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마치고 오늘도 평소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고단한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도착한 이 순간은 언제나 설렌다.
“잠시만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파트 입구에서 장롱을 낑낑대며 들고 오는 아저씨 2명이 보였다. 그러자 내 옆에 갓난아이를 안고 있는 아주머니는 열림 버튼을 누르고 기다려주었다.
저렇게 무거워 보이는 물건은 제발 엘리베이터에 실지 말라고!
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나는 그냥 뒤로 물러서서 장롱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짐을 엘리베이터에 다 싣는 순간
덜컹!
엘리베이터의 조명이 깜박이며 바닥이 크게 흔들렸다.
“어머! 어머!”
옆에서 아줌마의 호들갑스러운 비명이 터졌다.
“엄마 나 무서워”
간난아이를 들고 있는 아줌마는 옆에 있는 6살쯤 되어 보이는 딸을 안심시키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기 직전 갑자기 섬뜩한 느낌이 등골을 타고 올라온다. 내 집은 12층…걸어가기엔 조금 부담스럽지만 내 안전이 우선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엘리베이터를 벗어나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걸어서 3층에 다다르는 순간 굉음이 들린다
쾅!!!!
아래쪽에서 들리는 소리다. 나는 황급히 계단을 내려간다. 엘리베이터는 11층에 있다고 표시되어 있었지만 엘리베이터는 아래로 추락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핸드폰을 들어 119에 전화를 건다.
상황 설명을 끝낸 후 구조대원이 오기를 조급하게 기다린다. 구조대원들은 빠르게 도착했고 지하 3층의 문을 따고 들어가 생존자를 확인하기 시작한다.
나는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그 구조대원들의 옆에 있다.
“응애! 응애!”
기적적으로 간난아이는 살아남았다. 상처 하나 없는 걸로 보아 어머니가 필사적으로 보호한 탓일 것이다. 아니면 너무나 가벼워서 추락의 충격이 덜했을지도 모른다. 귀를 기울이니 작게 울음소리가 들렸다.
“흐흐흑…엄마…나 죽고 싶지 않아…아파 엄마…”
6살짜리 여자아이의 신음 섞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목소리…나는 알 수 없는 공포감을 느꼈다.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것 같이 끊임없이 내 귀에 맴돌았다. 죽어가는 사람의 목소리에는 알 수 없는 섬뜩함이 있었다.
“이건 심한데요..”
구조대원의 목소리에서 여자아이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
“세명 빼고 즉사입니다. 생존자 중 둘은 치명상이라 살 수 없겠는데요”
그 말을 듣자 마자 내 시야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나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전신이 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끊임없이 되뇌고 있었다
"…그때 만약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면...만약에 내렸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