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3기 19화
- 미사카 워스트 (번외 개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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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제 20 권
제 2 장 : 침공과 역습의 시작
Angel_Stalker
- 10 -
(중략)
쿵!! 배에 울리는 것 같은 폭발음이 작렬했다.
액셀러레이터가 살짝 땅바닥을 밟아, 대량의 눈을 해일처럼 들어올리는 소리였다.
그것은 보자노이 일행을 한꺼번에 집어삼켰다.
단순한 해일과는 달랐다. 압도적인 속도가 있다.
보 건보다 빠른 속도로 발사된 눈의 벽은
후려치는 듯한 충격으로 습격자들을 순식간에 기절시키고 만다.
"역시 나한테는 오른손은 안 어울리나."
적을 전부 처치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
전극의 스위치를 바꾸고 액셀러레이터는 잠깐 생각했다.
방금 그 물의 창은 뭘까?
학원도시에서 개발되고 있던 과학적인 능력과는
벡터를 파악하는 방식이 전혀 달랐다.
다른 벡터.
다른 법칙.
액셀러레이터는 저도 모르게 화물열차 안에서 입수한 양피지를 떠올렸다.
이 기지를 습격한 거냐, 습격하지 않은 거냐.
학원도시 사람인가, 그렇지 않은가.
그들은 그렇게 액셀러레이터를 다그쳤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학원도시의 암부 조직이 아니라 러시아 측 인간인 것 같은데…
양피지에 대해서 뭔가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취급법도.
그것이 라스트 오더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돌파구가 될 가능성도 제로는 아니다.
'귀찮아…'
아무래도 기절한 습격자들에게서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생긴 것 같다.
실수로 죽여버리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액셀러레이터였지만, 거기에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얼굴을 든다.
학원도시의 초음속 폭격기가 하늘을 잡아 찢고 있었다.
그것 뿐이라면 전쟁 중인 이 나라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폭격기는 기지 터 상공에서 뭔가를 투하했다.
낙하산이 아니다. 행글라이더를 복잡하게 만든 것 같은, 활공용 날개를 갖춘 것이었다.
사람 모양으로 보였다.
그 이상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적이다.
한 번 혀를 차고 그렇게 결론을 내린다.
그 직후에 액셀러레이터는 전극 스위치를 켜고 발치의 작은 돌을 찼다.
쿵!! 폭음이 나면서 공중의 날개가 떨어졌다.
그러나 사람이 땅바닥에 처박히는 일은 없었다.
보라색 번개가 흩어졌다.
날개를 잃은 사람의 낙하 속도가 단계를 거쳐 떨어지고, 마지막에는 가볍게 착지한다.
'…공기를 폭발시켰다?'
대충 예측한 액셀러레이터였지만 거기에서 놀라지는 않았다.
그 자신도 프랑스의 아비뇽에서 낙하산 없이 폭격기에서 뛰어내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경 쓰이는 것은 사용된 능력이었다.
"전력" (電力).
그것도 액셀러레이터에게는 몹시 눈에 익은 능력이었다.
"누구냐."
그 인물은 몸에 딱 맞는 하얀 설원용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
가면처럼 얼굴 전체를 덮는 특수한 고글을 쓰고 있다.
눈이나 코의 위치는 알 수 없었다.
밋밋한 가면에는 여덟 개의 소형 렌즈가
아날로그 시계의 문자반 같은 원형으로 달려 있을 뿐이었다.
틈새가 없는 옷이어서 내부에 얼마든지 물건을 채워 넣을 수 있었다.
따라서 겉으로 보이는 체격은 별로 믿을 게 못 되지만,
어디까지나 첫인상으로는 고등학생 정도의 소녀처럼 보이기도 했다.
찌릿찌릿.
묘한 긴장감이 스친다.
가면 옆으로 살짝 삐져나와 있는 하얀 귀나,
어깨까지 오는 갈색 머리카락의 흔들림에
액셀러레이터는 몹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렇다.
지금 품에 안고 있는 작은 소녀와
몹시 닮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넌 누구냐."
하얀 그림자는 가면을 벗지 않는다.
표정도 보이지 않는다.
시계 문자반처럼 설치되어 있는 작은 렌즈만을 살짝 움직이며 그녀는 대답했다.
"서드 시즌 (Third Season : 제 3 차 제조 계획) 이라고 하면,
'미사카' 에 대해서는 알겠지?"
저도 모르게 액셀러레이터의 숨결이 멎을 뻔했다.
그러나 '미사카' 라고 자칭한 소녀는 이어서 말했다.
"얏호오. 죽이러 왔어, 1위.
미사카는 전쟁의 향방 따윈 흥미 없어.
그런 명령은 입력되어 있지 않아.
미사카의 목적은 1위를 말살하는 것뿐.
미사카는 그걸 위해서, 그것만을 위해서
일부러 배양기 속에서 파견됐으니까."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제 20 권
제 3 장 : 의혹의 벽과 대치하라
Great_Complex
- 2 -
기지를 뛰어나갔다.
액셀러레이터는 눈 속을 달리고 있었다.
사냥감을 뒤쫓기 위해서가 아니다.
목적지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도망치기 위해서.
학원도시 최강, 제1위의 레벨 5 (초능력자) 가
라스트 오더를 안고 도망치기 위해 달리고 있다.
무섭다.
그는 솔직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키하라 아마타' 보다도.
'카키네 테이토쿠' 보다도.
'에이와스' 보다도.
'그 소년' (카미조 토우마) 보다도.
등 뒤에서 쫓아오는 이 적은 어떤 의미로
액셀러레이터의 가치관을 지탱하는 기둥 같은 것을
일격에 뒤흔들 정도로,
압도적으로 무섭다.
파직, 전기가 튀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제 3위인 레일건 (Railgun : 초전자포) 에 비하면 다소는 소규모일 것이다.
하지만 표준적인 시스터즈와 비교하면 훨씬 대규모다.
풍선이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2센티미터 정도의 짧은 쇠못이 음속을 약간 넘는 정도의 속도로 발사되는 소리였다.
권총 총알 정도의 위력이다.
쇠못은 액셀러레이터의 뒤쪽에서 날아와 그의 왼팔,
즉 팔꿈치와 어깨의 중간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반사' 를 할 수 없었던 게 아니다.
'반사' 를 해도 되는지 어떤지를 알 수가 없었다.
아니.
'반사' 를 실행한 결과
습격자를 죽게 해버려도 되는지를 판단할 수가 없었다.
각도를 바꾸면
대상이 다치는 것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뭔가 실수를 해서 평소의 버릇대로
상대방을 죽이는 형태로 '반사'를 해버릴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움직일 수가 없다.
팔에서 힘이 빠진다.
받치고 있던 작은 소녀의 몸이 허공에 떠오른다.
라스트 오더.
액셀러레이터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던 소녀의 온기가,
설원의 살을 엘 듯한 냉기에 휩쓸려간다.
"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절규가 울려 퍼진다.
라스트 오더의 몸이 깊은 눈밭에 가라앉는다.
액셀러레이터는 손을 뻗을 수도 없었다.
몸의 균형을 잃고 마치 구르는 듯 움직이며 하얀 눈을 헤집는다.
뱃속 깊은 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액셀러레이터에게는
자기 스스로에게 부과한 규칙이 있다.
그는 과거에 자기 자신의 '실험'을 위해서
많은 체세포 클론을 살해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설령 무슨 일이 있다 해도
시스터즈나 라스트 오더 같은 클론들을
절대로 다치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액셀러레이터는 지금까지 피투성이 싸움을 펼쳐왔다.
키하라 아마타나 카키네 테이토쿠,
총괄이사회의 시오키시.
여러 괴물들과 목숨을 거래하고.
그 때마다 몸과 마음을 너덜너덜하게 소모해왔다.
에이와스에게는 패배했다.
그 녀석의 말에 따라, 자신은 이런 눈 덮인 대지까지 도망쳤다.
결코 100점 만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라스트 오더나 미사카 시스터즈의 목숨과 생활을
다소나마 지켜올 수 있었다고는 생각했다.
그것을 위해 필사적으로 일해왔다고 믿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학원도시의 놈들은 실로 정확하게
'그 곳' 을 부러뜨리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왔다.
'세상 전부를 적으로 돌려서라도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 는 생각.
'전투를 위한 원동력' 을
산산이 박살내버리는 작전을.
'얼이 빠졌군…'
지켜야 하는 것은 라스트 오더.
쓰러뜨려야 하는 것은 시스터즈의 자객.
어느 한 쪽이 살아남는다 해도,
어느 한 쪽을 지킨다 해도,
액셀러레이터는 '목숨을 걸고 지켜온 규칙' 을
자신의 손으로 스스로 부숴야 한다.
'서드 시즌 (제 3차 제조 계획) 이라고?
이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내 트라우마를 자극하기 위한 이유만으로,
내 마음을 꺾기 위한 이유만으로,
그런 시시한 이유만으로 또 만들었다는 거냐?!
학원도시는 정상이 아니야.
빌어먹을,
'바깥' 쪽에서 새삼 관찰해보고 알았어.
그 도시의 놈들은
'근본적인 부분' 이 날아가고 없어!!'
평소의 사고 패턴이 성립하지 않았다.
습격자의 존재가 액셀러레이터의 정신을
뒤흔들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핵 공격을 반사할 정도의 힘을 가진 자에 대한 전술로는
확실히 그럭저럭 괜찮은 성과를 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이런.
혹시 미사카를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는데.
애초에 만 명 이상이나 죽여놓고
그걸로 비기게 된다고 생각하는 게 이미 오만한 거야."
말이 찔러온다.
안색은 똑같다.
하지만 담긴 감정이 압도적일 정도로 지나치게 다르다.
"얼른 '자멸' 해버리면 좋을 텐데.
규칙까지 깨고 전력을 다해서 싸워버리면 미사카를 죽일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야."
아날로그 시계의 문자반처럼 렌즈를 배치한 가면 안쪽에서 습격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목소리에 두려움은 없다.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습격자만이 일방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걸까.
거리는 겨우 10미터 정도.
"이러면 미사카가 전극 대책을 세우고 온 건 쓸데없는 짓이었나?"
파직, 가면 끝으로 흘러나온 앞머리에서 보라색 전광(電光)이 튄다.
전기 계열의 능력을 응용해서 재밍이라도 할 생각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미사카 네트워크에 직접 간섭하는 걸까.
거기까지 생각하자, 액셀러레이터의 가슴속에 희미한 의문이 떠올랐다.
라스트 오더 (Last Order : 제 20001호 : 최종 신호).
그녀는 미사카 네트워크에 접속되어 있는 모든 시스터즈의 명령 체계를 관장하는 특수한 개체다.
이 습격자도 '그 중 한 사람' 이라면 라스트 오더의 명령 하나로 꼼짝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액셀러레이터가 라스트 오더를 데리고 도망치는 것은 아마 상층부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언제든지 제어를 빼앗길지도 모르는 시스터즈'에게 암살을 맡길까?
그렇다면…
'위장!!'
그렇게 결론을 내린 직후, 액셀러레이터의 다리가 움직였다.
파팟!!
하얀 눈뿐만 아니라 그 밑의 지면까지도 부수며, 압도적인 속도로 습격자에게 튀어나갔다.
그것은 자연물을 이용해서 발사된 산탄총 같은 것이다.
그러자 습격자는 살짝 몸을 숙인다.
아니, 숙인다기보다 허리를 낮추는 정도의 가벼운 몸짓이었다.
주로 얼굴이나 상반신을 노리고 날아간 어퍼컷 같은 일격은 어이없게 빗나갔다.
그러나 검은 흙의 파편에 맞아 가면이 공중으로 날아간다.
그 얼굴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액셀러레이터는 하얀 눈 위를 굴렀다.
특별히 기묘한 공격을 받은 것은 아니다.
단순히 가면 밑에 있던 맨 얼굴을 인정하는 데에
'격렬한 거부감' 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 · 용 · 없 · 어."
습격자는,
라스트 오더가 그대로 고등학생 정도까지 성장한 것 같은 얼굴을 한 소녀는
생긋 웃지도 않고 말했다.
"당신은 미사카들의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대리 연산을 하고 있는걸.
서드 시즌의 미사카는 미사카 네트워크의 가동 상황을 모니터함으로써 다음 공격을 먼저 읽을 수 있지.
어지간한 일로는 이 미사카에게 치명상은 줄 수 없어.
힘 조절이나 하고 있을 여유는 없지 않을까?
할 거라면 확실하게 미사카를 죽일 생각으로 와야 할 거야.
자, 알았으면 미사카를 죽여봐.
뭐,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런 짓을 해버리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전부 물거품이 되니까.
그럼 입 다물고 떡이 되도록 맞을래? 꺄하하하!!"
가짜다.
특수 분장이다.
뭔가 능력을 쓰고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한 액셀러레이터지만,
"무서워. 도와줘."
"……!!"
소녀의 음색을 듣자
괴물의 움직임이 멈추고 만다.
쇠못에 꿰뚫린 왼팔에서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액셀러레이터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조차
주먹을 쳐들 수가 없었다.
"참고로."
습격자는 목덜미에 손을 댔다.
거기에는 주의하지 않으면 보지 못할 정도로 희미한 흉터가 남아 있다.
"미사카의 몸속에는 '시트' 나 '셀렉터' 가 설치되어 있어.
라스트 오더 (최종 신호) 측의 정지 신호를 수신했을 경우에도
학원도시 총괄이사회의 인가 코드가 없는 한
자동적으로 신호를 거부하는 기구를 준비하기 위해서 말이야.
꼴사납게 여자애한테 매달려봐야 이 미사카를 막을 수는 없어."
"――."
제시된 말은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
그것은 액셀러레이터 자신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것뿐이라면 액셀러레이터는 여기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순순히 자기 자신의 목을 내밀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암살을 위해
'라스트 오더' 까지 끌려 들어왔다는 것이다.
단순한 똘마니를 때려눕히는 것과는 사정이 다르다.
자신이 목숨을 버리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양쪽 다 구할 방법은 없는 걸까.
액셀러레이터는 설령 무슨 일이 있다 해도,
자신의 미간에 총구가 바싹 닿아도
시스터즈를 두 번 다시 죽이지 않는다.
죽여서는 안 된다.
세상을 전부 적으로 돌려도,
피투성이의 어둠 속에서 얼마만큼의 괴물들과 죽고 죽이는 꼴이 되어도,
'이 얼굴을 가진 소녀에게 고통이나 공포를 주는 것' 만큼은
'절대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 이다.
이런 피투성이의 자신이
그녀들의 웃는 얼굴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그녀들이
스스로의 내면에서 만들어낸 웃음을 지키고 싶다'
고 바라고 있기는 한 것이다.
그런데.
이겨도 져도 어느 한쪽의 시스터즈는 궁지에 몰리게 된다.
그 '실험' 을 겪은 액셀러레이터는,
학원도시의 말은 농담도 무엇도 아니며,
한다고 하면 정말로
시스터즈를 살해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중간하게 사정을 봐줄 만한 유예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러나.
이것은.
이런 전개가 되어버리면,
아마도 액셀러레이터의
마지막 절제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설령 어느 쪽 시스터즈가 죽더라도.
"…서드 시즌 (제 3차 제조 계획)."
액셀러레이터는 중얼거렸다.
"실제로 그게 개시되고 네가 만들어졌다는 건,
다른 시스터즈도 언제든지 만들어서 교환할 수 있다는 거지.
비용면에서도, 윤리면에서도 놈들은 그런 결정을 내렸어."
"그래. 미사카 네트워크의 사령탑인
'라스트 오더' 도 예외는 아니야."
학원도시는 어떤 실험을 하려고 하고 있다.
그 계획에는 에이와스라는 것이 관련되어 있고
미사카 시스터즈의 네트워크가 이용되고 있는 것도 어렴풋이 안다.
"하지만 언제든지 미사카 네트워크를 조작할 수 있는 상황을
유지하고 싶은 학원도시 총괄이사회의 입장에서 보자면,
라스트 오더가 실종되지만 않았다면
다시 만들어낸다는 대담한 결정은 내리지 않았을 것 같은데?
쓸데없는 짓만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전―부 엉뚱한 결과가 되어버렸네."
결국은 그런 거였다.
'회수' 가 아니라 '살해'.
새롭게 미사카 네트워크와 사령탑을 만들어낸다면 옛날 넘버는 필요 없어진다.
오히려 사령탑이 두 개인 것은 네트워크에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학원도시는 솔선해서 라스트 오더를 죽이기로 한 것이다.
라스트 오더는 나쁜 짓이라곤 단 하나도 하지 않았는데.
라스트 오더는 누군가의 사정으로 멋대로 만들어졌을 텐데,
단지 필요 없어졌다는 이유, 그것 단 하나만으로.
"어떻게 할래?"
습격자는 웃는다.
시스터즈의 인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악하고 감정적인 웃음이었다.
"시스터즈를 죽이고 싶지 않다면 여기에서 떡이 되도록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어.
하지만 미사카는 당신을 죽인 후에
라스트 오더도 덮칠 거야.
뭐, 힘으로 막으려고 해도 '미사카' 는 죽지만 말이야. 꺄하하하하!!
어느 쪽이든 당신의 마음은 여기에서 죽어.
인격이 산산조각 날 때까지 놀아줄 테니까
실컷 즐겨봐!!"
절망적인 말과 함게 전투가 시작되었다.
액셀러레이터가 간신히 만들어온 '마음의 기둥' 을
단 하나도 남김없이 철저하게 부수기 위한 싸움이.
- 7 -
보라색 전광이 튀는 소리가 눈 속에서 작렬했다.
서드 시즌 (제 3차 제조 계획).
에이와스의 영향으로 써먹을 수 없게 되어가고 있는
라스트 오더를 비롯한 미사카 시스터즈.
그리고 고삐를 잡을 수 없게 된 액셀러레이터를
확실하게 처치하기 위해서 실행되고 만 프로젝트.
2만 + α (플러스 알파) 가 한 세트인 시스터즈와는 다른 시리즈.
결국.
"미사카 워스트 (번외 개체) 라고 할까."
습격자는 자신의 이름을 그렇게 밝혔다.
아마 태어나서는 안 되는,
누구도 그다지 바라지 않았던 생명체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녀의 손 안에서는 2센티미터 정도 되는 짧은 쇠못이 춤추고 있었다.
가끔 풍선이 터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쇠못이 음속 이상의 속도로 날아온다.
하지만.
'사용 전력으로 생각하면 실용적인 레일건 (Railgun : 초전자포) 와는 다른 것 같아.'
상황에 쫒겨 혼란스러워진 머리를 필사적으로 움직이며 액셀러레이터는 분석을 한다.
'어딘가의 스나이퍼가 사용하던 자력 저격포와 같은 방식인가.
플레밍의 왼손이 아니라 좀 더 심플한 전자석을 사용해서 쇠 총알을 쏘아내는 거지.'
여기까지 와서도 액셀러레이터는
아직 '반사'를 사용하지 않았다.
다리 힘의 벡터를 조작해 조금씩 초고속 이동을 하면서
미사카 워스트 (번외 개체) 의 조준에서 벗어나고 있다.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그리고 라스트 오더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싸움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할 수 있다면 미사카 워스트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것이 2만+α 가 한 세트인 시스터즈와는 다른 계획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액셀러레이터와 라스트 오더를 죽이기 위해 발동한 서드 시즌의 개체라고 해도,
역시 액셀러레이터는 일련의 체세포 클론을
죽이는 데에는 극도의 거부감이 든다.
잔혹한 이야기지만
만일 이곳에 있는 게 키하라 아마타였다면, 카키네 테이토쿠였다면,
이렇게 액셀러레이터는 생각하고 만다.
그런 빌어먹을 놈들이라면 그는 망설이지 않았을 것이다.
라스트 오더를 지킨다는 목적을 위해 사정 없이 상하좌우로 찢어놓았을 것이다.
액셀러레이터는 박애주의자가 아니다.
자신의 목적에 맞는다면 적을 죽이는 것은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 이곳에 나타난 '적' 에게
그 법칙을 적용시키는 것만은
어떻게 해서라도 피하고 싶었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만 미사카 워스트도 그 사실은 알아채고 있었다.
액셀러레이터가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그것을 전술에 이용했다.
그러기 위해서 태어났으니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실실 웃으며.
지금까지의 시스터즈와는 명확하게 다른 '표정' 으로 미사카 워스트는 말한다.
그렇다, 악의를 머금은 웃음을 띠면서.
"오리지널 (언니) 정도의 출력은 없지만
미사카도 2억 볼트 정도까지라면 어떻게든 되고.
대충 레벨 4 (대능력자) 정도는 되려나."
쿵!! 폭음이 작렬했다.
미사카 워스트의 몸이 사라졌다.
막대한 고압 전류를 사용해 공기를 폭발시키고 그 기세로 비상한 것이다.
수송기에서 지면으로 착지했을 때 사용한 것과 같은 방법이었다.
액셀러레이터가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자, 한 발 더."
목소리는 머리 위에서 들렸다.
그리고 2센티미터의 쇠못이 쏟아진다.
옆으로 점프했지만 액셀러레이터는 도중에 몸의 균형을 잃고 눈밭에서 성대하게 굴렀다.
종아리 부근에 검붉은 상처가 있었다.
이번 쇠못은 몸 속에 들어간 모양이다.
"좀 더 도망쳐 다녀."
눈을 밟으며 착지하는 미사카 워스트.
손 안에서 쇠못이 잘그랑잘그랑 소리를 내고 있다.
귀에 거슬리는 그 소리는 표적을 조금이라도 괴롭히기 위한 음향 효과일까.
"당신은 미사카들을 만 명 이상,
만 번 이상 죽여왔잖아?"
찌르는 듯한 말이었다.
생판 모르는 남이 멋대로 던지는 말과는 전혀 의미가 다른 말이었다.
목소리라는 희미한 공기의 떨림이,
핵 공격조차 반사하는 액셀러레이터를 마음 안쪽에서부터 부순다.
"그러니까 도망쳐 다녀.
꼴사납게 목숨을 구걸해.
평범한 인간이 평범하게 죽어가는 게 아니잖아.
최소한 '만 배' 는 인권을 짓밟지 않으면 수지가 안 맞아.
말해두겠는데 이건 최저 수준이야.
이자까지 합치면 세 배로 갚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테니까."
미사카 워스트의 얼굴 피부가 안쪽에서부터 일그러진다.
섬세하고 단정한 소녀의 얼굴이 마치 불로 그을린 비닐 인형처럼 일그러진다.
원인은 '증오'.
그러면서도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소녀의 안면 틀이 두 번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극한의 웃음이 퍼져 있다.
'…현혹되지 마.'
액셀러레이터는 팔다리에서 퍼져오는 격통을 억누르면서 필사적으로 생각한다.
'이건 그 녀석들이 아니야.
'실험'을 위해서 직접 생겨난 놈들이 아니라고.
말 그대로 얼굴과 몸을 빌려서 말하고 있을 뿐인 가짜.
이 녀석의 말에 일일이 머뭇거릴 필요는 없어.'
얼굴 중심을 향해 정체를 알 수 없는 감각이 서서히 모이기 시작한다.
'반사' 를 온몸에 적용시킬지.
미사카 워스트의 목소리까지 '반사' 로 가로막아야 할지.
저울이 기울어지려고 한다.
그러나.
"똑같아."
그 한 마디가.
겨우 세 글자의 소리가 액셀러레이터의 결단을 저지하고 만다.
"미사카는 당신을 죽이기 위해서 태어났어.
별로 태어나고 싶지도 않았는데 억지로 태어났어.
라스트 오더의 신호를 차단하기 위해서,
피부를 잘라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시트' 나 '셀렉터' 를
산더미처럼 파묻어야 했지.
당신만 없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
당신이 그런 선택만 하지 않았다면
미사카가 태어나는 일은 없었어.
태어났다 해도
이렇게 미래가 없는 방식은 아니었을 거야.
아파, 구해줘, 그런 말을 알았을 때에는
이미 그런 말은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어.
그러니까 미사카에게는 규탄할 권리가 있어.
'당신을 죽여야 하는 이유' 가 있어."
그리고 "게다가" 하고 미사카 워스트는 덧붙였다.
자랑거리인 흉기를 하나하나 보여주는 엽기 살인범처럼.
"미사카들은 각각의 개체임과 동시에
네트워크로 이어져 있는 하나의 커다란 미사카이기도 해.
이건 미사카라는 개체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사고 방법이 아니야.
네트워크라는 '커다란 미사카' 가 안고 있는 일부분이니까."
퉁!! 둔한 소리가 났다.
액셀러레이터의 시야가 흔들렸다.
공기를 폭발시켜 고속으로 이동한 미사카 워스트가
자신의 얼굴을 걷어찬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어째서 지금까지
라스트 오더를 포함해서 다른 미사카들이
당신을 규탄하지 않았을까?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은 안 했어?
만 명, 만 번이나 죽임을 당했는데
어째서 증오를 품지 않았을까.
대답은 간단해.
미사카들은 성인군자가 아니야.
미사카들은 마음씨 착한 공주님도 아니야.
… 자신의 생각으로 증오하지 않았던 게 아니야.
다만 그걸 이해하고 표현할 정도의
'인간다운 감정의 처리법' 이
불완전했기 때문에
겉으로 나타나지 않았을 뿐."
그걸 노리는 것이다.
액셀러레이터를 궁지로 몰아넣는 게 목적이다.
그러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단순히 연출된 것이니까 일일이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아무래도 액셀러레이터는 미사카 워스트의 …
시스터즈가 세차게 뿜어내는 악의를 무시할 수는 없다.
설령 그것이 작전의 일환이라는 걸 알고 있어도 걸려들고 만다.
어쩌면.
라스트 오더의 그 웃는 얼굴은 자신을 용서해준 것이 아니라,
단순히 '테스타멘토 (학습 장치)' 에 의해 급속하게 형성된 인격이
증오나 공포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하지 않았던 것 뿐인 게 아닐까.
그만 한 짓을 한 자신이
그렇게 쉽게 용서받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 걱정이 액셀러레이터를 동요시킨다.
하얀 눈밭에 붉은 피가 몇 번이나 흩어졌다.
액셀러레이터의 몸의 흐름에 따라 라인을 그려가는 것 같았다.
미사카 워스트는 신발 끝에 묻은 붉은 액체를 눈으로 문지르면서,
"꺄하하!! 미사카들은 조금씩 '인간다워지고' 있어!
'인간답게' 여러 가지를 할 수 있게 되었지!
하지만 '인간답게' 라는 건 꼭 좋은 점으로만 작용하는 건 아니야!
곧 많은 미사카들이 증오를 깨달을 거야.
정당한 복수의 권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 거야!!
당신이 지금까지
멋대로 취해 있었던 '속죄 행위' 는
어차피 당신 마음 속에서만 소비된
'자기 만족' 에 지나지 않아!!
미사카의 증오를 줄이는 효과는 전혀 없어!!
앞으로 당신은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는 모든 미사카에게서
'인간답게' 원망을 받고 목숨의 위협에 처하게 될 거야!!
그게 성공해서 목숨을 잃거나,
실패해서 당신이 모든 미사카를 죽이거나.
어느 쪽이든 당신이 그리는 편리한 미래는 오지 않아!!"
그 말과 함께 계속해서 구두 끝이 날아왔다.
그때마다 액셀러레이터의 여기저기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피하려면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반격하려면 반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액셀러레이터는 그럴 수가 없다.
그렇게 하려는 마음의 움직임이
몸 안쪽에서 생겨나지 않는다.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산산조각으로 부러지고 있었다.
바깥에서 가해지는 대미지만이 아니다.
거기에 대항하기 위해 노력을 불태운 것만으로도 완전히 부서져버릴 것만 같았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어쩌면 '실험' 을 하고 있던 그때보다도
더욱 처절한 괴물로 변모할지도 모를 정도로.
"달콤한 망상에 빠져서 미사카의 말을 부정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면 돼.
하지만 이미 미사카가 한 말은 증명되었어.
이 미사카는, 미사카 워스트는 다른 미사카와 달리 부정적인 감정을 나타내기 쉽도록
뇌내 물질 분비 패턴이 의도적으로 재조정되어 있어.
거대한 네트워크 안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읽어내기 쉽도록.
따라서 '미사카들에게는
증오의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라
'존재하고 있지만
그걸 겉으로 드러낼 수단이 없을' 뿐
이라는 사실이 판명되었어.
… 저기 있는 라스트 오더를 포함한
모든 미사카들에게 말이야!!"
얼굴을 짓밟듯이 걷어차려던 미사카 워스트의 발이 문득 멈추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보고 있다.
조금 떨어진 눈밭에 라스트 오더가 쓰러져 있었다.
에이와스가 출현한 영향으로 의식마저 위태로워진 어린 소녀.
그녀는 눈밭에 파묻힌 채 꿈틀꿈틀 손을 뻗고 있었다.
액셀러레이터 쪽으로.
피를 흘리며 유린당하는
그를 어떻게든 지키려고 하는 것처럼.
실제로 그 손이 닿을지 닿지 않을지
현실적인 수치의 문제는 신경 쓰지 않고.
라스트 오더는 뭔가 능력을 사용해서 습격자의 움직임을 막으려는 것 같지만
미사카 워스트에게 변화는 없다.
그녀는 그것을 위한 '대책' 을 강구한 모양이고,
무엇보다도 너덜너덜해진 지금의 라스트 오더에게
사령탑으로서 정확하게 기능할 여력이 있는지 어떤지는 확실하지 않다.
작은 소녀의 얼굴에서 끈적끈적한 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 몸 안쪽에서 뭔가 불길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명백했다.
"……"
미사카 워스트는 아주 잠깐 동안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보다 더 크게 일그러진 웃음을 지었다.
"그렇군.
우선은 저 쪽 '불량품' 부터 먼저 '처리' 할까.
그렇게 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것 같고."
오싹.
학원도시 최강의 레벨 5 (초능력자),
제 1위의 마음 깊은 곳에서
'불길한 예감' 이 지금까지보다 더 크게 부풀었다.
"서드 시즌 (제 3차 제조 계획) 아래에서 미사카들은 새로 만들어지고,
네트워크의 확대와 재배치에 따라 보다 큰 성능의 강화와 약진을 이룬다."
잘그랑 잘그랑.
미사카 워스트의 손 안에 있는 2센티미터 정도의 쇠못이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낸다.
"이제 라스트 오더라는 구 세대의 사령탑은 필요 없어.
오히려 그 존재는 지금부터 배치될
모든 미사카에게 방해가 되는 족쇄에 지나지 않아."
마치 동족상잔 같은 상황이지만
만일 시스터즈가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 의 지배를 받는 존재라면
그녀의 언동은 인간의 사고 회로에 끼워 맞춰서 처리할 수도 있다.
인간도 자신에게 유리한 생각을 할 것이다.
지금의 당신은 진짜가 아닙니다.
당신 안에는 멋진 재능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것을 끌어내서 진정한 당신이 됩시다.
낡은 당신을 버리는 겁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자신에게 유리한 그런 종류의 생각은 몸 안쪽, 정신적인 부분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미사카 시스터즈는 여러 개의 몸을 사용해 구성되는 거대한 네트워크다.
'낡은 자신을 버린다' 는 말은 비유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행사되는 실제 상황이 되고 만다.
'…아아.'
그녀들의 자발적인 '진보' 를 막고 지금 이대로 멈춰 있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순한 이기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아이가 아이 그대로 있어주었으면 좋겠다는 부모의 생각과도 비슷한,
상대방의 자유를 빼앗는 생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그런 건가.'
아무도 죽게 하지 않고 상황을 수습할 수는 없다.
강요된 선택은 다음 두 가지.
라스트 오더를 지키기 위해 미사카 워스트를 죽이거나.
시스터즈를 죽이지 않고 라스트 오더가 죽는 것을 잠자코 지켜보거나.
쇠못으로 몸이 뚫리고 곳곳에 발길질을 당하고 짓밟히고,
라스트 오더까지 그 공격의 대상이 되고.
그제야 액셀러레이터는 깨달았다.
'이제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건가.'
파방!! 폭음이 작렬했다.
액셀러레이터의 얼굴을 짓밟고 쇠못으로 라스트 오더를 노리고 있던
미사카 워스트의 몸이 허공을 내던져지는 소리였다.
크게 포물선을 그리며 내던져진 미사카 워스트는
10미터 이상은 공중에 머물로 나서 눈밭에 떨어졌다.
그렇다.
학원도시 최강의 레벨 5 (초능력자), 제 1위가 진심을 발휘하면 이런 것이다.
2억 볼트의 고압 전류든, 음속 이상으로 나는 쇠못이든, 시스터즈 중 한 명이든.
고작해야 피라미 한두 마리로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악?!"
신음하던 미사카 워스트는 그때 천천히 일어나는 사람 그림자를 인식했다.
마치 신기루처럼 중심의 심지를 잃은 액셀러레이터.
본래 같으면 약하게 만드는 데 성공해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을 것이다.
그런데.
"――!!"
미사카 워스트는 짧게 숨을 내뱉고 자력 (磁力) 을 빌려 쇠못을 쏘았다.
음속 이상의 속도로 날아간 쇠못은 정확하게 액셀러레이터의 미간으로 빨려들어 갔다.
액셀러레이터는 피하지 않았다.
고개를 흔들기는 커녕 눈도 감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피부는 1밀리미터도 찢어지지 않았고 피도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반사' 다.
튕겨난 쇠못은 미사카 워스트의 팔에 정확하게 꽂혔다.
액셀러레이터에게 고민이나 망설임은 조금도 없었다.
쓰러진 미사카 워스트는 쇠못을 더 꺼냈다.
이번에 노린 것은 라스트 오더.
팔을 뻗으며, 액셀러레이터의 대리연산을 하고 있는 중추를 파괴하려고 한다.
그때 신기루 같았던 액셀러레이터가 명확하게 움직였다.
다리 힘의 벡터를 조작해 순식간에 가까워지는가 싶더니
미사카 워스트가 뻗은 팔에 자신의 주먹을 사정없이 휘둘러 내렸다.
부러졌다.
내부에 쇠못이 묻혀 있는 팔을 힘을 주어 힘껏 부러뜨렸다.
절규하며 고압 전류로 공기를 폭발시켜 단숨에 뒤로 물러나려 하는 미사카 워스트.
그러나 액셀러레이터는 그 다리를 움켜쥐고 눈밭에 내동댕이쳤다.
즈즈…!! 대규모 불꽃놀이 같은 진동이 주위로 흩뿌려진다.
기침하는 미사카 워스트에게 더욱 주먹을 휘두른다.
살을 얻어맞고, 뼈가 삐걱거리고, 피가 흩뿌려지는 소리만이 이어졌다.
미사카 워스트는 액셀러레이터의 전극에 간섭하는 방법을 준비해 온 모양이지만
그는 그런 것을 사용할 틈을 주지 않았다.
계속되는 격통으로 능력을 사용할 때의 잠깐의 집중조차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 액셀러레이터는 자신의 내면에 있던 것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을 의식하고 있었다.
빈말로라도 칭찬할 수 있는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툰 손으로 쌓아 올려온
'자기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 이라는 것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인식했다.
세상을 전부 적으로 돌려서라도,
피투성이 세상 속을 기어가면서
괴물들과 싸우는 꼴이 되더라도.
'이 얼굴을 한 소녀들' 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떻게든 지키고 싶었다' 는 바람이.
아니, 아니다.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제로가 되어버리는 게 아니다.
그 이하.
라스트 오더와 만나기 전보다도,
'실험'을 하고 있었을 때보다도
'훨씬 무서운 괴물' 로
변모해가는 것을 스스로 알 수 있다.
"하, 하하."
정신이 들었을 때 미사카 워스트는 이미 움직이지 않았다.
"…괴로워…, 미사, 카…"
가까스로 호흡을 유지하고는 있었지만 몸 여기저기가 찢어져 있었다.
팔은 이상한 방향으로 구부러져 있었다.
단정한 얼굴은 부어올라 있었다.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소녀가,
그 중 한 사람이 다 죽어가고 있었다."
"구해줘. 누가 …"
액셀러레이터는 그것을 인식했다.
자신의 손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것을 깨닫고
그는 눈밭에 무릎을 꿇었다.
"끄하하하하하!!
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건조한 웃음만이 울려 퍼졌다.
이제 안 된다.
이제 움직일 수 없다.
학원도시의 놈들은 전부 미쳤다.
그런 놈들과는 어울릴 수 없다.
그리고 그런 것의 힘을 빌려서 번영하고 있는
이 세계와도 어울릴 수 없다.
이 세상의 모든 평화나 행복이나 웃음에서
시커면 이면이 느껴진다.
TV 광고 속에 나오는 호감도 높은 웃음이
막대한 부를 낳기 위해 만들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간절하게 바래오고 동경해온
'빛' 이나 '선' 같은 것을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다.
어차피 이걸로 끝이 아니다.
만일 제 1위의 마음이
아직 부서지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면
제 2의, 제 3의 작전이 실행될 게 뻔하다.
이번에는 또 다른 시스터즈가 나오거나,
저 꼬맹이와 닮은 체형으로 조정된 개체가 나오거나,
요미카와나 요시카와가 이용되거나,
아니면 전혀 상관없는 마을이나 도시가 통째로 뭉개지거나.
어느 쪽이든 이제 한계다.
앞으로 상대방은 틀림없이
이것보다 더한 아픔을 줄 것이다.
그런 것에는 견딜 수 없다.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여기에서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망가져버리는 편이
아마 마음이 편할 것이다.
학원도시가 형성하는 '어둠' 은
보통이 아니다.
그때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유린된 미사카 워스트가
붉게 더렵혀진 눈 속에서 꿈틀거리는 소리였다.
분명히 미사카 워스트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액셀러레이터의 대리 연산을 저지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왔다고 말했다.
아까 그 연타 속에서는 사용할 만한 시간도 없었을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역습을 위해 사용할지도 모른다.
액셀러레이터는 웃으면서 왠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자신의 동작의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는 않았다.
이제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직전까지 가슴 속에 품고 있던 것이
전부 사라지고 말았다.
마음 안쪽이 너덜너덜해진 액셀러레이터는
'여기에서 죽임을 당해도 상관없다' 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학원도시는
액셀러레이터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정신이 나간
'미친 존재' 였다.
푸직.
작은 소리가 났다.
미사카 워스트의 몸속에 파묻힌
'셀렉터' 가 파열하는 소리였다.
"… 하?"
앞으로는 어떻게 되든, 우선 마음의 대미지는 이게 상한선이다.
더 이상의 아픔은 없다.
이제 미사카 워스트가 가해온, 심술 같은 정신 공격은 끝났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액셀러레이터의 생각은 한 순간이지만 확실하게 끊겼다.
모든 감정의 파도가 완전히 평탄해졌다.
그 직후.
인간이 가진 모든 감정이 그의 머릿속에서 폭발했다.
"크, 하하?! 끼하하하!!
꺄아아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지나친 충격에 실제로 시야가 흐려지고 말았다.
더 이상 색깔이 구별되지 않는 세계 속에서,
작고 붉은 색채만이 불필요하게 넓어졌다.
미사카 워스트의 목에서 뒤통수에 걸쳐 무언가가 찢어지고 있었다.
결코 적지 않은 양의 피가 넘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옆으로 쓰러진 소녀는 웃고 있었다.
마치 부정적인 감정으로 얼굴 피부를 굳혀버린 것 같은 웃음이었다.
악의라는 보이지 않는 손가락이 얼굴 안쪽에서부터 피부를 팽팽하게 당기고 있는 것 같았다.
뻐끔뻐끔, 미사카 워스트의 입이 움직인다.
갈라진 것 같은 목소리로 그녀는 중얼거리고 있었다.
" … 당, 신, 때, 문, 이, 야."
토사물을 흩뿌리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커흑!! 커헉!! 크흑!! 끼핫, 끼하하,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아아앗!!!!!!"
학원도시의 빌어먹을 놈들은 미사카 워스트가 어떤 전적 (戰績) 을 내든
반드시 액셀러레이터의 숨통을 끊을 수 있도록 그녀의 몸을 설계했던 것이다.
만일 액셀러레이터의 힘이 너무 압도적이라 죽이지는 못한 채
일을 수습할 수 있을 만한 '어중간한 사태' 에 빠졌다 해도,
거기에서 더욱 액셀러레이터의 정신을
갈기 갈기 하나도 남김 없이
싹 다 잡아 찢어버리기 위해서.
지금까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제 1위의 트라우마를 이용해서 약하게 만들고, 그를 살해할 수 있으면 그걸로 좋다.
만일 패배한다 해도 '시스터즈를 살해했다' 는 사실이 그를 정신적으로 파멸시킨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겨도 져도' 라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기든, 지든, 비기든, 도망치든, 화해하든,
어떤 상황이라도
반드시 액셀러레이터에게
'최후의 일격' 을 가한다는
결과를 끌어내기 위한 장치.
그것이 '미사카 워스트' 라는 한 소녀였던 것이다.
붕괴… 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정신론의 문제에서 보자면
학원도시 최강의 레벨 5 (초능력자),
제 1위는 정말로 죽었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실제로 액셀러레이터의 마음은
거의 완전히 부서졌다.
인간을 인간으로 움직이는 힘이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썩은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지 않다.
이런 썩은 세상을 바꾸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이제 이 썩은 세계는 도저히 절대로 안 된다.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런 세상을 떠날 수 있다면,
눈밭에 그냥 가라앉아 죽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흠칫흠칫,
미사카 워스트의 몸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 없다.
아마 몸 속에서 급격하게 피가 사라짐으로써
쇼크 증상이 나타난 것이리라.
'학원도시의 썩은 놈들' 이 만들어낸 결과.
'최악의 결말' 을 본 액셀러레이터는,
"웃기지 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결국, 마침내 액셀러레이터는 피를 토하는 목소리로 절규하며,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상태의 미사카 워스트에게로 향했다.
그의 능력은 벡터 조작.
주로 공격적인 이유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 힘이지만,
꼭 그렇게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몸속을 흐르는 혈액이나 전기 신호의 방향을 읽어냄으로써 건강 상태를 조사할 수도 있고,
더욱 깊이 파고들면 어느 정도의 치료나 응급 처치로도 활용할 수 있다.
"웃기고 있어, 웃기고 있어, 웃기고 있어!!
나 하나 때문에 이 녀석들은 만들어지고 죽어왔다는 거냐!"
액셀러레이터의 눈에 핏발이 선다.
새로운 목적이 생긴다.
'미사카 워스트' 라는 죽어가는 한 소녀의 '생명을 구한다' 는 목적이.
그것은 학원도시를 향한 '작은 반항' 이었다.
그렇다.
"이게 전부 학원도시의 쓰레기들의 계획이었던 거겠지 …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이 꼬맹이가 죽고,
내 정신이 갈기갈기 산산조각으로 찢어지고,
따뜻한 방 안에서 술이라도 마시면서 어딘가의 누군가가 웃고 있어.
그런 걸 전부 합한 게 놈들의 손바닥 안이라는 거겠지 …"
감정이 부글부글 넘쳐흐른다.
'인간' 을 '인간' 으로 움직이는 데에 필요한 원동력이.
"그렇다면 !!
내가 '그 전부' 를 싹 다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주마 !!
이 꼬맹이가 죽어야만 계획이 '성공' 한다면,
내 손으로 이 녀석을 구해서 '실패' 하게 해주겠어 !!
빌어먹을 새끼들, 두고 봐 !!
네놈들의 여유있는 표정을
지금부터 여기에서 전부 다 산산이 쳐부숴줄 테니까 !!"
압도적인 '분노'.
액셀러레이터의 눈동자에 명확한 의사가 깃든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새끼들 !!
나한테 '죽이는 힘'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얕보는 근성 썩은 쓰레기 새끼들 !!
지금부터 네놈들에게 보여주마 !!
그 때 그 꼬맹이를
아마이 아오의 바이러스에서 지켜낸 것처럼,
나에게도 '무언가를 지킬 수 있는 힘' 이 있다는 걸
말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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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제 20 권
제 3 장 : 의혹의 벽과 대치하라
Great_Comp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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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3기 19화
- 미사카 워스트 (번외 개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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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
아무리 봐도 어마금 구약 (1부) 의 진주인공은 액셀
(IP보기클릭)118.217.***.***
저때 그냥 날라오는 못을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게 하면 안돼나?
(IP보기클릭)112.173.***.***
저캐릭 왜 머리에 팬티를 쓰고있는거?
(IP보기클릭)182.228.***.***
저때 아마 방향을 어긋나게 할수는 있는데 또 무의식적으로 100% 반사를 해버릴까봐 그냥 안했다고 들었습니다
(IP보기클릭)112.153.***.***
네. 대충 그렇게 보시면 됩니다. 미코짱이 흑화한채로 고딩이 된 버전이라고 보시면 될 듯.
(IP보기클릭)121.144.***.***
트라우마 자극쩌내
(IP보기클릭)112.173.***.***
저캐릭 왜 머리에 팬티를 쓰고있는거?
(IP보기클릭)49.164.***.***
루리웹-5096726814
정말 팬티라 생각해서 물어본게 아닌것 같은데... | 19.02.16 06:17 | |
(IP보기클릭)110.70.***.***
(IP보기클릭)112.153.***.***
네. 대충 그렇게 보시면 됩니다. 미코짱이 흑화한채로 고딩이 된 버전이라고 보시면 될 듯. | 19.02.16 08:16 | |
(IP보기클릭)49.164.***.***
(IP보기클릭)124.194.***.***
작화는 한결같이 구립니다. | 19.02.16 19:01 | |
(IP보기클릭)118.217.***.***
저때 그냥 날라오는 못을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게 하면 안돼나?
(IP보기클릭)182.228.***.***
니옆에서리한있다
저때 아마 방향을 어긋나게 할수는 있는데 또 무의식적으로 100% 반사를 해버릴까봐 그냥 안했다고 들었습니다 | 19.02.16 12: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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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자극쩌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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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랩스
죽빵 시즌2 | 19.02.16 17:5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