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내에는 축제를 준비하는 인파가 한가득이었다. 메신젤라토와 같은 체형의 이들보단 정상적인 인간의 형태가 더 많았다. 역시 이 녀석들이 특이케이스였던 듯 하다. 성 안의 이들은 주로 인간이었으나 엘프나 기계들 같은 이들도 있었다. 개중에는 익숙한 이들도 있었다. 특히 저 멀리 보이는 큼지막한 골렘은 과거 메디치 가문의 병기였다. 상식적이지 않은 무식한 힘에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것이 생생하다. 관리를 잘 안 한 것인지 낡아 보이는 것이 좀 흠이었으나, 저 모습으로도 그 때의 위용은 그대로였다.
"저 녀석은 너희가 작동시킨 것이냐?"
"응? 아아, 앤틱 기어 골렘 말하는 거에요?"
"앤틱 기어? 메디치의 골렘이 아니고?"
"옛날엔 어떻게 불렸는지 모르겠는데, 지금은 처음 발견한 사람들이 오래되어 보인다고 앤틱 기어라고 붙여서 그냥 그렇게 불러요. 암튼 쟤들은 그냥 알아서 돌아다녀요. 무슨 일이 있거나 할 때는 도움을 주러 오고 그 쪽에 도움이 필요하면 우리가 도와주고 하는 사이죠. 사실 도움이라기 보다는 굴러다니는 딱딱하고 반짝이는 것만 주워서 가져다 주는 거에 가깝지만."
짐이 잠들기 전, 그들의 위세는 엄청났다. 짐의 군세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였고, 짐의 마법을 무시하고 덤벼드는 저 거대한 힘의 형태는 성가셨다. 짐의 세계 정복에 있어서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아마 선발대는 저들에게 당한 모양이다. 무능한 것은 변함 없으나 적어도 납득할 수준의 무능함이었다. 그 정도의 실수라면 기회를 다시 주는 자비는 베풀어 줄 수 있다.
"저들은 어디서 온 거지?"
"어어, 그거 영업 비밀이라 못 말해드려요?"
정보를 숨기는가. 어쩔 수 없군. 일단 그들을 따라가는 수 밖에.
젤라또와 왕은 일단 처음 오는 사람들이 모이는 성의 중심에 있는 분수대로 향했다. 가는 와중에 왕에게 관심을 주는 이는 얼마 없었다. 왕은 그것이 이상했다. 황금으로 이루어진 왕의 몸에, 그 속에 넘쳐 흐르는 힘에 관심이 없다니. 그들 중에는 마법사가 있었음에도 말이다. 왕에게 관심을 갖는 현명한 자는 눈을 좁혀 찾아도 두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처음엔 이들이 멍청해서라고 왕은 생각했다. 아니면 그들이 이상하거나. 하지만 이유를 알게 된 것은 마법 자랑이라도 나온 광대들에게 모인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을 보고 나서였다. 왕에게 필적할 만한 힘을 가진 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꽤나 흔하게. 마법 시연을 나온 녀석들이 내놓은 저 거대한 여성의 모습을 한 골렘에게서도 그런 기운이 흘러나왔다.
이 시대는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저런 이들이 저렇게 많다니. 신선한 충격이었다. 500년 전을 회상했다. 무지몽매한 이들을 상대로 그저 어떠한 전술도 없이 들이 밀었음에도 거의 하나의 대륙을 생명이 하나 없는 황금의 완벽한 대지로 바꾸는 데 1년이 체 안 걸렸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군세를 이끄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닌 듯 했다.
왕으로썬 당황스러웠지만, 어떻게 보면 기쁘기도 했다. 그 옛날 메디치 가문의 골렘에게 고전했던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즐거운 전쟁이 될 것을 생각하니 손 끝에서부터 쾌감이 솟아났다. 정보를 모으고, 세력을 갖추어 이번엔 영원토록 기억될 신화를 써내려갈 생각에 말이다.
젤라또와 그는 분수 앞에 도착했다. 젤라또는 안심하고 왕에게 이 자리에서 기다려달라 말하곤 다시 일하러 출발했다. 젤라또는 홀가분했다. 적어도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을 품평하듯이 훑는 그 변태같은 눈에서 벗어난다니, 가야 할 곳은 많았지만 그 발걸음은 아주 가벼웠다. 왕이 제자리에 있을 것이 아니란 것은 알지만, 뭐 자기는 분수 앞까지만 배웅하면 되는 거고 애초에 그건 내 업무가 아니었으니까.
그러고보니 다음엔 어디로 가야 하더라, 방금 집었던 펀지는 다시 가방 안에 넣었기에 아무거나 집었다.
그것은 검은 편지였다. 젤라또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하필 이걸 벌써 뽑아버리다니. 편지에는 왕궁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 성도 숲도 아닌 그런 곳이었다. 오히려 너무 구체적이었다. 어느 거리의 어느 집의 누군가에게, 이런 식의 산타 클로스가 받을 법한 편지였다. 그 검은 편지는.
절대 좋은 편지는 아니었다. 준비물로써 향이 필요했으니까.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누군가를 인도할 향이.
젤라또는 혀를 차며, 가방 안에 든 양초를 살폈다. 거의 다 쓴 상태였다. 다행스럽게도 말이다. 그는 다른 편지를 뒤져보고 마침 그곳에 전할 편지가 있는 것을 보고는 숲속으로 발길을 옮겼다.
한 편 왕은 예상대로 가만히 있지 않았고 주변을 돌아다녔다. 젤라또와 헤어진 지 1분도 안 지나서 말이다. 덕분에 마멀메이드는 젤라또가 알려준 인물을 찾느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오면서 봤던 그 힘 있는 이들이 있었던 그 전시회로 가보았다. 그들은 이미 가고 없었고 전시물도 다른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카레 마인인가 하는 녀석이 있었는데, 이 녀석은 딱히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왕은 촉을 집중하여 그 강한 자를 찾으려 애썼다. 그 때, 누군가 왕의 오른쪽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겼다. 그곳엔 검은 날개를 가진 천사 같은 녀석이 있었다. 이 녀석도 그 모임보단 모자란 듯 했지만 그럭저럭 강한 것 같았다.
"그대는 누구지?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는 무례를 범했지만 일단은 용서하마."
"헤에, 뭐야 이 고리타분한 왕 놀이 하는 놈은."
왕은 그의 태도가 불쾌했다. 왕은 칼을 빼들었고, 가디언은 그에 응하듯 이를 들어내며 자세를 낮추어 경계했다.
"진정하라고, 난 싸우러 온 게 아니라고. 단지 이 동네에 대해 알려줄 게 있을 뿐이지."
"뭘 말이지? 대답 여하에 따라 네 놈의 목숨은 짐의 왕궁의 좋은 장식품이 될 것이다."
"허이구 무서워라. 그럼 사양 않고 말하자면, 당장 도망치라고."
"......무슨 말이지?"
왕은 빼든 캃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 당장 도망쳐. 이 동네에 오래 있으면 너도 미쳐버릴 거라고? 이 미친 나라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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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잡기 무지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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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의 골렘... 아, 그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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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엘도리치는 컨셉광기였고 마돌체 애들이 찐광기라는것도... | 20.02.19 03: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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