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연 대원이
강하용 밧줄을 늘어트렸다.
서용석은
손짓으로 강하 지시를 내린 후,
제일 먼저 강하하기 위해
로프를 잡았다.
로프를 잡은 그는
몸을 날리기 전에
고개를 돌려
헬기 안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박철 상사를 비롯해
몇 명의 535부대원들이 보였다.
서용석이 강하를 하면
바로 그를 따라 강하해 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용석의 시선이
기장 뒤 좌석에 앉아 있는 한 남자에게 향했다.
크레디트 에우로파의 얀 베르그만 회장.
미국의 경제 제재로
어려움에 처한 공화국에
핵연료 추출용 원심 분리기를 제공한 은인,
최고 존엄이 직접 맞이하는 손님,
그리고
서용석을 따라
이곳까지 온 미친 늙은이가
겨울용 코트를 입고 앉아 있었다.
따라오시지요. 1호 손님.
서용석은 속으로 살짝 웃은 후
로프를 쥐고 있는 손에
힘을 풀었다.
그의 몸이
15m 높이에서
빠르게 아래로 내려갔다.
몇천 번을 뛰어내려 본 그에게
강하는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익숙했다.
거기에
밤새 내린 눈이
쿠션 역할까지 해 주면서
서용석은 놀이를 하는 기분으로 강하를 마쳤다.
서용석이 강하를 완료하자
대기하고 있던
3팀 팀장이 다가왔다.
“저쪽입니다.”
경례도 없이
그가 손을 들어 한 방향을 가리켰다.
서용석은
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온통 하얀색으로 덮여있는 가운데
유독 두드러지게 나 있는 흔적,
누군가가
눈을 헤치고 나아간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흔적은
헬기에 탑승한 상황,
2차원 평면에서는 절대로 발견할 수 없다.
같은 높이에서
3차원 입체로 봤을 때만 찾아 낼 수 있는 흔적이었다.
서용석은
흔적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무릎까지 차오른 눈 때문에
걷는 것이 쉽지 않았다.
좋군.
힘주어 눈을 헤치고 나아가면서
서용석은 생각했다.
이 눈은
지금 도망치고 있는 쥐새끼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남겨진 흔적은
대략 2~3시간 전에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아직도 눈을 헤치고 나아가고 있고,
서용석과 그 부대원들은
쥐새끼들이 만들어 놓은 흔적을 따라
조금 더 수월하게 나아갈 수 있었다.
잡았군.
서용석은 그렇게 생각하며
북쪽으로 향하고 있는 흔적을 눈으로 흝었다.
두 명? 세 명?
적어도 두 명 이상.
흔적을 확보했고,
방향을 알았다.
정보도 수집했다.
이제 남은 것은
사냥을 마무리하는 것뿐이었다.
한 명만 살려 두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서용석의 청각에
부대원들이 헬기에서 강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용석은
그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위해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눈에
예상하지 못한 무언가가 보였다.
두꺼운 모직 코트를 펄럭이며,
로프를 타고 강하하는 1호 손님의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본문
[연재] 유니콘 프로젝트 3 독립닌자요원 잇토키 (406)
2023.05.13 (08:5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