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통령의 방문 둘째 날 저녁.
서울의 한 호텔에 마련된 만찬장에는 두 나라의 수행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공식 일정은 대부분 끝난 상태였다. 낮에는 철도 시스템을 직접 확인했고, 양국의 실무진은 앞으로 진행할 협력 사업의 범위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것은 두 정상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었다.
식사가 시작되고 가벼운 대화가 오갔다.
한국 대통령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보신 철도 시스템은 어떠셨습니까?”
러시아 대통령은 잔을 내려놓았다.
“흥미로웠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열차를 만든 것이 아니더군요.”
“그렇습니다. 저희가 개발하려는 것은 열차 한 대가 아니라 철도 전체의 운영 방식입니다.”
한국 대통령은 설명을 이어갔다.
차량과 전력, 배터리, 통신, 신호체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고, 기존 철도망에서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물론 아직 검증해야 할 기술도 남아 있었다. 실제 장거리 운행과 유지보수, 다양한 환경에서의 안정성은 충분한 시험을 거쳐야 했다.
러시아 대통령은 그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문제는 완성까지 얼마나 걸리느냐겠군요.”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기능을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검증된 기술로 기본 노선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완성된 시스템을 보려면 몇 년은 기다려야겠군요.”
“사업의 범위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러시아 대통령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에게 시간은 단순한 사업 일정이 아니었다.
철도망을 연결하고 산업을 재건하는 일은 짧은 기간에 끝낼 수 없었다. 기반시설을 건설하고 공장을 세우며 생산체계를 회복하는 데는 여러 해가 필요했다.
그러나 정치의 시간은 달랐다.
경제가 회복되기 전까지 국민들이 인내할 수 있을까.
성과가 나타나기 전에 국내의 불만이 커지지는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 성과를 자신이 직접 보여줄 수 있을까.
그는 러시아의 권력을 장악하고 있었다. 선거는 정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관리됐고, 정적들은 정치적 영향력을 잃거나 권력에서 제거됐다.
그렇다고 자신의 지위가 영원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다.
권력을 유지하려면 성과가 필요했다.
철도와 산업의 재건은 매력적인 사업이었다. 하지만 그 결실이 너무 늦게 나타난다면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
러시아 대통령은 그런 계산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않았다.
“한국은 통일 이후의 재건을 상당히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한국 대통령이 대답했다.
“북쪽의 기반시설은 남쪽의 기준으로 보면 상당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시설도 있지만, 전면적으로 새로 건설해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원이 많이 필요하겠군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필요합니다.”
한국 대통령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철도와 도로, 발전소, 주택, 산업단지를 동시에 건설하고 있습니다. 전력망과 상하수도도 정비해야 합니다.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더라도 필요한 자재의 양이 상당합니다.”
러시아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철강과 시멘트, 각종 금속과 에너지 자원이겠군요.”
“그렇습니다. 국내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수요 증가 속도가 빠릅니다. 가격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대통령은 이 문제를 숨길 생각이 없었다.
통일은 영토와 인구가 늘어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국토를 실제로 작동하게 만들려면 막대한 자원과 자금이 필요했다.
국내 기업들이 생산량을 늘리고 있었지만, 모든 수요를 단기간에 충족할 수는 없었다.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은 통일한국의 경제정책에서 중요한 과제였다.
러시아 대통령은 그 말을 듣고 잔을 내려놓았다.
“러시아에는 자원이 있습니다.”
한국 대통령이 그를 바라봤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는 그 자원을 활용할 산업과 기술이 있지요.”
러시아 대통령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우리가 자원을 공급하고, 한국이 필요한 산업과 기반시설을 건설한다면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습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공급량과 가격, 운송 조건은 검토해야 합니다.”
한국 대통령은 당연히 실무 협의가 뒤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러시아 대통령의 다음 말은 예상과 달랐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공급하는 방향으로 추진합시다.”
한국 대통령이 잠시 말을 멈췄다.
“지금 결정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관련 부처와 기업들의 검토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러시아 대통령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세부 조건은 그들이 정하면 됩니다. 공급을 추진한다는 원칙은 제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한국 대통령은 그를 바라봤다.
외교적인 수사라고 생각하기에는 말이 지나치게 명확했다.
보통 이런 규모의 자원 공급 협력은 관계 부처와 국영기업, 관련 산업계의 검토를 거쳐야 했다. 공급량과 가격뿐 아니라 국내 수요와 수출 물량, 운송 능력, 장기 계약 조건까지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러시아 대통령은 만찬 자리에서 사업 추진을 결정해버렸다.
한국 대통령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러시아 대통령은 그 표정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평소에 사람들이 저를 독재자라고 부른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그는 잔을 들어 올렸다.
“그런데 제가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에 놀라시는군요.”
한국 대통령은 잠시 웃음을 터뜨렸다.
“결정을 내리는 것과 그 결정을 실제로 실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니까요.”
“물론입니다. 그래서 실무진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러시아 대통령이 잔을 내려놓았다.
“우리는 공급할 수 있는 자원을 검토할 겁니다. 한국은 필요한 물량과 조건을 제시하면 됩니다.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조건을 찾으면 되는 것이지요.”
한국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실무 협의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조건을 찾아보죠.”
그는 더 이상 놀라움을 드러내지 않았다.
러시아 대통령의 결정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정치적 의지는 확인했다.
한국이 필요로 하는 자원과 러시아가 공급할 수 있는 자원.
양국이 가진 서로 다른 강점을 연결할 기회가 열린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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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은 계속됐다.
대화는 다시 철도와 산업 협력으로 돌아왔다.
러시아 대통령은 한국의 기술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러시아가 단순히 자원을 공급하는 역할에 머무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에도 자국의 산업과 일자리가 필요했다.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에 진출한다면 현지 기업과의 협력도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다만 기업의 투자 판단은 사업성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국 대통령은 신중하게 대답했다.
“정부가 협력의 여건을 마련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에 무조건 투자하라고 지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 점은 이해합니다.”
러시아 대통령은 반박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가진 기술과 생산 역량이 필요했다. 동시에 그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실제로 사업을 운영하려면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한국 기업을 끌어들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기업이 투자할 이유를 만들어야 했다.
러시아의 자원과 시장, 철도망이 한국 기업의 기술과 연결된다면 새로운 사업을 만들 수 있었다.
반대로 러시아가 한국 기업의 투자만 기대하면서 필요한 조건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협력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겠군요.”
한국 대통령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러시아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으니, 협력할 이유도 있는 겁니다.”
두 정상은 잔을 들었다.
그날 만찬에서 최종 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자원 공급을 추진한다는 정치적 결정이 나왔고, 철도 연결과 산업 협력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길도 열렸다.
양국 관계는 단순한 외교적 친선에서 실질적인 경제 협력으로 한 걸음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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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이 끝난 뒤.
러시아 대통령은 숙소로 돌아왔다.
수행원들이 물러가고 방 안이 조용해지자 그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책상 위에는 다음 날의 일정과 협상 관련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그는 보고서를 펼쳐보았다.
철도 시스템.
자원 공급.
산업 협력.
투자와 생산.
모두 중요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한 가지 질문이 남아 있었다.
얼마나 빨리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철도망을 연결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산업시설을 복구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새로운 생산체계를 만들고 일자리를 늘리는 데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었다.
그는 러시아가 회복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국가의 회복과 자신의 권력 유지는 반드시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았다.
국가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그 성과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었다.
반대로 경제 회복이 더디면 불만이 커질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야 했다.
한국과의 협력은 그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자원 공급으로 수출 수입을 늘리고, 한국 기업과의 협력으로 산업시설을 현대화하며, 철도망을 통해 물류를 확대한다면 러시아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가 자신의 통치 기간에 가시화된다면 정치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었다.
그는 보고서를 덮었다.
아직 모든 것이 결정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새로운 길 하나는 열렸다.
러시아 대통령은 창밖을 바라봤다.
서울의 불빛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는 낮에 보았던 열차를 떠올렸다.
작은 차량들이 연결되고, 필요에 따라 분리되며,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던 모습.
그 기술은 흥미로웠다.
러시아의 거대한 영토와 철도망에 적용할 수 있다면 물류의 효율을 바꿀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 변화가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그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자신에게는 무한한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 결정을 내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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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한국 대통령실.
한국 대통령은 만찬 결과를 보고받고 있었다.
“러시아 측이 자원 공급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외교부 관계자가 말했다.
“물론 구체적인 공급량과 가격, 계약 기간은 추가 협의가 필요합니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보다 빠르군요.”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결정한 사안이라 관련 부처도 신속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은 잠시 생각했다.
“그렇다고 서두르지는 맙시다. 필요한 자원과 물량을 정확하게 산정하고, 국내 공급 계획과도 맞춰봐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우리가 필요한 건 단순히 자원을 많이 확보하는 게 아닙니다. 안정적인 가격과 공급을 통해 재건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겁니다.”
그는 자료를 내려놓았다.
러시아의 제안은 분명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상대방이 빠르게 결정했다고 해서 한국까지 서둘러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을 찾아내고,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계약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철도 협력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검증을 생략할 수는 없습니다. 기술은 기술대로 확인하고, 사업은 사업대로 계산합시다.”
“예, 대통령님.”
회의가 끝났다.
대통령은 잠시 홀로 남아 창밖을 바라봤다.
통일 이후 한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았다.
북쪽의 도시를 재건하고, 산업시설을 정비하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해야 했다.
그 모든 과정에서 자원이 필요했다.
러시아는 그 자원을 공급할 수 있었다.
한국은 그 자원을 활용할 기술과 산업을 가지고 있었다.
서로의 필요가 만나는 지점에서 협력이 시작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협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협상에 달려 있었다.
만찬은 끝났다.
식탁 위에서 내려진 결정은 이제 실무진의 손으로 넘어갈 차례였다.
그리고 그 결정은 양국의 경제뿐 아니라, 앞으로 만들어질 새로운 철도와 산업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터였다.
본문
[자작기타] AI와 함께쓰는 자작소설-통일한국과 철도(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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