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시작하기 전에 전 상당히, 아니 꽤나 올드한 감성임을 밝힙니다
간단히 말하면, 그 시대 명작은 정말 명작이었나? 가 되겠네요.
지금 와서 돌아보면 개연성 말아먹은 작품이 한두개가 아닙니다, 작화도 말아먹은 물건이 한두개가 아니에요. 근데 그 시대엔 명작이었고 칭송받았던 물건이 많습니다. 반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 평가받는 작품도 있죠.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에반게리온입니다. 그래서 에바 명작임? 이게 제일 중요한 떡밥이기도 하죠.
에바는 작화가 좋은가요? 음, 전체적으로 괜찮긴 한데 마감의 압박으로 박살난 파트가 종종 존재는 합니다. 괜찮은 수준이죠.
에바는 개연성이 좋은가요? 어우. 에바 개연성은 거의 물말아먹었습니다. 이 작품은 제대로 된 드라마도 없고 결론도 결말도 없으며 전체의 절반 이상이 말 그대로 있어보이고 아무도 없는 대사로 가득 차 있습니다. 10명의 애니메이션 팬이 각기 따로 에바를 보고 해설하라면 모두 해설이 다를 겁니다. 형식적으로 기승전결은 지키곤 있습니다만...
근데 에바는 명작이에요. 왜냐고요? 그 때 나왔으니까요. 그 시절에 나왔고 그 시절에 로봇물 장르를 해체해서 명작입니다. 지금 누가 에바를 등장인물을 바꿔서 그대로 애니를 만들면 욕을 먹고 망할 겁니다. 그래서 신극장판 Q가 그렇게 욕을 먹었더랬습니다.
에바 말고도 많습니다. 태양의 용사 아스테반이라던가; 테카멘 블레이드라던가. 테카멘 블레이드는 애니 관심 가진다는 중학생에게 추천했다가 욕만 먹었습니다. 이딴 거 추천한다고,
시대적 문제 말고도 작품 받아들이는 관점이 바뀌었어요. 과거작에서 뱅크신은 일상입니다. 작품의 8할이 뱅크신이어도 명작은 명작이었죠. 요새 팬들에게 전투 뱅크신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모든 전투 장면은 다 달라야 하고, 이왕이면 2d면 좋은 역동성이 있는 물건이어야 합니다. 칼을 번뜩하더니 돌려쓰기 폭발 이벤트와 함께 상대가 폭발한 잔해를 보여주는 그런 연출을 했다간 욕을 먹죠. (사실 과거에도 그럼 좋았는데, 돈 문제로 못 그러는 걸 옹호해준 감도 있습니다. 이제 옹호 안 해주지만요)
문제는 여기서 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특징과도 같은 장점이 모조리 단점으로 돌변하는 게 요샙니다. 더 많은 제작비를 더 적은 리스크로 만들던 제작위원회 시스템은 이제 애니 제작사를 옭아매는 얽개가 되었습니다. 적은 프레임과 돌려쓰기로 빠르게 만들어져 주간연재가 가능했던 특징은 3d와 기술의 발전으로 전세계 어디나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도 명작의 자리를 놓치지 않은 카우보이 비밥 같은 작품들은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단 영화의 접근감각에 더 가까운 편이죠.
인피니티 포스와 달링 인 더 프랑키스가 전 이 조류 하의 옛 작품의 말로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현대적인 개발 시스템으로 가장 고전적인 스토리를 만든 작품들이거든요. 둘 다 요새 팬덤들에겐 상당히 호불호 갈리는 물건입니다. 저 같은 올드한 팬덤에게는 아 이것이 타츠노코 프로덕션이었지, 아 이게 건버스터와 나디아와 에반게리온 시대 분위기의 가이낙스구나 하며 추억에 잠기는 명작입니다만 둘 다 단점이 그대로 드러나 공격받고 있죠. 과연 옛 작품들은 새로운 명작 기준에 맞춰 철저히 프로듀싱되어야 할까요?
덤.
국내에선 그리고 일본의 10대 오타쿠에겐 전혀 주목받지 않지만 올드 스타일 올드 각본 올드 캐릭터로 롱런하는 물건도 있습니다. 루팡 3세 시리즈 말이죠. 사실 얘네는 원본부터 미국 드라마 같은 물건이엇던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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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작품'이 아니라 '최초로 시작한 작품' 이라서 명작 대접 받는 경우도 있으니까, 말 그대로 케바케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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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는 정말 그 특유의 끈덕끈덕한 떡밥 조절 능력이 대단했어요. 결론은 그게 뭔지도 모르고 끝나서 “아 이게 왜 명작임?”으로 비판받는 그부분이란 거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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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자키 시온
마지막까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어..로 끝나는 물건이었죠. | 18.06.19 16: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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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자키 시온
에바는 정말 그 특유의 끈덕끈덕한 떡밥 조절 능력이 대단했어요. 결론은 그게 뭔지도 모르고 끝나서 “아 이게 왜 명작임?”으로 비판받는 그부분이란 거죠 ㅋㅋ | 18.06.19 16: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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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작품'이 아니라 '최초로 시작한 작품' 이라서 명작 대접 받는 경우도 있으니까, 말 그대로 케바케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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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온도 처음나왔을당시 소재의 참신함땜에 화제를 불러일으켰었죠 명작소리도 많이 들었고요 지금은 2000년대 한국에서 이미 뜬지 오래된 소재였다고 말하고 작품성도 명작취급할 정도까지 큰게 아니라고 재평가받고 있지만요 | 18.06.19 19: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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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uchy-Galois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사실 기묘한 이야기지만 그때라고 더 높은 제작비와 더 많은 제작진 동원이 된 건 아니였어요. 디지털 작화 이전/도입기라서 더 제작에 시간이 많이 들어서 다작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던 것에 더 가깝습니다. | 18.06.19 17:2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