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퍼스트 건담 보다가 지루했다고 불평글 올린 사람인데요,
그래도 다른 분들의 추천 댓글들을 보면서 계속 정주행하고 있으니 재미가 붙었습니다.
그런데 볼 때마다 신기한 게요,
이 만화, 1979년 작품 아닙니까? 저희 부모님들이 국민학생이었을 시절 물건인데요,
작중에 등장하는 과학적 상상력이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거예요.
1. 하야토 고바야시가 조이스틱을 움직이며 컴퓨터 오락 하듯이 가상현실 공간에서 전투기 조종 훈련을 하는 장면.
2. 아무로가 구프와 처음 싸운 후, 직접 관찰한 구프의 구동속도나 무기, 전술 등의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하여 시뮬레이션 훈련용 아바타를 만드는 장면
3. 우주공간에 띄운 초대형 원통을 회전시켜서 발생하는 원심력으로 인공중력을 발생시켜 그 내벽에 사람이 사는 스페이스 콜로니 등
물론 이런 것들이 건담에서만 처음 나온 완전 오리지널은 아니고,
외국의 과학서적이나 스타십 트루퍼스 같은 것들을 보고 베낀 것도 많을 테지만
동시대 한국의 로보트태권브이 같은 만화들은 저런 현실적인 과학적 상상력을 베끼는 것조차도 못했던 시절인데 말입니다.
더군다나 건담이 나오고 10년 이상 지난 1980년대의 한국 로봇만화중에도
작중 등장하는 과학기술에 대해 이 정도로 현실적인 설명이나 그럴듯한 상상력을 덧붙여 설명한 작품은 없었구요.
하물며 이 만화가 대중문화로서, 그것도 어린이들 상대로 장난감팔이 하려고 만든 맘화였단 걸 고려하면
"당시 일본 대중들과 어린이들은 이런 만화를 보고도 내용이나 설정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적 지식이나 관념이 널리 퍼져 있었단 말인가?"하고 의아하더라구요.
저 시절 한국이면 뭐 시뮬레이션이나 인공중력, 우주식민지는 커녕 컴퓨터라는 것조차 아직 대중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던 시절이었는데....
실제로 현실에서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그리고 사람처럼 뛰어다니는 로봇을 처음으로 만든 나라가 일본이기도 하니,
일본은 서적이나 비디오 등을 통해 선진국으로부터 이러한 과학지식이나 상상력을 배울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정말 잘 갖추어져 있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이 얘기를, 오늘 식탁에서 역사관련 얘기가 나와서 아버지와 어머니께 말씀드리니까, 아버지께서,
"당연한 것 아니냐. 애초에 일본은 이미 에도시대때부터 세계경제 9위였고, 1차 대전 시기엔 5위, 1970~80년대에는 지금보다 훨씬 잘 살았던 나라였다. 잉여자본이 남아도는 나라에선 과학지식이든 예술이든 뭐든지 같이 발전하게 마련이다. "라고 하시던....
122.35.***.***
이건 일본이란 나라가 대단하다기보단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라는 개인이 대단한 거죠. 완전한 오리지널 세계관이라기보단 1950년대 이후 미국의 SF 소설들과 동시대 스타워즈 열풍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고요. 거기에 감독 본인이 느끼셨던 전후 일본 격동의 세월이라던가 애니메이션 제작 현장들을 겪은 사회인으로서의 실감들이 들어가서 엄청난 리얼리티를 획득한 거라 봐야 되겠죠. 제타 건담 때 아가마에 빡센 우주 생활을 견디기 위한 식물 감상용 공간인 그린룸을 설정하셨는데 스탭들이 아무도 그 개념을 몰라서 걍 녹색으로 칠해버렸다는 에피소드로 알 수 있듯이 주변인들이 다 감독님의 발상력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건 아니고요. 작품의 테마나 세계관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지온군 멋있다 건담 짱이다 아무로 전설급 파일럿이다 같은 피상적 요소에만 시선이 가던 시청자들도 많았고요. 도저히 이 분을 따라갈 인물이 나오질 않으니 안노 감독이 역샤 이후로 애니 업계는 죽었단 소릴 하고 다니고, 그 이후 세대들은 엇비슷하게나마 감독님 흉내내기를 지상명제로 삼고 있는 거죠. 예를 들어 봉준호 감독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별거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요.
39.7.***.***
3번은 배꼈다기보다는 NASA에서 미래에 우주공간에 이주할때 사람들이 어떻게 살게 될까 하고 구상한 콜로니중 하나를 그대로 가져온것입니다. 윙건담에 나오는 콜로니도 우주세기와 모양이 좀 다른데 그것도 NASA에서 연구한 모델이구요. 그리고 건담 설정은 솔찍히 이후 붙인거 투성이라 퍼건은 이상한거도 많....
211.214.***.***
가장 큰 이유로는 토미노 옹을 필두로 한 당시 제작진은 10년은 앞서갈 작품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완구팔이 만화였다곤 하나 어디까지나 표면상의 모습일 뿐 본격 SF 드라마를 목표로 만들던 거였으니. 원래 안주하려는 사람과 전진하려는 사람은 격차가 벌어진다고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거라며 얄팍하게 적당적당 만들 뿐이었던 우리나라로선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열의를 갖고 만들던 당시의 일본 서브컬쳐계를 못 이기는 게 당연하다고 봅니다.(물론 지금이라고 안 그렇단 건 아니고요.)
59.10.***.***
은하철도 999나 우주전함 야마토만 봐도 그냥 허투로 만든 작품들이 아니라는걸 알수있음
39.121.***.***
근데 건담이 기본적인 기동이나 보행은 컴퓨터가 알아서 한다는 설정은 1화에서 아무로가 난리통에 건담 조종 매뉴얼을 읽을 때부터 언급되었고 건담이 컴퓨터를 통해 적들의 전투 데이터를 학습함으로써 더 영리해지고 강해진다는 머신러닝 설정도 원작에서부터 나온 걸로 압니다.
122.35.***.***
이건 일본이란 나라가 대단하다기보단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라는 개인이 대단한 거죠. 완전한 오리지널 세계관이라기보단 1950년대 이후 미국의 SF 소설들과 동시대 스타워즈 열풍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고요. 거기에 감독 본인이 느끼셨던 전후 일본 격동의 세월이라던가 애니메이션 제작 현장들을 겪은 사회인으로서의 실감들이 들어가서 엄청난 리얼리티를 획득한 거라 봐야 되겠죠. 제타 건담 때 아가마에 빡센 우주 생활을 견디기 위한 식물 감상용 공간인 그린룸을 설정하셨는데 스탭들이 아무도 그 개념을 몰라서 걍 녹색으로 칠해버렸다는 에피소드로 알 수 있듯이 주변인들이 다 감독님의 발상력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건 아니고요. 작품의 테마나 세계관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지온군 멋있다 건담 짱이다 아무로 전설급 파일럿이다 같은 피상적 요소에만 시선이 가던 시청자들도 많았고요. 도저히 이 분을 따라갈 인물이 나오질 않으니 안노 감독이 역샤 이후로 애니 업계는 죽었단 소릴 하고 다니고, 그 이후 세대들은 엇비슷하게나마 감독님 흉내내기를 지상명제로 삼고 있는 거죠. 예를 들어 봉준호 감독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별거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요.
211.214.***.***
가장 큰 이유로는 토미노 옹을 필두로 한 당시 제작진은 10년은 앞서갈 작품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완구팔이 만화였다곤 하나 어디까지나 표면상의 모습일 뿐 본격 SF 드라마를 목표로 만들던 거였으니. 원래 안주하려는 사람과 전진하려는 사람은 격차가 벌어진다고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거라며 얄팍하게 적당적당 만들 뿐이었던 우리나라로선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열의를 갖고 만들던 당시의 일본 서브컬쳐계를 못 이기는 게 당연하다고 봅니다.(물론 지금이라고 안 그렇단 건 아니고요.)
59.10.***.***
은하철도 999나 우주전함 야마토만 봐도 그냥 허투로 만든 작품들이 아니라는걸 알수있음
39.7.***.***
3번은 배꼈다기보다는 NASA에서 미래에 우주공간에 이주할때 사람들이 어떻게 살게 될까 하고 구상한 콜로니중 하나를 그대로 가져온것입니다. 윙건담에 나오는 콜로니도 우주세기와 모양이 좀 다른데 그것도 NASA에서 연구한 모델이구요. 그리고 건담 설정은 솔찍히 이후 붙인거 투성이라 퍼건은 이상한거도 많....
39.121.***.***
근데 건담이 기본적인 기동이나 보행은 컴퓨터가 알아서 한다는 설정은 1화에서 아무로가 난리통에 건담 조종 매뉴얼을 읽을 때부터 언급되었고 건담이 컴퓨터를 통해 적들의 전투 데이터를 학습함으로써 더 영리해지고 강해진다는 머신러닝 설정도 원작에서부터 나온 걸로 압니다. | 23.05.18 17:17 | |
211.234.***.***
콜로니 설정은 지금 기준으로도 앵간한 SF보다 현실적이긴 합니다, 아무래도 행성에 산다는 개념이 직관적이라 다들 행성개척만 하고 우주 콜로니에서 사는 경우를 조여주는게 적은지라 현실에선 지옥같은 행성이 대부분이라 차라리 소행성이나 달들을 갈아서 콜로니를 만드는게 더 싸게(?) 먹힐 가능성이 높게 처지는데 아무래도 묘사가 힘들다 보니 외면되곤 하죠 | 23.05.18 17:17 | |
210.105.***.***
121.165.***.***
21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