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은 원래 롯데 계열사였음. 정확히 말하면 신격호 회장의 동생 신춘호(1930-2021) 씨가 우리나라에서 라면을 팔면 제법 돈이 될 거라 판단해 집을 뛰쳐나온 거임.
알다시피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 나온 라면은 1963년에 나온 삼양라면인데, 이를 본 신춘호 씨(당시 일본 롯데에서 부장으로 재직 중)는, 일본에서 라면을 많이 접해봤기 때문에, 한국 라면 시장을 선점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음. 하지만 신격호 씨는 "일본 시장과 한국 시장은 다르다"면서 반대하자 신춘호 씨는 '롯데공업'이라는 회사를 몰래 준비하고 뛰쳐나왔음. 그러면서 동시에 '롯데라면'을 내놓았지만, 아직 한국 대중들은 라면을 낯설어했기 때문에 몇 년동안은 실패만 맛봤음.
그러다가 정부가 혼분식 장려 운동을 본격 추진하면서 라면 시장이 급성장하고, (이제까진 닭고기 베이스였던 우리나라 라면 시장에) 처음으로 소고기가 베이스인 '소고기 라면'을 내놓은 게 히트했음. 한 술 더 떠, '소고기 라면'이 잘 안 될 것을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었던 과자 '새우깡'도 대박나면서 신춘호 씨는 돈방석에 앉게 됨.
하지만 하지 말라고 했던 사업을 하겠다며 뛰쳐나간 동생이 대박이 나고, 그것도 모자라 자기네랑 사업이 겹치는 과자 쪽까지 손을 대자 신격호 씨는 대단히 불쾌해했고, 급기야 동생에게 "회사 이름에서 '롯데'를 빼라"는 지시까지 내림. 이에 신춘호 씨는 처음부터 좋게 헤어진 것도 아닌데 사명에까지 간섭을 하니 이참에 아예 독립을 하자는 마음으로 새 사명을 고심했음. 그러다가 얼마 전 내놓아 히트를 친 '농심라면'이 생각나서 1978년 회사 이름을 농심으로 고쳐 롯데랑은 완전히 남남이 되었음.
그리고 이 둘은 죽을 때까지 화해하지 않았음. 아버지 제사도 형동생이 각각 따로 지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