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토키와 앤 챔버,
두 사람이 탈 비행기의 탑승을 시작한다는 방송이 흘러나왔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기프티드.
지금 잇토키에게 중요한 것은
기프티드라는 정보였다.
미국이
그것도
CIA가
그 개자식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다.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어디에 있는지 확인이 되면
당장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그 개자식의 목을 따버리는 것이
그에게 있어서 가장 최우선 과제였다.
베르나.
그 불쌍한 아이를 구출하는 것보다
당장 그 개자식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이
우선순위에서 앞선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 개자식을 찾는 것보다
우선순위에서 앞서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잇토키의 머릿속에는
빨리 미국
그것도
랭글리의 CIA 본부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미국이
아니
CIA가 어떠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 개자식만 찾을 수 있다면
미국 CIA가 원하는 어떠한 조건이든
다 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잇토키는
오직 그 목적 하나만을 위해서 살고 있으니까.
“...........”
앤 챔버가 뭐라고 말했다.
잇토키의 의식이
다시 현실로 돌아와
그의 눈앞에 앉아 있는
메스티소 혈통의 미국인 아가씨에게로 맞춰졌다.
침착하자.
잇토키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의도적으로 심장박동수를 낮추고,
혈류를 원래대로 되돌렸다.
혈압이 내려갔고
근긴장이 해소되었다.
“당신은 베르나를 구할 수 있어요.”
“구할 수 있다 쳐도,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당신은 베르나를 구하고 싶으니까요.”
“아니. 그렇지 않아.”
잇토키는 바로 부정했다.
베르나를 구하는 것보다
더 급한 것이 있다.
그가 살아가는 이유,
그의 목표. 짙은 안개 뒤에 숨어 실체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몰라 고통스러운
그 존재의 실마리가
안개 너머로 어렴풋이 그 형태를 드러냈다.
백 번을 물어도
그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베르나가 아니었다.
베르나.
110cm는 넘었을지 의심스러운 7살 소녀.
기자의 손을 잡고 들어와
잔뜩 긴장된 얼굴로 눈치를 살피던 소녀.
어디에 산다고 했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서부 바리오 중 한 곳에 살며
지역 성당에서 운영하는 학교에 다닌다고 말했던 소녀.
엄마에게 버림받고,
양부에게 상품으로 양육당하는 소녀.
그가 건네준 초코바를 두 손으로 들고
오물오물 먹던 소녀.
오물오물 먹던 소녀.
차분하게 생각하자.
잇토키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베르나를 구할 수 있을까?
구할 수 있다.
베르나가 살아있고,
어디에 있는지 알 수만 있다면
한 개 사단이 그녀를 지키고 있어도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고 구출해 낼 수 있다.
베르나를 구하고 싶은가?
잇토키는
그 질문에 선뜻 답을 내릴 수 없었다.
기프티드, 베르나, 기프티드, 베르나, 기프티드, 베르나.
“아니. 그렇지 않아.”
잇토키는 다시 부정했다.
자신이 베르나를 구하고 싶어 한다는 앤 챔버의 말을 다시 부정했다.
부정하는 그의 눈을
앤 챔버는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거짓말이에요.’
앤 챔버의 눈은 말하고 있었다.
“아니야.”
잇토키가 말했다.
‘거짓말이에요.
당신은 베르나를,
그 작은 아이를 구하고 싶어요.’
앤 챔버의 눈이 다시 말했다.
“아니......”
잇토키는 말을 잇지 못했다.
베르나.
잇토키의 의식에
다시 그 작은 아이가 떠올랐다.
잇토키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의 의식이
초코바를 들고 오물오물 먹는 그 모습을 떠올렸다.
아이는 겁에 질려 있었다.
까레라라는 개자식의 손을 잡고,
겁에 질린 모습으로 이끌려 들어 왔었다.
그나마 있는 깨끗한 옷.
그 중에 하나를 골라 입고,
아침도 먹지 못한 채로
그를 이용하려는 더러운 손에 의지해
인터뷰 장소로 끌려왔다.
잇토키 그 자신이
초코바를 건넸을 때
움찔하던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모르는
동양인 소년이 다가오자,
본능적으로 방어 자세를,
아니 회피 자세를 취하던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초코바를 눈높이에 맞추고,
껍질을 천천히 벗길 때,
초코바를 향해 손을 뻗으면서도,
그러면서도
자신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던 시선이 떠올랐다.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초코바를 향하던
베르나의 눈빛이 떠올랐다.
초코바를 들고 오물오물 먹는 그 모습이 떠올랐다.
오물오물 먹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순간
잇토키의 머리 속에
그가 직접 만난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화면상이었지만
과거
이가 휴개소에서
자신의 어머니인 사쿠라바 유미카의 모습을 보던
미에 코세츠의 모습이 떠올랐다.
추위에 벌벌 떨면서
얼굴 반을 목도리로 감싼 상태로
영업이 끝난 이가 휴개소 모퉁이에서
말없이
자신의 어머니인 사쿠라바 유미카의 모습을 보던
미에 코세츠의 모습이 떠올랐다.
갑자기.
갑자기 왜 그 모습이 떠오른 것일까?
갑자기. 갑자기 왜.
왜 갑자기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 것일까?
“베르나를 구해줘요.
그래 준다면....”
앤 챔버가
다시 사쿠라바 잇토키에게 말했다.
그 소리에
잇토키의 의식이 다시 현재로 돌아왔다.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줄게요.”
“무슨 말이지?”
“미국이 원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하겠어요.
당신이 기프티드가 아니라고 하라면
그렇게 말하겠어요.
기프티드와 관련해 제가 아는 것도 전부 알려줄게요.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빼내 보도록 할게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다 할게요.
그러니.....”
잇토키는 앤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간절함이 가득했다.
앤도 잇토키의 눈을 보고 있었다.
베르나를 바라볼 때 보였던 자상한 눈빛을 떠올리며,
갈등으로 흔들리는
그의 눈을 보고 있었다.
“베르나를... 구해줘요.
그 아이를 구해주세요.”
본문
[연재] 유니콘 프로젝트 3 독립닌자요원 잇토키 (164) [2]
2023.03.30 (0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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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23.03.30 20:3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