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발길이라곤 이따금씩 길을 잃은 모험가만 들르는 어느 한적한 시골 변두리에 위치한 교회에 죄악감에 가득 찬 고해성사가 울려퍼진다.
'성녀'가 진실된 이 한마디를 어째서 다 낡아 언제 무너져도 모를 낡은 교회에서 성직자도 아닌 늙수구레한 아저씨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지는 보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고된 업무 끝에 보름간의 휴가를 받은 '성녀'는 자신을 알아보는 이 없는 곳에서 느긋함을 즐기길 원했다. 그래서 휴가 일정이 시작되자 마자 수행원을 따돌리고는 언젠가 누군가에게 들었던 외진 마을로 향했다.
위대한 여신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단듯이 이 외진 곳에도 성당이 있음에 자신의 정체가 탄로날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행색만 간신히 유지하는 시골의 성당에는 신부 대신 적당히 글 읽을 줄 아는 사람에게 '대리 지역 교구장'이란 허울뿐인 감투 하나 내려주곤 성당의 관리를 맡기나 보다.
"어이구, 어쩌다가 이런 깡촌에 길 잃은 어린 양이 오셨나? 거 급한 길 아니면 온 김에 맥주나 한잔 하지?"
란 권유가 '신실해서 성직자 대리를 맡을 수 있는 사람'이 대뜸 자신을 보자마자 한 말이었으니깐.
아무튼 '성녀'는 자신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함에 여신께 감사하며 유유자적하게 조용한 힐링을 즐기려 했다.
.....즐기려 했었다.
대체로 시골이면 외지인에게 배타적이라 들었건만 간만에 찾아온 손님이라 그런지 아니면 마을 사람들이 천성이 그런지 아침부터 깨우며
"젊은 사람이 아침을 제대루 먹어야지!! 아침이 하루 세끼중에 제일 중요한 법이여!!! 어여 일어나!!!"
라며 빌린 개인 방의 ㅡ 이런 시골에 제대로 된 여관이 있겠는가? 마을 회관의 다락방을 얻어 쓰는 중이다. 그나마 몸을 뉘일 침대라도 있어 다행이리라 ㅡ의 문을 벌컥 열고는 대가족의 거한 아침상에 참가하게 되거나
산책을 하자니 어여쁜 애기씨 ㅡ 아가씨의 지방 방언이리라 ㅡ가 왔다며 손녀 대하듯이 이것저것 챙겨주는 간식에 시골 동네 어르신들이 땀 흘리며 밭일 하는 모습이 눈에 밟혀 어느 새 몸빼 바지를 입고 밭일 돕고 있다던가
언젠가 보았던 한 폭의 그림처럼 창가에 기대고는 안주 대신 즐거웠던 과거의 추억을 벗 삼아, 동시에 같이 떠오르는 잊고싶은 기억들을 잔에 잠긴 달과 함께 삼키려 하였으나 간만에 덫에 큰 맷돼지가 잡혔다며 만찬회랍시고 끌려나와 맥주를 벌컥벌컷 마시고 있다.
"크하하하하핳ㅡ!!! 거 여행가 아가씨 술 진짜 잘마시는구만?!?!"
"이거 말로만 듣던 드워프들? 금마들 만큼 마시는거 아녀?"
"크허허어어어ㅡ일이 있어 금주를 했는데...제가 왕년에는 난쟁이 놈들도 주량으론 제가 이겼습죠. 언니ㅡ!!! 여기 3000 한잔...아니 두잔이요!!!"
"하이구, 팔은 가냘픈데 애기씨가 저 무거운 잔을 양손에 들고 마시네ㅡ"
"에헤이, 옷이 이래가 말라 보이는거지, 보세요. 그리 방에 갇혀 펜대나 굴리고, 가식떨며 손이나 나긋나긋 흔들어 대도 안빠진 근육을."
"하이고 딴딴하네!! 남자랑 붙어도 이기겄어?"
"하모요, 내가 여자라고 무시하며 덤비던 새끼들 중에 땅바닥에 깔린게 수두룩하지요."
"얘!!! 술만 마리면 속 버려!! 여기 안주 나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순박한 천성에 대해 이야기했던가? 이는 '성녀'도 마찬가지이리라. 애초에 그녀 스스로가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자애로운 미소를 짓는 걸 어울린다고 생각할까? 적어도 1년전...'용사의 동료'로써 여행을 끝마친 직후에는 그런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리라.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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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를 가면 고려해보겠으나 못갈테니 다음편 따윈 없다 | 25.12.09 22:37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