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X&Y ①] 김현수, 이종범에게 길을 묻다
JES|김식 기자|2009.06.22 07:05 입력이종범|김현수
신세대 야구 천재가 원조 야구 천재에게 묻는다. '과연 4할 타율은 가능한가'라고.
어쩌면 4할 타율을 얘기하는 것이 타자들에게 실례일지 모르겠다. 현대 야구에서 성공적 타격의 기준은 3할이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격코치로 꼽히는 찰리 로의 저서 이름이 '3할의 예술(The Art of Hitting .300)'이다.
메이저리그에선 1941년 테드 윌리엄스(0.406) 이후 70년 가까이 4할 타자가 나오지 않았다. 한국에선 프로 원년인 82년 일본 프로야구 출신 백인천이 한국 투수들을 농락하며 기록한 0.412가 유일하다. 야구의 틀이 갖춰진 뒤 4할은 불가능의 영역이다.
인류 역사는 불가능과의 싸움이었다. 94년 이종범(39·KIA)은 4할 문턱까지 갔다가 주저 앉았다. 15년이 지난 올해 김현수(21·두산)가 불가능에 도전하고 있다.
둘은 이전까지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단다. 이종범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끝으로 대표팀을 떠났고, 김현수는 지난해 베이징올림픽과 올해 WBC에서 한국 타선을 이끌었다. 세대가 다른 두 야구 천재가 지난주 잠실에서 처음 만남을 가졌다.
-적으로 뛰고 있지만 18년 선·후배 사이다. 첫 인사부터.
이종범(이하 이)=현수가 올해 몇 살이지? 어린 나이에 대단하다. 아프지 말고 잘 해라.
김현수(이하 김)=선배님이 일본 주니치에 있을 때 팬이었어요. 그 땐 뭣 모르고 TV로 봤는데, 그저 "와, 잘 한다"는 말밖에 안 나왔어요.
-4할 타율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김현수는 심한 부담을 느끼는 듯한데.
김=4할요? 불가능하죠. 토너먼트에선 4할, 5할도 가능해요. 월간 타율 4할도 가능하고요. 하지만 시즌 타율이 4할이라는 건 말이 안돼요. (인간의 한계 타율을 묻자) 3할대 중후반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이=맞다. 4할은 아주 거대한 장벽 같아. 그렇다고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 김현수라면 가능할지 모르겠다. 꼭 올해가 아니더라도, 내년 또는 내후년에 말이지. 아직 스물 하나잖아. 난 스물 다섯, 여섯 때가 최고였어. 타석에서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고, 머릿속에 그린 그림대로 플레이가 됐지.
-이종범의 94년 기록을 보면 현대야구에서도 4할이 가능한 것 아닐까.
김=사실 이종범 선배님이 94년에 어땠는지는 몰라요. 그 때 제가 몇 살이었게요? (만 6살이었다) 그런데 그 때 기록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워낙 잘 하시니까 지금까지도 좋은 모습 보여주시는 것일 테고….
이=그 땐 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당시 내 목표가 타율 4할, 200안타, 100도루(결과는 타율 0.393, 196안타, 84도루) 등 3가지였다. 그래서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없었다. 자기 관리(8월 심한 배탈로 12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적이 있다)에 실패한 점도 있다. (게다가 이종범은 그 해 6월 29일 롯데 염종석의 공에 맞아 두 경기에 결장했다. 안타 4개를 보탰다면 4할과 200안타 모두 가능했을지 모른다)
-서로가 보는 서로에 대해 말한다면.
김=어떻게 감히 선배님에 대해 얘기하겠어요? 그저 기록을 보고 놀라고, 지금까지 뛰시는 게 대단해 보일 뿐입니다.
이=외야 수비 하면서 현수의 타격을 보면 눈을 완전히 떴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야구 잘 한다고 우쭐대지 않고 여전히 겸손하고, 성실하다고 들었다. 지금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일본에도 갈 수 있고, 메이저리그도 갈 수 있을 거다.
-김현수는 이미 '완성된 타자'라는 평가를 듣는다. 그래도 보완할 점이 있다면.
김=멘탈입니다. 사실은요. 더 잘 하고 싶어서 조급해질 때가 많아요. 평정심을 찾아야 꾸준한 성적이 나오는 것인데…. 그러면서 부진이 길어질 때가 있어요.
이=기술적인 약점은 없어 보인다. 다만 현수가 아직 어려서 시야가 좁을 수 있다. 그라운드에서는 공 말고도 볼 게 많다. 또 주위의 관심도 이겨내야 한다. 나도 94년 많은 기대를 받았는데 그게 힘들 때가 있었다. 대기록을 위해선 자기 컨트롤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94년 이종범의 4할, 2009년 이종범의 3할. 어느 것이 더 어려울까.
이=허허. 3할? 어쩌다 보니 2할 8푼 정도를 치고 있긴 하다. 그러나 3할이 올해 내 목표는 아니다. 현재의 내 신체능력, 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난 팀 배팅을 하는 게 맞다. 그래야 후배들도 배우고 따라오니까. 그런데 이상하다. 진루타를 치기 위해 툭툭 밀어치다 보니 슬럼프가 거의 없다. 31년간 뛰면서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야구다. 이런 걸 94년에도 느꼈다면? 성적이 더 좋았을 것이다.
-올 시즌을 마칠 때 두 선수 타율은 얼마나 될까.
김=지난해 하느라 했는데 거기까지(0.357·타율 1위)였다. 올해 타율이 지난해보다 높긴 하지만 점차 떨어질 것 같다. (지난해보다 상대 견제가 심해졌냐는 말에 김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재 타율을 유지는 할 것 같다. 3할을 기대하시는데 그건 장담 못하겠다. 7월 말까지 타율이 2할 9푼이라면 한 번 노려보겠다. 그런데, 지금 내겐 타율이 그리 중요한 건 아니다.
★이종범 프로필
생년월일 : 1970년 8월 15일
신체 : 178cm, 73kg
투타 : 우투우타
포지션 : 외야수(우익수)
등번호 : 7
출신교 : 광주서림초-충장중-광주제일고-건국대
주요 경력 :
1993년 해태 입단 및 한국시리즈 MVP
1994년 타격 4관왕(타율, 최다안타, 출루율, 도루) 및 정규시즌 MVP
1998년 일본 주니치 입단
2001년 KIA 복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
★김현수 프로필
생년월일 : 1988년 1월 12일
신체 : 188cm, 95kg
투타 : 우투좌타
포지션 : 외야수(좌익수)
등번호 : 50
출신교 : 쌍문초-신일중-신일고
주요 경력 :
2006년 신고선수로 두산 입단
2008년 타격 3관왕(타율, 최다안타, 출루율)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
JES|김식 기자|2009.06.22 07:05 입력이종범|김현수
신세대 야구 천재가 원조 야구 천재에게 묻는다. '과연 4할 타율은 가능한가'라고.
어쩌면 4할 타율을 얘기하는 것이 타자들에게 실례일지 모르겠다. 현대 야구에서 성공적 타격의 기준은 3할이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격코치로 꼽히는 찰리 로의 저서 이름이 '3할의 예술(The Art of Hitting .300)'이다.
메이저리그에선 1941년 테드 윌리엄스(0.406) 이후 70년 가까이 4할 타자가 나오지 않았다. 한국에선 프로 원년인 82년 일본 프로야구 출신 백인천이 한국 투수들을 농락하며 기록한 0.412가 유일하다. 야구의 틀이 갖춰진 뒤 4할은 불가능의 영역이다.
인류 역사는 불가능과의 싸움이었다. 94년 이종범(39·KIA)은 4할 문턱까지 갔다가 주저 앉았다. 15년이 지난 올해 김현수(21·두산)가 불가능에 도전하고 있다.
둘은 이전까지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단다. 이종범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끝으로 대표팀을 떠났고, 김현수는 지난해 베이징올림픽과 올해 WBC에서 한국 타선을 이끌었다. 세대가 다른 두 야구 천재가 지난주 잠실에서 처음 만남을 가졌다.
-적으로 뛰고 있지만 18년 선·후배 사이다. 첫 인사부터.
이종범(이하 이)=현수가 올해 몇 살이지? 어린 나이에 대단하다. 아프지 말고 잘 해라.
김현수(이하 김)=선배님이 일본 주니치에 있을 때 팬이었어요. 그 땐 뭣 모르고 TV로 봤는데, 그저 "와, 잘 한다"는 말밖에 안 나왔어요.
-4할 타율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김현수는 심한 부담을 느끼는 듯한데.
김=4할요? 불가능하죠. 토너먼트에선 4할, 5할도 가능해요. 월간 타율 4할도 가능하고요. 하지만 시즌 타율이 4할이라는 건 말이 안돼요. (인간의 한계 타율을 묻자) 3할대 중후반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이=맞다. 4할은 아주 거대한 장벽 같아. 그렇다고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 김현수라면 가능할지 모르겠다. 꼭 올해가 아니더라도, 내년 또는 내후년에 말이지. 아직 스물 하나잖아. 난 스물 다섯, 여섯 때가 최고였어. 타석에서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고, 머릿속에 그린 그림대로 플레이가 됐지.
-이종범의 94년 기록을 보면 현대야구에서도 4할이 가능한 것 아닐까.
김=사실 이종범 선배님이 94년에 어땠는지는 몰라요. 그 때 제가 몇 살이었게요? (만 6살이었다) 그런데 그 때 기록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워낙 잘 하시니까 지금까지도 좋은 모습 보여주시는 것일 테고….
이=그 땐 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당시 내 목표가 타율 4할, 200안타, 100도루(결과는 타율 0.393, 196안타, 84도루) 등 3가지였다. 그래서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없었다. 자기 관리(8월 심한 배탈로 12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적이 있다)에 실패한 점도 있다. (게다가 이종범은 그 해 6월 29일 롯데 염종석의 공에 맞아 두 경기에 결장했다. 안타 4개를 보탰다면 4할과 200안타 모두 가능했을지 모른다)
-서로가 보는 서로에 대해 말한다면.
김=어떻게 감히 선배님에 대해 얘기하겠어요? 그저 기록을 보고 놀라고, 지금까지 뛰시는 게 대단해 보일 뿐입니다.
이=외야 수비 하면서 현수의 타격을 보면 눈을 완전히 떴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야구 잘 한다고 우쭐대지 않고 여전히 겸손하고, 성실하다고 들었다. 지금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일본에도 갈 수 있고, 메이저리그도 갈 수 있을 거다.
-김현수는 이미 '완성된 타자'라는 평가를 듣는다. 그래도 보완할 점이 있다면.
김=멘탈입니다. 사실은요. 더 잘 하고 싶어서 조급해질 때가 많아요. 평정심을 찾아야 꾸준한 성적이 나오는 것인데…. 그러면서 부진이 길어질 때가 있어요.
이=기술적인 약점은 없어 보인다. 다만 현수가 아직 어려서 시야가 좁을 수 있다. 그라운드에서는 공 말고도 볼 게 많다. 또 주위의 관심도 이겨내야 한다. 나도 94년 많은 기대를 받았는데 그게 힘들 때가 있었다. 대기록을 위해선 자기 컨트롤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94년 이종범의 4할, 2009년 이종범의 3할. 어느 것이 더 어려울까.
이=허허. 3할? 어쩌다 보니 2할 8푼 정도를 치고 있긴 하다. 그러나 3할이 올해 내 목표는 아니다. 현재의 내 신체능력, 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난 팀 배팅을 하는 게 맞다. 그래야 후배들도 배우고 따라오니까. 그런데 이상하다. 진루타를 치기 위해 툭툭 밀어치다 보니 슬럼프가 거의 없다. 31년간 뛰면서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야구다. 이런 걸 94년에도 느꼈다면? 성적이 더 좋았을 것이다.
-올 시즌을 마칠 때 두 선수 타율은 얼마나 될까.
김=지난해 하느라 했는데 거기까지(0.357·타율 1위)였다. 올해 타율이 지난해보다 높긴 하지만 점차 떨어질 것 같다. (지난해보다 상대 견제가 심해졌냐는 말에 김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재 타율을 유지는 할 것 같다. 3할을 기대하시는데 그건 장담 못하겠다. 7월 말까지 타율이 2할 9푼이라면 한 번 노려보겠다. 그런데, 지금 내겐 타율이 그리 중요한 건 아니다.
★이종범 프로필
생년월일 : 1970년 8월 15일
신체 : 178cm, 73kg
투타 : 우투우타
포지션 : 외야수(우익수)
등번호 : 7
출신교 : 광주서림초-충장중-광주제일고-건국대
주요 경력 :
1993년 해태 입단 및 한국시리즈 MVP
1994년 타격 4관왕(타율, 최다안타, 출루율, 도루) 및 정규시즌 MVP
1998년 일본 주니치 입단
2001년 KIA 복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
★김현수 프로필
생년월일 : 1988년 1월 12일
신체 : 188cm, 95kg
투타 : 우투좌타
포지션 : 외야수(좌익수)
등번호 : 50
출신교 : 쌍문초-신일중-신일고
주요 경력 :
2006년 신고선수로 두산 입단
2008년 타격 3관왕(타율, 최다안타, 출루율)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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