태양 빛만이 하늘에 있었다.
어째서인지 소년은 여성의 반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반지에 박힌 검은색의 보석에서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그 보석은 마치 ‘자신의 누나와 비슷한 존재’라고 느낀 것인지도 모른다.
그 보석이 빛을 멈추고 소년이 눈을 돌릴 수 있게 되었을 때.
소년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거대한 칠흑의 동상.
소년이 여행하며 보아온 바로는 어렴풋이 동방의 어떤 신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신을 닮은 동상이 소년이 등지고 있던 석조 문 위에 우뚝 서 있었다.
“식수……라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 어디가 고장나버린건지, 도저히 콕핏을 열 수가 없거든.
분명 나올 때는 제대로 열렸는데 말이야.”
여성은 곤란하단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소년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여성의 말은 소년의 귀에 닿지 못하였다.
소년은 그저 ‘검은색의 신상 앞에 압도되어’ 그 어떠한 간섭도 차단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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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입니다.
사실 제대로 제목도 아직 정하지 못하였습니다.(혹시 제목으로 하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시면 부디 부탁합니다.)
제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지요.
루리웹 연재 소설에는 처음 써보는데
잘 부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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