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던 중학교의 교사 뒤편에는 ‘전설의 나무’라고 불리는 오래된 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 아래에서 고백해 맺어진 커플은 영원히 행복해진다”는 전설이 있어,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고백 스폿”으로 알려져 있었다.
누구나 언젠가 전설의 나무 아래에서 누군가에게 “고백하고 싶다”, 혹은 “고백받고 싶다”는 은밀한 동경을 품고 있었다.
※
내가 중학교 2학년 때의 이야기다.
그날, 나는 하늘이라도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방과 후 도서실 문을 열었다.
“어머, 무슨 일이야? 좋은 일이라도 있었니?”
바로 내가 찾던 사람이 그곳에 있었다. 교생 스미노 선생님이다.
미인에 다정한 교생선생님과는, 우연히 좋아하는 소설가가 같다는 공통점 때문에 친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당시, 낯가림이 심해 친구도 적었던 나에게 스미노 선생님은 “뭐든 상담할 수 있는 멋진 언니” 같은 존재였다.
“선생님, 들어봐요! 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러브레터 받았어!”
흥분해 떨리는 손으로 그 편지를 선생님께 내밀었다.
“어머, 멋지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음… ‘점심시간 도서실에서 계속 당신을 보고 있었습니다. 내일 방과 후, 교사 뒤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꽤 시적이고 좋네.
발신자 이름은 없네? 그래도 짐작 가는 사람은 있지 않아?”
선생님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편지를 돌려주었다.
“으, 응. 아마 3학년 선배일 거야. 선생님, 어떡해. 이거… 역시 고백하려는 걸까?”
“‘결투장’이라고 적힌 건 아니니까, 아마 고백 맞겠지?”
농담을 던진 선생님의 시선이 갑자기 허공을 헤매더니, 목소리가 약간 낮아져서 중얼거렸다.
“저기… 그 편지의 ‘교사 뒤’라는 게… ‘전설의 나무’를 말하는 건… 아니지…?”
“아, 선생님 시대에도 그 얘기 있었어? 응, 아마 ‘전설의 나무’ 얘기 맞을걸?”
스미노 선생님은 이 학교 출신이었다.
우리 세대보다 적어도 10년 전부터 이미 그런 전설이 있었다는 뜻이다.
내가 감상에 잠겨 있는데, 선생님은 얼굴을 구기며 물었다.
“조금 물어보고 싶은데… ‘전설의 나무’ 이야기는, 지금은 어떻게 전해지고 있어?”
“응? 이야기라 해도…
‘전설의 나무 아래에서 고백해 맺어진 커플은 영원히 행복해진다’라든가,
‘커플이 성사되면 둘이서 나무를 올려다보며 주문을 세 번 외운다’라든가… 그런 거?”
“주문…?”
“응,
‘시오리 선배, 감사합니다.’
‘시오리 선배, 감사합니다.’
‘시오리 선배, 감사합니다.’
라고 세 번. 사랑의 큐피드 같은 존재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거라고—”
“그게 뭐야!?”
갑자기 스미노 선생님이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고, 나는 놀라서 몸을 움찔했다.
정작 선생님은 입을 손으로 막고, 발치 한 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선생님, 왜 그래요? 그 주문이 뭐가—”
“그게 아니야.”
내 말을 선생님이 잘랐다. 그 목소리는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내가 학생이던 때, ‘전설의 나무’는 그런 얘기가 아니었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여학생이 목을 맸다. 그게 교사 뒤의 오래된 나무다.
지금도 그 나무를 올려다보면, 그 여학생이 매달린 모습이 보인다.
그 눈이, 아래를 향해 우리를 똑바로 내려다보고 있다—’”
그게 뭐야. 내가 알고 있던 ‘전설의 나무’와는 전혀 닮지 않은, 소름 끼치는 이야기였다.
“그, 그럼… ‘시오리 선배’라는 건…”
“이제 알겠지? 자살했다는 그 여학생의 이름이야.
누가 처음 퍼뜨린 건지는 모르지만, 너무 악취미야…”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전설 같은 이야기일 뿐.
선생님 시절에도 그것은 ‘학교의 7대 불가사의’ 같은, 그냥 떠도는 괴담이었을 것이다.
그때 선생님이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중얼거렸다.
마치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그 여학생은… 내 한 학년 위의 아이였어.
실제로 있었어, 시오리라는 아이. 이 이야긴 실화야—”
더는 교사 뒤편에는 갈 수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