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스 가득한 게이~ 사랑스런 게이~ 난 너만 있으면 돼~~♪」
음습한 회색의 방에서 어울리지 않는 노랫가락이 흘려 나온다. 거구의 귀신이 부르고 있다고는 상상되지 않는 상큼한 멜로디. 그러나 가사만큼은 그의 정체성과 일치한다.
「큰 힘 가득한 게이~ 유혹하는 게이~ 그대와 먹는 어떤 것보다~♪」
가슴팍의 흉근이 박자에 맞춰 흔들린다.
「우울한 내게 게이~ 그대 입에 게이~ 마법에 빠지는 이- 순-간─!」
그리고 격정에 맞춰 힘껏 발사되는 흰색의 덩어리. 아래에 깔려 있던 남자의 얼굴에 정확하게 착탄. 남자는 가냘픈 목소리로 울었다.
귀여운 아기 고양이의 울음에 텐바쿠는 촉촉하게 젖은 눈망울로 남자에게 속삭였다.
「오늘도 귀엽게 울어주는 구나.」
수컷 고양이 요괴의 머리를 섬세한 손길로 쓰다듬으면서 텐바쿠는 다시 한 번 그의 몸을 탐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욱 격렬하게. 뜨거운 육기둥에 꿰뚫려 타는 듯한 고통을 맛보면서 고양이는 달콤하면서도 날카로운 신음을 뱉어냈다. 엎드린 수컷 고양이의 엉덩이를 잡고 말을 타는 자세로 몸을 섞으면서 텐바쿠는 다른 남자를 떠올리며 웃었다.
「니를 나만의 강아지로 만들고 싶데이.. 소우지 쨔응~♥」
그런 그의 바로 옆. 테이블 위에는 여러 장의 신문이 펼쳐져 있었다. 신문의 이름은 붕붕마루. 그 1면에는 어떤 백랑텐구의 사진과 함께 다음의 제목이 대서특필로 써져 있었다.
『충격! 백랑의 귀감. 커밍아웃하다.』
기사 본문은 당연하게도 날조로 이루어진 낭설이다.
본래라면 읽을 가치도 없는 신문의 형태를 한 불쏘시개인 붕붕마루가 어째서 지저까지. 그것도 하필이면 가장 읽어선 안 될 요괴에게 흘려 들어간 것인지, 흑막으로 유명한 유카리조차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연이라는 이름의 운명이 개입한 결과였다는 것 정도.
자신이 지상에서 우연히 줏은 신문이 지저의 위험한 요괴의 가슴에 불을 붙였다는 사실을 코메이지 코이시 본인은 알 리 없었다. 그저 들고 있던 신문을 어디에서 떨궜는지 의아해 하는 것도 잠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소녀는 금세 신문에 대한 관심을 잃고 다음 관심사를 찾으려 갈 뿐이었다.
*
이번에 나온 붕붕마루의 기사를 읽자마자 강한 두통이 엄습했다. 나와 관련된 기사에 관해 맘대로 써도 된다고는 했지만, 진짜로 저질러 버릴 줄은 몰랐다. 대체 이 엉터리 날조 기사는 뭐야?
충격! 백랑의 귀감. 커밍아웃하다?
내가 언제 커밍아웃했다고. 1면을 차지하는 기사 제목부터가 다분히 악의적이다. 내용은 두 말 할것도 없다. 누구와도 사귀지 않는다는 아주 얄팍한 근거로 내가 동성애자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모미지가 텐구의 아이돌이라니. 기자양반다운 과장이다. 물론, 모미지는 백랑경비대에서 인기가 많다. 그 덕분에 동료들로부터 얼마나 시기를 받았는지 모른다.
레이무에 대해서는 고고한 절대무적 미소녀라 표현해 놨다. 그런 둘의 강렬한 어프로치에도 돌부처처럼 꿈쩍하지 않는 점이 남색을 의심하게 된 결정적인 근거라고 하니 헛웃음만 나온다.
확실히 그런 관점도 있을 만하다.
객관적으로 봐도 모미지나 레이무와의 관계가 진전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으니 말이다. 고자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나는 멀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지금의 관계에 만족하고 있다. 제멋대로라 생각하지만, 지금의 관계가 계속 유지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나는 선택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면전에 욕이라도 박고 싶은데..」
어떤 기사를 쓰던 뭐라 하지 않기로 약조를 했기 때문에 이딴 날조 기사에도 불평할 수 없다는 것이 열 받는다. 나는 날조 기사로만 채워진 황색 언론지를 구깃구깃 구겨서 둥글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타는 쓰레기만 모아 놓은 통으로 멋지게 던져 넣었다.
「아침부터 기분 잡치게 만들고 말이야.」
혀를 차면서 오늘 하루도 산의 경비를 위해 현관문을 열어 재꼈다. 여름이라 이른 아침인데도 쨍쨍한 햇살이 나를 반긴다. 예상되는 무더위에 혹사기 수당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근무지로 이동하는 도중이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이쪽으로 조심스레 다가오고 있는 자가 있었다. 거동이 수상했기에 뭐하는 건지 물어 보려는 찰나. 그와 눈을 마주쳤다.
「어?」
거동수상자는 어딘가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누구더라? 요즘 산에 별 희한한 요괴들이 많이 보여서 특정 짓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분명, 부대장이 소개 시켰던 동거인이던가? 그런 것 같다. 이름이 루키드인지 루시드인지 헷갈리지만 저런 음험한 낯짝은 인상에 남아 있다.
그런데 부대장의 동거인이 왜 여기에?
「부대장에게 얹어 살던 분이죠? 뭐하고 있는 겁니까?」
「너한테 볼 일이 있어서 말이지.」
부대장의 동거인은 그렇게 말하더니 나를 향해 양손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모에모에 빔-!」하고 의미불명의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에서 분홍색의 빛이 집결되기 시작했다. 영문 모를 행동이었지만, 저 집결되는 빛의 색이 무척이나 불길했다.
이윽고, 위기감에 피하기도 전에 집결된 분홍색의 빛이 광선이 되어 나의 몸에 명중 되었다. 뽀로로롱- 하는 요상한 소리와 함께 온통 핑크핑크한 빛이 내 몸을 감쌌다. 거대한 분홍빛이 된 내 몸 주변으로 분홍색의 하트가 생겨났다가 사라진다.
온통 핑크색 투성이인 연출 때문에 내 자신이 마치, 마법소녀가 된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나는 갑자기 이상한 광선을 쏜 그에게 소리쳤다.
「뭐하는 짓이야!」
어? 누가 내 대신 말한 거지?
주변을 둘러봤지만, 내 말을 가로챈 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다시 외쳤다.
「나한테 뭐한 거지?」
어어? 이번에도 왠 여자가 내 말을 가로 챘다.
아니다. 여자가 아니라 내가 내 말을 가로챈 것이다. 아니, 내가 여자 목소리를 낸 것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분홍빛에 휩싸인 뒤로 몸 상태가 안 좋다. 묘하게 시야가 낮아진 것도 그렇고, 몸의 감각이 어쩐지 이상하다. 거기다 목소리까지. 변해버린 몸으로 인해 혼란스러워진 나에게 루키드인지 루시드인지 하는 남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원망 하려거든 유카리를 원망해!」
그러고는 황급히 도망쳤다.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그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유카리를 원망하라고?」
내 몸을 이상하게 바꿔 놓은 것과 유카리가 무슨 연관인 거지? 그보다 그 분홍빛 괴광선은 뭐였던 거야? 그걸 맞은 내 몸은 대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틀림없었다. 지금의 나는 수컷이 아니다. 가느다란 몸에 가슴 쪽에 무게감이 느껴진다. 만져보니 역시 유방이었다. 크기는... 사나에보다 조금 작은 정도인가? 모미지 보다는 큰 거 같지만 이 역시 손도 작아졌기에 단정 지을 수 없다.
으음.. 모미지 보다는 조금 작네.
아쉬운 것 같으면서도 충분한 것 같은 묘한 기분이다.
「나 지금 뭐하는 거야!」
태연하게 자기 가슴이나 만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날 이렇게 만든 녀석을 쫒아야 한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는 듯 루키드인지 뭐시기인지 하는 남자의 모습은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일단, 부대장에게 가봐야 하나.」
내키지 않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조금 작아진 몸 때문에 모든 게 낯설게 느껴진다. 내가 내 자신이 아닌 것 같다. 이걸 어쩐다. 한 시라도 빨리 원래대로 돌아오고 싶은데..
냇가에 비친 내 모습은 영락없는 여자였다. 쪼그려 앉아서 자세히 관찰해 보니까, 제법 귀여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 괴광선은 단순히 성별만 전환 시킨 게 아니라 덤으로 미소녀로 만들어 버린 것 같다. 이거 진짜 놀라운데!
시간이 지나 냉정해지고 나니, 나를 성전환 시켰던 광선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지 실감되기 시작했다. 태국 같은 나라에서 장사하면 단숨에 떼부자가 될 만한 능력이었다.
세상에! 남자를 미소녀로 TS시키는 광선이라니. 서브컬쳐에서 TS라는 장르가 얼마나 관심을 받는지를 떠올려 보면 이건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바깥세계가 아니라 여기서도 충분히 각광을 받을 만하다.
물에 비친 미소녀가 나를 따라서 움직인다. 다양한 표정을 지어 보다가 다시 가슴을 쥐어 보았다. 내꺼 라서 그런지 기분이 묘하다. 부대장에게 가는 것도 잊은 채, 내 자신의 몸으로 노는 것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내킬 때까지 미소녀인 자신을 만끽하고 나니 뒤늦게 강렬한 자괴감이 밀려왔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이성적이지 못하게 너무 열중해 버린 것 같다.
정신을 차린 나는 여자가 된 몸에 맞춰 줄어든 옷의 매무새를 정돈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부대장의 집을 찾아갔다.
*
달라진 나의 모습에 부대장은 미친 듯이 웃어댔다.
「크하하하하하! 너 정말로 소우지냐?」
노골적으로 비웃음에 부대장의 면상에 주먹을 날리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었다. 그리고 지금은 화나기 보다는 허탈하기만 하다. 왜냐면─
「그 변태놈 쫒아 낸지 오래라서 말이야. 지금 쯤 어디서 뭘 하는지 나도 모른다.」
날 이렇게 만든 녀석의 소재지를 알 길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녀석, 유카리님과 아는 사이인 듯 하니까.
「그나저나 너 의외로 어울린다.」
「뭐가 말입니까?」
나를 보는 부대장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느낌이 좋지 않아 뒷걸음질 치는 나에게 부대장은 혀를 츄릅, 내밀며 말했다.
「어때? 이왕 여자가 된 거 좀 즐겨보지 않을래?」
「미쳤습니까? 언휴먼!」
기분 나쁘게 동성이었던 나를 그런 눈으로 쳐다본 부대장에게 강한 혐오감을 내비치며 멀어졌다. 그렇게 등을 돌리고 돌아가는 내게 부대장은 「농담이야.」하고 웃었다. 나는 지금 심각해 죽겠는데, 저 놈의 부대장은 연신 비웃으며 놀려대기 바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찾아 가지도 않았을 텐데.
그러면 이제 어쩐담?
현재 내게 남겨진 유일한 단서는 유카리님이었다.
품속에서 소형 음양옥을 꺼낸다.
그녀의 소행이라면 부른다 해도 원래대로 돌려줄 턱이 없겠지만, 적어도 무슨 이유인지 자초지종은 들을 수 있겠지.
그래도 혹시나 싶은 심정으로 소형 음양옥에 요력을 불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