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지난 4월 2일 다른 카페에 올렸던 글을 재 구성 한 것입니다.
지난 4월 1일 시프트 업이 미카미 신지가 이끄는 ‘언바운드 스튜디오’를 인수했다는 기사가
국내에 쏟아졌는데, 제대로 된 분석 기사는 잘 안 보이는 것 같아서 한 번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 적어봅니다.
이걸 단순히 '미카미 신지를 영입했다' 수준으로 보면 본질을 조금 놓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건 콘솔 게임을 어떻게 만들어야 살아남는가에 가까운 사례로 보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일단 과거 Tango Gameworks부터 보면,
여기를 단순히 '망한 스튜디오'라고 보긴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망할 구조였다' 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건 이 글의 주제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고요.
팩트만 보면, The Evil Within 시리즈는 400만 장 이상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Hi-Fi Rush도 평단과 유저 평가 모두 좋았습니다. 판매량 역시 아주 작은 게임이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즉, 게임을 못 만들어서 망한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정리됐죠.
이유는 단순합니다.
“잘 만든 게임”과 “회사를 먹여 살리는 게임”은 다른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탱고는 계속 괜찮은 작품은 냈지만,
회사를 유지할 만큼의 메가 히트나 안정적인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이게 핵심이라고 봅니다.
AAA급 대형 홈런을 계속 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B급 감성의 컬트 게임을 꾸준히 팔면서 고정 팬층을 만드는 구조도 확실히 만들지 못했습니다.
Hi-Fi Rush가 그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회사를 장기적으로 먹여 살릴 수 있는 구조가 됐느냐 하면 그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결국 탱고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조직”이었지만,
“계속 돈을 벌 수 있는 조직”으로 증명되지는 못했다고 봅니다.
반대로 시프트업을 보면 상황이 정반대입니다.
니케라는 라이브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받쳐주고 있고, '스텔라 블레이드' 도 PS에 이어 PC까지 평가와 흥행
모두 안정적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결과만 보면 분명 성공적인 케이스입니다.
다만 개발 과정을 보면 꽤 고생한 흔적이 많이 보입니다.
이건 ‘중년게이머 김실장’ 인터뷰에서도 언급된 부분인데,
김형태 대표가 직접 전투는 일찍 완성됐지만 컷신, 스토리, 로컬라이제이션 쪽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습니다.
어쨌든 저런 이야기를 인터뷰에서 굳이 꺼냈다는 건,
그만큼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얘기고, 그걸 넘어서 결과까지 만들어냈다는 점을 함께 보여주는 맥락으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건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닙니다.
"콘솔 게임을 끝까지 완성해본 시스템이 없었다"는 문제에 가깝습니다.
(김형태 대표가 말하는 콘솔 게임개발에 필요한 인프라 부족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장면)
다국어 립싱크, 컷신 파이프라인, QA, 로컬라이제이션, 모션캡처,
빌드 관리 같은 건 개인 역량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결국 조직 경험과 시스템 싸움입니다.
그래서 이번 인수를 보면, 이건 사람을 데려온 게 아니라 굴러가는 방식 자체를 산 것에 가깝다고 봅니다.
미카미 신지라는 이름값도 물론 의미는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 이름 자체가 아니라,
그 주변에 있는 콘솔 개발 경험, 팀 운영 방식, 파이프라인입니다.
언바운드는 신생 스튜디오지만, 구성원까지 완전 신생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전직 캡콤, 플래티넘, 혹은 미카미 신지와 함께 일했던 베테랑들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고,
그들에게 배운 신규 인력도 있었을 겁니다.
결국 시프트업이 노린 건 “미카미 신지 개인”이라기보다, 그 사람들이 알고 있는 개발 체계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정리하면 구조가 이렇게 됩니다.
탱고/언바운드 쪽 → 시스템 있음 / 돈 못 벌었음
시프트업 → 돈 벌 수 있음 / 시스템 부족
그래서 서로 퍼즐이 맞는 그림이 나온 겁니다.
여기서 많이들 착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블위딘 가져와라” 같은 이야기는 너무 1차원적인 반응이라고 봅니다.
이건 IP 문제가 아니라 생산 구조 문제입니다.
이블위딘 같은 IP 하나 가져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그런 게임을 계속 만들 수 있는 조직과 시스템을 갖추느냐가 핵심입니다.
물론 리스크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탱고가 왜 무너졌냐를 보면 결국 메가 히트 부재와 회사의 선순환 구조 실패가 컸습니다.
이건 시프트업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시스템을 가져왔다고 자동으로 성공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히트까지 같이 만들어야 되는 단계로 들어간 겁니다.
그래서 이 인수는 안정적인 선택 이라기보다는 속도전 + 베팅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직접 키우면 몇 년 걸릴 걸 돈으로 당겨온 선택이니까요.
다만 여기서 더 중요한 포인트는,
탱고는 그래도 제니맥스나 MS 같은 자본이 있었지만 시프트업은
그 정도 체급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물론 시프트업도 작은 회사는 아닙니다. 하지만 한 번 크게 삐끗하면 그대로 휘청할 수 있는 구조인 것도 사실입니다.
잘되면 이건 굉장히 영리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필요한 시스템과 경험을 흡수하고,
시프트업 특유의 상업 감각과 결합하면 국내에서 보기 힘든 글로벌 콘솔 개발사로 올라설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실패하면 탱고게임웍스와 비슷한 길을 갈 수도 있습니다. 아니, 시프트업 입장에서는 더 아플 수도 있습니다.
MS나 제니맥스는 실패해도 다른 포트폴리오로 버틸 수 있지만,
시프트업은 그렇게 여유 있게 실패를 흡수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니까요.
결국 결론은 하나입니다.
이 인수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시스템 + 상업성”을 동시에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성공하면 시프트업은 진짜 글로벌 AAA 스튜디오로 올라가는 거고, 실패하면 탱고와 비슷한 길을 갈 수도 있습니다.
향후 어떻게 될지는 지켜야겠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흐름을 보면, 시프트업이 이걸 성공시킬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걱정도 되지만, 동시에 기대도 됩니다.
저는 이번 인수를 단순히 “미카미 신지 영입”으로 보지 않는 이유가 이겁니다.
시프트업은 사람 하나를 산 게 아니라, 콘솔 게임을 끝까지 굴리는 방식을 사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분석자료 출처 :
시프트업, 미카미 신지 이끄는 ‘언바운드’ 100% 인수
스팀 동접 19만 돌파, 스텔라 블레이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김형태 디렉터 초대석#1)
https://www.youtube.com/watch?v=XmnX_1379LA
스텔라 블레이드, 다 만들어 놓고 2년이나 출시가 지연된 이유는? (김형태 디렉터 초대석#2)
https://www.youtube.com/watch?v=5IPU5D9EoZg
![[개인사설] 시프트업이 미카미 신지가 아닌 파이프 라인을 산 이유_1.webp](https://i1.ruliweb.com/img/26/04/24/19dbd2358f01089d9.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