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쓰긴 그렇고...
70년대 초반생인데, 사회인 되기 직전까지는 급격한 사회발전의 혜택을 참 많이 봤다고 생각한다.
모든 매체를 경험했고, 민주화를 보고 자랐으며, 하고 싶은 말도 하고, 일본 애니와 미국 영화 속에서 본격적으로 즐기기도 했던 세대인것도 맞다.
최초의 X 세대이며, 압구정 오렌지족이라는 이름의 '다른세대'를 처음 배출한 세대이기도 하지.
컴퓨터라는 게 생소하던 유년기였지만, 모든 변화를 목도하며 PC의 역사를 읊어댈 정도로 잘 아는 세대이기도 하네.
뭐,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 마지막 국정교과서로 학력고사를 보기도 했고, 학교 점프하겠다고 바뀐 5종 교과서로 마지막 학력고사를 치기도 했다.
거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한번 더 점프한다고 배부른소리 하며 최초의 수능을 보기도 했고.
특별히 부자가 아니라도 일반적으로 재수, 삼수를 생각할 수 있었던 사회적 분위기를 누리기도(?) 했었다.
다만, 사회에 나오던 해 IMF를 맞아 경제학 전공하면 금융권이 기본이고 증권사는 골라간다던 사회 시스템이 와장창 무너지는 경험을 하긴 했는데, 덕분에 최초의 벤처붐을 타며 이것 저것 다양한 경험을 하기도 했었다.
뭐, 힘들었지만 눈높이 낮추면 일할 곳 없지는 않았어.
평생고용제가 깨진 걸 큰 박탈로 느끼며 인생설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세대지.
근데, 그런 시대를 보내다보니까 어느순간 80년대생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학비가 그리 뛴지 몰랐고, 대학등록금을 개인금융으로 졸업하고 나서도 그리 길게 값는 친구들이 많은지도 몰랐다.
다양한 걸 누리고 자란 세대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그 친구들에게 제공된 사회적 일자리와 선택의 여지가 참 좁더라.
금수저야 어느 시대라도 금수저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그 친구들에게는 우리 세대에게 그리 당연했던 대학의 노는 문화도 없었고 학력에 대한 사회적 잣대도 엄격했더군.
수직계열화가 가속되고 서연고 서성한 같은 준 계급적 계층어휘가 일반적이 된 시대.
대학나오면 취업하는게 당연하지 못한 시대를 살고 있었고, 막상 거하게 한 판 놀아보고 싶어도 자리 깔아주는 이 없더라.
열정이라던가,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개소리가 책으로 나오고 그걸 좇같아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박탈의 세대.
난 그런 부채의식이 생기더라.
그래서 오히려 보수화 된다는 20대, 30대의 마인드도 사실 뭐라하지 못하겠어.
그래서 난 80년대 생들에게 꼰대질이나 가르침질 못하겠더라.
그냥 최대한 들어주고 이해해보려 노력은 하는게 다지만, 그래도, 난 80년대생들이 참 안타까운 시대를 살고있다는 생각을 한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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