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에보시타케 전망대
대마도에 왔으면
꼭 보고 가야 한다는 전설의 명승지다.
그래서 그런지
역시 인파로 북적댔다.
아이스커피를 홀짝거리며 주변을 둘러보던
쿠도 신이치는 혀를 찼다.
“ 제주도나 여기나
갈 때마다 생각한 건데
섬 처녀는 이제 옛 말이야.
돌이랑 바람은 많은데 여자는 영...
형은 어때?
어딜 가도 예쁜 여자만 볼 거 아니야?”
“ 큰일 날 소릴 하네.
나 유부남이다.”
“ 영화나 드라마처럼
정계 인사나 재벌들은 프리섹스 아니었어?”
“ 그 영화나 드라마 땜에 우리도 죽겠어.
코타로 형도 그런거 아니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도
믿어주지도 않고,
내가 아니라고 말해도 들어먹질 않네.
대체 작가연놈들의 그런 상상력은 어디서 기어 나오는 거냐?
내 아는 재벌이나 정계 인사 중에
출생의 비밀 따윈 들어본 기억이 없다.”
“ 시청자는 자극적인 걸 좋아하니까.”
뭐 바람을 핀다는 소문은 종종 들어봤지만
영화적 상상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커피는 다 빨아먹고
얼음만 남은 플라스틱용기를 빨대로 뒤적이던
쿠도 신이치는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던
두 사람을 흘깃 보다가
나름 경계태세를 유지하는 경호원에게 말을 걸었다.
“ 몇 살이세요?”
“ 스물아홉입니다.”
“ 한창 좋을 나이네요. 여자친구는 있고요?”
“ 없습니다.”
답변이 살짝 늦었다.
쿠도 신이치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나머지 한 명을 쳐다봤다.
“ 그쪽은요?”
“ 스물여덟이고... 여자친구는 없습니다.”
“ 하하.”
쿠도 신이치는 유쾌하게 웃었다.
“ 오해하지 마세요.
비웃은 게 아니니까.”
“ 오해는 무슨?
비웃은 거 맞구먼.”
마찬가지로
커피는 다 빨아먹고 얼음만 남은 플라스틱용기를 손에 쥔
고이즈미 신지로가 참견해왔다.
“ 너야말로 오해가 있나본데
이 둘은 능력이 없어서 애인이 없는 게 아니야.
총리 경호원은 연애도 함부로 못하거든.”
“ 아니?
그건 무슨 멍멍이소린데요?
세상천지에 그런 미친 규정이 어디 있어요?
왜요?
고자로 늙어죽으라고요?”
“ 보안규정입니다.”
황당한 규정에
쿠도 신이치가 버럭 화내며 눈알을 부라리자
경호원이 부랴부랴 변명했다.
“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만약 이성을 사귈 경우 반드시 신고하게 되어 있습니다.”
“ 흠.
미인계를 대비한 건가 보죠?”
“ 네.
실제로 그런 시도가 없지도 않았습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대상을 직접 노릴 수 없다면
누구보다 대상에 가까운 경호팀을 노리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 신지로 형은 이 둘을 믿어요?”
“ 내 목숨을 맡길 수 있지.”
“ 그만큼 총리 경호원 이전에
고이즈미 가에서 직접 가려 뽑았다는 뜻이겠군요?”
“ 그래.”
고이즈미 신지로를 경호하는 팀장은
사실 일본 경비경찰 SP 이전에
고이즈미 가문의 가신급 측근 중에서도 최측근이고
경호원 한 명 한 명을 직접 면접을 통해 뽑았다.
까놓고 말해
그들은 정부에 충성하는 게 아니라
실제적으로는 고이즈미 신지로 개인에게 충성했다.
어떻게 보자면
비서실과 더불어 경호실은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우군이어야만 했다.
“ 너희는 앞으로 내가 하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려버려.”
남은 얼음을 와작와작 씹어 먹은
쿠도 신이치가
빈 용기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고이즈미 신지로와
시바 야스오도
뜻밖의 일탈로 살짝 풀린 나사를 다시 단단히 조였다.
“ 뭔가 알아냈어?”
“ 비용이 만만찮은데 괜찮겠어요?”
“ 돈은 상관없어.
필요하다면
스즈키 그룹과 모미지 콘체른 쪽에서 대 주기로 했으니까 말이야.
말해봐.”
1200만 US달러를
엔화로 환산하면
대략 16억 엔,
거기에 1차 중개료나 2차 수수료가 붙으면 20억 엔을 가뿐히 넘길 것이다.
스즈키 그룹과 모미지 콘체른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20억 엔이 적은 금액은 아니었다.
“ 사 년 전
스즈키 그룹과
모미지 콘체른이 베네수엘라에도 현지법인을 만들었죠?”
“ 베네수엘라?
그래.
기억나네.
그때 어지간한 남미나라는 다 현지법인을 개설했었지.”
4년 전
스즈키 그룹과 모미지 콘체른은
야심찬 남미투자계획을 밝혔고
많은 남미실권자의 우호적인 협조 아래 사업을 착착 진행했다.
그러다
차라테 인질사건이란 큰 암초에 부딪쳤다.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서쪽을 지배한다고 알려진
갱단 차라테는
공장을 건설할 부지를 둘러보던
스즈키 그룹, 모미지 콘체른 실사단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했었다.
“ 설마 그 스펙터라는 조직과 관련된 거야?”
“ 어렴풋이 그럴 거라고 생각하긴 했었어요.
아무리 현지 갱단이 강해도
준군사단체의 경호를 받는 그룹실사단을 단숨에 납치하기는 어려우니까.
내부협력자가 없었다면 한바탕 총격전이 벌어졌을 걸요?”
“ 아라곤 이 개새끼들은 이미 알고 있었구나?”
“ 아라곤?
맞아요.
몰랐을 리가 없지요.”
남미를 주름잡는
준군사단체 아라곤은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용병기업으로
당시 그룹실사단의 경호를 맡았었다.
거기에
그 당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 아라곤의 핵심 중 하나인
비밀작전부가
스펙터의 미국 지부 중 하나이기도 했고
아라곤과 스펙터는
서로 상부상조 하는 관계이기도 했으니....
“ 납치는 아마 CIA의 주도로 일어났을 거에요.
당연히
공식적으론 부인할 수밖에 없는 블랙옵스겠지요.”
“ CIA?
CIA가 왜 그렇게까지 하는데?”
“ 왜라...
이유가 중요하긴 한데,
심호흡 하고
내 얘길 차분히 들으세요.”
미국의 남미전략은
말 그대로 심플했다.
못살게 내버려두는 거다.
아니면
저들끼리 영원히 치고 박든가.
적당한 발전으로
희망의 끈은 놓지 않으면서
선진국으로 도약하지 못하게 은밀히 방해했다.
빈부격차가 벌어지면 더 좋다.
마약과 매춘, 인신매매, 무기와 장기밀매 등
남미에 범죄가 기승부리도록 부추겼고
미국기업이 벌이는 추악한 경제약탈을 다각도로 보호하기도 했다.
“ 스즈키 그룹과 모미지 콘체른의
대대적인 투자계획은
미국 입장에선 달갑지 않았을 거에요.”
그제서야
고이즈미 신지로와 시바 야스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치적으로 불안한 나라에 대한 투자를 하려는
그 두 회사에 대해서
투자를 보류하라고 설득하라는
그 당시
미국정부의 노골적인 권고를 받았음을 기억해냈다.
“ 내 기억으론...
언론의 논조도 국부유출이라고 신나게 깠었지요?
아마.”
차라테 인질사건은
단 한 명의 희생자 없이 무사히 해결됐지만
당시 스즈키 그룹과 모미지 콘체른을 대신해서
일본 정부는
예상 밖으로 언론의 역풍을 맞았었다.
“ CIA까지 엮인 걸 넌 어떻게 해결한 거냐?”
“ 사업비밀인데...
곤란하니 묻지 마세요.”
“ 그럼 베네수엘라는 무슨 소리야?”
“ 도쿄에 돌아가면
외무성 남미총괄책임자를 구속하는 게 좋을 거에요.
사실
그 작자가
엠파이어 콘체른이
오오카 모미지에게 나를 조사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부추기기 위해서
나와 핫토리 헤이지에 대한 정보를 누설한 작자니까요."
“ 왜?”
“ 첩자거든요.”
“ CIA?”
쿠도 신이치는 고개를 흔들었다.
“ 아니요,
공식적으로는 러시아 쪽이지만
실제로는 스펙터.”
“ 맙소사!”
“ 이제야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어요?”
“ 미안한데 먼저 일어나마!”
모처럼 즐기던 여유는
딱 여기까지였다.
경호원을 달고 부리나케 사라지는
시바 야스오와
고이즈미 신지로의 등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쿠도 신이치는
갑자기 뭔가 떠올랐는지 인상을 구겼다.
“ 아놔!”
두고 간 쓰레기는 나보고 치우라고?
본문
[잡담] 유니콘 프로젝트 외전 퍼스트 컨텍트 (221) [2]
2025.11.24 (10: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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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 25.11.24 22:4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