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 남자입니다
1. 저는 지병이 있습니다. 안면상완견갑형근이영양증 - 속칭 근육병이라 불리는 병입니다. 근육병이란 한마디로 근육이 발달하지 못하고 점차 말라가는 병입니다.
종류에 따라 장기에까지 영향을 미쳐 죽음에 이르기도 하지만 저같은 경우는 예후가 가벼운 병입니다. 늙어서도 50% 확률로 다행히 보행은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계단을 올라간다든지 달리기나 제자리 점프를 한다든지 머리 위로 물건을 든다든지 하는 행동에는 이미 제약이 생긴 상태입니다.
처음에 진단 받은 건 3~4년 전인데 멘탈이 상당히 나갔었지만 상담도 받고 이제는 그냥 신경은 안쓰고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문득문득 한번 꽂히면 불안함에 잠이 오질 않습니다. 또 이 병은 체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몸통은 큰 데 비해 팔 다리는 지나치게 얇습니다. 이티같아요. 갈수록 더 그러하겠죠.
2. 저는 가족이 모두 미국에 삽니다. 20여년 가까이 됬네요. 아버님은 그곳에서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남동생이 있습니다. 돈 벌러 갔지만 오히려 더 가난해져 힘들게 살아들 왔었죠. 그래도 3년 전 정도부터 좀 사정이 풀려 지금은 그래도 먹고 살고 좀 남겨 저축할 정도로는 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 비자로 가서 영주권 신청을 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서류 절차가 꼬여 영주권이 그간 나오질 않았어요. 그러던 와중에 최근 들어 영주권에 희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께선 저에게 진지하게 미국에서 살 것을 권유하시더군요. 그러나 제 몸상태로 육체노동은 무리입니다. 또한 미국 의료도 걱정이 됩니다. 돈이 너무 많이 들거든요. 전공은 국어 관련인데 전공도 살릴 수가 없습니다. 막상 가면야 먹고 살 길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고민이 됩니다. 가족과 살고 싶기도 합니다. 아무리 한국에 인간관계가 모두 있어도 전 가족과 너무 오래 떨어져 살았어요. 작년에야 일 쉬면서 한 3개월 정도 있었을 때 정말 잊고 살았던, 그래서 한국에서 혼자 살 수 있었던 안락함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3. 저는 다행히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경력은 10여년 정도 되네요. 학원 강사인데요. 저는 나름 일을 열심히 하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정말 일만 합니다. 아침부터 나가서 밤 11시, 12시가 되어야 집에 옵니다. 최근에 옮긴 직장은 그나마 월화를 쉬고 다른 날을 일하지 보통은 일주일에 하루 쉬거나 시험기간엔 이주에 하루 쉴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한달에 한 번 정도 동네친구들 만나는 정도를 제외하면 정말 일만 합니다. 스케줄이 맞지 않아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거나, 동호회를 나간다거나 그런 일정들이 금토일에 몰려 있다보니 저는 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정말 일만 합니다. 때론 게임에 꽂히기도 하고, 책에 꽂히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조차 한번 텀이 지나고 나면, 속칭 현자타임이 오면 문득문득 나는 무엇을 남기고 있나 허무해집니다. 그리고 최근 2~3주가 딱 그런 시기였네요
4. 저는 큰 화상 흉터가 있습니다. 신체의 40% 정도가 화상 흉터라고 보시면 됩니다. 80년대에 받은 수술이라 그 흉터 자리마저 깔끔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사춘기 때를 잘 넘기면서 제가 그걸 신경쓰고 살거나 하진 않습니다. 반팔, 반바지도 잘 입습니다. 그러나 간혹 마음에 걸릴 때가 있습니다. 이성과 어느정도 가까워졌다 싶으면 그때부터 이 흉터들이 신경쓰입니다. 좋은 사람인데 남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렇지 않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화상 흉터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면 뭔가 우울해집니다.
5. 제 좁은 커뮤니티에서 그나마 사람을 만날 곳은 직장 뿐입니다. 특히 이성은 더 그러하겠네요. 연애한 지도 벌써 10여년이 넘었네요. 그러다보니 간혹 관심이 가는 이성도 있었고, 많이 친해진 사람도 있었습니다. 또 매우 살갑게 자주 연락을 하는 이성도 간혹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게 좋아하는 감정으로 발전하기엔 마음에 걸리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그때부터 자기 검열이 시작됩니다. 난 병도 있고 돈도 많지 않고, 일만하고 연애도 능숙하게 잘하지 못하는 이런 사람이다. 혹시 내가 좋아한들 되겠는가, 혹시 나를 좋아해준들 나는 내 사정과 병을 모두 드러낼 수 있겠는가...상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상대의 어떤 점이 좋은지 생각하기도 전에 저는 벌써 내 생각부터, 내 자신에 대한 검열부터 시작하니 누군가에게 깊은 마음을 가지지조차 못합니다.
6. 처음 병 진단을 받았을 땐 상담도 받았었습니다.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친구들과 대화를 녹음해서 팟캐에 올려보기도 합니다. 가장 즐거운 시간이고 언젠가 내가 정말 못 걷게 된다면 그때 갔을 때 다시 듣고 싶어서요. 최근에 구청에서 하는 문화 강좌를 신청했습니다. 다음주부터 시작인데요 조금이라도 동선을 넓혀보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연락이 닿는 친구 후배 친척 모두 연락해서 최근 2주 정도 쉬는 날엔 집에 있지 않고 만나서 점심먹고 저녁먹고 이런저런 심란함이 있다 토로하기도 하고 그랬었어요.
이제 제 나이가 나이인지 제 주위사람들도 모두 상황은 다르지만 다들 힘들어하더군요. 그냥 서로 연민을 느끼면서 스스로를 다독이며 집에 왔습니다. 이번주부터 시험기간이 시작됩니다. 정신없이 바쁠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사실 3주 전이 이러한 심란함의 피크였습니다. 정말 어쩔 줄을 모르겠고 모든게 다 재미없더군요. 어떻게 보면 조금은 그 무력함과 심란함이 가라앉아서 이렇게 글이라도 남길 수 있나 봅니다.....그런데 그 바쁜 시기가 끝났을 때 찾아올 허무함과 쓸쓸함이 벌써부터 두려워집니다. 또 저번달처럼 심란하고 고될지 두려워져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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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 있고 가족이 있고, 고민을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고 하니 많은 걸 가지신 분이네요.^^ 언젠가는 마음에 맞는 여성 분을 만나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결혼도 하실지도 모르죠. 저도 개인적인 지병으로 인해서 매년 검사 받아야 하고, 서른 중후반에 결혼해서 아이낳고 살고 있는 입장에서 4번째 글에대해서만 한마디 해드릴 수 있을거 같습니다. 결국 마음이 통하는 상대를 찾기 위해서는 10번이고 100번이고 계속 찾아다니는 수밖에 없습니다. 제 단점을 받아들여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까지 저도 1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으니까요. 포기하진 마시고, 원하신다면 힘내세요. 너무 힘들때는 좀 쉬어가면서 가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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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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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위에 스마트폰 하나 올려두면 워낙 많은걸 할 수 있다보니 요즘 사람들은 더 좁은 울타리 안에서 생활한다고들하죠. 동선을 넓히기 위해 구체적인 형태의 노력을 실행하신 것만 봐도 대단히 건강한 삶을 사시는걸로 보입니다. 요즘 퇴근 후 집에서 게임하고 뒹굴기 바쁜 제모습이 부끄러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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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인생을 보내셨네요.. 그래도 글들이 침착하고 덤덤한듯 아닌듯 버티어내는 모습이 보여 다행이네요. 아무런 문제없습니다. 없구요. 지금처럼만 지내시기 바랍니다. 인연은 만드는게 아니라 생기는겁니다. 글쓴님에게도 좋은 일이 깃들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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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듯하지 않아도 직장도 있고, 경력도 있고, 자주 보긴 힘들어도 친구들도 있고.... 개인적으로 주변에 30대 후반이나, 40대에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시는 분들 보니까 삶의 반경을 넓게 가지는게 좋은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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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 있고 가족이 있고, 고민을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고 하니 많은 걸 가지신 분이네요.^^ 언젠가는 마음에 맞는 여성 분을 만나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결혼도 하실지도 모르죠. 저도 개인적인 지병으로 인해서 매년 검사 받아야 하고, 서른 중후반에 결혼해서 아이낳고 살고 있는 입장에서 4번째 글에대해서만 한마디 해드릴 수 있을거 같습니다. 결국 마음이 통하는 상대를 찾기 위해서는 10번이고 100번이고 계속 찾아다니는 수밖에 없습니다. 제 단점을 받아들여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까지 저도 1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으니까요. 포기하진 마시고, 원하신다면 힘내세요. 너무 힘들때는 좀 쉬어가면서 가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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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 18.06.01 14: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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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위에 스마트폰 하나 올려두면 워낙 많은걸 할 수 있다보니 요즘 사람들은 더 좁은 울타리 안에서 생활한다고들하죠. 동선을 넓히기 위해 구체적인 형태의 노력을 실행하신 것만 봐도 대단히 건강한 삶을 사시는걸로 보입니다. 요즘 퇴근 후 집에서 게임하고 뒹굴기 바쁜 제모습이 부끄러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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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감사합니다... 칭찬해주시니 힘이 됩니다 | 18.06.01 16: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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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듯하지 않아도 직장도 있고, 경력도 있고, 자주 보긴 힘들어도 친구들도 있고.... 개인적으로 주변에 30대 후반이나, 40대에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시는 분들 보니까 삶의 반경을 넓게 가지는게 좋은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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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감사합니다 오늘은 기분이 좀 나았어요 덕분입니다 | 18.06.01 22: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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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18.06.01 22: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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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인생을 보내셨네요.. 그래도 글들이 침착하고 덤덤한듯 아닌듯 버티어내는 모습이 보여 다행이네요. 아무런 문제없습니다. 없구요. 지금처럼만 지내시기 바랍니다. 인연은 만드는게 아니라 생기는겁니다. 글쓴님에게도 좋은 일이 깃들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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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감사합니다 지금 제가 여러 고마운 일들 속에 있다는 걸 새삼 느낌니다 힘이 됩니다 | 18.06.02 08:3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