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차례가 끝나자 그에게로 차례가 되돌아갔다. 현재 그의 필드의 카드는 제로, 패는 단 하나. 어느 정도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나의 턴, 드로. (M4032의 패/1->2) 마법카드 [초전사의 맹아] 발동. 패의 빛 속성 몬스터, [가디언 오브 오더]와 덱의 어둠 속성 몬스터, [베놈 서펜트]를 묘지로 보내고, 묘지에서 [카오스 솔저]를 의식 소환."
[카오스 솔저/레벨8/ATK3000]
묘지에 잠들어있던 카오스 솔저가 흑색과 백색의 기운을 흘리며 되살아났고, 그는 곧장 배틀 페이즈로 넘어갔다.
"배틀. [카오스 솔저]로 [방계초제 인디오라 데스볼트]를 공격, 카오스 블레이드."
카오스 솔저가 기합을 내지르며 인디오라 데스볼트를 향해 돌격해오더니, 그대로 검을 뽑아들어 인디오라 데스볼트를 반토막내었고, 그 충격은 내게로 전해져왔다.
"크으으윽...!!"
[반죠 신지/LP4000->3400]
LP가 줄어든 순간, 인디오라 데스볼트가 있던 자리로 빛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세 개로 나누어졌다.
"파괴된 [인디오라 데스볼트]의 효과 발동! 이 카드가 상대에 의해 묘지로 보내졌으므로, 묘지의 [방계윤 비잠] 셋을 특수 소환하고 덱의 [방계수 블레이드 가르디아]를 패에 추가!!"
빛덩어리들은 이내 비잠으로 변화하였고, 덱에 들어있던 블레이드 가르디아의 카드 하나가 빠져나와 패에 추가되었다.
(내 패/1->2)
"턴 엔드."
그가 그대로 차례를 마치자, 내게로 차례가 되돌아왔다. 슬슬 끝을 내야할 때, 다음 드로우가 가장 중요하다.
"나의 턴, 드로! 마법카드 [유전의 패] 발동, 덱에서 카드를 둘 드로우하는 대신, 엔드 페이즈에 3000 데미지를 받거나 패를 하나 버려야하지!!"
뽑은 카드를 확인하자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걸로 끝이다. 정말로.
(내 패/2->4)
"필드의 [방계윤 비잠] 2체를 묘지로 보내고, [방계수 블레이드 가르디아]를 특수 소환!"
[자신의 방법으로 소환된 [가르디아]의 공격력은 2000 오릅니다.]
[방계수 블레이드 가르디아/레벨3/ATK0->2000]
비잠 둘이 작은 큐브조각으로 나누어져 하나로 합쳐졌고, 그것들은 붉은 몸체와 톱날형 에너지탄을 날리는 장치 한쌍을 지닌 기계새가 되어 울부짖는다.
(내 패/4->3)
"튜너 몬스터, [레드 레조네이터]를 일반 소환! 그 효과로, 패의 [플레임벨 드래그노브]를 특수 소환!!"
[레드 레조네이터/레벨2/ATK600]
[플레임벨 드래그노브/레벨2/ATK1100]
필드로 나타난 화염의 로브를 두른 작은 악마와 붉은 몸을 지닌 드래곤, 그것들은 웃음을 흘리고 울부짖자 엑스트라 덱에서 카드 하나가 빠져나온다.
(내 패/3->1)
"펼쳐져라, 용솟음 치는 서킷! [레드 레조네이터]와 [방계윤 비잠]을 링크 마커에 세트, 서킷 콤바인! 링크 소환!"
필드로 펼쳐진 소환진의 왼쪽 아래와 오른쪽 아래의 마커로 두 몬스터가 빨려들어갔고, 섬광이 거두어지자 하나의 인영이 소환진으로부터 튀어나왔다.
"나타나라, 링크2, [크리스트론-하리파이버]!"
[크리스트론-하리파이버/링크2(↙↘)/ATK1500]
수정으로 장식된 하얀 갑주를 두른 전사, 하리파이버가 기합을 내지르자 그 뒤로 게이트 하나가 열렸다.
"[하리파이버]의 효과 발동! 이 카드가 링크 소환되었으므로, 덱의 레벨3 이하 튜너 몬스터인 [바이론 테트라]를 특수 소환!"
[바이론 테트라/레벨2/DEF900]
테트라가 특유의 기계음을 울리며 나타난 것을 확인한 뒤에는, 엑스트라 덱에서 싱크로 몬스터의 카드 하나를 뽑아들 뿐이었다.
"레벨3 [블레이드 가르디아]에 레벨2 [테트라]를 튜닝!"
블레이드 가르디아가 고리 셋으로, 테트라가 고리 둘로 변화하여 일렬로 늘어섰고, 그들은 이내 빛기둥이 되었다. 섬광이 거두어지자 필드로 날아오른 하나의 드래곤.
"싱크로 소환! 나와라, [라바르바르 드래곤]!!"
[라바르바르 드래곤/레벨5/ATK2000]
라바르바르 드래곤이 두 날개를 펼치며 날아오름과 동시에 울부짖었고, 나는 남아있는 마법카드 하나를 마저 발동시켰다.
"속공마법 [긴급텔레포트] 발동! 덱의 레벨3 이하의 사이킥족, [멘탈 시커]를 특수 소환!!"
[멘탈 시커/레벨3/ATK800]
푸른빛 머리를 지니고 있고, 머리에는 바이저를 썼으며 전선이 연결되어 있는 강화복을 입은 소년이 라바르바르 드래곤 옆에 자리를 잡았다.
"레벨2 [플레임벨 드래그노브]에 레벨3 [멘탈 시커]를 튜닝!"
드래그노브와 멘탈 시커가 각각 고리 둘과 고리 셋이 되어 일렬로 늘어섰고, 섬광이 거두어지자 또다른 라바르바르 드래곤이 하리파이버의 오른쪽 뒤에 자리잡는다.
"싱크로 소환! 나와라, [라바르바르 드래곤]!!"
[라바르바르 드래곤/레벨5/ATK2000]
(내 패/1->0)
"지금의 나는 질 것 같지가 않아아아아아! 레벨5 [라바르바르 드래곤] 2체를 오버레이, 엑시즈 소환!!"
필드로 펼쳐진 은하 속으로 두 드래곤이 빛줄기가 되어 빨려들어갔고, 섬광이 거두어지자 위와 아래에 뿔이 달린 원형 구조물이 은하로부터 빠져나와 열기를 내뿜는다.
"불태워라, [No.61 볼카사우르스]!!"
"■■■■■■■■■■■!!"
[No.61 볼카사우르스/랭크5/ATK2500]
구조물이 펼쳐지며 날카로운 발톱 하나만을 지닌 팔 한쌍과 등에 솟아오른 뿔 한쌍을 지닌 공룡, 볼카 사우르스가 되어 성난 포효를 내질렀다.
"[볼카사우르스]의 효과 발동! 오버레이 유닛 1체를 사용하여 [카오스 솔저]를 파고괴하고, 그 원래 공격력만큼의 데미지를 준다! 마그맥스!!"
"[파이어월 엑시드 드래곤]으로 다이렉트 어택! 라이징 크림트 리미트!!"
"가라, [바렐로드 드래곤]! 천뢰의 바렐 캐논!!"
각자의 몬스터의 공격이 각자의 상대를 집어삼켰고, 이내 그들의 LP는 0으로 곤두박칠 쳐버렸다.
[M4032/LP400->0]
[???/LP1000->0]
[???/LP3000->0]
듀얼이 끝나자 그것들은 액체화되어 사라져버렸고, 리볼버는 커다란 뱀을 향해 달려나가더니, 순식간에 그 위로 올라가고는 뭔가를 꺼내었다. 그 기계장치를 뱀의 몸에 박아넣고는, 하늘빛 머리를 지니고 있으며 마법소녀스러운 복장을 입을 소녀를 빼내었다.
"krrrrr..."
바렐로드 드래곤이 그들에게 한 손을 내밀어주었고, 리볼버는 소녀를 공주님 안기 자세로 안은 상태로 바렐로드 드래곤에게 도움을 받아 다시 밑으로 내려왔다.
그렇게 잘 끝났다고 안심한 순간, 뱀 형태의 그 거대괴수가 날뛰려 했지만────
"오라! 오라오라오라오라!!"
"Krrrrrrr!? Krrrrrr...!!"
"날뛰는 건 이제 끝이야!!"
──갑자기 튀어나온 오니즈카가 자리에서 뛰어오르더니, 뱀 녀석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주먹을 연속해서 내질렀고, 그 뱀의 커다란 주둥이를 D보드를 타고 날아온 블루엔젤(아오이)가 채찍으로 옭아매어 잡아당겼다.
"고 오니즈카! 블루엔젤!!"
"오랴아아앗!!"
"링크 브레인즈를 도려내는 녀석은, 용서하지 않아!!"
유사쿠는 놀란듯이 그들을 불렀고, 마지막은 아오이의 잡아당기기와 오니즈카의 주먹이 뱀 녀석에게 작렬하여 한 줌의 데이터 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에, 에에에...!?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무, 무슨!?"
어째서인지 직후 그들은 강제로 로그아웃 되어버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리볼버의 품에 안겨있던 소녀가 정신을 차렸다.
"머리가... 머리가 가벼워진 것 같아..."
"... 좀 괜찮은ㄱ... 으브으으읍!?"
""오우야...!!""
갑작스러운 소녀의 깊고 진한 딥키스에 리볼버는 당황하였고, 나와 유사쿠도 감탄하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대체 뭘 보시는 겁니까?]
"으아아아악!?"
"뭐하는 거야!?"
[내 눈까지 가리다니!?]
앤젤라는 [검열삭제]로 우리들의 눈을 가려버렸고, 덩달아 자신의 눈까지 가려진 아이도 당황한 듯이 소리쳤다.
-3인칭 작가side-
소녀는 소년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고, 당황하는 소년을 더욱 강하게 끌어안으며 입맞춤을 나눈다. 전해져오는 온기와 두근거림, 소녀는 이리저리 튀어나갈 것 같던 마음이 조금씩 안정되어가는 것을 느꼈고...
"보고 싶었어... 정말, 정말로 보고 싶었어...!!"
"아니... 좋지 않은가..."
그도 그녀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으며 온기를 나누었다. 드디어 길고 긴 기다림 끝에 다시 한 번 만나게 된 소년(리볼버)과 소녀(증오의 여왕), 한편 유사쿠와 반죠는 눈에 달라붙은 [검열삭제] 때문에 비틀거리다가 쓰러지고 말았다.
"같이 나가도 될까...?"
"거절할 이유 따위는 없어. 그런데 여기서 나갈 수 있는 거냐?"
"응! 사랑과 마법의 힘으로 어떻게든!!"
이어진 그녀의 대답에 리볼버는 살짝 웃음을 터뜨렸고, 유사쿠와 반죠, 아이의 눈에 붙어있던 [검열삭제]를 앤젤라가 떼어내주었다.
"이름을... 뭐라고 해야할까..."
"이름?"
"그래, 유키라 하자..."
이름이 아닌 이명만 있던 소녀는, 소년에게 이름을 받을 수 있었고, 그들은 드디어 현실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하노이의 기사단은 해산되었고, 속해있던 자들도 각자가 가야 할 길로 향하였다.
"... 너는 가지 않는 것인가?"
"뭐, 저야 할 일이 남아있으니까 말이죠. 거기다... 아직 전부 끝나지도 않았잖습니까?"
"그건 그렇지. 허나 이 시점에서는 전부 돌려보낼 생각이었어."
하지만 스펙터만큼의 그의 곁에 남아있기로 하였다. 아직 할 일이 남아있는데다가 일이 전부 해결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기였던 시절에 나무 밑에 버려졌었고, 그 나무는 기묘하게도 아기였던 그를 들짐승으로부터 지켜내주었다. 고아원의 사람들에게 발견되었지만, 다른 사람들과 제대로 어우릴 수 없었으며 어찌어찌하다가 로스트 사건에도 휘말리게 되었다. 무사히 구조되었지만, 어른들은 그저 쉬쉬하기만 할 뿐이었고, 자신의 추억이 남아있던 나무도 어른의 사정으로 밑동만을 남긴채로 잘려져있었다.
자신의 마음을 이끌어줄 사람은 없는 거냐며 절망에 빠진 스펙터의 앞에 리볼버가 나타나 자신과 함께 가자 하였으며 그 사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아인이란 남자가 남긴 환상체 프로그램에 대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과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사라졌던 뜨거움이 살아나는 것을 느끼게 된 스펙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그를 최대한 돕기로 마음먹게 된 것이다.
물론 남아있는다고 해도, 스펙터의 거처는 따로 있기에 리볼버와 함께 지내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날 밤, 리볼버... 아니, 코우가미 료켄은 침대 위에서 유키로 인해 해골 세 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