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질베르 뒤랑
역자 - 전형준
출판사 - 문학동네
쪽수 - 672쪽
가격 - 43,000원 (정가)
철학, 인류학, 신화학, 종교사를 아우르며
신인류학의 기틀을 마련한 상상력 연구의 고전
신인류학의 기틀을 마련한 상상력 연구의 고전
“번뇌에 빠진 우리 시대가 수많은 결정론의 폐허 위에서 무정부주의적으로 찾아 헤매고 있는 ‘영혼의 보완물’은 바로 이러한 상상력의 기능 안에 존재한다.”
질베르 뒤랑
프로이트-마르크스주의와 구조주의로 실컷 배를 채운 한 세대 전체를 위한 치유자. _프랑수아즈 보나르델(파리1대학 철학 교수)
철학, 인류학, 신화학, 종교사를 아우르며 신인류학의 기틀을 마련한 상상력 연구의 고전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을 문학동네 인문 라이브러리 22권으로 출간한다. 1960년 프랑스에서 초판이 출간된 이래 12판에 이르도록 재발간되며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역작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2007년 한국어판을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이후 새로운 장정으로, 초역본을 세심하게 다듬고 바로잡아 다시금 내어놓는다. “바슐라르를 갈릴레이에 비교할 수 있다면 뒤랑은 코페르니쿠스에 해당한다”는 철학자 뷔넨뷔르제의 말처럼 질베르 뒤랑은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보편적이고 종합적인 동시에 획기적인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
“나는 상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토록 거대하고 유연하고 섬세한 인간 이해의 틀
“나는 상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옮긴이의 말」에서)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질베르 뒤랑의 관점에서 다시 쓴다면 저와 같은 문장이 탄생하지 않을까? 뒤랑에 의하면 합리주의의 이름으로 평가절하되어온 ‘상상력’은 인간 인식의 불변적 토대이다. 인간은 구체적 작품(표현)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인간의 구체적 작품은 모두 상상력의 소산이라는 것. 그는 인간이 이룩한 문화는 인간의 상상력의 결실이며, 나아가 상상계의 범주에 인간의 모든 문화적 산물이 포함된다고 말한다. “상상력이란 헛된 정념이 아니라 (…)‘욕망의 인간’을 따라 세상을 변모시키는”(553쪽) 위대하고도 거대한 힘인 것이다.
이 책은 고대의 신화로부터 현대의 예술작품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이룩한 온갖 상상력의 산물들을 구체적으로 참조할 뿐만 아니라 광기-분열의 표현까지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뒤랑의 상상계의 구조에는 인간 내부의 동물적 충동부터 합리적인 표현의 영역까지 두루 포함된다. 그는 ‘인간은 상징적 동물이다’라는 신념을 통해, 인간 인식의 중심에 ‘이성’이 아니라 ‘상상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다양한 학문적 성찰과 상상력의 산물에 대한 구체적 탐사를 통해 이를 증명하고 그 의미를 밝힌다. 질베르 뒤랑의 작업은 무수한 상상력이 흩어져 흐르는 은하수에서 별 하나하나를 관찰하고, 성좌를 발견해 이름을 붙이고, 상상계라는 거대한 지도를 그려내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이론적이든 실천적이든 인간 정신의 창조는 애초에 모두 상상력의 기능에 의해 지배받고 있다. 이러한 상상력의 기능은 인간이라는 종족 전체에 두루 펼쳐진다는 의미에서만 보편적인 것이 아니다. 인간의 이해의 기본을 이룬다는 의미에서도 보편적인 것이다. 상상력은 인간 의식의 전 과정의 뿌리를 이루고 있으며 인간 정신이 원초적으로 지니고 있는 표지이다.(507~508쪽)
상상력의 절대성과 자주성을 주장하는 측면에서 뒤랑은 바슐라르의 연장선상에 있다. 우리는 바슐라르를 통해, ‘오류와 거짓의 원흉’이자 ‘꿈과 거짓의 박물관’이라는 낙인이 찍힌 상상력이 실은 합리주의에 물든 영혼의 소외를 막아주는 수호신이며, 상상력이 이루는 세계 또한 과학의 세계만큼 현실적이고 체계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뒤랑은 철저히 바슐라르의 계보를 잇고 있으나 바슐라르의 현상학이 시의 현상학에 국한된 점, 바슐라르가 과학의 축과 상상력의 축을 엄밀히 구분하는 점에서 이의를 제기하며 출발한다. 뒤랑에 의하면 상상력과 과학의 축은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폭넓은 상상적 기능 속에서 통합되는 것이다. 즉 ‘과학적 진실’은 상상력이 보여주는 현실과 다른 계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상상적인 것의 총체적 구조 속 한 부분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은 바로 이 상상력에 입각한, 총체적 인류학의 구조를 세워보는 야심차고도 실증적인 작업의 결과물이다.
질베르 뒤랑
프로이트-마르크스주의와 구조주의로 실컷 배를 채운 한 세대 전체를 위한 치유자. _프랑수아즈 보나르델(파리1대학 철학 교수)
철학, 인류학, 신화학, 종교사를 아우르며 신인류학의 기틀을 마련한 상상력 연구의 고전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을 문학동네 인문 라이브러리 22권으로 출간한다. 1960년 프랑스에서 초판이 출간된 이래 12판에 이르도록 재발간되며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역작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2007년 한국어판을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이후 새로운 장정으로, 초역본을 세심하게 다듬고 바로잡아 다시금 내어놓는다. “바슐라르를 갈릴레이에 비교할 수 있다면 뒤랑은 코페르니쿠스에 해당한다”는 철학자 뷔넨뷔르제의 말처럼 질베르 뒤랑은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보편적이고 종합적인 동시에 획기적인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
“나는 상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토록 거대하고 유연하고 섬세한 인간 이해의 틀
“나는 상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옮긴이의 말」에서)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질베르 뒤랑의 관점에서 다시 쓴다면 저와 같은 문장이 탄생하지 않을까? 뒤랑에 의하면 합리주의의 이름으로 평가절하되어온 ‘상상력’은 인간 인식의 불변적 토대이다. 인간은 구체적 작품(표현)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인간의 구체적 작품은 모두 상상력의 소산이라는 것. 그는 인간이 이룩한 문화는 인간의 상상력의 결실이며, 나아가 상상계의 범주에 인간의 모든 문화적 산물이 포함된다고 말한다. “상상력이란 헛된 정념이 아니라 (…)‘욕망의 인간’을 따라 세상을 변모시키는”(553쪽) 위대하고도 거대한 힘인 것이다.
이 책은 고대의 신화로부터 현대의 예술작품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이룩한 온갖 상상력의 산물들을 구체적으로 참조할 뿐만 아니라 광기-분열의 표현까지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뒤랑의 상상계의 구조에는 인간 내부의 동물적 충동부터 합리적인 표현의 영역까지 두루 포함된다. 그는 ‘인간은 상징적 동물이다’라는 신념을 통해, 인간 인식의 중심에 ‘이성’이 아니라 ‘상상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다양한 학문적 성찰과 상상력의 산물에 대한 구체적 탐사를 통해 이를 증명하고 그 의미를 밝힌다. 질베르 뒤랑의 작업은 무수한 상상력이 흩어져 흐르는 은하수에서 별 하나하나를 관찰하고, 성좌를 발견해 이름을 붙이고, 상상계라는 거대한 지도를 그려내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이론적이든 실천적이든 인간 정신의 창조는 애초에 모두 상상력의 기능에 의해 지배받고 있다. 이러한 상상력의 기능은 인간이라는 종족 전체에 두루 펼쳐진다는 의미에서만 보편적인 것이 아니다. 인간의 이해의 기본을 이룬다는 의미에서도 보편적인 것이다. 상상력은 인간 의식의 전 과정의 뿌리를 이루고 있으며 인간 정신이 원초적으로 지니고 있는 표지이다.(507~508쪽)
상상력의 절대성과 자주성을 주장하는 측면에서 뒤랑은 바슐라르의 연장선상에 있다. 우리는 바슐라르를 통해, ‘오류와 거짓의 원흉’이자 ‘꿈과 거짓의 박물관’이라는 낙인이 찍힌 상상력이 실은 합리주의에 물든 영혼의 소외를 막아주는 수호신이며, 상상력이 이루는 세계 또한 과학의 세계만큼 현실적이고 체계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뒤랑은 철저히 바슐라르의 계보를 잇고 있으나 바슐라르의 현상학이 시의 현상학에 국한된 점, 바슐라르가 과학의 축과 상상력의 축을 엄밀히 구분하는 점에서 이의를 제기하며 출발한다. 뒤랑에 의하면 상상력과 과학의 축은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폭넓은 상상적 기능 속에서 통합되는 것이다. 즉 ‘과학적 진실’은 상상력이 보여주는 현실과 다른 계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상상적인 것의 총체적 구조 속 한 부분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은 바로 이 상상력에 입각한, 총체적 인류학의 구조를 세워보는 야심차고도 실증적인 작업의 결과물이다.
‘죽은 진리’보다 ‘살아 있는 거짓’을 향한 깨어 있는 꿈
그 누구도 소외하지 않는 따뜻한 인류학에의 도정
뒤랑은 자유로움을 특징으로 하는 ‘상상력’과 일정한 틀을 갖춘 ‘구조’라는 개념을 결합한 데 그 탁월성과 독보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결합이 가능한 것은 상상력이 자유롭긴 하지만 그 분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뒤랑의 시각 때문이다. 따라서 뒤랑은 몇 개의 커다란 축을 중심으로 이를 분류해 총체적 연구가 가능한 틀을 세우고, 이 구조에 역동성을 부여해 변화 가능성을 고려한다. 뒤랑이 제시하는 틀-방법론은 마치 피아노의 건반이나 팔레트의 물감을 떠올려봄직하다. “음악작품이나 미술작품은 그 음들과 색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원형은 동일하지만 그 배합에 따라 개별적 작품들은 언제고 새로운 것”(「옮긴이의 말」에서)이기 때문.
이러한 관점에서 뒤랑은 상상계를 두 체제로 분류한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죽음을 의식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리고 바로 그 죽음에 대한 인식이 인간 상상력의 시발점이 된다. 상상력의 ‘낮의 체제’는 죽음의 공포를 극대화하고 과장하여 결국엔 죽음을 퇴치하는 상상력의 영역이다. 이 체제에서는 근본적으로 대립의 상상력이 작동하며 영웅적 모험, 분리, 정화 의식, 악과 괴물을 퇴치하는 전투적 무기가 만들어진다. 홀과 검의 원형으로 상징되는 ‘낮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의 과장과 그 공포의 퇴치를 지향하는 상상력으로 이루어지기에 분열적이고 전투적이며 영웅적이다. 따라서 객관적으로는 이질화를 지향하고 주관적으로는 동질화를 지향하는 모티프가 주어진다.
하나의 절대가치를 추구하는 태도는 인간을 지치게 하거나 혹은 미쳐버리게 할 수도 있다. 인간이 과도하게 이미지의 낮의 체제에 속하는 상징 재현에만 갇혀 있게 된다면, 절대적인 공허나 열반 상태인 완전 정화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고, 대립적 긴장이나 지속적 자기감시 태도의 결과로 결국 고단하고 쇠약한 상태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241쪽)
반면 ‘밤의 체제’는 죽음에 대한 공포의 완화를 통해 죽음을 극복하는 상상력으로 이루어진다. 구별에 입각한 낮과 태양의 세계보다 덜 논쟁적이고 덜 공격적이며 그 마음은 행복과 화해를 향해 있다. 신비적 구조와 종합적 구조로 나뉘는 밤의 체제는 가치 전도, 순환 등의 상상력을 통해 낮의 체제에서는 부정적인 가치가 부여되었던 것에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하며 그렇기에 모순이 공존하기도 한다. 이런 지향은 낮의 이미지와 밤의 형상들이 혼합된 종합적이고 극적인 우주론까지 나아가게 된다.
밤의 이미지의 완곡화가 가장 깊이 있게 이루어지는 것은 노발리스에게서이다. 밤은 우선 낮과 대립하면서 낮을 밤의 전조 정도로 극소화한다. 이어서 밤을 “이루 말할 수 없는 신비스러운것”으로 평가하는데 밤은 레미니선스(reminiscence)의 내밀한 근원이기 때문이다. 노발리스는 현대의 정신분석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밤이 무의식의 상징이며 잃어버린 기억들이 마치 아침 안개처럼 우리의 마음까지 피어오르게 해준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279쪽)
뒤랑은 단수의 ‘구조’가 아니라 복수의 ‘구조들’의 관계를 살핌으로써 자신이 제시한 상상계의 틀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그는 인간이 이룩한 문명의 이름으로 포유동물로서 인간이 지닌 생물학적 특징을 지워버리는 인류학이 아니라, 인간이 지닌 모든 특질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아우르는 인류학을 설립하였다. 인간에 관한 한 그 어느 것도 낯설지 않다는 관점에서 설립한 인류학만이 보편성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 그는 서구적인 관점에서 설립된 기존 인류학의 편협성을 비판하면서 객관과 주관, 역동성과 정태성, 불변적인 것과 가변적인 것을 두루 포함하고 종합하는 인류학을 개척했다. 따라서 그의 인류학적 구조들은 우리의 일상, 하찮아 보이는 우리의 행동과 사고, 더 나아가 우리의 광기까지도 그 안에 포함하는, 인간 존재의 방대함과 섬세함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 다시 말해 인간에 관한 모든 학문을 종합하는 구조들인 것이다.
이성을 전제로 한 인류학은 배제와 차별을 전제로 한 인류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인류학은 진보를 이룩했느냐 아니냐, 합리적인 사유에 근거해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인간의 문화들을 야만과 문명으로 차별화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뒤랑은 인류학이 참다운 인류학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에 관한 것이면 그 어느 것도 낯설지 않다는 관점을 택해야만 보편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관심을 갖는 것은 문화들에서 드러내는 차이만이 아니라 그 차이를 낳게 한 공통 토대이다. 그는 서구식의 합리주의와 과학 문명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는 있을 수 있지만 시와 제의와 종교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는 없다고 말한다. 인간에 대한 종합적인 관점은 특정한 문화를 모델로 하여 성립될 수는 없다. 인간 누구에게나 공통으로 들어 있는 인간으로서의 특질을 중심으로 세운 인류학이라야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그 특질은 고대인들에게도, 현대인들에게도, 서구인들에게도, 동양인들에게도, 신대륙의 원주민들에게도 공통적으로 들어 있다. 뒤랑은 그 공통 토대에 상상력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_진형준, 「옮긴이의 말」에서(664~665쪽)
이미지 상상력의 시대를 일반인들은 시대적 현상의 하나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상상력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은 인간과 사회와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상상하는 주체로서의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변화하는 사회의 새롭고도 다양한 경향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성찰하게 한다. 이러한 뒤랑의 상상계의 인류학은 인간과 인간 사회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주는 모두를 위한 ‘인간학’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질베르 뒤랑이 창안한 이 ‘구조들’은 앞서 말한 건반과 물감과도 같아서, 시간과 공간이 제아무리 바뀌어도 언제나 무수한 ‘현재들’을 담보하고 있다.
그 누구도 소외하지 않는 따뜻한 인류학에의 도정
뒤랑은 자유로움을 특징으로 하는 ‘상상력’과 일정한 틀을 갖춘 ‘구조’라는 개념을 결합한 데 그 탁월성과 독보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결합이 가능한 것은 상상력이 자유롭긴 하지만 그 분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뒤랑의 시각 때문이다. 따라서 뒤랑은 몇 개의 커다란 축을 중심으로 이를 분류해 총체적 연구가 가능한 틀을 세우고, 이 구조에 역동성을 부여해 변화 가능성을 고려한다. 뒤랑이 제시하는 틀-방법론은 마치 피아노의 건반이나 팔레트의 물감을 떠올려봄직하다. “음악작품이나 미술작품은 그 음들과 색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원형은 동일하지만 그 배합에 따라 개별적 작품들은 언제고 새로운 것”(「옮긴이의 말」에서)이기 때문.
이러한 관점에서 뒤랑은 상상계를 두 체제로 분류한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죽음을 의식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리고 바로 그 죽음에 대한 인식이 인간 상상력의 시발점이 된다. 상상력의 ‘낮의 체제’는 죽음의 공포를 극대화하고 과장하여 결국엔 죽음을 퇴치하는 상상력의 영역이다. 이 체제에서는 근본적으로 대립의 상상력이 작동하며 영웅적 모험, 분리, 정화 의식, 악과 괴물을 퇴치하는 전투적 무기가 만들어진다. 홀과 검의 원형으로 상징되는 ‘낮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의 과장과 그 공포의 퇴치를 지향하는 상상력으로 이루어지기에 분열적이고 전투적이며 영웅적이다. 따라서 객관적으로는 이질화를 지향하고 주관적으로는 동질화를 지향하는 모티프가 주어진다.
하나의 절대가치를 추구하는 태도는 인간을 지치게 하거나 혹은 미쳐버리게 할 수도 있다. 인간이 과도하게 이미지의 낮의 체제에 속하는 상징 재현에만 갇혀 있게 된다면, 절대적인 공허나 열반 상태인 완전 정화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고, 대립적 긴장이나 지속적 자기감시 태도의 결과로 결국 고단하고 쇠약한 상태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241쪽)
반면 ‘밤의 체제’는 죽음에 대한 공포의 완화를 통해 죽음을 극복하는 상상력으로 이루어진다. 구별에 입각한 낮과 태양의 세계보다 덜 논쟁적이고 덜 공격적이며 그 마음은 행복과 화해를 향해 있다. 신비적 구조와 종합적 구조로 나뉘는 밤의 체제는 가치 전도, 순환 등의 상상력을 통해 낮의 체제에서는 부정적인 가치가 부여되었던 것에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하며 그렇기에 모순이 공존하기도 한다. 이런 지향은 낮의 이미지와 밤의 형상들이 혼합된 종합적이고 극적인 우주론까지 나아가게 된다.
밤의 이미지의 완곡화가 가장 깊이 있게 이루어지는 것은 노발리스에게서이다. 밤은 우선 낮과 대립하면서 낮을 밤의 전조 정도로 극소화한다. 이어서 밤을 “이루 말할 수 없는 신비스러운것”으로 평가하는데 밤은 레미니선스(reminiscence)의 내밀한 근원이기 때문이다. 노발리스는 현대의 정신분석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밤이 무의식의 상징이며 잃어버린 기억들이 마치 아침 안개처럼 우리의 마음까지 피어오르게 해준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279쪽)
뒤랑은 단수의 ‘구조’가 아니라 복수의 ‘구조들’의 관계를 살핌으로써 자신이 제시한 상상계의 틀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그는 인간이 이룩한 문명의 이름으로 포유동물로서 인간이 지닌 생물학적 특징을 지워버리는 인류학이 아니라, 인간이 지닌 모든 특질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아우르는 인류학을 설립하였다. 인간에 관한 한 그 어느 것도 낯설지 않다는 관점에서 설립한 인류학만이 보편성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 그는 서구적인 관점에서 설립된 기존 인류학의 편협성을 비판하면서 객관과 주관, 역동성과 정태성, 불변적인 것과 가변적인 것을 두루 포함하고 종합하는 인류학을 개척했다. 따라서 그의 인류학적 구조들은 우리의 일상, 하찮아 보이는 우리의 행동과 사고, 더 나아가 우리의 광기까지도 그 안에 포함하는, 인간 존재의 방대함과 섬세함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 다시 말해 인간에 관한 모든 학문을 종합하는 구조들인 것이다.
이성을 전제로 한 인류학은 배제와 차별을 전제로 한 인류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인류학은 진보를 이룩했느냐 아니냐, 합리적인 사유에 근거해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인간의 문화들을 야만과 문명으로 차별화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뒤랑은 인류학이 참다운 인류학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에 관한 것이면 그 어느 것도 낯설지 않다는 관점을 택해야만 보편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관심을 갖는 것은 문화들에서 드러내는 차이만이 아니라 그 차이를 낳게 한 공통 토대이다. 그는 서구식의 합리주의와 과학 문명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는 있을 수 있지만 시와 제의와 종교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는 없다고 말한다. 인간에 대한 종합적인 관점은 특정한 문화를 모델로 하여 성립될 수는 없다. 인간 누구에게나 공통으로 들어 있는 인간으로서의 특질을 중심으로 세운 인류학이라야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그 특질은 고대인들에게도, 현대인들에게도, 서구인들에게도, 동양인들에게도, 신대륙의 원주민들에게도 공통적으로 들어 있다. 뒤랑은 그 공통 토대에 상상력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_진형준, 「옮긴이의 말」에서(664~665쪽)
이미지 상상력의 시대를 일반인들은 시대적 현상의 하나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상상력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은 인간과 사회와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상상하는 주체로서의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변화하는 사회의 새롭고도 다양한 경향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성찰하게 한다. 이러한 뒤랑의 상상계의 인류학은 인간과 인간 사회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주는 모두를 위한 ‘인간학’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질베르 뒤랑이 창안한 이 ‘구조들’은 앞서 말한 건반과 물감과도 같아서, 시간과 공간이 제아무리 바뀌어도 언제나 무수한 ‘현재들’을 담보하고 있다.
목 차
서문(제10판)
서론
“서푼짜리” 이미지
상징과 동기부여
수렴적 방법과 방법적 심리주의
인류학적 요청, 구도와 용어
제1권 | 이미지의 낮의 체제
제1부 시간의 얼굴들
제1장 동물의 모습을 한 상징들
제2장 밤의 형태를 한 상징들
제3장 추락의 형태를 한 상징들
제2부 홀笏과 검
제1장 상승의 상징들
제2장 빛나는 상징들
제3장 분리의 상징들
제4장 상상계의 낮의 체제와 분열 형태적인 구조들
제2권 | 이미지의 밤의 체제
제1부 하강과 잔盞
제1장 도치의 상징들
제2장 내면의 상징들
제3장 상상계의 신비적 구조들
제2부 은화에서 지팡이로
제1장 순환의 상징들
제2장 리듬의 구도에서 진보의 신화로
제3장 상상계의 종합적 구조와 역사의 스타일
제4장 신화와 의미화
제3권 | 초월적 환상을 위한 요소들
제1장 원형의 보편성
제2장 공간, 상상력의 선험적 형태
제3장 완곡화의 초월적 구도론
결론
상상계의 동위적 분류도
주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서론
“서푼짜리” 이미지
상징과 동기부여
수렴적 방법과 방법적 심리주의
인류학적 요청, 구도와 용어
제1권 | 이미지의 낮의 체제
제1부 시간의 얼굴들
제1장 동물의 모습을 한 상징들
제2장 밤의 형태를 한 상징들
제3장 추락의 형태를 한 상징들
제2부 홀笏과 검
제1장 상승의 상징들
제2장 빛나는 상징들
제3장 분리의 상징들
제4장 상상계의 낮의 체제와 분열 형태적인 구조들
제2권 | 이미지의 밤의 체제
제1부 하강과 잔盞
제1장 도치의 상징들
제2장 내면의 상징들
제3장 상상계의 신비적 구조들
제2부 은화에서 지팡이로
제1장 순환의 상징들
제2장 리듬의 구도에서 진보의 신화로
제3장 상상계의 종합적 구조와 역사의 스타일
제4장 신화와 의미화
제3권 | 초월적 환상을 위한 요소들
제1장 원형의 보편성
제2장 공간, 상상력의 선험적 형태
제3장 완곡화의 초월적 구도론
결론
상상계의 동위적 분류도
주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추 천 사
존 P. 클라크(미국 뉴올리언스 로욜라 대학 철학과 교수)
이 책은 지식인 세계에서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 작품이 [1999년 영어로] 번역 출간됨으로써, 문학과 예술비평 분야를 포함해 철학, 인류학, 사회 이론, 심리학, 종교사 분야의 독자들은 지난 40년간 신비의 베일에 싸여 있던 이 저작을 마침내 (안타깝게도 이제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한편으로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특별한 박학다식함의 종합이라는 점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론적 깊이와 통찰력 있는 분석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놀라운 저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