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S.DYNAZENON,
영원히 풀 수 없는 과거보다 소중해진 너라는 내일에
높디높은 수문에 걸터앉아 알 수 없는 노래를 부르는 소녀.
이상한 소문이 돌지만 아는 사이는 아니라 큰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
내게 말을 걸기 전까지
아니 거대 로봇을 타고 우주에 가기 전까진.
"나는, 어딘가 이상한 거야."
유메가 굳이 약속을 하고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사실 단순한 이유입니다.
자신과 약속을 한 언니가 그 약속을 저버리고 떠난 것에 대해 스스로 어떤 반응을 해야 하는지를 상대에게서 찾기 위해서죠.
그리고 동시에 약속을 어기는 사람의 생각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유메는 이런 행동을 하면서도 스스로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는 모르는 모양입니다.
그저 어딘가 이상한 거야라는 말로 대충 때우고 있는 것을 보면요.
요모기는 꽤나 수동적인 인물입니다.
반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고 속한 그룹도 있는 걸 보면 학교생활을 문제 없이 잘 이어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나 남들의 의견에 동조하고 따라갈 뿐 스스로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가정사에 있어서도 동일한 모습을 보입니다. 어머니의 재혼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새아빠가 될 사람에게 싫은 소리나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그저 받은 용돈을 기부함에 그대로 넣어버리고 독립을 하기 위해 조용히 알바만 늘려나가는 걸 보면요.
둘의 만남은 평범했습니다. 유메는 여느 때와 같이 약속을 잡고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요모기는 그저 상대의 말에 따라 오지 않을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음에도 자리를 지켰습니다.
딱 하나 변수가 있었다면 수상한 차림의 시끄러운 어느 한 남자가 끼어들었다는 점 정도이겠네요.
ssss.다이나제논은 가우마 부대 전원을 조명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 미나미 유메가 가장 많은 분량을 받은 편입니다.
반대로 요모기는 개인의 이야기를 덜 받은 것처럼 보입니다. 코요미나 치세의 개인서사는 짧지만 확실하게 전달하는 반면 요모기가 가진 가정사나 개인사 같은 것들은 뭔가 휙하고 지나가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우마 부대 전원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후회와 극복에 대한 파트가 적을 뿐 요모기는 충분한 서사를 작품 내에서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 또한 요모기를 통해 전달하고 있죠.
유메는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가 뒤틀린 이유 또한 명확하게 알고 있죠.
언니 카노의 죽음. 더 정확히는 카노가 자신에게 건넸던 약속을 저버리고 떠난 것인지 아니면 사고가 겹친 것인지. 저버리고 떠난 것이라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
하나의 맹점이 있다면 이 문제는 영원히 정답을 알 수 없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카노는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유도 그때의 감정도 왜 떨어지게 되었는지도 영원히 알 수 없죠.
이것은 유메가 카노의 방에서 가져온 지혜의 고리와도 연결됩니다. 유메가 본격적으로 카노에 대한 의문을 풀어내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이 지혜의 고리 또한 주목을 받거든요.
그리고 이 고리는 절대 풀리지 않죠.
유메가 풀 수 없는 문제를 파헤치는 것을 따라가는 사람이 있으니 그게 바로 요모기입니다.
이유는 의외로 심플하죠. 다이나제논과 함께 날아간 우주에서 한눈에 반해버렸거든요. 그래서 유메가 너무나도 신경 쓰이거든요.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돕고 싶고 남자 선배를 혼자 만나러 간다하면 마음이 싱숭생숭 해져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거든요.
카노와 유메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다방면으로 해석할 수 있게 열어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이끌어가는 가장 흥미로운 미스터리이자 동력으로서 작용하는 것이죠.
이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카노 죽음에 대한 진실은 연출과 장면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하지만 유메의 또 다른 의문인 카노가 왕따를 당했지, 나아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확실히 나오지 않습니다.
중반부에 카노가 자살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유메가 혼란스러워하고 작품이 크게 움직인 것을 생각하면 대충 넘어가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도 있습니다만
이건 결국 카노가 겪은 일 자체는 작품이 가진 주제의식 크게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노가 겪은 사건을 확실히 드러난 진실만 나열하면 이렇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며 좀 더 활동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노력했고 합창부에도 들어갔으며 그 과정에서 후타바 선배와 사귀게 됩니다.
하지만 그로인한 질투를 받았고 이런저런 견제를 당했지만 다른 이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수문에서 사고를 당한 것이죠.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바로 카노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카노가 처한 상황이 왕따인지 아니면 질투에 의한 견제 정도인지 정확히 묘사되지 않지만 확실한 것은 본인이 홀로 그 상황을 담아두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후타바 선배가 도움을 주려 했다는 말과 본인이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는 말을 하는 걸 보면 도움을 주기 위한 제스처가 있었음에도 결국 본인이 거절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다시 돌아가서 유메는 현재 절대 풀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당사자가 이제 없으니 당시 주변 인물들에게 수소문을 하고 자료들을 찾아봐도 카노만이 알고 있을 진실은 절대 알 수 없죠.
하지만 이 진실이 어떤 것인지 보다 중요한 것은 유메가 처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려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유메는 진실을 쫓으면서 스스로를 고립시키기도 하고 카노처럼 혼자 해결하려 상대를 밀어내기도 하지만 그녀를 포함한 이들을 하나로 묶는 다이나제논과 요모기는 유메를 홀로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요모기 또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유메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거나 마음에 있는 말을 꺼내지 못하는 등 수동적인 모습을 간간히 보여주지만 그 때마다 의지를 다 잡을 수 있도록 가우마가 잡아주고 유메를 향한 마음이 나아갈 용기를 만들어주죠.
그렇게 서로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마음이 깊어져가며 스스로 가진 문제를 조금씩 풀어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대망의 10화, 인물들의 서사에서 제일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는 에피소드에서 요모기는 자신의 후회보다도 중요한 것을 직시하며 능동적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그와 동시에 요모기의 도움을 받은 유메 또한 영원히 풀 수 없는 문제가 전하는 진심을 마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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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모기가 유메를 위해 울어준 날, 지난 에피소드를 두르고 있던 무거운 분위기가 환기되는 걸 느꼈죠. 여름 바람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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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모기가 유메를 위해 울어준 날, 지난 에피소드를 두르고 있던 무거운 분위기가 환기되는 걸 느꼈죠. 여름 바람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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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6화에서 절정에 달했던 문제들이 뜻밖의 방문자에 의해 잠시 멈추어지고 쌓아온 인연과 성장의 과정들로 자연스럽게 풀려나가는 흐름이 특히 좋았습니다 | 24.09.13 23: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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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그리드맨은 중심이 세계의 비밀에 있다보니 개개인의 서사가 약한 편인데 다이나제논은 개개인의 서사가 중심이 되다보니 감정선이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거 같습니다. | 24.09.18 21: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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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제발 후속작도 찾아와주기를... | 24.09.18 21:2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