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
그들은 왜 엇갈렸고 결국 파멸을 불러왔나
운명의 날.
어떤 소녀는 과거로부터 온 복수에 모든 걸 잃었고,
어떤 소년은 미래를 위한 위대한 발명을 했다.
그것이 두 도시를 영원히 갈라 놓을 시작인지 모른 채.
아케인은 기술적으로나, 서사적으로나 엄청난 완성도를 가진 명작입니다.
부자연스러운 움직임 때문에 기피 되던 3D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길을 제시한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하고
동시에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게임을 토대로 원작을 모르더라도 큰 이야기적 손실 없이 즐길 수 있게 만들어진 뛰어난 작품입니다.
그래서 정말정말 기다리던 아케인의 두번째 시즌이 나온 기념으로 아케인1을 다시 보는데 도움이 될만한, 스포일러를 포함한 가이드 리뷰를 해볼까 합니다.
웬만한 작품들은 처음 감상할 때는 이야기가 흐르는 전개에 초점이 맞추어지기 마련입니다.
아케인 또한 처음에 볼 땐 깔끔한 구성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서사에 다음 전개를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빠른 팽창을 즐기며 작품을 감상하게 되지만 작품을 이미 한 번 본 저희 입장에선 그 팽창이 초강력 초토화 로켓 한 방으로 말끔하게 무너져 내릴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볼 땐 예상하기 힘든, 그리고 눈치 채기 힘든 주요 인물들의 관계와 그 관계가 엇갈리고 어떤 식으로 필트오버와 자운/지하세계를 혼돈으로 끌어 드리는 지에 집중해보면 다회차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이스와 빅토르는 필트오버의 유망한 연구자들입니다.
제이스가 연구하던 마법공학(아케인)은 세상을 바꿀 위대한 발명이었고 그게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사라지려 할 때 손을 내밀어주고 든든한 조력자이자 공동 연구원이 된 것이 바로 빅토르였죠.
제이스에게 빅토르는 순수하게 더 나은 세상을 꿈꾸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입니다. 현재의 제이스는 너무 많은 짐과 명성에 눌려 매진하지 못하는 연구와 발전에 대한 열망을 빅토르는 여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걸 아직 쥐고 있는 빅토르에게 제이스는 정체된 세상을 움직일 구원자였겠죠. 하지만 제이스에게 지어진 짐과 지위를 이해하고 함께 더 큰 그림을 그려 나기엔 빅토르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필트오버를 더욱 진보된 도시로 만들고, 나아가 세상을 바꿀 위대한 연구는 제이스를 우상으로 만들어 쉬이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버렸고 제이스를 잃은 빅토르는 처음 함께 꿈꾸었던 이상을 꺼져 가는 목숨에 쫓겨 급히 이루길 원했습니다.
그 결과, 둘은 길을 엇갈렸고, 누군가는 금단의 연구에 손을 대고 또 누군가는 자신이 평생을 해온 연구로 인해 이제껏 쌓아온 평화의 한 발짝 앞에서 커다란 재앙을 맞이하죠.
징크스와 바이는 초반부에서 길이 엇갈립니다. 자신이 행하는 모든 것이 불행으로 향하는 징크스를 가진 파우더는 바이가 밴더를 구하기 일보직전 모든 걸 앗아가죠.
그리고 파우더는 가장 사랑하고 따르던 언니 바이에게 징크스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죠.
중반부 시점부터 바이와 징크스가 파멸로 향하는 것은 그녀들이 서로의 현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바이는 감옥에 갇힌 수 년 간 실코를 향한 복수와 파우더를 찾고 함께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살아왔지만 바이가 파우더를 마주한 시점에서 그녀는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파우더는 실코의 연민으로 살아남았고 새 보금자리에서 생활하며 성장했지만 그녀는 이미 이전의 파우더가 아닙니다. 바이가 찍은 낙인과 그걸 안 실코의 자기투영으로 빚어진 징크스라는 다른 인물이 되었죠.
바이가 이미 죽은 줄 알았던 파우더도, 파우더의 행방을 아예 알 수 없었던 바이도 서로가 서로를 마주했을 땐 이미 꿈에 그리던 옛모습과 크게 달라져 있었습니다.
총탄을 웃으며 휘갈기는 징크스는 바이가 기억하던 착한 여동생이 아니었고, 징크스가 기억하던 언니도 집행관을 대동하고 자신을 배신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있었죠.
물론 이건 오해에서 비롯되었고 현재도 서로를 오해하는 결과를 낳았지만 그걸 이미 그 둘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징크스가 정체성 혼동에 몸부림 칠 때 옆에 있던 건 바이가 아닌 실코였고 질투심만 유발한 꼴이 된 바이와 케이틀린의 동행은 결국 징크스가 방아쇠를 당기는 트리거가 되죠.
실코와 밴더는 이미 작품 이전 시점에 엇갈린 인물들입니다.
밴더는 실코를 이해 시킬 여유가 없었고 실코는 영문도 모른 채 밴더에게 배신을 당했죠.
밴더가 이해시켜야 했던 그건 지켜야 할 것이 생긴 부모의 마음이었고 실코가 파우더를 품고 징크스로 성장 시키며 그 끝에 다다라서야 겨우 이해하게 되죠.
실코는 지하세계의 번영을 원했습니다. 방법이 극단적이고 과격해서 그렇지 그는 분명 이기적이기 보단 구성원의 안위를 더 우선하는 리더입니다.
다만 이건 가족을 품는 것과는 다릅니다. 구성원은 그저 커다란 지하세계의 일부분이고 대의를 위한 희생이 생길 수도 있죠.
하지만 밴더는 다릅니다. 밴더에게 지하세계 사람들은 모두 지켜야할 가족이고 바이와 파우더는 친딸들이나 다름없습니다.
집단의 이익에 따라 잘라낼 수 없는 가족이라는 존재는 결국 밴더의 파멸을 부추기지만 끝내 가장 지키고 싶던 딸들만은 지켜냈습니다.
실코는 그런 밴더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필트오버를 공격했을 때 참상을 보고 후퇴한 밴더를, 집단의 위기에도 꼬리를 잘라내지 못하고 미련하게 스스로 잡히는 밴더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자신과 밴더의 관계를 겹쳐 보인 파우더를 품고 마치 자신을 긍정하듯 파우더 속 징크스를 부추긴 끝에 자신 또한 파멸에 이르죠.
그리고 그 순간 실코는 밴더를 이해하게 됩니다. 징크스를 잘라내지 못하고 집단의 위기를 만드는 자신이 밴더와 같아졌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건 그저 미련하고 멍청한 것이 아닌 가족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는 것 을요.
아케인은 위의 6명 말고도 많은 인물과 관계가 교차하는 지점을 그립니다.
하이머딩거가 정치력의 부재로 의원 자리를 잃을 단초를 보여주는 장면이나 마커스의 다짐, 멜이 제이스에게 주도권을 내주게 되는 순간 등 다시 보면 또렷하게 보이는 부분이 많은 매력적인 작품이죠.
사실 시즌 1에선 실코의 최후로 매듭지은 밴더와 실코를 제외한 다른 4명은 관계를 완전히 매듭짓지 못했습니다.
시즌 2에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전면전을 피할 수 없게 된 자운과 필트오버. 그 속에서 각자에 입장을 가지게 된 인물들은 파국을 피할 수 있을까요?
시작이자 끝. 원래 모습을 잃은 징크스에 대하여, 아케인이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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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정말 재밌고 좋은 작품이죠. | 24.11.09 22:2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