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만 놓고보면 70점대조차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별로였는데 게임을 하면 할수록 예상외로 재밌는 지점이 많이 발견되는거 같기도 합니다.
아직 게임을 많이 해본건 아니어서 붉은사막의 모든 장점을 발견했다고 말할순 없지만, 많은 요소를 담고 있는 꽉 찬 게임이니만큼 그걸 한번에 다 정리한다는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때문에 조금씩 나눠서 풀어볼까 합니다.
사실 간단하게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요즘 거의 밈처럼 자리잡힌 표현인 "붉며들었다."고 퉁치면 끝이긴 합니다.
근데 이건 또 이렇다할 근거가 뒷받침되질 않으니 납득이 잘 안되잖아요?
바이럴에 낚여서 재미도 없는거, 못 만든거 재밌다고, 잘 만들었다고 분위기에 휩쓸려 거짓말하는것처럼 보일수밖에 없고요.
일단 붉은 사막의 각본은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첫인상이 별로였습니다.
매 사건의 흐름이 유기적으로 이어지질 않고 따로 노는 느낌이 매우 강할 정도로 메인스토리의 중심축이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붉은 사막의 더빙이 어색하게 들리는건 주로 꼽히는 원인인 연기톤, 희극톤보다도 좀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게임 내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대사는 중세 판타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현대 한국인의 정서가 지나치게 담겨 있습니다.
그러니까 중세 시민이 무슨 현대인처럼 행동하고 반응하는 경우가 매우 잦습니다. 그것도 현대 한국인 감성 충만하게 대사를 칩니다.
한국에서 만든 게임이니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정서는 강점이 될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그 정서를 표현할때도 작품의 배경 톤에 맞춰서 변환하는 과정이 필연적인데 이 부분이 일관적이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클리프 같은 주연보다는 조연들에게서 흔하게 나타나는 문제점으로 듣다보면 클리프는 중세 톤으로 연기하는데 일부 조연들은 현대 한국 톤으로 연기하니 분위기가 확 깨는겁니다.
말 그대로 어지간한 게임에선 아주 당연하게 지켜지는 '기초' 자체가 갖춰지지 않았다고봐도 무방한 특징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때문에 다른 게임에선 어지간해선 느낄수 없는 이색적인 장점도 동시에 챙겨갑니다.
중세 톤과 현대 톤이 뒤섞인 부조리한 상황은 이러한 상황 자체가 코미디가 따로 없거든요.
처음엔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나오지만 현대 톤으로 연기한 성우들도 연기 자체는 또 되게 맛깔나게, 그것도 '풀음성'으로 정성스럽게 때려박아줘서 듣다보면 생각보다 은근 웃깁니다.
중세 시민 부부가 현대 배경 애니 더빙판에서 볼법한 부부 연기를 한다거나, 중세 병사가 무슨 현대 배경 애니 양아치처럼 연기하는거 듣다보면 처음엔 좀 어색하고 이상한데 이게 적응되면 대유쾌마운틴 단계로 넘어갑니다.
진지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와중에도 코믹한 순간이 군데군데 껴드는 상황 자체는 의도해도 중세 톤과 현대 톤의 괴리까지 의도한건 전혀 아닌거 같지만, 그렇기때문에 더더욱 예상치못한 즐거움이 제공됩니다.
붉은 사막의 컷신 연출도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실속은 딱히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트레일러때부터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끌리는 지점은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이 부분은 본편도 똑같았습니다.
다만, 액션 연출의 퀄리티는 굉장히 수준급이라 보는 맛은 또 있습니다.
전개 자체는 하나도 흥미롭지않은데 잔혹하게 썰어재끼는 맛을 디테일하게 잘 살린 고품질 액션 연출에서 전해지는 쾌감 하나만큼은 제법 볼만합니다.
붉은 사막의 가장 큰 강점인 전투도 사실 나사가 좀 빠져있다고 느껴지는 편입니다.
적의 특정 패턴은 방어하거나 패링하고, 특정 패턴은 회피하고, 특정 패턴은 어떠한 액션 시스템으로 카운터쳐야한단 이러한 전투 규칙 설계가 매우 엉성합니다.
패링을 의도했다기엔 반응하기 힘들 정도로 지나치게 빠른 공격 패턴이 이어진다거나, 회피를 의도했다기엔 공격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더불어 많은 액션이 준비되어 있는데 그 액션을 어떤 상황에 활용해야할지 직관적으로 잘 파악되질 않습니다.
지정타의 경우 뭔가 카운터를 상정하고 만든 액션처럼 보이는데 카운터로 작동할때도 있고, 카운터로 작동하지 않을때도 있습니다.
찍어차기도 적의 공격을 씹을때가 있어서 카운터로 쓰기 좋아보이는데 못씹을때도 많아서 카운터가 뜨는 상황, 아닌 상황을 직관적으로 구분되진 않습니다.
이처럼 액션 하나하나가 역할이 좀 불분명합니다.
근데... 역할이 불분명한 액션은 의도되었을 가능성도 있지않을까 싶습니다.
지정타나 찍어차기가 카운터처럼 작동할때가 있는건 사실이지만 스킬 툴팁에는 전혀 표시되어 있진 않았거든요.
모션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디버프 효과가 있을 경우 대상의 방어력을 감소시킨다는 설명이 짧게 덧붙여져 있는 식입니다.
그러니까 그 스킬을 카운터로 활용하든 말든 그건 알아서 하라는겁니다.
카운터로 활용되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도 알아서 파악하라는거고요.
액션 시스템 하나하나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액션 규칙이 정교하게 짜여진 게임의 경우 그 완성도를 높이 인정받아 점수 측면에서 가산점을 얻는 경우가 많지만, 플레이어의 행동 패턴이 제약되는 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 규칙이 너무 철저하게 짜여진 경우 정해진 상황에선 정해진 액션만을 강요받는다고 느껴져 정답이 딱 하나로 고정된 전투가 답답하기도 하죠.
예시를 따로 들진 않겠습니다. 그냥 메타 80점 넘는 액션 게임들 뒤져보면 이런 경우는 차고 넘치니까요.
그리고 그 게임 내에서 평가가 안좋은 보스전의 특징을 살펴보면 보스 패턴이 정교하다못해 다른 액션이 아예 허용되지 않은채로 패턴을 파훼할줄 모르면 죽어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붉은 사막의 경우 액션의 역할이 불분명하지만 그만큼 정답도 딱히 없어서 전투의 자유도가 높습니다.
내키는대로 자기 손에 맞는 액션 잘 찾고, 그거 극한으로 활용해서 마음껏 뚜드려패면 됩니다.
컨셉 플레이를 즐기는 유저들에겐 되려 입맛에 맞을수도 있습니다.
게임 내에서 옵션을 통한 난이도조절은 불가능하지만, 한 전투에 물약을 몇개만 먹을수 있다거나 같은 빡빡한 제약은 또 없어서 어려우면 그냥 물약전사 해도 됩니다.
어차피 어렵다기보다 부조리하다고 느껴지는 패턴이 넘치는 게임이라 물약 하나도 안 먹고 깨겠다는건 스트레스가 극심할수밖에 없어서 회복템을 넉넉히 싸들고 다니는게 권장됩니다.
물론 아무리 철저히 물약을 준비했어도 몇몇 패턴은 어? 하는 순간에 억하고 죽을 정도로 악질적이지만 붉은 사막은 놀랍게도 피격중에도 회피가 가능해서 한대 맞았다고 끝까지 다 맞아줘야하진 않습니다.
모든 패턴을 피격 중에 피할수 있는건 또 아니어서 이걸 구분짓는것도 솔직히 좀 비직관적으로 다가오는데 어쨌든 피격 중에 피할수 있는 스킬이 존재하는건 맞습니다.
그래서 전투가 참 더럽게 지저분한데 악질적인 보스의 패턴은 똑같이 치사하게 대응해주면 됩니다. 모로 가든 이기면 그만이잖아요.
악질적인 보스의 패턴을 정직하게 다 막거나 피하고, 한대라도 허용하면 다 맞아주고, 물약도 몇개 못먹는 액션 게임들처럼 즐기겠다면 스트레스가 클수밖에 없겠지만 꼭 그렇게만 즐기게끔 강요되진 않는단겁니다.
게임 내에서 정답을 대놓고 제시하지 않기때문에 어떤 스킬이 어떤 상황에서 유효할진 혼자서 파악하기 어려운 편입니다.
그게 가능하다고쳐도 비효율적인건 확실합니다. 한번 파악해도 일일히 기록해두지않는한 기억은 쉽게 휘발될수밖에 없고요.
특히 사전에 게임을 제공받고 게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힘든 리뷰어들은 정해진 일정 안에 리뷰를 쳐내야하기에 게임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을수밖에 없습니다.
비효율적인 학습 과정 자체를 즐기는 성향이 아니고선 커뮤니티나 영상을 참고할수밖에 없는 방식이고 이러한 점은 게임에 대한 정보와 영상 공유를 활발케합니다.
붉은 사막에 대한 재평가는 단순히 '영상으로 보면 웃겨서' 뿐만은 아닌거죠.
이 글도 누군가에겐 그저 분위기에 휩쓸려 작성하는 글에 지나지 않다고 느낄수도 있습니다.
꿈보다 해몽처럼 들려도 그 생각이 틀리진 않을겁니다.
평소 70점대 게임도 끌리면 주저없이 정가주고 사서 즐겨보는 편이지만, 그래봤자 저 역시 일개 게이머에 불과하기에 현재 여론에 휘둘리기도 하는거 스스로 인정합니다.
그래도 전 장점이든, 단점이든 제가 느끼지도 못한 점을 쓰진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 공감을 받든 안받든 그다지 상관도 없습니다.
제가 저렇게 느꼈고, 저렇게 생각한다는데 태클 걸어봐야 제 감상이 달라지진 않으니까요.
결론은 저도 붉은 사막 요새 생각보다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사실 70점대 게임은 뭐 좀 엉성한거 같은데 생각보다 재밌는 면도 있고 그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애당초 진짜 개노잼이거나 이렇다할 강점이 아예 없으면 70점도 못받습니다.
70점대 게임은 그래도 그 점수 받을 정도면 할만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취향에 맞으면 갓겜이 되는것도 딱히 이상한 현상은 아닙니다.
다만 붉은 사막은 출시전 기대치가 무슨 놈의 90점대 갓겜 수준으로 높았기때문에 그 반동으로 인해 실망감도 컸을뿐이죠.
사실 좀 더 다뤄보고싶은 점들이 남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글이 길어서 그 부분은 나중에 시간나면 추가로 더 다뤄보겠습니다.
제가 발견하지 못한 요소가 아직 많이 남아있을테니 그것도 더해서 말이죠.
붉은 사막은 정말 많은 요소를 담고 있는 게임인만큼 다뤄볼 내용도 태평양처럼 넓어서 장점이든, 단점이든 의견을 공유하는 즐거움도 클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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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종합적인 평가로써 육각형 다 좋은게 아닌 엄청 뾰족한 삼각형 게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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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에 따라 누군가에겐 기본기 부족으로 보이고, 누군가에겐 뻔한 틀을 부순 파격으로 보이는 거라 100점과 45점이 공존하는 셈이죠. 결국 게임의 본연의 재미가 이겜을 살리고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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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런 느낌입니다. 근데 쓰거나 맛없는 느낌이 견딜만한 정도가 아니고 충격적으로 쓰거나 토할 정도로 맛없습니다. 근데 그걸 견딜만한 장점이 존재하긴 합니다. 그래서 처음엔 이딴게 70점을 넘었다는게 어이가 없다가도, 겜 좀 하다보면 80점도 넘지 못한게 말이 되냐는 유저들의 심경도 조금은 납득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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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샌드박스 게임들도 그 나름의 정형화된 공식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공식을 비틀거나 그 공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도 하지만 붉은사막은 이 3가지 유형도 아닌듯 했습니다. 정형화된 공식을 이해하지도 못했기에 정형화된 공식을 어설프게 구현할수밖에 없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때문에 독특하면서도 자유도높은 샌드박스 경험으로 마감된듯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좀 얻어걸렸단 인상도 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잘되었다는걸 마냥 부정할순 없네요. 다만 펄어비스 특유의 기술적 철학이 그래픽, 전투 면에서 포텐셜이 터진게 가장 유효했기때문에 그래도 검은사막으로 성공하면서 쌓인 관록은 역시 무시할수 없더군요. | 26.03.28 20: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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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방향이 꼬인 느낌도 드는데 결과적으론 의외로 재밌게 마감된 느낌이었습니다. 전투쪽 자유도는 모든걸 의도하진 않았어도 자유로운 전투를 의도한건 맞는거 같았어요. 나사가 빠진 면도 많지만 그것만으로 판단하기에 괜찮은 점도 많더라고요. 재미도 있고. | 26.03.28 20: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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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에 따라 누군가에겐 기본기 부족으로 보이고, 누군가에겐 뻔한 틀을 부순 파격으로 보이는 거라 100점과 45점이 공존하는 셈이죠. 결국 게임의 본연의 재미가 이겜을 살리고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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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기존의 정형화된 공식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난건지, 재현하려다 실패한건진 몰라도 결과적으로 벗어난건 맞는거 같더군요. 완성도만 철저히 따지면 높은 편은 아닌거 같은데 장르 공식을 철저하게 따른 잘 짜여진 게임들과는 색다른 재미를 전달하기에 비슷비슷한 게임에 질린 유저들에겐 색다른 자극을 주는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하드코어 게이머층을 타겟으로 잡기보단 "누구나 즐길수 있는 게임"을 지향한다는게 어려운 보스 죄다 너프때린 패치노트만 봐도 일관되게 느껴져서 이 부분도 좀 마음에 듭니다. 전투쪽은 뭔가 펄어비스 특유의 고집까지 느껴질 정도로 독특하게 자유로웠는데 이게 생각보다 맛있네요. 패턴이 좀 더러운데 꼬우면 물약 퍼먹던가, 꼼수 알아서 찾아쓰던가 이런식인데 선택의 폭이 넓어서 재밌더군요. | 26.03.28 20: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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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종합적인 평가로써 육각형 다 좋은게 아닌 엄청 뾰족한 삼각형 게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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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부족한 부분은 진짜 말도 안되게 부족해서 육각형 느낌은 절대 아니긴 해요. 단점도 많지만 확고한 강점도 있는 딱 그런 게임이 맞는거 같습니다. | 26.03.28 22: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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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런 느낌입니다. 근데 쓰거나 맛없는 느낌이 견딜만한 정도가 아니고 충격적으로 쓰거나 토할 정도로 맛없습니다. 근데 그걸 견딜만한 장점이 존재하긴 합니다. 그래서 처음엔 이딴게 70점을 넘었다는게 어이가 없다가도, 겜 좀 하다보면 80점도 넘지 못한게 말이 되냐는 유저들의 심경도 조금은 납득이 되더군요. | 26.03.29 02: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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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 큰 aaa급 게임에서 이런 반응이 나온다는게 흥미롭네요.. 리뷰 정독했고 잘 읽었습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 26.03.29 02: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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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게임같은 저점이 역시 쉬운건 아니구나 싶더군요. 근데 그래도 유비게임보다 야망은 느껴져서 고점은 더 높은거 같기도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6.03.29 02:4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