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도 모른 채, 하루히메는 벨에게 따라 나오게 되었고. 릴리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벨프의 협력을 얻어 저택의 뒷문으로 향했다.
대장장이의 청년은 벨과 함께 하루히메를 수상쩍게 여기기는커녕, [아아, 갖다 와.]라며 웃음을 보이면서 내보내 주었다.
[베, 벨님, 어떻게 된 건가요.....?]
[모처럼 이렇게 맑은 날씨니까, 하루히메씨랑 돌아다니고 싶다, 라고 생각을 해서, 게다가 오늘은 완전휴일 이잖아요.]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 되고 있는 하루히메를 벨은 역시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함께 하고 있었다. 보통이라면 죄송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던가, 정중하게 이유를 설명을 했을 텐데 말이다.
오늘도 오라리오는 북적거렸다. 본처의 저택이 있는 도시남서쪽의 거주구를 벗어나면 여기저기서 여러 떠들썩함이 들려왔다.
중심거리인 메인 스트리트가 아닌데도 거리에는 아인들이 넘쳐났고, 거리의 한쪽을 걷고 있는 하루히메의 시야에는 “과연” 이라고 할 정도로 확실히 푸른 하늘에 잘 어울리는 평화로운 거리가 한가득 펼쳐져 있었다.
[저하고 걷고 싶다......? 릴리님이다 다른 분이 아니 시구요.....?]
붉은 키모노가 흔들리며 하루히메는 빈번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계속 물음표가 떠오르는 모습 을 보이자, 벨도 역시 억지로 했다고 생각한 것인지 뺨을 긁적인 다음, 조금 쑥스럽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하루히메씨, 오늘까지 계속 열심히 일하기만 하셨잖아요. 우리들의 [페밀리아[에 들어온 뒤에, 저택 안에서도, 던전 안에서도.]
[에?]
[거기다가 처음 만났을 때, 들었어요, 오라리오를 동경하고 있다고.]
[....!]
[모처럼 동경의 거리에 왔으니까, 잔뜩 보지 않으면 분명 손해라고 너무 아까운게 아닌가 하고.]
하루히메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깃들었다. 벨은 하루히메를 생각해 기분전환으로 거리를 안내해 줄려고 했었던 것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동경하고 있었던, 수많은 영웅들이 태어났던 미궁도시를.
하루히메는 특별히 지금까지 자신을 억눌러 왔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이슈탈 페밀리아]에서 빠져 나온 것이 -창부에서 해방되었던 것이 기뻐서, 행복해서 그것만으로 구해졌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오라리오의 동경도, 단지 잊고 있던 것뿐이었다.
정확하게는 쇼핑이나 던전에 가는 도중에 보는 도시의 여러 가지 광경들-새장에 갇혀있었던 자신이 거의 볼일이 없었던 환락가 이외의 풍경-만으로도 충분할 정도로 흥분하고 채워졌던 것이었다.
-벨은 그런 하루히메를 대신해 그녀의 동경을 기억해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혹시라도 쓸데없는 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조금 억지로 대리고 나왔다는 것에 반성하는 것처럼 벨은 쓴웃음을 짓자, [그, 그렇지 않습니다!]라며 하루히메는 순간적으로 대답했고, 벨을 놀라움을 보였다.
주위의 사람들도 거리의 한쪽에서 갑자기 큰소리를 지르며 멈춰있던 하루히메와 벨에게, 한번 시선을 주었지만, 곧바로 흥미를 잃고는 다시 걸어갔다.
핫, 하며 하루히메는 몸을 움츠리며 좌우로 시선을 준 다음..... 조금씩 말하기 시작했다.
[폐가 되지 않나요?]
[예?]
[저하고 같이 있으면.......벨님을 곤란해 하게 할뿐이라서.....]
-그것은 하루히메의 솔직한 생각 이었고, 마음의 부담이기도 했다.
언제나 실패만을 하는 자기 자신의 자기혐오가, 짙은 붉은색의 눈동자와 마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벨님의 마음씨에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정말도 아주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에게 폐를 끼치기만 했고......]
[......]
[헤스티아님과 릴리님에게도 꾸중을 듣고 말았습니다. 세상물정 모르는 저는 언제나 실패만 할뿐이라서.....]
목욕탕사건을 시작한 어제의 소동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눈을 내리고 있던 하루히메는 조심스럽게 시선을 올렸다.
[......그런 저에게......어째서 벨님은, 이렇게 상냥하게.....]
마지막에 입에 담은 말은 순수한 의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히메와 벨을 나두고 지나갔다. 서로 쳐다보고 있던 사이에서 먼저 시선을 돌린 것은 벨이었다.
[저기......잘난 체하는 거라면 부끄럽지만......]
다시한번 쑥스러운 듯 뺨을 긁고는 소년을 말했다.
[하루히메씨는, 저를 위해서 해주신 거죠?]
[에?]
[신님하고 릴리에게 혼난 것도, 분명 저에게 무언가를 해주려고 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치도 못했던 말에, 하루히메는 눈을 크게 떴다.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는, 솔직히 잘 몰랐지만 서도...... 하지만, 하루히메씨의 기분은 전해졌어요.]
열심히 쳐다보고 있다던가, 목욕탕에서 등을 씻겨 주었다던가, 젖은 의상으로 무릎베게와 귀청소를 해 주었다던가.
수치심과 동요에 흔들리고 있던 당시의 벨에게 있어서, 그런 행동들은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하루히메의 [봉사]의 의미--헌신의 마음은 이해하고 있었다.
그 진실에 하루히메의 몸이 굳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어째서”라고 말하기 전에 벨이 먼저 대답했다.
[왜냐하면 하루히메씨가 열심히 노력하려고 할 때는 언제나 “누군가를 위해서”잖아요.]
-가슴이 두근거렸다.
-뺨이 뜨거웠다.
-머리위의 귀도.
벨의 말이, 지금도 이쪽을 보고 있는 상냥한 시선이, 하루히메의 가슴을 뒤흔들었고, 동시에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폐가 되지 않아요, 오히려 반대로 기뻤고.]
벨은 어린 소년처럼 웃었다. 움직임이 멈춰있던 하루히메는, 그 미소에 이끌리는 것처럼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하루히메는 눈앞의 소년에게 대답하고 싶었다.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라고.
-소년이 노력하려고 할 때는, 지금처럼, 언제나 다른 사람을 위해서니까.
-너무 상냥하고, 서투르고, 하얀 소년.
-하루히메는 벨에게 용기를 얻었기에,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무엇인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 뿐 이었으니까.
결국, 하루히메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대신 자기혐오라든가. 마음의 부담이라든가, 그런 감정도 사라져 있었다.
-눈앞의 소년이 언제나 처럼 녹여 주었으니까.
[고맙습니다. 벨님.......정말로 매우 기쁩니다.]
하루히메는 지금의 마음을 말로 표현할 방법은 몰랐다.
-그렇기에 대신, 그런 대답을 전했다.
[오늘, 저에게 오라리오의 거리를 안내해 주시겠습니까?]
[예!]
방긋이 웃는 벨에게, 하루히메도 같이 웃음으로 대답했다.
*다음 화부터 벨과 하루히메의 데이트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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