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 온 지 나흘째 되던 날, 바닥에서 손톱이 나왔다.
침대 아래를 닦다가 걸레가 걸렸다. 나무 무늬 장판의 이음매에 쌀알 같은 것이 끼어 있었다. 나는 과자 부스러기인 줄 알고 손으로 집었다.
뿌리 쪽에 검붉은 살이 붙어 있었다.
엄지손톱이었다. 손톱 가운데에 희게 찧은 자국이 있었고, 가장자리는 물에 오래 불린 것처럼 너덜거렸다.
나는 그것을 휴지에 싸서 쓰레기통에 넣었다. 전 세입자가 다쳤을 수도 있었다. 그런 일을 일일이 상상하면 남이 쓰던 방에는 살 수 없었다.
걸레를 빨고 돌아왔을 때, 같은 자리에 손톱이 하나 더 올라와 있었다.
이번에는 새끼손톱이었다.
나는 쪼그려 앉았다.
장판 이음매가 아주 조금 벌어져 있었다. 그 사이에서 투명한 물이 배어 나와 바닥 무늬를 적셨다.
걸레를 갖다 댔다.
밑에서 누가 걸레를 빨았다.
축축한 천 가운데가 틈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는 반사적으로 잡아당겼다. 천이 펴지면서 좁은 틈에 끼어 있던 것이 잠깐 보였다.
앞니 두 개였다.
나는 걸레를 놓고 뒤로 넘어졌다.
장판 밑에서 천을 우물거리는 소리가 났다. 걸레가 조금씩 사라졌다. 마지막 모서리가 이음매에 걸려 파르르 떨리다가 들어갔다.
바닥은 다시 평평해졌다.
나는 현관으로 나갔다. 신발을 신을 때까지도 눈을 떼지 못했다.
문밖에서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닥 밑에 사람이 있어요.”
집주인은 잘 못 들었는지 되물었다.
나는 같은 말을 했다.
전화기 너머에서 라디오가 꺼졌다.
“지금 어디예요?”
“복도요.”
“문 닫았어요?”
“네.”
“잠갔어요?”
나는 열쇠를 돌렸다.
“잠갔어요.”
집주인이 숨을 길게 내쉬었다.
“내가 갈 테니까 거기 있어요.”
그 방은 공장 동료가 소개해줬다.
동료도 같은 건물에 살았다. 지방에서 올라와 기숙사 자리가 날 때까지 지낼 곳이 필요하다고 하자, 자기 옆방이 비었다고 했다.
보증금 삼백에 월세 삼십오만 원.
침대와 책상까지 있어서 당장 돈 들일 일이 없었다.
“벌레는 없죠?”
계약하는 날 내가 물었을 때, 동료는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벌레는 없어.”
집주인은 그 옆에서 계약서를 넘겼다.
이제 생각하면 둘 다 내가 다른 것을 묻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얼굴이었다.
나는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공장에 있을 시간이었다. 문자를 쓰려다가 손톱을 떠올렸다. 엄지손톱 가운데의 흰 자국.
이틀 전 작업 중에 동료가 자기 엄지를 보여줬다. 지그에 찧었다며 손톱 빠지겠다고 했었다.
나는 통화 버튼을 다시 눌렀다.
방 안에서 휴대전화가 울렸다.
처음에는 내 휴대전화에서 새어 나오는 연결음인 줄 알았다.
귀에서 떼자 차이가 났다.
내 손에서는 뚜르르, 하는 소리가 났고, 방문 안에서는 동료가 알람으로도 쓰던 트로트가 흘러나왔다.
나는 전화를 끊었다.
노래도 끊겼다.
복도 반대쪽에 동료의 방문이 있었다.
문은 조금 열려 있었다.
나는 그 방에 두 번 들어가 본 적이 있었다.
퇴근 후 맥주를 마셨고, 전기장판을 빌리러 갔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가구 배치가 이상했다.
냉장고는 문 옆에 놓였고 그 앞에 낮은 서랍장이 있었다. 서랍장 옆에는 책상, 그 옆에는 침대가 바짝 붙어 있었다.
동료는 방에서 내려올 때 늘 서랍장을 밟았다.
무릎이 안 좋아서 침대를 높여놨다고 했다.
열린 문틈으로 그 서랍장이 보였다.
가운데가 부러져 있었다.
싸구려 합판 상판이 V자로 꺾여 아래로 주저앉았다. 서랍 두 개가 빠져 있었고, 그 앞에 슬리퍼 한 짝이 엎어져 있었다.
나는 문을 조금 밀었다.
장판에 손자국이 나 있었다.
양손을 짚고 문 쪽으로 기어온 자국이었다. 손바닥과 손가락이 닿았던 부분만 진하게 젖어 있었다.
문턱 바로 안쪽에서 자국이 끝났다.
거기에 동료의 얼굴이 있었다.
처음에는 얼룩으로 보였다.
밝은 참나무 무늬가 이마와 코와 입 위로 그대로 이어져 있었다. 누군가 장판 밑에 얼굴을 대고 위로 힘껏 밀고 있는 모양이었다.
코는 옆으로 꺾여 있었다.
입이 열렸다.
이음매도 아닌 곳에서 장판이 조금 벌어지더니, 그 안으로 입술이 보였다.
“문.”
나는 소리를 지르려다가 입만 벌렸다.
“문 닫지 마.”
입술 안쪽에 먼지가 붙어 있었다.
동료는 한쪽 눈을 떴다. 눈꺼풀이 아니라 장판 표면이 얇게 벗겨지며 눈알이 나왔다. 흰자에 나무 무늬의 갈색 잉크가 묻어 있었다.
나는 문고리를 붙잡았다.
“형.”
“밟지 마.”
나는 문턱에서 발을 뗐다.
동료의 얼굴이 조금 부풀었다.
입 안에서 피가 흘렀다.
“아니. 거기.”
내 발이 있던 자리에는 그의 귀가 눌려 있었다.
귀가 펴지는 데 한참 걸렸다.
종이를 오래 접어뒀다가 놓은 것처럼, 천천히.
나는 경찰에 전화했다. 주소를 말하면서 계속 동료를 봤다. 설명할 말이 나오지 않아 사람이 바닥에 끼었다고 했다.
“의식이 있나요?”
나는 있다고 했다.
“호흡은요?”
동료의 입이 아주 작게 움직였다.
나는 휴대전화를 내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숨 못 쉬겠어?”
동료가 눈알을 굴렸다.
그가 보는 곳을 따라갔다.
내 뒤에서 집주인이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집주인은 작은 공구 가방을 들고 있었다.
반팔 셔츠에 바지 뒤쪽만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그는 나와 열린 문을 번갈아 봤다.
“누구 불렀어요?”
“경찰요. 구급차도 올 거예요.”
집주인의 눈이 동료의 얼굴로 내려갔다.
그는 공구 가방을 놓았다.
“아이고.”
그 말뿐이었다.
나는 그의 멱살을 잡았다.
“이게 뭐예요.”
집주인은 내 손목을 잡고 떼어내려 했다.
“나도 몰라.”
“뭔지도 모르는데 왜 문 잠그라고 해요?”
그가 대답하지 않았다.
동료가 입을 움직였다.
“칼.”
나는 몸을 숙였다.
“뭐?”
“밑에. 넣고.”
집주인이 내 팔을 잡았다.
“건드리지 말아요.”
나는 그를 밀쳤다. 늙은 사람이라 쉽게 밀렸다. 그는 계단 난간에 부딪힌 뒤 주저앉았다.
공구 가방을 열었다.
스크레이퍼와 커터칼, 실리콘, 넓은 테이프가 있었다.
바닥을 뜯는 도구보다 막는 데 쓰는 것들이 많았다.
나는 커터칼을 집었다.
“어디를 자르면 돼?”
동료가 혀를 내밀었다. 혀끝이 자기 턱 아래를 가리켰다.
나는 얼굴을 피해 칼을 넣었다.
날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힘을 주자 장판 아래에서 뭔가 질긴 것이 끊어졌다. 투명한 물이 먼저 나오고, 뒤이어 진한 피가 내 손등을 덮었다.
동료가 입을 크게 벌렸다.
비명은 그 입에서만 나오지 않았다.
방 안쪽, 침대 밑과 책상 아래와 냉장고 뒤에서 한꺼번에 소리가 났다. 어떤 것은 여자의 목소리였고 어떤 것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너무 높아서 사람이 내는 소리 같지 않은 것도 있었다.
나는 칼을 뺐다.
상처 양쪽이 벌어졌다.
장판의 단면은 손가락 한 마디만큼 두꺼웠다.
비닐 아래에 붉고 흰 층들이 있었다. 한 겹, 두 겹이 아니었다. 얇게 눌린 살 사이로 머리카락이 가로로 뻗어 있었고, 그 아래에는 더 오래된 머리카락이 다른 방향으로 붙어 있었다.
가장 밑에서 눈 하나가 깜빡였다.
나는 뒤로 물러났다.
동료가 내 소매를 물었다.
“빼줘.”
그의 턱이 문턱에 걸렸다.
“제발.”
집주인이 계단에서 일어섰다.
“당기지 마요.”
나는 듣지 않았다.
칼자국을 조금 더 벌리고 동료의 어깨를 찾았다. 손가락이 미끄러운 살에 닿았다. 어디가 목이고 어디가 어깨인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얼굴 아래로 넓적한 살이 이어져 있었다.
나는 양손으로 그것을 잡고 당겼다.
문턱 위로 얼굴이 올라왔다.
이마가 먼저 접혔다.
관자놀이와 뺨이 뒤따라 접혔다.
뼈가 있어야 할 곳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젖은 수건처럼 내 손에 끌려왔다. 얼굴 양쪽으로 어깨가 펼쳐졌는데, 오른쪽 어깨에는 손바닥이 두 개 달려 있었다. 하나는 그의 손이었고 하나는 손톱에 붉은 매니큐어가 남은 작은 손이었다.
나는 놓칠 뻔했다.
그가 내 소매를 더 세게 물었다.
이가 천을 뚫고 팔에 박혔다.
“놔두고 가지 마.”
나는 이를 악물고 당겼다.
바닥 아래에서 무언가 뜯어졌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들이마시는 숨소리가 났다.
동료의 몸이 문턱을 넘어왔다.
가슴이 있어야 할 부분이 길게 늘어져 복도 타일에 닿았다. 그 안에서 심장이 뛰고 있었다. 피부 바로 밑으로 주먹만 한 덩어리가 오그라들었다 펴졌다.
배 아래쪽에는 다른 사람의 뺨이 붙어 있었다.
코와 입이 없고 눈만 두 개 달린 뺨이었다.
두 눈이 나를 봤다.
나는 동료를 놓지 못했다.
방 안의 바닥이 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당겨낸 자리부터 주름이 잡혔다. 책상 다리 옆에서 길쭉한 것이 솟았다가 꺾였다. 팔꿈치였다. 팔꿈치 밑으로는 발뒤꿈치가 올라왔다.
장판의 무늬가 곳곳에서 갈라졌다.
그 틈으로 입들이 벌어졌다.
어떤 입은 이가 없었다. 어떤 입은 잇몸밖에 없는데도 씹는 동작을 했다. 오랫동안 붙어 있던 입술을 손가락으로 뜯어 벌리는 사람도 있었다.
공기가 들어가자 그들이 움직였다.
방 한가운데서 누군가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등이 솟았다. 등에 다른 사람의 무릎이 박혀 있어 더 올라오지 못했다. 척추를 따라 난 볼록한 마디들이 차례로 뒤틀렸다.
나는 동료를 복도 쪽으로 끌었다.
그의 아랫몸은 아직 방 안에 있었다.
아니, 어디까지가 그의 몸인지 알 수 없었다.
집주인이 문 옆에서 쇠 스크레이퍼를 들었다.
나는 그가 도와주려는 줄 알았다.
그는 솟아오른 살을 바닥 쪽으로 밀었다.
“안 돼. 안 돼.”
넓은 쇠날로 입 하나를 눌렀다.
입술이 옆으로 찢어졌다.
그는 체중을 실어 눌렀다. 전에 해본 사람처럼 도구를 양손으로 짧게 잡았다.
“그거 놓고 나와요. 일단 문 닫아.”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동료의 몸이 내 손에서 조금씩 미끄러지고 있었다.
집주인이 나를 밀어내려 한 걸음 들어왔다.
장판 밑에서 손이 나와 그의 신발 앞코를 잡았다.
그는 발을 뺐다.
신발은 벗겨지지 않았다.
대신 발등이 내려앉았다.
신발 위쪽 가죽이 텅 빈 것처럼 꺼졌다. 그는 자기 발을 내려다봤다. 무릎이 뒤로 꺾이면서 바지 속에서 마른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그의 허리띠를 잡았다.
그가 내 어깨를 끌어안았다.
“잡아. 잡고 있어.”
내 무릎이 타일 위로 끌렸다.
그의 오른쪽 다리가 문턱 아래로 들어갔다. 좁은 틈을 통과하면서 정강이가 납작해졌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발목에서 무릎 쪽으로 올라왔다.
집주인이 내 귀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그의 손톱이 내 목을 긁었다.
나는 허리띠를 놓지 않았다.
그가 허리를 비틀었다.
그 순간 바지 뒤쪽이 찢어졌다.
젖어 있던 셔츠 아래로 등이 드러났다.
등에 얼굴이 붙어 있었다.
늙은 여자의 얼굴이었다.
뺨은 그의 살 속에 묻혀 있었고, 입만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 입이 그의 허리를 조금씩 씹고 있었다.
처음부터 바지가 젖어 있던 건 거기서 흘러나온 침 때문이었다.
나는 손을 놓았다.
집주인의 팔이 내 어깨에서 빠져나갔다.
그는 문틀을 잡았다. 손가락 열 개가 문틀 모서리에 나란히 걸렸다.
바닥이 그를 당겼다.
손가락이 하나씩 펴졌다.
마지막 손가락이 떨어졌을 때, 방 안에서 여러 사람이 기침했다.
소방관들이 왔을 때 나는 복도에 앉아 있었다.
동료의 얼굴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몸은 길게 늘어져 방문 안까지 이어졌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배에 붙은 눈들이 깜빡였다.
나는 그 눈을 보지 않으려고 동료의 얼굴만 봤다.
소방관 한 명이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분 성함 아세요?”
나는 이름을 말했다.
동료가 눈을 감았다 떴다.
“환자분, 제 말 들리세요?”
동료가 대답하려 했다.
입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소방관은 그의 몸 아래로 담요를 밀어 넣었다. 담요 끝이 방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자 밑에서 손들이 붙잡았다.
소방관이 멈췄다.
무전기에 대고 뭐라고 말했다. 목소리가 아주 낮아졌다.
그다음부터는 아무도 서두르지 않았다.
큰 조명을 가져왔다. 방 안의 전기를 내렸다. 내 옆에 앉은 구급대원이 팔의 물린 상처를 눌렀다.
나는 동료의 얼굴을 무릎에서 내려놓으려 했다.
그가 소매를 물었다.
나는 다시 받쳐 들었다.
구급대원도 더는 내려놓으라고 하지 않았다.
동료를 방에서 떼어내는 데 세 시간이 걸렸다.
완전히 떼어낼 수는 없었다.
끝부분에 여자의 손과 발이 붙어 있었다. 발은 발가락이 세 개뿐이었다. 잘린 자리가 아문 것을 보면 예전에 다친 발 같았다.
소방관들은 그 부분까지 함께 꺼냈다.
몸을 들것에 옮기자 길이가 맞지 않았다.
누군가 두 번째 들것을 가져오라고 했다.
동료가 고개를 아주 조금 저었다.
“접어도 돼요.”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한 번 더 말했다.
“아래는.”
입안에서 피가 흘렀다.
“제 거 아니에요.”
나는 사흘 동안 입원했다.
경찰은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했다. 동료를 언제부터 알았는지, 집주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 처음 손톱을 발견했을 때 사진을 찍었는지.
건물은 출입이 통제됐다.
뉴스에는 나오지 않았다. 내가 검색을 못 한 건지도 몰랐다.
퇴원하기 전날, 동료가 있는 병실에 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담당 의사는 한참 나를 보다가 간호사에게 부탁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병실은 지하에 있었다. 문 앞에 제습기가 두 대 돌아갔고, 안에서는 물이 흐르는 소리가 났다.
동료는 침대에 없었다.
얕고 넓은 통 안에 누워 있었다. 바닥에는 투명한 액체가 조금 차 있었다. 얼굴이 있는 쪽만 경사지게 받쳐져 있었다.
그가 나를 봤다.
나는 의자를 당겨 앉았다.
동료는 입술을 움직였다.
나는 귀를 가까이 댔다.
“고마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내 팔의 붕대를 봤다.
“미안하다.”
“괜찮아요.”
나는 의자가 끼익거리지 않도록 조심해서 앉았다.
통 안에서 손이 움직였다. 매니큐어가 남아 있는 손이었다.
동료가 그 손을 봤다.
“이 아주머니가.”
나는 기다렸다.
“나 먼저 올려줬어.”
손이 동료의 옆구리를 더듬었다. 제 손이 놓일 자리를 찾는 것 같았다.
그가 눈을 감았다.
“맨 밑에 있었는데.”
나는 통 아래쪽을 봤다.
여자의 발이 있었다. 발가락 세 개가 오므라들었다 펴졌다.
“형은 얼마나 있었어요?”
그가 눈을 떴다.
“어제.”
목소리가 갈라졌다.
“어제 떨어졌는데.”
그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나는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어디를 만져야 덜 아플지 몰랐다.
간호사가 들어와 통의 눈금을 확인했다. 거즈를 적셔 동료의 입술을 닦아줬다.
나는 자리를 비켜주려고 일어섰다.
그때 통의 발치 쪽에서 소리가 났다.
“총각.”
나는 간호사를 봤다.
간호사는 손을 멈췄다.
여자의 발바닥 한가운데에 가는 금이 생겨 있었다.
금이 벌어졌다.
안쪽에 이가 있었다.
발바닥의 입이 한 번 다물렸다가 다시 열렸다.
“밑에.”
동료가 눈을 꽉 감았다.
입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우리 애도 있어.”
통 바닥에 눌려 있던 살이 움직였다.
나는 그제야 그 안의 두 눈이 어느 쪽을 보고 있는지 알았다.
나를 보는 게 아니었다.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는 만큼 돌아가 있었다.
“그 애는 아직.”
여자가 숨을 골랐다.
발가락 세 개가 뻣뻣하게 펴졌다.
“얼굴이 안 나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