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에서 전생/환생 사이클은 기본적으로 "새 기회"입니다.
비록 전생의 업보를 짊어져 출발점에 영향이 갈 수는 있어도, 그 외에는 전부 전생의 기억이나 죄 같은 건 전부 청산하고 시작하는게 대부분의 종교에서의 환생의 포인트에요.
그렇다는 것은 결국 다시 태어난 사람은 그 힘과 영혼을 이어받았다 한들 "같은 사람"은 절대 아닙니다. 기억도 다르고, 인격도 다르고, 환경도 다른데, 저게 같은 사람이 될 수 있겠어요? 없죠.
전생의 기억, 인격 전부 가지고 부활하면 결국 전생의 미련, 후회, 불만 전부 그대로 가지고 태어나는 건데, 저러면 그냥 전생의 과거에 모두 얽매여 살 수 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과거를 씻어내고 다시 시작하게 하는 거죠.
물론 전생의 과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과거의 자신이 현재의 자신과 똑같다면 저거는 새 기회를 주는 의미가 없습니다.
더 나아가 많은 종교들은 선조들을 기리는 풍습이 있는데, 막말로 사람이 인격째로 환생하는 것이라면 저건 선조들을 신으로서 모시는 의미가 없어요. 왜? 환생하는 순간 더 이상 저승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저승의 영혼으로서 지켜주지 못하니까.
그리고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건, 유희왕에서 고대 이집트의 영혼 해석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철학이나 종교에서 말하는 "영혼"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을 사람으로서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본질"인데, 문제는 사람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면 그게 애매합니다. 그러다 보니 "영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도 해야하죠.
이름? 이름은 그 사람이랑 이어져있을지 언정 결국 단어일 뿐이고, 그 이름의 의미가 잊혀진다면 그 사람의 존재를 가리킨다고 할 수 없죠.
그렇다면 그 사람에 대한 인식? 사람이 죽은 후에도 그 존재가 잊혀지지 않고 현세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것이 인식, 그 사람이 현세에 없다면 결국 더 이상 직접적으로 행동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하기는 애매합니다.
생명력? 육체가 살아 숨쉴지 언정, 정신 없이는 텅빈 껍데기일 뿐이죠. 사람과 사물을 구분 짓는 것은 결국 인간의 지성이고 그 지성과 자아 없이는 그냥 물리적으로 존재할 뿐인 고기 덩어리입니다.
그렇다면 정신? 정신이 있다 한들 육체가 없으면 행동을 못하고, 남들이 자기가 거기에 있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면 영향을 주지 못하고, 이름이 없다면 스스로의 모든 것을 하나의 자기만의 단어로 요약할 수 없습니다.
결국 사람의 본질이란 그 사람을 정의하는 "모든 조건"이 집합되어있는 것이고, 그것이 영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억편에서 "카"와 "바"가 그만큼 중요시 되는 거죠. 바는 힘, 카는 형태. 바가 영혼의 생명력이라면 바는 정신이 영혼에 형태를 주는 선택과 생각이 됩니다. 근데 이걸 앞서 말한 환생의 개념과 이어주면 어떻게 될까요?
환생을 할 때 전생의 인격을 씻어내고 갓난아기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영혼의 생명이 다음 생에서 다시 태어난다 한들, "정신"은 신으로서 저승에 남아야 합니다. 그래야지만 다음 생이 "다른" 사람이 될 수 있고, 그래야지만 선조들이 저승에서 지켜봐줄 수 있으니까.
물론 영혼에는 모든 전생의 선택과 사고의 "흔적"이 새겨져있는 만큼 생명이 환생해도 거기에 전생의 영향이 어느 정도는 남아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 생의 선택을 통해서 얼마든지 그 영혼의 형태를 바꿀 수 있는 것이고, 그래야지만 다시 저승에 갈 때는 "전생의" 선택 아닌 "현생"의 선택으로 심판받고 보다 나은 다음 생을 꿈굴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는 저는 유우기는 아템의 환생은 맞다고 봅니다. 아템의 환생이지만 아템은 아닌, 반대로 아템은 유우기의 전생이면서 유우기가 아닌, 두 명의 유우기는 같으면서도 다른 존재라고 보는게 맞다고 봐요.
비슷한 맥락에서 카이바 역시 신관 세토의 환생이라는 측면에서는 세토가 맞지만, 과연 저 미치광이 스토커 자식이 세토인가 하면 전 절대로 아니라고 봅니다. 아템이 저승 갈 때 신관들이 기다려주고 있다는 건, 결국 이미 환생한 신관들의 정신 만큼은 저승에 있다는 거고,
뭣보다 세토의 인격이 남아 있었다면 저 순한 신관 세토가 저 카이바라는 독재자로서 조크 같은 어둠도 없어 온갖 깽판치고 다니는 건 도저히 말이 안된다고 봅니다. 키사라에 대한 사랑이 무의식에 새겨져 있는 놈이 푸백을 저렇게 함부로 다루겠어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유우기랑 아템의 관계가 "정상적인" 환생인가 하면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아템이라는 "인격"은 퍼즐에 봉인되면서 기억도 없지, 이름도 기억 안나지, 아무도 자기가 누구인지를 기억해주질 않지, 생명도 더 이상 없지. 그야 말로 더 이상 영혼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형태로 간신히 퍼즐에 매달려 존재할 뿐인 "이름 없는 파라오"의 그림자일 뿐입니다.
반면에 유우기 같은 경우에는 아템이 일단 저승으로 넘어가 죽음을 완전히 이루지 못한 만큼 아템의 윤회를 제데로 이어받았다고 하기도 애매하고요. 아이가미가 유우기 보고 프라나라고 말한 만큼 아템의 영혼이 가진 생명력이나 힘은 이어받은 거 같기는 한데, 그것에 형태를 주는 아템의 흔적 같은 건 못 받았다고 봅니다. 저러면 힘은 있는데 쓰지를 못하는 상태로 이 세상에 들어오는거죠.
그런 의미에서 유우기를 통해 아템이 떠나는 여행은 아템이 잃어버린 기억, 이름, 인식, 권능, 생명 등등의 영혼의 조각을 새로 만들어 채워나감으로서 "죽을 수 있는" 상태의 영혼으로 돌아감으로서 저승으로 넘어가 안식을 취할 수 있도록하는 여행이라고 볼 수 있죠.
반면에 유우기의 입장에서는 아템과 접하면서 이어받지 못한 윤회의 고리를 다시 수복한 후, 아템을 직접 저승으로 보냄으로서 환생의 사이클을 완수하여 유우기가 온전한 자기만의 존재로서의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를 확립해나가는 과정이자 아템의 힘을 제대로 이어받는 과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아템을 쓰러드리기 전까지는 블랙 매지션즈가 분명히 "아템"의 심복이었지만 극장판에서는 유우기가 "자신"의 심복으로 삼은 것도 단순히 "친구와의 약속을 기린다"가 아니라 "킹 오브 듀얼리스트 무토 유우기 = 아템"라는 아템의 힘을 완전히 이어받아 자기 것으로 만들고 거기에 자신 만의 경험을 추가했다는 일종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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