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며칠 전 다녀온 지리산 여행기를 써보려합니다.
올 봄부터, 우리나라에 국립공원으로 되어있는 산을 다 가보자하는 프로젝트를 세워 느릿느릿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체국립공원 중, 산으로 되어있는 국립공원은 18개소입니다. 북한산, 한라산은 여러번 갔었고 프로젝트 실행 후 치악산, 설악산
그리고 이번 지리산을 가게 되었습니다.
금요일 밤에 출발해서 일요일 저녁에 도착하는, 1박3일 일정으로 다녀왔네요.
평일에 놀러(?)간다고 출근을 안 하고 갈 수는 없어서 보통은 3일 코스로 지리산 종주를 가시는 것 같은데
이틀만의 무리한 코스 도전을 해봤습니다.
첫 지리산 등산이었지만, 제일 힘들다는 설악산도 강제적으로 당일치기 종주(23km가량)을 소화했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다녀온 지금 돌아보면 어리석은 생각이었네요;
10여년전 대학생 때 한번 갈 기회가 있었는데, 차라리 그 때 갔었다면 좋았을걸 하는 조금의 후회가 남은 산행이었습니다.
일정은 이런식으로 다녀왔습니다.
11월 9일: 영등포발 22시50분 열차 출발
11월 10일: 03시 30분 구례구역 도착 - 04시 25분 성삼재(지리산종주 시작점) 도착. 산행시작
- 16시 55분 장터목 대피소(목적지) 도착
11월 11일: 05시 기상 - 05시 30분 대피소에서 출발 - 06시 40분 천왕봉(꼭대기) 도착. 일출 감상 - 07시 30분 대피소 도착
- 아침 식사 후 09시 30분 출발 - 12시 30분 백무동 도착.
10일에 약 27km, 11일 약 10km. 양일 사이 37km가량을 걸었습니다;;
지리산 등산코스는 이런식으로 되어있습니다. 저는 성삼재부터 천왕봉, 천왕봉에서 장터목을 거쳐 백무동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진행했습니다.
진정한 종주는 화대종주라고, 화엄사부터시작해서 대원사까지 뚫고 가는 것이라는데..
저긴 2박3일로 갈 때 도전해봐야겠습니다.
약 20kg가까운 짐을 챙겼습니다. 갈아입을 상하의 두벌, 3끼 식사, 2.5L가량의 물, 카메라 등을 챙기니 양을 줄일 수 없겠더군요...
배낭에 달려있는건 카메라 렌즈 파우치 입니다.
밤 늦은시간에 열차 타보긴 또 처음인데, 많은 사람들이 열차를 타기위해 승강장에 있더군요.
저랑 같은 목적지로 보이는 등산객 차림의 승객들도 보입니다.
약 23시부터 도착인 3시까지 4시간가량 중에 적어도 3시간은 잘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무궁화호가 의자도 상당히 불편하고 발판도 불편하더군요....
깨다 일어나다를 반복하다 도착했습니다. 1시간도 채 못 잔 것 같네요;;;
구례구역에 도착하니, 구례 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화엄사와 성삼재(지리산행 시작점들)에 가는 버스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원래 첫차는 6시가량이었는데 저처럼 새벽기차로 3시 조금 넘은 시간에 구례구역에 도착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시간에 딱 한대 있다더군요.
교통카드 가능하고 버스터미널까지 선불로 1000원, 성삼재까지는 내릴 때 4,500원 내시면 됩니다.
아니면 구례구역 내리자마자 사진상 버스 뒤에 보이는 택시를 타면 대당 4만원씩에 성삼재로 태워다 준다합니다.
4명이 가시는거면 조금 더 편하게, 조금 더 빠르게 가시는 방법 중 하나죠.
버스타고 약 40분가량 가니 버스 반환점이자 시작점인 성삼재에 도착합니다.
부부동반, 초등생정도 자녀들과 온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시작합니다. 시계를 보니 약 4시 40분정도부터 어둠을 뚫고 걷게 되었습니다.
약 30분가량 걸은 뒤 처음으로 만난 표지판입니다. 1.5km를 걸어왔습니다. 아직 천왕봉쪽에 대한 정보는 없네요.
한참을 걷다가 드디어 등장한 천왕봉 이정표... 이미 발을 들여놓은 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해 뜰 때 정도에 지나게 된 삼도봉. 너무 추워서 찬찬히 구경하지 못하고 지나갔습니다.
쓸쓸한 가을정취가 느껴지는 길, 이때까지는 어려운길이 없었습니다.
반대편에서 오는 산행객들을 마주치는 순간.
연하천 대피소 도착. 공사중이더군요.
이번 종주 산행으로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신축공사로 완전히 폐쇄된 벽소령 대피소. 단 화장실과 매점, 벤치는 이용가능합니다.
세석대피소에서 아침을 먹을 예정이었는데, 일정이 생각보다 느리게 진행되어 벽소령에서 밥을 먹게 되었네요.
이런식으로 운용되고 있는 간이 매점입니다.
시간이 약 11시 정도였는데, 전날 저녁을 먹고 아무것도 먹지 않아 너무 배가 고팠습니다.
동네 25년 넘은 김밥집에서 싸운 참치김밥 두줄을 먹습니다. 싸온 무생채는 국물이 다 흘렀네요;;
밥을먹고, 잠을 거의 못 잔 상태기 때문에 한 10여분 자다가 12시15분경 출발합니다. 세석대피소까지 6.3km를 걸어야합니다.
높이 올라오니 이쁜 풍경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저 멀리 가장 높은 봉우리가 천왕봉입니다. 너무 머네요...
산중턱 밑으로 세석대피소가 자그맣게 보입니다. 조금 더 힘내서 걸어봅니다.
약 15시 10분경에 도착했습니다.
원래는 세석대피소로 예약을 했는데, 천왕봉을 보기엔 너무 멀어서 장터목으로 다시 예약을 했습니다.
대피소만 놓고 봤을때는 세석이 더 좋은 것 같더군요. 시설이나 주변환경도 그렇고, 젊은 여성분들도 많고(?)요.
시간이 빠듯해서(장터목까지 17시 전에 가야하기에) 조금만 쉬고 얼른 챙겨나갑니다. 3.4km만 더 가면 오늘 이동의 끝이네요.
점점 높아지기에(장터목 대피소 고도가 약 1700m) 광경이 탁 트여 좋습니다. 힘들어지는 것도 비례해서 높아지고요....
계속해서 지도로 현위치 확인하며 가고 있었는데, 이 고개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힘내서 올라갔는데 몇번의 오르막이 더 있더군요 ㅠㅠ
기대가 컸던 만큼 상심도 컸습니다.
약 16시 50분가량, 드디어 오늘 최종 목적지이자 1박을 할 장터목 대피소가 보입니다. 17시부터 자리배정을 하기에 그 시간안에 가야합니다.
겨우내로 도착하니 자리배정을 시작하더군요. 짐도 못 풀고 그대로 줄을 섰습니다.
꽤나 앞줄에 섰음에도, 배정 받는데만 한 15분은 넘게 걸렸습니다. 신분증을 확인하고 좌석표를 주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바닥에 깔고 덮을 담요 두장을 빌립니다, 장당 2천원씩. 대피소 예약은 성수기(4월~11월) 1.3만원, 비수기(12월~3월) 1.2만원 씩입니다.
27km동안 함께 걸어온 짐짝들;;
제일 구석자리를 배정 받았습니다.....만 여기선 잠을 못 자고 새벽에 다른 방 빈자리가서 잤습니다.
술마시고와서 진상부리는 아저씨(대피소 직원도 방법이 없는지 어떻게 할바를 모르더군요)와, 매우 심하게 코고는 분이 하필이면 제 옆자리라;; 다른 방엔 다행히 심하게 고는 분이 없었네요. 진상 아저씨 때문에 딴 방으로 옮겨달라는 산객분들은 직원이 옮겨드렸습니다.
아까 김밥 두줄 외, 두끼 식사는 미역국라면과 밥으로만 준비했습니다.
나름 든든하더군요..
면을 다 먹고, 그대로 X뚜기밥을 넣고 2분여간 끓이면 미역국밥이 됩니다.
밥을 먹고 오니, 해가 저물기 시작합니다. 10월전이라면 여기 벤치에서도 저녁을 먹는 산객들이 있었을텐데, 추워서 다 취사장으로..
날이 생각한 것보다 좋았습니다. 해넘이가 깨끗히 보이는 것을 보니, 내일 일출도 기대해 볼 만 합니다.
해넘이를 보러 나온 산객들.... 날이 저뭅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 천왕봉 일출은 나눠서 올려야겠네요. 저녁에 마져 올리겠습니다.
사진은 5DmkII와 아이폰6s로 촬영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번째글 링크 입니다. http://bbs.ruliweb.com/hobby/board/300260/read/30548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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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생각이 다 비슷한 것 같군요. 좋은 말씀 잘 듣고 갑니다. 언제 프로젝트를 완료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되는 한 해보려합니다. 감사합니다. | 18.11.13 21: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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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바닥에 꽁초도 있는것도 보입니다. 뭐, 아무리 금지시켜도 하지 말라는걸 하는 사람은 언제나 존재하죠.. | 18.11.13 21: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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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비박 못하게 합니다. 대피소 예약 안되어있으면 강제 하산입니다. 비박하면서 주변자연환경도 많이 망쳐놓고 소란도 많아서 관리하는데 그래도 몰래몰래 비법정 탐방로 다니고 비박 하시는 분들은 계시더라구요. 다른 대피소들은 1인공간을 구분 (칸막이)로 해놓는곳도 있고 보통 히터도 전력이 딸리지 않는한 빵빵하게 틀어줍니다. | 18.11.13 22: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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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비박은 못하더군요. 저도 별빛이 이리 많을 줄 몰랐습니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별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었을텐데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더군요. | 18.11.13 23: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