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동, 파르동 박정대
파르동, 먼저 이렇게 인사를 할 수밖에
파르동 레 되 마고, 미안해요 두 개의 중국 인형
어느 날 나는 그가 살고 있는 파리의 아파트로 그를 찾아
갔다, 그는 전직 천사였다, 그때는 모든 사람들이 여름휴가
를 떠난 시기였다, 나는 그의 아파트 아래 있는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기로 했다, 그때 나는 나의 일곱 번째 작품을 준비
하고 있었다, 이어지는 본문은 전직 천사와의 대화를 거의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시를 쓰는 사람들은 모두 전직 천사들이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시인은, 그 존재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당신은 나를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아마 대여섯 번씩 혼자 되뇔 것이
다, ‘세상에, 정말 멋진 이야기야,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이
야기를 하는 거지?’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자기 주먹에 해골을 그리는 사람
이 시인이다, 시란 어쩌면 야수 안에 있는 미녀를 보여주
는 것이다, 마법과 마찬가지로 시는 쉽게 설명하기 힘든
대상이다, 나는 지금부터 시인과 시에 대하여 최선을 다
해 당신에게 설명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지금 내 몸짓
과 표정, 그리고 낄낄대는 웃음소리를 활자로 옮길 수 있
는가, 시를 쓴다는 것은 아주 내적이고 외로운 작업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시인의 이미지 자체가 한 편의 시다, 당
신은 지금 나를 인터뷰하면서 한 편의 시를 읽고 있는 것
이다
내 시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은 최종 순간에 내려지며,
그때 우연은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 한편으로 나는 어
떻게 보면 늘 같은 시를 반복해서 쓰고 또 쓰고 있다, 사
람은 다 다르다, 한 개인의 성격은 자신이 지내온 어린 시
절의 결과이며, 사람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하나의
아이디어를 반복해서 계속 재탕하며 평생을 보낸다
시를 쓰는 것은 위대한 탐험이다, 시인은 순수하게 개
인적인 이유 때문에, 자신을 위한 무언가를 발견하려고
시를 쓴다, 그러니까 시 쓰기란 되도록 소수의 독자를 목
표로 해야 하는 시라는 표현 수단을 통해 일어나는 사적
인 과정이다, 시가 그 시만의 관점을 가진 흥미로운 감정
을 전달하는 한, 기술적인 실수에 대해서는 아무도 불평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지금 이 순간 만약 시
를 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하는지 모르더라도
그냥 착수하라, 그러면 알게 된다, 이것이 시를 쓸 수 있
는 가장 확실하고 본질적인 방법이다
어느 정도까지는 남의 시를 보면서 시를 배울 수도 있
다, 그러나 여기에는 오마주라는 함정에 빠질 위험이 도
사리고 있다, 어떤 훌륭한 시인의 시를 읽은 뒤 자기 시에
모방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순수한 존경심에서 해봐야 효
과가 없다, 자기가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다른
사람의 시에서 찾고, 그 영향이 자기 시에서 살아날 때만
모방은 유용하다, 존경심에서 ‘빌리는 것’이라면, 해결책
을 찾기 위한 의도는 ‘훔치는 것’이며 훔치는 것만이 어
쩌면 정당하다, 필요하다면 결코 망설이지 말라, 모든 시
인은 훔친다
직관과 즉흥에 의한, 돌발 사고라 할 만한 결정 덕분에
시는 마법으로 가득해진다
사실 나는 시를 쓸 대 어떤 구절을 쓰는지 신경 쓰지 않
을 때가 많다, 계속 음악만 듣는다, 가령 내가 좋은 시인
이라면 분명히 괜찮은 구절들을 제대로 써낼 것이 틀림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들으
며 시를 그 음악에 매치시키는 ㄷ 더 집중한다
내가 시에 음악을 사용하든 그렇지 않든 원래의 음악은
여전히 거기에 있다, 유령처럼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지
만 음악의 존재는 신을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그게 어쩌
면 시다
시의 독창성이란 허상이다, 시는 경전이 아니다, 시인
은 누구나 자기 한계를 갖고 있다, 시를 쓸 때 나는 아무
것도 통제하지 않는다
지금 나를 인터뷰하는 인터뷰어는 로랑 티라르일 수도
나 자신일 수도 있으며, 지금 내가 하는 말들은 나의 말일
수도 있고 로랑 티라르의 인터뷰에 응했던 사람들의 말
일 수도 있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는 사실 이 세상의 모
든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게 뭐 어떻다는 말인가, 패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 제목을 빌어 말하자면 <내가 뭘 잘못
했길래?>
―지금, 당신이 있는 이곳은 어디인 것 같은가?
나는 다시 질문을 했다, 그는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녁 식사를 하지 않은 나의 창자 속에서는 말 울음소리가 났
고 가끔은 시냇물 흘러가는 소리도 났다, 그는 담배를 피워
물면서 말했다
바람이 분다, 톨 강은 마치 지렁이처럼 이 오랜 유목 미
족의 허리를 휘감고 하늘로 날아오를 듯하다, 갈대며 몽
골산 작은 수변 식물들이 천막처럼 펄럭인다, 여기는 울
란바토르다
나는 칭기즈칸과 눈을 맞춘다, 반월도처럼 찢어진 그의
두 눈이 톨 강에서 첨벙거리며 놀고 있는 몽골의 아이들
을 바라보고 있다
페르소나, 나는 무한한 시간의 페르소나를 생각하며 바
람 부는 톨 강가에 서 있다
페르소나, 매그놀리아, 멜랑콜리아, 몽골리아
바람이 분다, 여기는 울란바토르의 톨 강가다, 톨 강으
로부터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은 시라무런 초원을 거
쳐 나의 내면으로 불어올 것이다, 나는 그런 순간을 시라
고 부른다, 나의 시가 말을 타고 타박타박 별빛 쏟아지는
초원의 내면을 횡단하고 있다
아니 여기는 몽마르트르 언덕의 바람 부는 저녁이다
―평소 자주 만나는 친구들에 대해서 좀 이야기해 달라,
그리고 당신은 자신이 언제 시인이라고 느끼는가?
시인의 이름은 모두 다르며 모든 시인의 이름은 결국
하나다
가령 인터뷰를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는
않지만 당신과 나 사이로 천사가 지나간다
가스통 바슐라르, 갓산 카나파니, 닉 케이브, 라시드 누
그마노프, 마르셀 뒤샹, 미셀 우엘르베끄, 밥 딜런, 밥 말
리, 백석,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 빅또르 쪼이, 아네스 자
우이, 악탄 압디칼리코프, 앤디 워홀, 에밀 쿠스트리차, 장
뤼크 고드라, 조르주 페렉, 지아 장 커, 짐 자무시, 체 게바
라, 칼 마르크스, 톰 웨이츠, 트리스탕 차라, 파스칼 키냐
르, 페르난두 페소아, 프랑수아즈 아르디, 프랑수아 트뤼
포, 피에르 르베르디
그러니까 최대의 고통은 사랑을 전제로 한다, 마찬가지
로 최고의 사랑은 고통을 전제로 한다, 같은 감정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아니 모든 감정은 하나의 이름으로부터
온다
이지도르 뤼시엥 뒤카스, 로트레아몽, 아르튀르 랭보,
폴 베를렌, 로맹 가리, 에밀 아자르, 진 세버그, 장 필립 투
생, 장 주네, 장 콕토, 르네 샤르, 앙리 프레데릭 블랑, 파
트릭 모디아노, 마르그리트 뒤라스, 오노레 드 발자크, 제
라르 드 네르발, 스테판 말라르메, 폴 발레리, 폴 클로델,
세르주 갱스부르, 제인 버킨, 양조위, 유가령, 라이너 마리
아 릴케, 프리드리히 니체, 루 살로메, 프레데렉 파작, 장
고 라인하르트, 막심 고리키
앞에서도 말했듯이 시를 쓰는 사람들은 모두 전직 천사
이다, 흰 셔츠를 입은 날에는 내가 전직 천사라는 걸 느낀
다, 감각이 호롱불처럼 밝게 돋아나는 날에는 인간의 마
을로 내려가 한잔의 술을 마시기도 한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에는 난롯불 곁에서 인간의 체온을 느껴보기도
한다, 전직 천사가 고독을 느끼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
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그리운 것이 떠오르지 않는 날에
는 물끄러미 담장에 매달린 담쟁이를 보기도 한다, 담쟁
이의 줄을 타고 흐르는 허공의 눈물을 바라보다가 내 눈
가를 슬며시 만져보기도 한다, 눈물이 마른 눈동자의 사
막 속으로는 지평선을 따라 한 무리의 대상이 흘러가기
도 한다, 누군가는 문을 열고 들어오고 누군가는 또 문을
닫고 나간다, 흰 셔츠를 입은 날에는 내가 전직 천사라는
걸 느낀다, 나는 담배를 피워 물고 담배 연기처럼 고요히
허공에 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알베르 카뮈, 사뮈엘 베케트, 르 클
레지오, 리처드 브라우티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베
르톨트 브레히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잭 케루
악, 윌리엄 버로스, 미셸 투르니에, 아고타 크리스토프, 크
리ㅡ토프 바타유, 외젠 이오네스코, 밀란 쿤데라, 이탈로
칼비노, 커트 보네거트, 레이먼드 카버, 마크 첸들러, 존
치버, 다카하시 겐이치로, 야마다 에이미, 무라카미 하루
키, 무라카미 류, 루쉰, 나쓰메 소세키, 미시마 유키오, 루
이스 세풀베다, 프란츠 카프카, 알랭 로브그리예, 드리외
라로셀, 로베르트 무질
몰리에르, 장 바티스트 포클랭, 로랑 티라르, 로맹 디리
스, 앙토냉 아르토
시인들은 작은 다락방에서 담배를 피워 물고 거대한 대
륙을 횡단한다
옥타비오 파스, 세사르 바예호, 앨런 긴스버그, 잉게보
르크 바흐만, 포루그 파로흐자드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그대가 꿈꿀 때마다 불어오는 세계의 숨결, 그대와 나
는 이미 세계의 가장 충분한 심장이다
검은 태양 아래서 나는 눈을 감고 숭고하고 영원한 행
성을 꿈꾼다
기 드보르, 롤랑 바르트, 귀스타브 쿠르베, 오스카 오일
드, 리처드 롱, 지그문트 프로이트, 카를 구스타브 융, 오
스캉 와일드, 생 종 페르스, 하인리히 뵐, 헤르만 헤세, 볼
프강 보르헤르트, 에드워드 사이드, 테오도르 아도르노,
프리드리히 헤겔, 홍상수, 콩스탕탱 브랑쿠시,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댄 플레빈, 존 레논, 조지 해리슨, 짐 모리
슨, 루 리드, 백남준, 미셸 폴라레프, 파스칼 브뤼크네르,
미겔 데 우나무노, 구스 반 산트, 존 케이지, 존 카사베츠,
카지미르 말레비치
가령 이런 행성들도 있다
갈산 치낙, 太帝治, 모리스 블랑쇼, 바흐만 고바디, 베르
나르마리 콜테스, 베르나르 앙리 레비, 벵크시, 아벨 페
라라, 알랭 바디우, 유디트 헤르만, 유리 체, 장 드 파, 장
뤽 낭ㅅ, 조르주 무스타키, 줄리아 크리스테바, 체사레 파
베세, 카렐 차페크, 트리스트럼 헌트, 페르디낭 드 소쉬르,
페터 한트케, 페터 회, 프랜시스 윈, 프리드리히 엥겔스,
피에르 파오로 파솔리니, 필립 소레르스, 헨리 데이비드
소로, 걷기 위해 만들어진 섬, 박쩡:대
시는 밝힐 수 없는 공동체를 전제로 씌어진다
앙리 미쇼, 에른스트 얀들, 프리데리케 마이뢰커, 호치민
시는 밝힐 수 없는 공동체를 전제로 씌어지고 밝힐 수
없는 공동체에 의해 소비된다, 이러한 은밀한 유통 구조
의 바탕에는 밝힐 수 없는 사랑과 영혼의 연대가 자리 잡
고 있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아이칭, 알렉산드로 블로크, 안
나 아흐마토바, 세르게이 예세닌, 보리스 파르테르나크,
예브게니 엡투센코, 안드레이 보즈네센스키, 요세프 브로
드스키,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파블로 네루다, 에즈라 파
운드, 토마스 스턴스 엘리엇, 라이너 쿤체, 빈센트 밀레이,
실비아 플라스, 테드 휴즈, 엔첸스 베르거, 프랑시스 퐁주,
프란츠 카프카, 로버트 단턴, 존 단, 폴 엘릐아르, 필립 자
코테, 쥘 쉬페르비엘, 자크 플레베르, 수전 손태그, 허버트
마르쿠제, 요한 호이징가, 이브 보느프와, 요르단 욥코프,
일도 레오폴드, 이사도라 던컨, 에드워드 호퍼, 이사벨 밀
레, 막스 피카르트, 글렌 굴드, 버지니아 울프, 크리스토프
메켈,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베르나르 올리비에, 파스
칼 메르시어,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마르키 드 사드, 파
트리크 쥐스킨트, 볼프 본드라체크, 아르토 파실린나, 짐
모리슨, 빔 벤더스, 왕가위, 이하, 리산, 앙리 보스코, 찰스
부코스키, 이브라힘 페레, 후고 발, 재니스 조플린, 빅토르
스토이치타, 그웨날 오브리, 로버트 엠 피어시그, 팀 버
튼, 조니 뎁, 오마르 카이얌, 나탈리 사로트, 리브카 갈첸,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 가르시아 로르카, 테오도르 모노,
크리스틴 오르방, 로제 그르니에, 크리스티안 바로슈, 블
레즈 상드라르스, 장 지오노, 로제 니미에, 마르그리트 유
르스나스, 파스칼 자르뎅, 뱅상 들라크루아, 우디 앨런, 데
이비드 린치, 페드로 알모도바르, 에마뉘엘 레비나스, 마
리 다리외세크, 윌리엄 블레이크, 벨라 타르
소위 불온한 시들은 혁명적 유머로 이루어진다
이자벨 위페르, 오기가미 나오코, 최민식, 필립 자코메
티, 존 리 앤더슨, 고레에다 히로카즈, 아지즈 네신, 장 미
셸 바스키아, 키스 헤링, 안토니오 가우디, 파블로 네루다,
이태석, 레너드 코헨, 말릭 벤젤룰, 시스토 로드리게스
그리고 혁명적 유머로 이루어진 시들은 혁명시 해방구
파미르번지에서 날마다 번지점프를 꿈꾼다
가령 유령씨, 갓산 약령시, 고도 아말피, 서칭 포 슈가리
스맨, 진부 움직씨, 존 카츠베크, 파울로 그로쏘, 그로쏘 오
노, 세잔 포르투, 프로방스 체, 라벤더 버튼, 팀광석, 예미
쿠스트리차,기 코르도바, 클라라 말리, 뱅뱅 구락부, 무나
감자 하루치, 조르주 무사시노, 갱스부르 송, 자우이 취향,
고독 말리, 빅토르 차라, 트리스탕 하라, 몰리에르 드 아무
르, 해프닝 장만옥, 앙헬 카바레 볼테르, 게 체바라
가령 이들과는 다르게 사는 것 혹은 이들과 같은 것을
꿈꾸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어쩌면 시인으로 산다는 것
을 의미한다
흰 셔츠를 입은 날에는 날개를 펄럭이며 시를 쓴다
나의 시는 무한의 허공에 있다
사실 그는 ‘난 더 이상 아무런 할 말이 없어!’ 속으로 그렇
게 되뇌는 것 같았다, 그는 나와 함께 몇 잔째 커피를
마시고 있었지만 빨리 그의 아파트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고적한 아파트의 소파에 묻혀 그가 좋아하는 맥주를
마시고 싶어 하는 듯했다, 그리고 어쩌면 ‘천사’를 만날 시
간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의 마음은 그의
아파트로 달려가고 싶어 말발굽 소리를 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고 있을 독자들에게 하고 싶
은 말은 무엇인가?
파르동 호치민, 파르동, 파르동 박정대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나려니 문득 그의 얼굴에 미안한 표
정이 스치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인지 그는 나의 이름을 묻
고 자신이 최근에 한 작업이라며 <그러니 눈발이여, 지금 이
거리로 착륙해오는 차갑고도 뜨거운 불멸의 반가사유여, 그
대들은 부디 아름다운 시절에 살기를>이라는 긴 제목이 붙
은 포스터에 싸인을 해서 나에게 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맥
주라도 한잔 할 거냐고 물어왔다, 뱃속에서는 여전히 말 울
음소리와 시냇물 흘러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좋다고
말했다, 카페를 나와 그는 나를 데리고 생 제르맹 데 프레 거
리로 나섰다, 카페 드 플로르와 카페 레 되 마고를 지나 그가
나를 데려간 곳은 코케인이라는 곳이었다, 코케인에서는 톰
웨이츠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창가에는 수염이 덥수
룩하게 자란 에밀 쿠스트맃가 혼자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
었고 팀 버튼은 바 앞의 탁자에 앉아 그의 여자 친구와 장난
을 치며 떠들고 있었다, 우리가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그가
나에게 물었다
―뭐 드시겠소?
나는 그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박정대 시인, 당신하고 같은 거요!
사실 나는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를 마시고 싶었다, 그러
나 말하지 않았다, 톰 웨이츠가 굵은 저음으로 노래하고 있
었다, 밤이었다
체 게바라 만세
박정대, 실천시선 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