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프티드.... 무슨 말인지 설명해.”
사쿠라바 잇토키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도 모르게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그 이유는
설마 자신과 다른 한 사람인
라이언 대길 김에 대한 정보가
누설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과
누가 알고 있는 것인가 하는 염려가 뒤섞였다고나 할까?
만약 그렇다면
말 그대로
삼인위가 책임지는 국제연합 정보관리국,
그리고
팬타곤의 보안이 뚫렸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하지만
곧바로
사쿠라바 잇토키는
그녀의 다음 말을 들으면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으니.......
“미국은 기프티드란 존재를 알고 있고,
그리고
기프티드와 관련된 정보를 모으고 있어요.
기프티드로 분류된 사람들 중 일부는 확보하고 있어요.
나처럼.”
지금 이 여자는
자신이 그 기프티드라고 말했다.
사쿠라바 잇토키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미국은
4년 전
우연한 계기로 당신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당신이 기프티드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당신을 이곳 베네수엘라로 보낸 거예요.”
그 말에
잇토키는 의문이 들었다.
미국이 알고 있다?
그렇다면 말이 안되니까.
사실
지금 자신을 관리하는 곳이
국제연합 정보관리국 말고
바로
미 국방성인 팬타곤과
DIA인데
그들이
자신에게
미리 이야기를 하지 않을리가 없으니까.
그러나
곧바로 잇토키는
이어지는 말에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이 나왔으니...........
“그리고
저를 붙였어요.
확인하고 싶어서.
당신이 기프티드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
기프티드끼리 접촉했을 때
어떠한 반응이 나타나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절 여기에 보낸 거예요.”
잇토키는
앤 챔버의 말을 듣고 있었다.
“당신이 가진 능력은 신체적인 능력이겠죠?
그들은 나에게 아무런 정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난 알 수 있어요.”
“그들?”
“CIA.
기프티드를 전담 관리하는 유일한 기관.
그들이 저를 확보했고,
키웠고,
그리고 여기에 보냈어요.
당신을 파악하라는 의도로.”
“증명할 수 있나?”
그런 그녀의 말에
사쿠라바 잇토키는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고 나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 자신의 생각이
드러나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그녀에게 묻자
앤 챔버는
다급한 모습으로
“증명?
무슨 증명을 말하는 거죠?
지금 당장 CIA 국장에게 전화라도 걸어주면
내 말을 믿어주겠어요?”
좋은 방법이었지만
지금 잇토키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당신이 말하는 기프티드인지 뭔지.
당신이 그...... 거라는 주장에 대한 증명.”
“트리거.”
“트리거?”
“그래요. 트리거.
발현조건.
능력이 생겨나게 만드는 방아쇠,
그 조건을 발현조건이라고 불러요.
이 조건이 충족되면
본능적으로 능력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요.
어떤 능력을 가지는지,
어떻게 그 능력을 쓸 수 있는지
바로 알게 되요.”
사쿠라바 잇토키
그가 6살 때,
눈보라 치는 겨울밤,
함경남도 용양의 백금산에서 겪었던
그 날의 그 경험을
지금 눈앞에서 앤 챔버가 묘사했다.
그랬다.
앤 챔버가 말하고 있는 트리거,
일명 발현조건이 발동되면
왜 발현했는지,
발현된 능력은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리고 발현된 능력은
마치 태어날 때부터 달려 있던 꼬리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잇토키는
앤 챔버의 눈을 보았다.
그의 감각은
그녀의 눈동자를 통해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 있다면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
날카롭게 서 있었다.
“유지 조건!”
잇토키의 눈이 커졌다.
“발현된 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을 알게 되고
마지막으로 제한 조건,
능력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조건도 따라서 알게 되요.
머릿속에 떠올라요.
마치 글자가 떠오르듯.”
유지 조건.
능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취해야 하는 의무적인 조건.
제한 조건,
강제로 능력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조건.
잇토키도
능력을 얻은 날
자연스럽게 알게 된 그것.
“저의 모든 조건을
전부 다 털어놓으면 믿어 주겠어요?
어떻게 능력을 얻었고,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해야 능력을 유지할 수 있고,
또 어떻게 하면 능력을 잃게 되는지
당신에게 전부 다 털어놓으면,
그래서
내가 기프티드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면,
그러면
당신이 기프티드라고 인정하고
그 능력으로 베르나를 구해줄 수 있나요?
그래 줄 수 있나요!”
앤 챔버의 눈동자에는
일말의 거짓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간절함만이 그 눈동자에 가득했다.
앤 챔버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러나 잇토키에게 있어서
그 내용은
전혀 차분하게 듣고 있을만한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카라카스의 관문공항 출국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이곳에서
말하고 들을 내용은 아니었다.
그러나
말을 한 앤 챔버,
듣고 있는 사쿠라바 잇토키
둘 다,
주위에서 누가 듣고 있는지
전혀 신경 쓸 수 없었다.
앤 챔버는
베르나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모든 카드를 다 꺼내 내려놓았다.
스즈키,
그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어설픈 줄다리기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베르나에게 보여준 태도,
어른들에게 둘러싸여 긴장하는 베르나의 처지를 고려할 수 있는 여유,
초코바를 건네주고,
아고스토의 잔인한 질문에서
그녀를 보호해준
스즈키라면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혹시라도 그가,
자신의 능력을 감추기 위해서,
미국에게 자신의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 베르나를 포기할까봐,
그럴까봐
앤 챔버는 자신이 가진 패를 모두 다 내려놓았다.
잇토키는
말없이 앤 챔버를 바라보았다.
기프티드라고 부른다고?
기프티드라.
뭐라 부르든 상관없었다.
잇토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인
라이언 대길 김 말고도
또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CIA는 자신이 누구인지
누구의 관리를 받고 있는지를 모른다는 안도감도
같이 말이다.
만약
CIA가 알고 있었다면
당장 CIA 국장은
정찰이니 관찰이니 다 내던지고
당장
팬타곤이든 DIA든
백악관이든 쳐들어가서
이 세상의 모든 욕질을 다 해가면서
한바탕
난리법썩을 부렸을 테니까.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다 통제한다고 착각하는 CIA의 거만함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테니까.
사실
사쿠라바 잇토키는
과거에
미얀마의
한 작은 도시에서
불가능한 저격을 가능케 한 남자를 만났다.
800m 밖에서
야간에 스코프도 없이 저격을 시행한
애꾸눈의 남자를.
사쿠라바 잇토키는
그도 자신과 같은 이능을 가진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한명은 확실히 알고 있다.
백금산.
한 치 앞도 볼 수 없이 눈보라가 치던 백금산에서 만난
그 개자식.
그 개자식처럼
또 다른 누군가가,
능력을 가진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만 할 뿐
만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애꾸눈을 만났다.
그 애꾸눈은 불가능한 저격을 해냈다.
짐작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확인할 수는 없었다.
편마암 장석으로 만든 칼을 그의 옆구리에 찔러 넣어,
그의 생명을 빼앗은 자가
잇토키 자신이었으니까.
그저 짐작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전혀 상상도 못한 장소에서,
상상도 못한 사람이
스스로를 능력자, 기프티드라고 말했다.
이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증명할 수 있나?”
잇토키가
앤 챔버를 보면서 말했다.
발현조건, 유지조건, 제한조건.
모두가 사실이다.
잇토키가 직접 체험한,
능력자
즉 기프티드만이 알 수 있는 그것.
“보여 드리죠.”
앤 챔버가
잇토키의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잇토키의 오른손이
잇토키의 의지와 상관없이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내부의 힘,
뇌에서 내리는 신경명령에 의한 내부의 작용이 아니라,
외부의 알 수 없는 물리력이
잇토키의 손을 천천히 끌어올리고 있었다.
“염동력(psychokinesis)?”
잇토키가 짧게 외쳤다.
잇토키의 오른손이,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올라갔다.
무형(無形)의 힘.
보이지도 않고 실체도 확인할 수 없는 힘이
물리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잇토키의 심장 박동수가 증가했다.
심장 박동수가 증가하면서
혈류가 빨라졌고,
혈류가 빨라지면서 혈압이 상승했다.
혈압이 상승하면서
몸 전체에 근긴장이 발생했다.
잇토키는 흥분했다.
오랜만에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흥분했다.
가설.
자신과
라이얼 대길 김 말고도
또 다른 기프티드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을 미국 CIA가 알고 있다.
그 정보를 모으고 있다.
보유하고 있다.
사쿠라바 잇토키는
자신의 목표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 개자식과의 거리도.
“.... 구해주세요.”
앤 챔버의 목소리가 들렸다.
잇토키는
정신을 돌리고
앤 챔버를 바라보았다.
“아이를 구해줘요. 당신은 할 수 있어요.”
앤 챔버가 다시 말했다.
그러나
사쿠라바 잇토키에게는 그 말이 와 닿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기프티드라는 단어로 가득 차 있었다.
(안내 말씀 드립니다.
미국 마이애미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아메리칸 에어라인 914편.
아메리칸 에어라인 914편 이제 탑승 시작하겠습니다.
탑승하실 승객께서는
게이트 55번,
게이트 55번에서 탑승을 준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비즈니스 클래스와
우선 탑승 자격이 있는 승객부터
탑승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미국 마이애미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아메리칸 에어라인 914편. 아메리칸 에어라인 914편.....)
본문
[연재] 유니콘 프로젝트 3 독립닌자요원 잇토키 (163)
2023.03.30 (00: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