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로 대충 선녀와 나무꾼 비틀어서 끄적여 봤습니다.
유게 자작기타에 던질까 웹소 유저게시판에 던질까 하다가 이쪽으로 놀러와봤어요.
제일 첨에는 브릿G쪽에 던졌던 건데 (그쪽이 단편 쓰기 편하고) 혹 재밌으셨으면 그쪽에도 개추 하나만 부탁드립니다. 헤헤.
(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np_id=641809&novel_post_id=241999)
*좀 뒤적여보니 홍보글이 8할이던데 혹 게시판 성향에 맞지 않으면 말씀주세요. 바로 터치겠습니다.
----- 아래부터 본문 --------
나무꾼에게 도움 받은 사슴은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기로 결심했어요.
IQ가 무려 369나 되고, 여러 자격증도 가진 사슴에겐 간단한 일이었어요. 선녀가 도망가지 못하게 날개옷을 훔치는 거였답니다.
선녀의 날개옷이 최신 원격조종 기능과 GPS가 탑재된 플라잉 배틀 슈트 mk-40,000이 아니었다면 제법 효과적인 계획이었겠지요.
누구도 선녀의 날개옷을 탐하지 못했어요.
당연하죠. 누가 감히 천계 카르텔 빅보스의 딸에게 해코지할 생각을 하겠어요? 구름 위에 세워진 나라가 만만해 보여요?
괜한 짓을 했다간 얼굴만 빼고 하늘나라의 모래 구름 속에 파묻힌 채 말라 죽을 때까지 햇볕을 쬐게 되는 거예요. 교훈보다 죽음이 더 빨리 찾아오겠죠.
굳이 그런 짓을 한다면, 저지를 수 있는 쓰레기는 사냥꾼의 딸을 죽인 사슴과 나무하는 척하면서 ㅁㅇ을 빠는 나무꾼 정도랍니다.
예 맞아요. 이 숲에 사람 새끼는 없었어요.
사슴이 사냥꾼에게 쫓긴 까닭은 그의 딸을 죽였기 때문이고.
나무꾼은 약쟁이였어요. 곰방대에 크리스탈을 약간 담아서 피우는 걸 즐겼답니다.
사실 물러설 곳도 없었어요.
사슴은 사냥꾼의 딸을 죽였고. 나무꾼은 그런 사냥꾼을 죽였으니까. 경찰이 산을 수색하는 것도 시간문제겠죠.
산속 호걸인 호랑이도, 겨울잠을 자던 곰도, 연못의 신령도 전부 잡혀갈 거예요. 살짝 구체적으로는 범죄단체조직죄, 살인, 금값 조작 및 사기가 되겠네요.
선녀의 플라잉 배틀 슈트 mk-40,000을 훔쳐 달아난다. 답은 그것뿐이었어요. 하늘에서 썩은 동아줄이 내려오길 기다리는 것보다야 현실적인 플랜이죠.
하지만 나무꾼은 플라잉 배틀 슈트 mk-40,000을 보고 겁에 질렸어요. 약발도 떨어졌고, 본래의 옹졸한 품성과 약의 반동으로 밀려온 불안감이 뇌와 신경을 장악했어요.
이대로라면 훔치는 시도조차 못 해요. 내키지는 않았지만, 사슴은 그의 뺨을 앞다리로 걷어차며 설득했어요.
"잘 들어. 빌어 처먹을 고라니 같은 약쟁이야." 사슴이 말했답니다. "저 슈트만 있으면 우린 어디든지 갈 수 있어. 자유라고. 심지어 달까지도 날아갈 거야! 달이 왜 하얀지 알아? 그건 커다란 메스암페타민이야. 존나 커다랗고. 존나게 쩌는 순도지! 우주급이라고! 여기서 경찰에 붙잡혀서 끝날래, 아니면 달토끼들과 허리가 박살 날 때까지 떡 치면서 살래? 선택해. ㅂㅅ같이 울기만 하는 고라니가 될지. 폼나게 뿔을 세운 수사슴이 될지 말이야."
무슨 개소린가 싶은 대사지만 약쟁이에겐 제법 효과적이었어요. 세상에. 달이 전부 메스암페타민이라니! 별을 불태우는 뽕이라니! 세상 어떤 약쟁이가 그 황홀한 판타지를 거절하겠어요?
마침내 약쟁이는 용기를 얻고, 사슴이 앞장섰어요. 사슴은 그 좋은 머리를 가지고도 짐승으로 태어난 탓에 재주를 발휘하지 못했지만, 그 좋은 머리 덕분에 산의 샛길은 누구보다 잘 알았답니다.
사슴에게 날개옷을 보관한 곳으로 이어진 샛길을 안내하는 것 정도는 쉬운 일이었죠.
음, 겸사겸사. 플라잉 배틀 슈트 보관고의 락을 해제하고, CCTV에 재밍을 거는 등의 '사소한' 밑 작업도 하고요.
예상대로 일은 너무나 쉬웠어요.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쉬웠어요.
"뭔가 이상해." 사슴은 눈을 가늘게 떴어요.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눈치를 못 챈다고?"
예. 그래요. 사슴의 계획은 처음부터 실패할 계획이었어요. 경찰이 들이닥치기 전에 서둘러 짜낸 급조 계획에 결함이 없는 게 이상한 일이죠.
애초에 선녀들은 왜 이런 깊은 산 속에 와서 몸을 씻는 걸까요. 하늘나라 인프라가 그렇게 개판일 리가 없는데?
그때 총성이 울렸어요.
아무래도 정답임을 알려주는 종을 설치하는 건 시간과 예산이 모자랐겠죠.
분명한 건, 사슴에 답에 도달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건 ↗됐다는 뜻이기도 했어요.
사슴의 다리에서 철철 흘러나오는 피가 이를 증명했죠.
총을 쏜 건 우람한 근육과 선녀의 취향에 맞는 도리를 가진 선녀의 동성 연인이었어요.
완벽하게 우위를 점한 채. 총을 쏜 여성은 선녀를 끌어안아 허리와 가슴을 밀착한 채 거들먹거렸어요. 타인의 생살여탈권과 애인의 생살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걸 과시하고 싶었던 거겠죠.
분명 그게 맞을 거예요.
아니라면 마무리 총격을 가하는 대신 두꺼운 입술을 놀려대며 사슴과 나무꾼에게 진실을 말해주지는 않았겠죠.
빅보스에게 허락받지 못한 교제를 하려고 내려온 그녀들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답니다.
이곳이 사람 새끼 없는 숲이라는 것부터 시작해.
플라잉 배틀 슈트 mk-40,000같은 고급품을 하늘에서 내려온 구원이라 착각하며 접근할 머저리가 한가득이라는 것까지. 전부 다요.
그래서 둘은 생각했어요.
새 삶을 위해 플라잉 배틀 슈트라는 골든 티켓을 가지러 온 바보들을 골 앞에서 막아서면 무척 재밌을 거라고 말이죠.
그녀들은 숲에서 사는 짐승은 아니었지만, 이곳에 참 어울리는 품성을 가진 쌍이었어요. 사슴의 말을 빌리자면 ㅆㄴ이란 단어도 있긴 했답니다.
사슴이 그녀들을 어떻게 평가하든, 둘을 죽일 수 있는 총은 선녀의 동성 애인에게 있었어요. 트리거를 당기면 엔딩. 그런 시시한 결말.
아주 좋지 않은 이야기였죠.
그래서 사슴은 이 엔딩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일어났어요.
그리고 친구에게 말했어요.
뇌가 빈 사이코 커플은 무시하고, 당장 슈트나 걸치라고요.
반박이나 주저는 받지 않았어요.
지랄하지 말고 슈트 챙겨. 고라니처럼 울며 지시했답니다. 그는 영리한 사슴이었지만, 절박한 상황에 되는대로 외치는 지시는 고라니와 다를 게 없었어요.
의외로 다음 총격은 없었어요.
약쟁이 나무꾼은 슈트를 걸치고, 날개를 전개했어요.
나무꾼이 해야 할 일은 그걸로 끝났어요.
슈트는 대량의 이온과 전기... 나무꾼은 상상도 못 할 복합적인 과학의 산물로 대기를 오염시킨 채 그를 하늘로 데려가 줬어요.
높이. 높이. 더더욱. 높게.
산의 짐승들이 따라잡지 못할 곳으로. 그저 아득히.
그 궤적의 끝자락에는 사슴과 선녀 커플이 있었고.
선녀는 깔깔 웃었답니다.
왜냐하면, 선녀의 날개옷은 최고급품이었으니까요.
고성능 GPS는 물론이고 최신 원격조종 기능이 탑재된 플라잉 배틀 슈트 mk-40,000이었으니까요.
계획이 틀어진 게 있다면 사슴이 친구를 따라가지 않았다는 거였어요.
하늘로 도망치려다 원격조종에 이끌려 다시 내려온 둘의 비통한 표정을 맛보며 처형을 집행한다.
그게 선녀와 그녀의 여자친구가 구상한 시나리오의 마지막 장면이었어요.
사슴이 IQ 369에 온갖 자격증을 가진 초천재가 아니었다면 제법 효과적인 계획이었겠지요.
누구도 선녀의 날개옷을 탐하지 못했었어요.
예. 당연하죠.
지금까지는 이런 사슴이 없었으니까요.
사슴은 일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어요.
달이 메스암페타민 덩어리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사슴을 사슴으로 봐준 건 그의 친구인 약쟁이 나무꾼밖에 없었고.
사슴은 그것만으로도 구원받은 기분이 들었고.
사슴은 이미 그를 행복하게 해주기로 결심했는걸요.
당연하죠. 그게 아니라면 누가 감히 천계 카르텔 빅보스의 딸에게 해코지할 생각을 하겠어요? 구름 위에 세워진 나라가 만만하지 않다는 건 고라니도 아는 사실인데!
거창한 준비는 필요 없었답니다.
슈트가 원격조종 전파가 닿지 않을 만큼 멀리 날아갈 때까지 전파를 막아줄 고출력 재머만 하나 있으면 충분했어요.
예. 맞아요. CCTV 먹통으로 만들려고 쓴 그거요.
물건 자체는 고물 딱지였지만.
머리 좋은 사슴이라면 일회용으로 망가지더라도 하늘나라의 신제품을 엿먹일 물건으로 개조할 수 있었어요.
사슴은 친구가 남긴 화학물질의 궤적이 달을 향해 뻗은 걸 보는 걸로 만족했답니다.
총성이 울리고, 굉장히 피곤해져서 눈을 못 뜨게 된 뒤에도 말이에요.
한편, 나무꾼은 한없이 올라갔어요.
바람을 두르고, 구름을 꿰뚫고.
달의 모든 윤곽선을 한눈에 담지 못하는, 별이 찬란히 빛나는 그곳에 이르기까지.
나무꾼은 기대만큼 하얀 달을 한 줌 쥐어서는 코에 머금어 봤답니다.
혀끝을 타고 올라온 그 맛은...
한없이 자극적이며, 더없이 자유로운 맛.
아무리 똑똑했어도 이곳에 와보지 못한 사슴은 알지 못한 그 맛.
나무꾼은 행복했어요.
뭐, 교훈은커녕 합법적이지도 않은 결말이겠다만.
적어도 사슴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음을 확인했으니까요.
설령 그게 사슴이 예상치 못한 결말이었다 해도.
나무꾼은 친구가 진실을 말해줬고, 자신이 이곳에 도달했단 것만으로 만족했어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말이죠...
"어머. 오빠야. 지구에서 왔나봐? 슈트가 섹시하네"
"홀리. 래빗...!"
예. 맞아요.
달에는 토끼가 있었어요.
정방향은 물론 역방향 슈트까지.
바니걸 슈트를 입은 바니들.
숏스택 슬랜더부터 베이비 페이스의 울트라 S라인까지.
이런 토끼들을 누가 싫어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