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루리웹 고민게시판에는 처음으로 글 남겨 봅니다.
일본 생활 3년차에 접어드는 IT외노자구요,
야간 근무 중에 시간이 나서 이렇게 글 올리게 되었습니다.
1987년 9월생이니 한국 나이론 32살, 여기 나이론 만으로 계산하니 올해 30살이 되었습니다.
2015년 9월에 건너왔는데 벌써 2018년 5월...
주위에서 말씀하시길 일본 생활 최대 고비가 3년째라고 하는데, 정말이지 딱 들어맞는 듯 합니다.
용기 내서 이렇게 고민 상담을 부탁드리는 것도 앞으로의 장래 계획 때문이구요..
간단히 먼저 제 소개를 드려야겠네요.
한국에서 문과 4년제 졸업 전에 운 좋게도 외국계 항공사에 취업, 2년차 되던 해에 7살 아래 효고 출신 일본인 와이프를 만나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나름 부지런히 살아오신 부모님 덕에 34평짜리 좋은 아파트에, 아버지 자가용까지 물려받아 의식주 걱정은 없었지요.
그렇게 결혼 후 1년여, 와이프가 임신하고 난 뒤 문제가 생겼습니다. 향수병 때문인지 많이 힘들어 하더군요.
친정과는 전화 이외에 연락할 방법도 없고, 입덧 중에 먹고 싶은 것을 한국에서 구하기도 녹록치 않았으니까요.
그렇게 아이가 태어나기 6개월 전, 제가 일본에서 직장을 구하기로 결심하고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부모님과 주위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지만-당연히 반대할 수 밖에요-한국에서 매일매일 너무도 힘들어하는 와이프를 보고 있는 제 마음이 더 힘들던 터라,
전공과는 전혀 관계 없지만, 국비지원 IT교육을 받고 일본 쪽에 일자리를 구해 보자는 심정으로요.
일본어는 한국에서 일하는 내내 업무 관계로 써 왔던 터라 나름 의사소통에는 지장이 없었기에 수업에만 올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창 무더웠던 2015년 8월. 출산 한 달 전인 아내를 먼저 친정으로 보내 놓고, 9월 교육 수료와 동시에 도일했습니다.
도일한 바로 다음 날 새벽에 아이가 태어나고, 그대로 잠도 못 잔 채 면접 보러 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처음에는 한국계 IT 회사의 문을 두드려서 합격 통보까지 받았지만 아무래도 경력 뻥튀기에 블랙기업의 느낌이 들어 스스로 입사 취소,
그 뒤 고객 빼고 을 정도 되는 일본계 SIer에 직접 이력서 돌리고 면접 두 번 봐서 취직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2015년 12월...아이가 3개월 되던 때네요.
수입도 없이 몸만 덜렁 건너와 와이프 친정에 얹혀 살고 있었던지라,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는 정말 기뻤습니다.
입사 후 3개월 동안 도쿄 본사에서 연수교육 받고, 오사카 지사에 발령받아 와이프 친정인 효고 시골에서 오사카 우메다까지 JR로 매일 편도 한시간 반 거리를
출퇴근하는 생활을 보냈습니다.
회사에서 가까운 곳에 방을 구하기엔 가진 돈도 없었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 때문이라도 아내를 혼자 둘 수가 없어서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6년 5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혼하자고요.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많이 힘들어 하기에, 저로서도 될 수 있는 한 육아도 나눠서 하고, 정말 할 수 있는 만큼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썼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그러냐고, 뭔가 이유가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 술도 안 하고, 바람 핀 적도 없고, 정말 너만 보고 바다 건너 왔는데 왜 그러냐고. 이유를 가르쳐 달라고.
그랬더니 과장 한 푼 없이, 막무가내로 이혼 서류 내밀면서 도장 찍으라고 하더군요.
황당함에 억장이 무너지더군요. 배신감이 얼마나 들던지. 제가 나쁜 짓을 해서 찔리는 구석이 있었다면 두말 안 했을 겁니다.
산후 우울증이라도 앓고 있었던 걸까요. 저도 어느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지만, 그것이 이리도 갑작스런 형태로 나타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돈 때문이면, 조금만 더 참으면 급여도 오른다, 그게 안 되면 내가 3년 안에 좀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겠다. 아직은 아이가 어리지 않느냐.
한국의 부모님 손을 빌려서라도 독립할 수 있게 방법을 찾아보겠다. 이번 건은 잊어버릴 테니, 조금만 더 노력해 보자고...
하지만, 아무리 설득해 보려 해도 막무가내더군요. 다 필요 없고 무조건 이혼하자고. 납득이 가시나요?
친정 가족들도 참 답이 없더군요. 둘이 알아서 하라고. 형수는 오히려 아내 편만 들고..
결국 그렇게 반강제로 이혼 도장 찍고, 무일푼으로 쫓겨나듯 와이프 친정집을 나왔습니다. 갑자기 얼굴도 보기 싫다는데, 나가라는데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가 왜 일본에 왔을까 싶더군요. 누구를 위해 일까지 그만두고 이역천리 기반도 없는 이 곳으로 왔는데...
당장 혼인 비자로 일본에 왔던 터라, 불체자가 되는 건 아닐까. 통장엔 돈 한 푼 없고, 당장 그 날부터 밤에 잘 장소도 없고. 그야말로 막막하더군요.
그 뒤의 이야기도 많이 있지만, 다 적진 않겠습니다.
짐 하나 없이 알몸뚱이로 내쫓겨서 비바람 피할 방 구하기부터, 폐를 무릅쓰고 회사에 부탁하여 취업 비자로 변경하기, 수저 한 벌도 없는 상태에서 몸 하나 가눌 만큼
세간 마련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2만 엔짜리 양복 한 벌 살 돈이 없어 부모님께 연락했었던 적도 있었지요.
그리고 나서 1년간은, 모든 것을 잊고 싶어서 일에만 매달렸습니다.
결과, 첫 프로젝트였던 금융 관련 개발 현장에서 3년째 설계에서 개발에 테스트, 데이터 이행까지 하고 있네요. 올해 8월 릴리스까지는 계속 붙어 있을 것 같습니다.
개발의 ㄱ도 몰랐던 사람이 잘도 여기까지 왔구나...하고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연봉도 작년 기준으로 세전 약 420만엔. 2년차 치곤 적지 않은 금액이었구나 싶네요.
올해 들어선 한 달에 평균 세전 28만엔에서 31만엔 정도 받고 있구요, 양육비 4만엔씩 보내고 있습니다. 예전 와이프는 이제 꼴도 보기 싫지만, 아이에게 죄는 없으니까요..
월급 7천엔 올랐으니 1년에 두 번 나오는 보너스 합치면 작년보다 아주 조금 더 받겠거니..생각하고 있습니다.
갖고 싶은 것도 없고, 목표도 없는 삶. 저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가족만 보고 다 내던진 채 이곳으로 온 제가, 홀로 남겨진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무미건조하게 계속되는 나날에 제가 지워져 가는 것만 같아 겁이 납니다.
지금부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무엇을 목표로 살아가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심금을 터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동향 사람이 주변에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주위에 한국 사람이라곤 한 명도 없네요...
익명의 게시판이지만, 이렇게라도 털어놓고 이야기할 기회가 있어, 조언을 구할 기회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무엇을 하면 좋을지. 아니면 어떤 것이라도 괜찮으니 고견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길고 보잘것 없는 글, 귀한 시간 쪼개어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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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ㅁㅁ이거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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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안타깝군요. 그나마 글쓴이보다 몇년 더 인생을 살아본 선배로서 생각을 말씀드리면 원인을 알고 납득을 해야 미련없이 잊는것도 쉽다 생각합니다. 갑자기 이혼통보 일방적으로 받았다고 하셨는데 분명히 원인이 있다 생각합니다. 글 내용으로만 본다면 친정에 얹혀살고 있는 상태에서 형수도 전 아내분 편을 들었다는 내용으로 봐서는 아내분이 다른남자를 만나 바람을 폈다기는 보기 어려울 것 같고 아마도 친정식구들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친정입장에서는 글쓴이가 눈엣가시처럼 보였을수도 있었겠지요. 그러니 일하고 있는 시간 집에서는 가족들이 전 아내분을 설득(이혼)하고 결국 전 아내분도 계속 그런 얘기 듣다보니까 그쪽으로 생각이 굳어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미 전 와이프가 꼴도보기 싫다고 하실정도면 전 부인에게 미련은 없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와이프때문에 갔던 일본이라 많은 분들 댓글처럼 더이상 일본에 남을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와이프, 아이 라는 목적이 있어서 갔던 일본이었는데 이미 없어진 이상 남아서 힘들게 고생할 필요는 없고 한국으로 오셔서 새로운 목적을 삶에 대한 동기부여가 될 만한 것을 만들면 됩니다. 댓글 중 다른 분 만나시라는 얘기는 저도 동감입니다. 제 경험으로 볼때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가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당장은 이해안갈 수 있지만 진짜 좋은 사람 알게된다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혈육이니까 아이문제는 완전히 남남이 되는 것 보다는 어떤식으로든 만날 수 있게 해두고 오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분명히 나중에 후회할 것 입니다. 지금 당장은 매우 힘들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극복하셔야 합니다. 남의 일 같지 않아서 댓글쓰다보니 길어졌네요... 일단 회사를 다니면서 귀국할 방법을 알아보시고 한국에서는 무조건 자립보다는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하시고 싶은 일(직장) 알아보시면서 취미생활도 좀 하시고 옛 친구들 만나서 상의도 좀 하시고 안정을 찾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글에서 처럼 목적이 없다면 새로 만들면 됩니다. 많은 사람들 응원처럼 저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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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제 억장이 다 무너지는 글이네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힘내시라는 말 밖에는 드릴밀씀이 없네요 근데 양육비까지 부담하신다니 진짜 대단하시면서도 한편으론 너무 안타깝네요 번듯한 부모님도 계신데 그런 전와이프분이 그랫던것처럼 뒤도 돌아보지말고 귀국하시는게 어떨까요? 아기가 눈에밟히시겠지만 님도 미래를 생각하셔야죠 힘내시고 꼭 좋은일 있으시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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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 전에 한국으로 돌아오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일본에서 대학 나왔는데요, 졸업 전에 일본에 남을지 한국으로 돌아갈지 고민 많이 했습니다. 결론은 한국으로 돌아가지는 것이었어요. 주변에서 사람들이 많이 말렸어요. 일본에서 대기업 취업도 했고 헬조선 돌아와 봐야 일본처럼 취업도 잘 안 되고 급료도 적을 거라고요. 근데 제가 졸업해서 일본에서 사는 선배들 많이 만나 봤는데 다 삶이 순탄치가 않더라고요. 일본에서 가족도 없고 친척도 없고 친구도 없고.. 아시다시피 일본인 커뮤니티 들어가기 정말 힘들고 문화 차이도 커서 걔들처럼 서로 대가리 때리면서 노는 것도 잘 안 맞고.. 집은 좁고 낡았는데 한국보다 더 비싸.. 게임이나 애니도 한두 번이지 계속 하다보면 질리고.. 휴일이면 아는 사람도 없으니까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외로우니까 한국 블로그에 일본생활 공유나 하고.. 제 삶이 존나 잉여 같았음.. 한국 돌아오면 가족도 있고 친척도 있고 친구도 있고.. 좋아요.. 거기서 굳이 외노자 삶 살 필요 있나요? 게다가 일본인은 이혼 같은 게 한국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주위 시선도 없어서 그냥 맘에 안 들면 하는 사람들 많은 것 같음. 우리 회사 오는 일본인 손님들 태반이 다 이혼해서 양육비 보내는 사람들이더라고요. 글쓴이처럼 한국 내 기반이 확실한 분은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솔직히 전 일본에서 사는 게 한국에 비해 아무런 장점도 없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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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미 양육비 협학했다면 어쩔수 없지만 상대가 재혼하면 양육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상대가 재혼했는가 확인해보시고 아무리 소중한 사람에게 배신당해도 외로움은 사람에게서 달래료ㅜ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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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제 억장이 다 무너지는 글이네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힘내시라는 말 밖에는 드릴밀씀이 없네요 근데 양육비까지 부담하신다니 진짜 대단하시면서도 한편으론 너무 안타깝네요 번듯한 부모님도 계신데 그런 전와이프분이 그랫던것처럼 뒤도 돌아보지말고 귀국하시는게 어떨까요? 아기가 눈에밟히시겠지만 님도 미래를 생각하셔야죠 힘내시고 꼭 좋은일 있으시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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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미 양육비 협학했다면 어쩔수 없지만 상대가 재혼하면 양육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상대가 재혼했는가 확인해보시고 아무리 소중한 사람에게 배신당해도 외로움은 사람에게서 달래료ㅜ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세요 | 18.05.22 08: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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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께서 생각하시는 만큼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친권을 배우자가 가지고 있는 걸로 보이기 때문에 양육비는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겁니다. | 18.05.22 14: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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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 전에 한국으로 돌아오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일본에서 대학 나왔는데요, 졸업 전에 일본에 남을지 한국으로 돌아갈지 고민 많이 했습니다. 결론은 한국으로 돌아가지는 것이었어요. 주변에서 사람들이 많이 말렸어요. 일본에서 대기업 취업도 했고 헬조선 돌아와 봐야 일본처럼 취업도 잘 안 되고 급료도 적을 거라고요. 근데 제가 졸업해서 일본에서 사는 선배들 많이 만나 봤는데 다 삶이 순탄치가 않더라고요. 일본에서 가족도 없고 친척도 없고 친구도 없고.. 아시다시피 일본인 커뮤니티 들어가기 정말 힘들고 문화 차이도 커서 걔들처럼 서로 대가리 때리면서 노는 것도 잘 안 맞고.. 집은 좁고 낡았는데 한국보다 더 비싸.. 게임이나 애니도 한두 번이지 계속 하다보면 질리고.. 휴일이면 아는 사람도 없으니까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외로우니까 한국 블로그에 일본생활 공유나 하고.. 제 삶이 존나 잉여 같았음.. 한국 돌아오면 가족도 있고 친척도 있고 친구도 있고.. 좋아요.. 거기서 굳이 외노자 삶 살 필요 있나요? 게다가 일본인은 이혼 같은 게 한국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주위 시선도 없어서 그냥 맘에 안 들면 하는 사람들 많은 것 같음. 우리 회사 오는 일본인 손님들 태반이 다 이혼해서 양육비 보내는 사람들이더라고요. 글쓴이처럼 한국 내 기반이 확실한 분은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솔직히 전 일본에서 사는 게 한국에 비해 아무런 장점도 없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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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애가 돌도 안되서 이혼 통보를 받으셨다니,, 혹시 개발쪽일정때문에 퇴근이 많이 늦어지거나 하지 않았나요?? 남자의 입장에서는 자리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잔업도 가리지 않고 가족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합니다만,, 여자는 조금 이해를 못하는 부분도 있죠,, 저도 첫째 돌 안 지났을때 매일 새벽1~2시 퇴근 했었는데 ,, 그것 때문에 마누라가 구인지 들고와서 다른일 하라고 하더군요.. | 18.05.22 14: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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