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루리웹 애니메이션 유저 칼럼 시리즈입니다. 일정기간 동안 루리웹 애니갤러리 상단 공지로 노출될 예정입니다.
필진으로 참여하고 싶으신 분들은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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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빌드 파이터즈 23화에는, 특별한 언급도 대사도 없이 지나가는 장면일 뿐이었음에도 방영 후 각종 커뮤니티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공통된 반응을 이끌어낸 부분이 있었습니다.
'감동적이었다. 조금 눈물이 나왔다.'
'원작에선 안타까웠던 캐릭터들의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우리가 원했던 건 이런 모습들이었다.'
패러렐 월드의 축제
사실 이는 완전히 독립된 작품성으로 평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기존 건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입니다. 그럼에도 대부분 그리 어렵지 않게 이 부분을 캐치할 수 있었던 건, 저 많은 작품들 중에 한 두가지만 알고 있더라도 맥락상 나머지 작품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인 메시지였기 때문이고, 혹 하나도 보지 못했더라도 건담을 아는 커뮤니티에서 한두마디만 들어도 나머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건담이라면 공통적으로 가져야 할 '전쟁에 대한 표현의 일관성'을 끌어와서 변주한 묘사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23화의 축제 안에서만 드러나는 부분은 아닙니다. 그들 중의 한 명에 해당되는 '랄 아저씨'는 1화에서부터 주인공들의 삶에 섞여 그들을 이끌어주고, 6화에서는 '전쟁이 아니기 때문에 열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직접 던져주기도 합니다. 분명 이 애니메이션의 핵심 스토리는 레이지와 세이의 성장이지만, 23화는 그 스토리의 배경에 패러렐 월드가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또다른 매듭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뿌리도 근본도 없는 세계관의 존재의의
'진지하게 따지면 지는 것'이라는 말이 관용적으로 쓰일 정도로 애니메이션에선 중요시되지 않는 부분입니다만, 이 작품의 배경설정에는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힘들 만큼 수많은 구멍을 무시하고 넘겨야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원작 그 인물을 그대로 가져왔음을 쉽게 알 수 있는 랄 아저씨의 존재감이든, 퍼스트 건담과 동일한 인물들이 살아있음에도 퍼스트 건담 애니메이션과 프라모델이 동일하게 존재한다는 초상권 침해에 가까운 설정이든, 유독 건담 애니에 등장한 기술들만 재현도가 높은 기술적 현실성이든 간에 이렇게 얼기설기 뭉쳐놓은 듯한 세계관의 근원에는 '기존 건담 애니메이션에 대한 IF전개를 건프라 배틀로 보여준다'는 욕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비록 그를 위해 건프라 빌드와 배틀이라는 핵심에 대한 기반설정마저도 상당수 얼버무리고 넘어갔습니다만, 현실성은 '통제하지 못했다'를 넘어 어느 정도 '통제를 포기'하고 웃어넘겼을 정도입니다만, 그로 인해 구현된 건프라 배틀이라는 욕망은 '건담 애니의 전쟁묘사와 닮았지만 결코 전쟁이 아닌' 가상의 전투로 표현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관은, 기존 건담의 '전쟁'이라는 부정적 싸움을 굳이 잡고 뒤집어 '스포츠'라는 좀 더 긍정적인 싸움의 영역으로 바꿔 놓았고, 건프라 역시 '전쟁 병기'를 나타낸 모형에서 '스포츠 도구'를 나타낸 모형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건프라로 여자도 꼬실 수 있고 야쿠자도 마피아도 무술 도장도 건프라를 쓸 정도로 비정상적인 비중을 가진 단 하나의 가상 스포츠를 구현하기 위해.
철저한 설정은 포기한 대신, 목적을 위한 일관성만큼은 철저하게 작품에 담아놓은 셈입니다.
무규칙 스포츠와 스포츠맨십
물론 전쟁이 사라지고 스포츠가 생겨도 그것만으로 행복이 도래하는 건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도 전쟁이 없는 곳은 많습니다.
그 점에서 본 작은 건프라배틀을 하는 자의 마음가짐, '스포츠맨십'에 가까운 개념을 제시합니다.
일반적인 대전게임처럼 철저히 제약된 법칙 안에서 이뤄지는 대전이라면 이걸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전자오락이 아니라 물리적인 영역의 충돌을 다루는 스포츠라면, 규칙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보이는 이종격투기 등에서마저 눈 찌르기나 깨물기 등 금지되거나 금지에 가까워 비난받는 공격방식이 몇 가지는 남아있게 됩니다.
그럼에도 본작의 건프라 배틀은, 대회 주최측이 가장 열심히 대회 룰을 어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대회 룰도 막장이고 주최측도 막장이라 올바른 스포츠를 추구하기 위해 플레이어들이 알아서 거르는 전개가 이어집니다.
본선 진출 확정이라 효율을 위해서라면 일부러 져줄 수도 있는 싸움이지만, 자신의 마음을 따라 제대로 결투하기로 한 펠리니.
'번뇌 없이 즐긴다' 는 해법을 찾아낸 마오.
승부조작 제의도 해보지만 결국 건프라를 좋아하는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로 한 닐스 닐슨.
아일라가 스포츠맨십에 어긋나 보인다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대해 도와주려 하는 펠리니, 그리고 건담 특유의 '소통의 문제'로의 귀결.
건프라 야쿠자, 건프라 마피아 등의 마이너스 요소를 거쳐 왔음에도 23화를 보는 순간 긍정적인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건, 주요 인물들의 이런 올곧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번외 : 명인의 스포츠맨십
3대 명인의 싸움 역시 '스포츠맨십을 저버린 2대 명인의 방식을 버리고 좀 더 올바른 형태의 배틀을 추구하겠다'고 하면 맥락을 읽을 수는 있습니다. 이 지점이 유우키 타츠야가 3대 명인이 된 이후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어지는 정체성이며, 이 점에 대해 18화 레나토 형제와의 대결은 어둠, 22화 줄리안 맥켄지와의 싸움은 빛에 가까운 측면을 보여줍니다.
다만 그걸 제대로 표현했냐고 한다면 역시 확실한 한계가 있었는데, 그 원인은 건프라 빌드와 배틀이라는 핵심에 대한 기반설정, 예를 들면 플라스틱의 특성과 구현모델과의 관계 등을 어느 정도 얼버무리고 넘겼기 때문입니다. 그걸 확실하게 드러내고 지키려 할수록 건담 패러디에 가까운 기술구현을 받아들이는 범위에도 한계가 커지고, 그렇기에 기반설정을 어물쩍 넘어간 채로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반칙성 기술인지, 왜 그렇게 되는지도 동시에 어물쩍 넘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하나 공통적인 사항은, 눈이나 고간 등 급소를 찌르는 것처럼 관절부를 바로 노리는 건 비난받을 여지가 있다고 합니다. 레나토 형제 때에도 관절 폭파 기술이었죠.
전쟁을 대신하는 가상의 스포츠
전쟁을 반대하는 작품은 때론 극단적으로까지 싸움을 부정하기도 합니다만, 인간에게 싸움에 대한 욕구가 있음을 부정할 순 없습니다. 본 작은 아동용 컨텐츠에조차 흔하게 포함되는 싸움이라는 욕망을 긍정하면서, 그걸 철저하게 진짜 싸움이 아닌 가상의 스포츠로 치환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23화의 축제는 그런 전쟁과 건프라배틀 간의 거리를 가장 밀도 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펼쳐지는 장면들은 기존 건담의 전쟁에서 죽어 나간 사람들과 전쟁 도구의 모습을 빌려온 것들입니다만, 그 사람들이 전쟁 병기 건담이 아닌 장난감 건프라를 향유하는 자리에 앉혀놓고 즐기도록 함으로써, 이런 장난감이라도, 스포츠의 도구라면, '전쟁 없이 이렇게 즐기기만 하면 얼마나 좋은가' 하는 메시지를 아주 자연스럽게 던져주고 있습니다.
이는 위에서도 언급했던 부분입니다만 23화만이 아니라, 무슨 과정을 거쳤는지는 철저하게 얼버무리지만 원작 건담의 각종 기술이 속속들이 재현되는 건프라 배틀 양상에서부터, 그 장난감의 근원은 애니메이션의 전쟁 병기였지만 전쟁보다는 놀이가 낫다는 6화의 대사 표현, 핵심 악당의 사상조차도 전쟁이나 정복은 거세되어 있고, 그 악당을 단죄하기보단 방해되지 않도록 제쳐버리는 가치관, 건프라 배틀이 불가능해지기 직전까지도 '우리가 원하던 배틀'을 하고 끝내려는 욕구 발산 등을 통해 23화에서 응축된 주제는 작품 전반에 퍼져있음을 끊임없이 일깨우게 됩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는 가상의 배틀 스포츠라는 것도, 각종 대전형 게임이 프로게이머 문화로까지 확장되는 현대라면 그리 멀진 않은 거리까지 다가온 편입니다.
건담으로서의 일관성
토미노 감독은 항상 전쟁을 끔찍하게 묘사함으로써 반전을 나타내려 했습니다. 그와는 완전히 다른 방법론이지만 가끔은, 하나둘 정도는 이런 식으로 반전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패러디에 가까운 IF시나리오이기 때문에 이 역시 기존의 건담 작품들이 있었던 덕분이고, 토미노 감독이 건담의 역사를 쌓아준 덕분에 가능한 시도였습니다.
그래서, 가벼운 전 연령용 상업 애니라는 측면을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이것 역시 건담이었고, 건담이기 때문에 가능한 내용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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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 데스티니: 강한 힘으로 적을 찍어 눌러서 평화를 쟁취하자! 철혈: 전쟁은 신분 상승의 기회 아닌가?? 토미노옹 앞에서 석고대죄 해야할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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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나쁘다 그리고 평화는 ㅈ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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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빌파는 가볍게 볼수 있으면서 스포츠물 처럼 뜨거운 전개가 참 좋았던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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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동네 걸즈&판처와 다소 유사한 부분이 있네요. 모빌슈트처럼 살상무기인 전차를 스포츠의 수단으로서 활용한다는 포인트. 비록 건빌파처럼 직접적으로 전차와 전차도를 구분하는 묘사가 돋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ova인 안치오전에서 나온 결착 후 모두가 사이좋게 식사를 하는 장면처럼 전차도 역시 건프라 배틀처럼 하나의 스포츠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겹쳐보았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건빌파를 정주행하고 싶어지는 글이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IP보기클릭)61.77.***.***
시드/시댕:강한 힘을 갈망하는 그 마음이 전란을 불러 일으키다는 것을 모르는거냐? 철혈: 전쟁에서 얻는 것은 영광스러운 환영이요, 잃는 것은 육신의 행복과 안녕이다.... 갓블오: 분쟁은 무력이나 권력으로 얻어질수없다.. 오직 대화와 이해로서만 얻어질수있다.. 천사날개: 평화는 우리 모두가 평화의 필요성을 자각할때, 비로서 '만들어질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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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 데스티니: 강한 힘으로 적을 찍어 눌러서 평화를 쟁취하자! 철혈: 전쟁은 신분 상승의 기회 아닌가?? 토미노옹 앞에서 석고대죄 해야할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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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데남편
시드/시댕:강한 힘을 갈망하는 그 마음이 전란을 불러 일으키다는 것을 모르는거냐? 철혈: 전쟁에서 얻는 것은 영광스러운 환영이요, 잃는 것은 육신의 행복과 안녕이다.... 갓블오: 분쟁은 무력이나 권력으로 얻어질수없다.. 오직 대화와 이해로서만 얻어질수있다.. 천사날개: 평화는 우리 모두가 평화의 필요성을 자각할때, 비로서 '만들어질수' 있다. | 17.07.24 23: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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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나쁘다 그리고 평화는 ㅈ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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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빌파는 가볍게 볼수 있으면서 스포츠물 처럼 뜨거운 전개가 참 좋았던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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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불가...... | 17.07.25 16: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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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동네 걸즈&판처와 다소 유사한 부분이 있네요. 모빌슈트처럼 살상무기인 전차를 스포츠의 수단으로서 활용한다는 포인트. 비록 건빌파처럼 직접적으로 전차와 전차도를 구분하는 묘사가 돋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ova인 안치오전에서 나온 결착 후 모두가 사이좋게 식사를 하는 장면처럼 전차도 역시 건프라 배틀처럼 하나의 스포츠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겹쳐보았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건빌파를 정주행하고 싶어지는 글이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