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라또는 안개 자욱한 숲 속을 걸었다. 이정표나 포장된 길도 없는 불친절한 숲이었다. 지도에는 나와있지만 제대로 된 길은 없었기에 지도에 의지하거나 기억에 의지하여 걷는 수 밖에 없었다. 젤라또는 후자였다. 숲에 들어온 지 1시간 정도 즈음 되었을까? 이 길을 이 편지를 나눠주기 시작한 이래로 계속 걸어왔기 때문에 막힘이 없었다. 단지 느릿할 뿐이었다.
어느 숲이나 길을 잃으면 고되고 위험하겠지만, 이 숲, 클로저 포레스트는 보통 숲보다 훨씬 위험했다. 숲 자체가 나무나 돌, 길의 배치가 계속 바뀌는 살아 움직이는 엔디미온이나 위치크래프트 근처의 숲과 비교하면 숲 자체가 움직이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대신 발에 치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여러 무서운 동식물들이 살았다. 주변을 탐방하며, 혹시라도 수풀이 흔들리면 근처에 숨어서 그 흔들림이 멎을 때까지 경계해야 했다.
오는 도중에만 해도 벌써 수십 번은 근처의 수풀이 무언가 지나가며 흔들리고, 그 중 반절 이상은 그곳에서 튀어나왔다. 이 근방은 판다가 이상할 정도로 많이 살아서 판다만 해도 10마리 이상을 보았다. 젤라또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달콤한 향을 풍기는 자신의 몸이 들키지 않기 위해 호신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탈취제는 그 때마다 좋은 효력을 발휘했다.
아마 이 즈음 되면 도착할 법도 한데 싶을 즈음, 또 근처의 수풀이 흔들렸다. 마침 반대편에 갈라진 바위가 있어 그 바위 사이로 낑겨 들어가 탈취제를 뿌렸다. 수풀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그곳에서 무언가 튀어나왔다.
그리글이었다. 세계 전역에 퍼져 사는 귀여운 보행 식물. 그런 녀석이 수풀 안에서 2 마리가 더 나왔다. 그 녀석들은 무언가에게 쫒기듯 서둘러 뛰어갔다. 젤라또는 바로 나오지 않았다. 저 그리글은 이 숲에도 많이 살지만 그 만큼 찾는 이가 많다. 역시나, 그리글이 나온 수풀이 다시 흔들린다. 뒷편의 나무들도 흔들린다. 어지간히 큰 놈인가 보다. 옆의 나무가 부서지며 녀석의 실루엣이 점차 가까워졌다.
또 팬더였다. 이 일대엔 대나무도 없는데 팬더는 뭐가 저리 많은지 원. 그 팬더는 눈에 불이 들어온 상태였다. 방금 수풀에서 나온 그리글은 팬더에게 아주 금방 발견되었다. 그리글은 더욱 겁을 먹었는지 저 짧은 다리로 어떻게든 발버둥을 쳤고, 분노 팬더는 그리글에게 뛰어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팬더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안개가 자욱한 탓에 한 치 앞도 안 보이니 말이다.
더는 없는 것 같았기에 바위에서 나와 길을 갔다. 공교롭게도 이 길은 방금 팬더가 지나간 길이었다. 제발 가다가 만나지 않기를 빈다.
수풀을 계속 헤쳐나가다 보니 달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달콤하고 부드럽고 산틋한 향. 목적지에 거의 도착한 듯 하다. 아로마 가든이었다. 정문 앞에는 그리글과 팬더가 나란히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바로 당해버린 모양이었다.
"이런, 불쌍하게 됐네."
젤라또는 측은한 마음이 들어 가방 안을 뒤졌다. 마침 향이 하나 남아 있었다. 향 받침대를 꺼내 위에 향을 올리고, 안주머니에 넣어뒀던 라이터로 불을 붙엿다. 연기는 금방 올라왔다. 젤라또는 향초를 자리에 두고는 정문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 때 딱 마주쳤다. 마찬가지로 향을 가지고 나오는 로즈마리와.
"어? 젤라또 왔어? 오랜만이야~!"
"오랜만이야~! 건강히 잘 있었지?"
"그럼! 어, 근데 향은 네가 피워준 거야?"
"그렇지. 그 덕분에 이젠 향이 하나도 안 남았다구~ 그러니까 부탁을 하러 왔지. 일단 들어갈까? 편지도 있고 하니까."
로즈마리는 기뻐하며 젤라또의 손을 잡고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안에는 다들 있었다. 베르가모트는 요리를 하는 중이었다. 향기가 좀 기름진 걸 보아하니 평소의 건강식은 아닐 것 같았다. 카낭카와 로리에는 잎들을 병 안에 넣어두고 있었다. 나머지는 테이블에 앉아 티를 기다리는 듯 했다. 오늘이 수확이 끝나고 수확제를 하는 날이었던가? 좋을 때 찾아왔다.
"어머나, 젤라또 아냐? 벌써 그 쪽도 행사 때야?"
마죠람이 능글맞게 묻자 젤라또는 긍정했다. 바로 편지를 꺼냈다. 모두에게 가는 편지였다. 로즈마리건 카낭카건 안젤리카건 상관 없이 모두 초대하고자 전부에게 있었다.
"매 년 고마워, 그리고 매 년 미안해. 우리는 여기를 벗어나기 꺼려지는걸? 거기다 그 축제는 좀 꺼려져서......."
"괜찮아요. 근데 오늘은 편지도 있지만 용무도 있어서요."
"알고 있어. 진혼향 말하는 거지? 이 즈음이면 너희가 제일 많이 찾잖아......."
젤라또의 표정은 아두워졌다. 웃음은 잃지 않았지만 사정이 있는 듯 했다. 마죠람은 입을 한 손으로 가렸다.
"이런, 트라우마가 될 만한 이야기를 한 건 아닌가 싶네?"
"괜찮아요. 이젠 익숙하니까........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젤라또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런 모습을 아로마의 정원사들은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같은 시간, 왕은 검은 날개의 천사에게 이끌려 성 바깥으로 향했다. 그가 이 성의 아주 끔찍한 비밀을 알려주겠다고 하면서 안내해 주겠다고 해서 따라가는 길이었다. 참가자 중 누구도 그들을 막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 중 몇몇은 날개를 가진 이에게 말을 걸더니 잘 갖다오라고 인사까지 해주었다.
"그러고보니 통명성을 안 했네. 내 이름은 아드레우스다. 이 축제를 할 때마다 신입들한테 알려줄 걸 알려주고, 저 놈들한테 협조하는 일을 하지. 넌 이름이 뭐지?"
"말버릇이 최악이군. 너 같은 놈에게 짐의 이름을 알려줄 이유는 없다."
"거 참 딱딱한 놈일세. 왕이란 놈들은 죄다 저렇게 딱딱한가? 이 동네 아줌마나 저 멀리 공작소 꼬맹이는 털털해서 좋던데. 다른 놈들은 자기가 뭐라도 되는 양 무게를 잡고 있는 게 참 보기 힘들다니까? 그럼 금삐까라고 부르지 뭐."
아루루를 구경하던 티아라미스와 베르는 재채기를 했다.
적어도 존경을 담은 의미는 아님을 황금경은 잘 알았다. 단순히 안내만 받는 거라면 이 녀석을 수하로 만들어 버리면 될 일이었다. 단지 이 녀석에게서도 심상친 않은 힘이 느껴졌기에 일단 따르는 것이었다.
가던 녀석은 갑자기 멈춰섰다. 오른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 왔어. 여기가 이 나라의 미친 곳이지."
그 녀석이 가리킨 곳에는 십자 무늬의 돌들이 빼곡히 박혀 있었다. 왕은 그것들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 생명이 남지 않은 친숙한 기운. 성 안쪽보다 좀 더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왕이 가디언에서 내려와 땅을 쓰다듬자 느껴졌다.
이 밑에는 죽은 자들이 있었다 .그것도 어린 이들이. 싸움하곤 전혀 연관이 없는 아주 어린 기운이 묻혀 있다.
"아아, 땅에선 손을 떼는 게 좋을걸? 지금 고개를 들고 손을 떼지 않으면 목이 날아가버릴 거라고?"
왕이 고개를 들자 낫을 든 허름한 차림의 유령이 그를 덮쳐왔다. 유령의 낫은 왕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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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가 있는 녀석들에겐 이미지를 입혀서 좀 더 구체적으로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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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리셉션은 증원군이 아니었던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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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의 사신(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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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반응이 약한데 어떻게 써야 더 잘 쓸 수 있으려나요? | 20.02.21 15: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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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분량이 적네요... 공백을 줄이면 대충 한글 문서로 3p 꽉차는 정도입니다... 분량이 많다는게 꼭 정답은 아닙니다만 내용물이 충실한 쪽이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더 낫지 않을까요? | 20.02.21 16:0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