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만추 14권은 전체적으로 벨프 일행과 벨과 류 일행 두 파트로 나뉘었고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13권을 봤을 당시에 심층 파트가 너무나도 궁금했었다보니 당연히 벨과 류쪽이 더 재밌긴 했습니다.
그래도 벨프 일행쪽도 꽤 재밌었고 벨프의 성장과 개인적으로는 서브 리더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점이 좋았네요.
벨의 행적에 묻혀서 그렇지 원래 유능한 애들이긴 했으니까요.
당연히 본격적인 내용은 벨과 류가 가게 된 심층 파트인데
개인적으로 류가 마음에 드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정말 좋았네요. 너무 혹독한 환경이란 느낌이라
이제 더 이상 초반권같은 초보모험가같은 풋풋함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더 취향입니다.
하루히메 설정 정도를 제외하면 저한텐 실망을 안 시키는 작가.
아, 발매텀이 느리다는게 좀 아쉽긴 하지만.
그리고 여기서 류의 과거도 나오는데 왜 그가 현상수배범까지 되었고
류가 길드의 추적을 안 받는 이유도 제대로 나옵니다. 류가 보여주는 잡다한 능력과 외전에서 보여준 도박 실력같은 부분도 조금 설명이 되구요.
벨과 류의 관계도 보기 좋았습니다.
벨이 선생님같다고 언급하는 부분이 있는데 아마 웹연재 당시 아이즈가 해줬던 훈련을 류가 해줬던 걸 감안하고
언급한 일종의 팬서비스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류가 마음에 들긴 하지만 그거랑 별개로 히로인으로서는 아쉽다 싶었는데
이번에 보여준 내용만 봤을 땐 "다른 히로인이랑 연애 진도같은 걸 안 나간 것도 있지만 1권만에 얘랑 이어져도 납득하겠구나"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론과 현실론을 기반으로 어떻게든 서로를 돕고 구하려는 것도 좋았고..
사실, 저는 이세계물이나 러브코미디물에 나오는 거마냥 누굴 구해줘서 좋아한다던가 이런 건 개인적으로 불호인데
원래 류가 벨에게 인간적인 호의와 본인은 제대로 자각 못한 감정이 있었다는 걸 이때까지 잘 보여줘서 그런지 몰라도
류의 감정 변화가 납득이 가고 오히려 보기 좋았습니다.
특히 (수원이 있는 그)세이프티 에리어에서의 상황이나
14권 中
천장을 향했던 얼굴이 옆으로 누워, 엎드린 채 쓰러진 류와 시선을 마주했다.
루벨라이트색 눈과 하늘색 눈이 바로 옆에서 서로를 마주보았다.
"...저거노트는, 요...?"
"사라졌어요... 여기에는, 없습니다..."
붉게 물든 세상에서, 불면 날아갈 것처럼 가느다란 목소리의 조각을 나누었다.
시선을 얽고 있던 벨은 천천히 입가를 살짝 틀어올렸다.
웃음으로도 보이지 않는 웃음을 지었다.
"그럼... 포기한 거네요...우리를."
"...네."
아니다.
포기한 것이 아니라 기회를 노리는 것이리라.
그 괴물은 자신의 손으로 숨통을 끊기 전까지는 류와 벨의 추격을 단념하지 않는다.
몬스터의 집념을 느끼고 있던 류는 그 사실을 잘 알았다.
"이제... 돌아갈 수 있겠네요, 우리..."
벨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모르는 척하며 류에게'거짓말'을 했다.
이로써 지상에 돌아갈 수 있다고.
이 미궁의 어둠을 넘어, 따뜻한 햇살을 받을 수 있다고.
"시르 씨랑,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겠네요..."
이제 지상으로 돌아가기란 절망적이다.
'저거노트'가 있는 한 두 사람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제 37계층에서 탈출할 수 없다.
그것을 알면서도 벨은 착한'거짓말'을 했다.
둘이서 함께 '풍요의 여주인' 문을 지나, 버럭버럭 화를 내는 시르와 점원들과 재회해, 약간 벌을 받은 다음,
다 같이 '아스트레아 파밀리아'를 빼앗겼던 류가 두려워하지 않도록.
이 얼마나 착한 '거짓말'인가.
이 얼마나 행복한 '꿈'인가
류는 웃었다.
눈가에 희미하게 눈물을 맺으며, 안온하게.
"네... 우리는, 돌아갈 수 있지요..."
그러므로 류도 그 '거짓말'에 속아주었다.
어두운 어둠이 내려다보는 가운데, 피웅덩이에 잠겨, 생사의 갈림길에 드러누워 있으면서도, 행복한 '꿈'에 잠겼다.
소년과 요정은 웃음을 나누었다.
"벨..."
"네..."
"...안아, 주겠어요?"
최후의 최후, 그야말로 최후에.
류는 솔직해질 수 있었다.
친구에 대한 마음과 엘프의 긍지, 그런 것들로 계속 뚜껑을 덮어놓았던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었다.
조금 놀란 기척에 이어, 떨리는 소년의 팔이 뻗오았다.
류도 팔을 뻗어 그의 품으로 빨려 들어갔다.
'따뜻해...'
서로 몸을 겹치며, 서로를 안으며, 품속에서 입술에 웃음을 지었다.
온기를 서로 나누면서 눈물을 흘렸다.
세상은 정말로 잔혹하다.
류는 벨만이라도 살았으면 하는데, 던전은 류의 길동무로 그를 떠밀어주었다.
마음이 꺾이고, 재앙에게 희망이 잠식당해버린 류는 이제 저항할 수 없었다.
이 온기를 놓아버릴 수는 없었다.
얼굴을 피투성이 가슴에 비벼댔다. 쇠비린내가 난다. 새하얀 눈의 환영도 보았다. 그 속에 묻힌 채, 지금과 마찬가지로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도.
고개를 들면 아름다운 설원 따위 존재하지 않으며, 그저 류와 벨의 피가 뒤섞여 있을 뿐이었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는데, 이런 최후가... 이렇게나 사랑스럽다니.'
류는 그런 생각을 하고 말았다.
류는 지금 누구보다도 소년과 함께 있을 수 있으므로.
누가 뭐라 하더라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으므로.
지금 이 순간만은 자신과 그가 누구보다도 이어져 있노라고.
그것이 기쁘고도 기쁘고 또한 슬퍼서.
행복하고도 행복하고 또한 쓸쓸해서.
류는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벨... 조금만, 잘게요..."
무거운 눈꺼풀을 천천히 닫았다.
이것이 영원한 이별이 되려나.
눈을 떴을 때, 그곳은 여전히 어둡고 차가운 현실이며 곁에 있는 온기는 사라진 뒤일까.
아니면 다음에 눈을 떴을 때, 류는 벨과 재회할 수 있을까.
빛의 건너편에 있던 옛 동료들의 곁에서.
"네... 금방, 깨울게요."
벨의 목소리가 류의 도려저나간 귓전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이 온기를 잊지 않도록.
류는 두 손을 가슴에 안고, 갓난아이 같은 자세로 의식을 잃었다.
마지막 저거노트와의 결전 직전에 가서야 솔직히진 듯 안아달라는 장면은 정말 맘에 드네요.
14권 스포를 봐서 해피엔딩인 것도 알았고 원래 라노벨보고 재미나 감탄은 느껴도 감동은 잘 안 느끼는데도 약간 눈물샘이 자극됐을 정도.
류 외전 사놓고 안 보고 있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다시 봐야겠습니다.
군대 가기전에 14권이 나와줘서 정말 다행이라고 느꼈을 정도로 만족스러웠고
스토리 맥락 위주로 본다고 사실 꼼꼼하게는 못 봤는데 며칠 뒤에 다시 정독해야겠네요.
정말 필력으론 실망 안 시키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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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소설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중 하나가 '몰입 시킬 수 있는가' 인데 그 점에서 던만추는 확실하게 몰입을 시켜주더라구요. 사실 영웅담이라는게 유치해지기 쉬운데 필력으로 그걸 커버하고 정말로 몰입하게 됨. | 19.03.15 17: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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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렇게 보는 편입니다. 지금 주인공 구르는 거 보면 진짜 이미 닳을 대로 닳아버린 매춘부를 구해주는 상황을 원했을 거라고 봐요. 벨이 가진 영웅으로서의 본질중 하나는 손을 내밀길 꺼려할 상황에서 구해주는 사람이니까요. 다만 그럴 거면 제대로 뜯어 고쳐야 했을텐데 어설프게 고친 거 같더라구요. | 19.03.16 12: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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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녀성을 밀고 나가려고 했으면 최고급 매춘부가 아니라 이슈타르가 아주 아끼는 무희라는 식으로 나갔어야 했다고 봅니다. 덜 어둡기는 해도, 창관에서 춤과 웃음을 팔아서 살아간다면서 자조해도 충분했을 태니말입니다. | 19.03.16 14: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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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그게 아쉬운 부분이에요. 근데 그거 빼면 대체적으로 절 실망시킨 적이 없는 작가. 아, 개인적으로 외전은 그렇게 흥미가 안 생기긴 하네요. 기본적으로 벨의 이야기를 좋아해서.. | 19.03.16 14: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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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조숙한다는 설정에 맞게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조숙'이란 설정 자체가 마음에 안 들 수는 있겠다 싶긴 해요 ㅋㅋ | 19.03.16 20:5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