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광복절 특집 리뷰] 김의 십자가(キムの十字架)(1990) - 애니로 본 강제징용

[니트로박사]

1994년 8월 14일, 특파원 통신이라는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김의 십자가(キムの十字架)가 방영되었습니다.

한때 비디오 발매 불가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일본쪽 사이트 어디에도 김의 십자가의 비디오가 발매 금지되었단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일반인이 사기에 비싸긴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80분이라는 길이 때문에 비디오테이프 자체 가격이 비싸져서 가격이 저랬던 것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초기 OVA명작으로 꼽히는 BIRTH(1984)가 80분 짜리 애니메이션인데, 비디오 테이프 가격이 14800엔이었으니까요.

애니메이션은 누군가가 벽에 무언가를 새기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1944년의 경상북도에서 쌀 공출이 한창이었습니다.

쌀을 바치고 온 날 밤, 재하는 순사에게 붙잡혀 어딘가로 끌려갑니다.

배와 기차를 타고 끌려온 곳은 일본 나가노의 마츠시로.

대본영 공사를 위해 조선인들은 생면부지의 일본땅으로 끌려왔습니다.

벽도 없이 지붕만 있는 징용자 숙소에서 재하는 징용자들의 정신적 지주인 양씨와 태수를 만납니다.

여기서 애니메이션은 시점을 1940년으로 돌립니다.

세한은 글공부에 관심이 많지만, 아버지와 재하는 시큰둥합니다.

순이와 술래잡기를 하던 세한은 시냇가에서 책 한 권을 줍습니다.

옆집 영수를 통해 그 책이 성경책이란 걸 알게 된 세한은 그녀를 따라 교회에도 갑니다.

하지만 창씨개명에 교인을 향한 핍박이 시작된 상황에서, 세한의 안위가 걱정된 아버지는 세한을 지인의 집으로 보냅니다.

1944년 시점에서 세한은 다른 집에 있었던 것이죠.

다시 애니메이션은 1944년으로 돌아오고, 마츠시로 대본영 공사에 본격적으로 투입된 조선인들은 중장비 하나 없이 맨몸으로 땅을 팝니다.

일대 민간인들은 대본영 공사 소식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군의 일이라고만 알 뿐입니다.

열네살의 나이에 마츠시로에 끌려온 태수. 재하는 세한과 동갑인 태수를 친동생처럼 보살핍니다

그러나 태수는 천장이 무너져 깔려죽습니다.

재하는 고향의 영수와 꼭 닮은 순자를 만나고, 이 일대에 조선인들이 많이 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녀는 부모님과 함께 일본에 건너왔습니다.

재하가 헷갈릴만도 하군요.

미군의 공습이 있고 얼마 안 있어, 일본은 항복을 선언합니다.

해방의 기쁨을 맞이하여 조선인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고, 고향에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대본영 공사장 벽에 낙서를 하는 양씨.

실제로 마츠시로 대본영에 쓰인 낙서는 흐려서 잘 안 보이는데,

원작동화에서는 '재미구운 1945 군대호노도 너어모도(너희도 군대도 모두 끝이다)'라고 했습니다.

순자가 무언가가 쓰인 널빤지를 가져와 양씨에게 읽어달라고 하는데, 거기에는 세한의 인적사항과 성경구절이 쓰여있었습니다.

순자가 재하를 널빤지를 가져온 곳으로 안내하고, 재하는 동생을 만날 생각에 들뜹니다.

그러나 세한의 안부를 묻자 굳어버린 사람들.

세한은 폭파장치 점검을 위해 홀로 들어갔다가, 폭탄이 먼저 터지는 바람에 사망했던 것입니다.

세한이 죽은 곳 입구에서 주저앉아버린 재하.

세한을 만나고자 했던 재하의 소망은 그렇게 덧없이 사라졌습니다.

다음 날, 재하는 조선에 돌아가지 않고 마츠시로에 남아 세한과 태수의 명복을 빌기로 합니다.

사람들은 그런 재하를 응원하며 가진 돈을 모아 재하에게 건네어줍니다.

동생이 죽은 곳으로 돌아온 재하의 손에는 정과 망치, 등이 들려있습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은 첫 장면 이후의 일을 보여줍니다. 대본영 벽에 무언가를 새기는 재하와 그런 재하의 뒷바라지를 하는 순자.

재하가 새긴 것은 십자가였습니다. 세한을 기리는, 태수를 기리는, 이곳에 끌려와 희생된 조선인을 기리는 십자가.

그 십자가 아래에 재하는 세한이 쓴 널빤지를 세워놓습니다. 시체도 남기지 못한 세한이 남긴 유일한 흔적입니다.

애니메이션은 재하와 순자의 뒷모습을 비추면서 끝이 납니다.

제게는 그렇게 재미없는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작품이 진지할 뿐이었죠.

등장인물 사이의 갈등도 그렇게 복잡하지 않고, 줄거리도 쉽습니다.

저는 이 작품이 한 번만 방영되었다는 게 의아했습니다. 이것보다 완성도가 떨어지던 국산 애니도 여러번 방영했던 걸 본 기억이 있거든요.

광복절에 어울리는,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 번은 보아야 할 애니메이션입니다.

[명탕정JIN]

제 자신이 크리스찬이기도 하고 아마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한국에서는 방영이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마 종교적인 것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면 자주 방영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좋은 자료들 많은 사람들이 보고 듣고 생각하면서 광복이 가지는 가치와 기쁨과 그 뜻을 기렸으면 좋겠습니다.

[일리시나]

제작당시에 꽤 이런저런 고생이 많았다고 하는 작품이더군요 감독도 이 작품을 끝으로 돌아가셨다 하고요

지금으로 치면 펀딩형식 제작형식이지만 성우진은 호화진이죠 성우들은 한국인 이름 발음하느라 고생깨나 했겠지만 갓오하 애니에서도 고생했으니..

[차셀]

이런 작품이 있었군요. 덕분에 잘 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