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처럼 근대화된 대도시에서 전통적인 일본의 풍취를 느낄 수 있는 장소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 몇 안되는 장소 중 하나인 아사쿠사에 도착.
지금은 건물 리모델링으로 인해 사라진 아사쿠사 관광센터의 카라쿠리 시계를 구경합니다.
매 시 정각이 되면 시계판이 위로 올라가면서 인형들이 등장해서 아사쿠사의 명물 축제인 산자마츠리 행렬을 보여줍니다.
이게 의외로 또 일본 전통 문화중의 하나인데, 태엽과 기계장치로 움직이는 자동인형(카라쿠리)의 역사가 꽤나 오래 되었기 때문이지요.
18세기 무렵 서양에서 들어온 시계를 뜯어 본 일본 장인들이 그 원리를 이용하여 여러가지 인형을 만듭니다.
그 중에는 붓글씨를 쓰는 인형이나 활을 쏘는 인형까지 있을 정도이니 춤추는 인형 정도는 어렵지 않게 만들법도 합니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기계에 무리가 가서 공연(?)이 취소된다길래 걱정했는데 다행히 구경할 수 있었네요.
도쿄처럼 근대화된 대도시에서 전통적인 일본의 풍취를 느낄 수 있는 장소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 몇 안되는 장소 중 하나인 아사쿠사에 도착.
지금은 건물 리모델링으로 인해 사라진 아사쿠사 관광센터의 카라쿠리 시계를 구경합니다.
매 시 정각이 되면 시계판이 위로 올라가면서 인형들이 등장해서 아사쿠사의 명물 축제인 산자마츠리 행렬을 보여줍니다.
이게 의외로 또 일본 전통 문화중의 하나인데, 태엽과 기계장치로 움직이는 자동인형(카라쿠리)의 역사가 꽤나 오래 되었기 때문이지요.
18세기 무렵 서양에서 들어온 시계를 뜯어 본 일본 장인들이 그 원리를 이용하여 여러가지 인형을 만듭니다.
그 중에는 붓글씨를 쓰는 인형이나 활을 쏘는 인형까지 있을 정도이니 춤추는 인형 정도는 어렵지 않게 만들법도 합니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기계에 무리가 가서 공연(?)이 취소된다길래 걱정했는데 다행히 구경할 수 있었네요.
가미나리몬에서 절의 본당에 이르는 길 양쪽으로 가게들이 가득합니다.
에도 시대부터 센소지를 참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경내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부역을 시켰는데
그에 대한 보상으로 참배길 주변에 노점을 낼 수 있는 권리를 준 것이 바로 이 나카미세도리 상점가의 시작이라고 하지요.
청소만 하면 가게를 내도 된다니, 요즘처럼 임대료 높은 시절에는 꿈만 같은 이야기네요.
가게에서 파는 품목은 굉장히 다양해서 떡이나 과자, 음료같은 다과에서부터 일본풍 장난감, 가면, 전통 공예품에
열쇠고리나 우편엽서와 같은 전형적인 관광객용 기념품까지 갖춰놓았습니다.
나카미세도리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절의 경내로 들어서게 됩니다.
절의 이름은 센소지. 한자의 음만 읽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식 한자 발음은 뜻을 읽는 훈독과 음을 읽는 음독이 함께 존재합니다.
그래서 浅草는 아사쿠사라고 읽는데 浅草寺는 아사쿠사지가 아니라 센소지라고 읽습니다.
강에서 낚시를 하던 어부 형제가 불상을 발견하고 마을 관리에게 가져갑니다.
관리는 이 불상이 관음상이라는 것을 알고 자신의 저택을 절로 개조해서 불상을 모신 것이 센소지의 시작이지요.
그래서 센소지는 아사쿠사칸논지(아사쿠사관음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막상 중요한 관음상은 꿈에서 "이 불상은 사람들에게 함부로 보이지 말라"는 계시를 받은 탓에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요.
옆에 보이는 5층탑은 석가모니불의 진신사리를 모셔둔 곳입니다.
덕이 높은 고승일수록 화장했을 때 구슬 모양의 유골인 사리가 많이 나온다고들 하고,
부처님의 유해를 화장했을 때는 여덟 섬 네 말 분량의 사리가 쏟아져 나왔다는 말도 있지요.
진신사리는 불교도에게는 보물과도 같은 것이라 세계 곳곳의 불교 국가에서 가져갔는데,
센소지에 있는 사리는 스리랑카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워낙에 진신사리라고 주장하는 물건들이 많아서 그거 다 모아보면 부처님 본신의 열 배 스무 배는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석가모니불의 가르침인데도 사람 욕심이라는 게 참 무섭습니다.
100엔 내고 한 번 뽑아 본 길흉화복 점치기.
동전을 넣고 통을 막 흔들어서 길다란 막대기를 하나 꺼냅니다. 막대기에 적힌 숫자를 찾아 서랍을 열면 그 안에 운세가 적혀있지요.
좋은 운은 잘 접어서 집으로 가져가고, 나쁜 운은 절이나 신사의 나뭇가지에 묶어두면 액땜이 됩니다.
그냥 재미삼아 뽑은 건데 대길이 나와서 여행 내내 흐뭇한 기분이었습니다.
점궤가 적힌 종이는 이미 유효기간은 지났겠지만 아직도 서랍 속에 고이 모셔두고 있지요.
점 치는 것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향을 사서 화로에 꽂아놓고 그 향기를 쐬고 있습니다.
몸에 아픈 곳이 있으면 그 부위에 이 연기를 쐬면 낫는다고 하네요.
옆에서 잠시 보고 있노라면 겉으로는 다들 건강해 보이는데 속으로는 저렇게 어디 한군데씩은 아프구나 싶어서 심란합니다.
호조몬의 뒷편에 걸린 거대한 짚신.
악귀를 물리치는 신에게 공양하는 신발이라는 말도 있고,
이렇게 큰 사람이 이 절을 지키고 있으니 악귀들이 겁먹고 도망가게 만드는 신발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아시아라이 야시키(足洗邸)라는 일본 요괴가 생각납니다.
에도 시대 혼쇼 7괴담 중의 하나로, 엄청나게 큰 발이 천장을 부수고 내려와 "발을 씻겨달라"며 행패를 부리는 이야기지요.
아시아라이 야시키라면 저 정도 크기의 신발을 신겠구나 싶네요.
돌아서 나오는 길에 발견한 에마궤.
에마(絵馬)라고 불리는 오각형의 나무판은 신에게 소원을 빌거나 소원을 성취하고 그에 대한 감사를 표시하는 봉헌물입니다.
원래 진짜 살아있는 말을 봉납했으나 워낙 비싼 동물인 까닭에 나무판에 말의 그림을 그려서 대신하게 되었지요.
신과 이어지는 직통 우편함이랄까요.
아래쪽에는 나쁜 운세가 적힌 종이를 묶어 둔 것이 보입니다.
에마는 절이 아니라 신사에 있는 건데... 싶어서 의아해 했는데, 알고보니 어느 새 절이 아니라 신사에 들어선 모양입니다.
센소지에는 아사쿠사 신사가 붙어있거든요.
길을 거꾸로 거슬러 나오다보니 신사 입구에 세워두는 도리이를 보고서야 '아, 방금 그 건물이 신사였구나'라고 깨닫게 됩니다.
신사, 즉 신을 모신 사당이라고 하면 왠지 근엄하고 위대한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일본에서는 참 소소한 업적으로도 신이 되는 인물들이 많습니다.
아사쿠사 신사에는 세 명의 신이 모셔져 있다고 하는데, 바로 강에서 관음상을 건진 어부 형제와 이 절을 세운 관리가 그들입니다.
그래서 그 세 명의 신을 일컬어 산자님(三社様)이라고 하고, 산자님을 위해 일본 3대 축제 중의 하나인 산자마츠리(三社祭)가 열립니다.
헤라클레스는 신이 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스케일의 12과업을 달성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역사에 이름을 남긴 장수 정도는 되어야 무속인들이 신으로 모시는데
일본에서는 낚시하다가 불상을 건져 올리는 걸로 신이 되다니 다른 나라 신들이 보면 뭔가 좀 억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키가 크고, 화살로 적을 잘 맞출 뿐. 고작 그 정도로 '신'이라 불리는 시대가 있었다." - 미나기 토쿠이치, "아시아라이 저택의 주민들" 중에서
나오는 길목에서 마주친, 재주 부리는 원숭이.
인도에서는 코브라가 돈을 벌더니 (http://blog.naver.com/40075km/220910010958), 일본에서는 원숭이가 돈을 버네요.
물구나무도 서고, 줄넘기도 하면서 공연을 하는데 그보다는 가끔 보이는 "아, 참 먹고살기 힘드네"하는 듯한 표정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나오는 길은 나카미세를 거치지 않고 그 옆길로 빠져서 걸어봅니다.
좀 더 한적하고, 가게들도 왠지 조금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골목입니다.
인사동 큰길은 북적거리고 시끄럽지만 조금만 옆으로 빠지면 조용한 갤러리들이 많은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굳이 옆길로 빠진 이유는 바로 이 카페, 안제라스를 방문하기 위해서입니다.
1946년에 문을 열어서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있는 카페입니다.
그나저나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하고 그 다음 해에 문을 연 카페라니, 언제 어디서라도 부유층은 먹고 살만하다는 증거일까요.
하긴, 반딧불의 묘(火垂るの墓, 1988)라는 애니메이션에서도 주인공 남매는 굶어죽는데 부유층 가족들은 축음기에 '즐거운 나의 집'노래를 틀며 "집에 돌아오니 좋네요!"를 외치죠.
이 가게의 시그니쳐 메뉴인 더치커피와 안제라스 케이크를 주문 해 봅니다.
안제라스 케이크는 조그만 크림 롤케이크에 초콜렛 코팅이 되어있습니다.
요즘에야 워낙 맛있고 화려한 케이크들이 많이 나왔으니 이 정도는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되지만
옛날에는 이 조그만 달다구리 하나가 그야말로 그 이름처럼 천사를 영접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을 겁니다.
전쟁 후 먹을 것도 별로 없는 마당에 설탕과 초콜렛이 듬뿍 들어간 케이크라니, 그야말로 별세계의 음식이네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충격이었던 건 더치커피. 콜드브류 커피라고도 부르는, 찬물을 한 방울씩 떨어트려서 만드는 커피입니다.
이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 더치커피가 거의 알려져있지 않았던지라
종로쪽 과학기구 공업사를 돌면서 주문 제작으로 기구를 맞춰서 직접 더치커피 내려서 마시던 때였습니다.
직접 내린 것도 나름 만족하면서 마시고 있었는데, 오랜 전통의 카페에서 제대로 내린 더치커피를 마셔보니 완전 차원이 다르더군요.
일본은 커피 내리는 것도 다도와 연결되면서 조그만 부분 하나까지 신경을 써서 만든다더니, 그 차이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비단 커피 뿐만이 아니라 일본식 문화가 갖는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이기도 하지요.
가라쿠리 시계도 그렇고, 더치커피도 그렇고 섬나라인 만큼 자체적으로 발생한 문화보다는
외부에서 유입된 문화를 일본식으로 고쳐서 써먹는 것이 자주 눈에 띄는데 이야말로 일본 문화의 정체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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