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같은 시기에 붙들고 있어도 모자랄 판에 퇴사를 하게 되었는데
솔직히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지만,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서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전공이 예체능이었던 만큼 공기업 사무업무에 적응한다는 게 너무나도 힘들었고요,
무엇보다 힘든 게 일이 너무 체계가 없었습니다. 이게 공기업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지침이 주에 2~3번 바뀔 때도 있고 특이사항에 대해 사수에게 물어보면 위에 그리고 위에까지 묻고 나서 답이 나와서
정해진 기간까지 일을 쳐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쳐내고 난 뒤에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말이 나와서 마감일 하루 이틀 남겨놓고 헐레벌떡 수정을 해야했습니다.
그리고 사무, 행정 이라도 여러가지 일을 맡을 건 각오했지만, 제가 2~3개월차 근무 할 때 맡았던 일은 도저히 신입 인턴에게 맡겨도 될만한 그런 일의 성격은 아니었습니다.
(자세히 언급하기에는 회사 내부 사항이라 자세히 말하기는 그래서.......)
저희 일도 위에서 이관받아서 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체계없이 굴러가고 매번 이렇게 하다 지침이 바뀌는 빈도가 너무 많다보니
제가 일을 처리하면서도 너무 자신감이 없어졌습니다. 이렇게 하는게 맞는건지, 괜히 이렇게 했다가 사고치는 거 아닌지 오만가지 걱정이 다 들었습니다.
분명히 지침들을 읽으면서 일을 함에도 일의 처리에 대한 확신이 안드니 점점 조급해지고 불안해져서 긴장증이 너무 심해지더군요...
그리고 일의 분배가 너무 두서없이 분배되다 보니 가령 제가 70개의 일을 처내고 다른 사람들은 60개 50개 정도로 여유가 남아 그쪽으로 분배해도 되는데 30개가 넘는 일을 제 쪽으로 분배해서 다른 사람들과 분배를 몇번 요청드렸지만, 이뤄지지 않다 마감 말에 가서야 결국 분배되어서 결국 여러사람들을 고생시키게 되었습니다.(이 점은 같이 일했던 분들께 아직도 죄송한 부분입니다.) 다들 급하게 해당 건들을 확인하고 수정하고 해야했지만 결국에는 불가능해지자, 그냥 그 상태로 넘기자고 위에서 결론을 내려버리더군요......
이렇게 두서없이 일이 진행되다 보니 제가 괜히 일을 못해서 이런 지경이 되었나 자괴감도 들고 자신감도 점점 사라지면서, 정말이지 죽고싶단 생각이 막 들더라고요.
도저히 그렇게 못 버틸 지경이 되자, 결국 가족들과 상담해서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4개월 계약에 갱신도 불투명한 직장에서 이렇게 고생하면서 일하는 건 아닌거 같다고 가족들이 말해주니 너무 고마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원래 예체능 쪽을 전공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차라리 이게 잘됐다 싶기도 했습니다. 어짜피 이 회사 들어간 계기도 학교 졸업을 위한 재직증명서 발급 때문에 급하게 들어간 거라서...
하지만, 요 근래 코로나도 터지고 경기도 안좋아지는 데 4개월 계약직이라도 정신이 힘들어도 참고 버텨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간혹 들고는 합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괴로운건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아픈 게 싫어서 도망쳐버린 것 같아서...... 신입이라서 그냥 일이 처음이라 그런 걸 수도 있는데 못 버티고 내가 나약해서 도망친건가 하는 생각이 아직도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도저히 일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자신감이 점점 사라져서 불안해 졌습니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퇴사 논의할 당시만 해도 스스로 무언가 결정하는 것도 너무 힘들어 질 정도로 불안하고 자신을 믿지 못할 정도 까지 같습니다. 잠을 자다가도 일 생각이 나서 새벽에 깰 때도 있고 카톡 소리가 들릴때 마다 깜짝깜짝 놀랄 때가 너무 많아져서
그리고 감정이 서서히 컨트롤이 안되서 별것 아닌 말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서 너무 불안했습니다.
지금은 그만두고 이제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편하지만, 나중에 한 번 상담을 받아보려고 합니다. 아직도 카톡소리가 울릴 때 마다 깜짝깜짝 놀라고 가슴이 쿵쾅거리면서 서있기도 힘들 때가 가끔 있어서...
지금은 제가 원래 지망했던 게임 그래픽 쪽으로 열심히 파고 들어서 그쪽으로 취직할 생각입니다. 그쪽에서는 인턴으로라도 어떻게 일이 돌아가는 지 경험한 전력도 있고...
애초에 전혀 다른 전공의 일을 맡기는 그런 희한한 사태가 잘 일어날 일도 적고......
적다 보니 넋두리가 됐네요. 어쩌면 그냥 누군가가 '그래 힘들었겠구나. 회사생활이 거지같지. 짧지만 수고했다.'라는 말이 듣고 싶어 이렇게 긴 넋두리를 푼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어쩌면 지우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그냥...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궁금했어요...이렇게 나마 조금 인생 선배님들과 소통도 해보고 싶었고...
위로도 듣고 싶어서 홧김에 적었거든요. 지금 거의 다 적어갈 때쯤 되니까 마음이 좀 진정이 되네요.
모두 연말 만큼은 조금 여유롭게 보내시길 바랄게요. 모두 다 행복하고 자기 일을 즐기면서 행복해지길 빌게요.
넋두리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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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은 인생을 사는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직장이 힘들고 고달퍼서 인생이 힘들어 진다면 그 수단은 잘못된거니까 버리는게 맞는거죠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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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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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정말 열심히 노력하며 살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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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9년 6개월 직장다니다가 이번 10월에 나온 저도 많이 공감됩니다. 같이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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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건 모르겠고 '이렇게 고생하면서 일하는 건 아닌거 같다고 가족들이 말해주니 너무 고마웠습니다.' 부분이 너무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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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은 인생을 사는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직장이 힘들고 고달퍼서 인생이 힘들어 진다면 그 수단은 잘못된거니까 버리는게 맞는거죠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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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20.11.29 22: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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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정말 열심히 노력하며 살게요. 감사합니다. | 20.11.29 22: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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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제가 꿈꾸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20.11.29 23: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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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건 모르겠고 '이렇게 고생하면서 일하는 건 아닌거 같다고 가족들이 말해주니 너무 고마웠습니다.' 부분이 너무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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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9년 6개월 직장다니다가 이번 10월에 나온 저도 많이 공감됩니다. 같이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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