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자작 번역 & 펌]
SCP-2303 "침묵의 탑" (자작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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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2798 "이 죽어가는 세상" (재단 한국지부 번역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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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001: 칼리닌의 제안 - 서장 (재단 한국지부 번역 펌)
http://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5/read/30567208
SCP-001: 칼리닌의 제안 - 조짐 (재단 한국지부 번역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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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001: 칼리닌의 제안 - SCP-001 (재단 한국지부 번역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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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001: 칼리닌의 제안 - 계속된 숙의 (자작 번역)
http://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5/read/30567217
SCP-001: 칼리닌의 제안 - 영화관에서의 밤 (자작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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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001: 칼리닌의 제안 - 표준 꿈 보고서 66-Y 990.1
http://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5/read/30567227
SCP-001: 칼리닌의 제안 - 사후보고서 2272`
http://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5/read/30567231
SCP-001: 칼리닌의 제안 - 표준 꿈 보고서 66-Y 9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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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001: 칼리닌의 제안 - 문턱의 '그 남자'
http://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5/read/30567242
[지난 줄거리 요약]
문턱의 '그 남자'
SCP-2303의 꼭대기층에 있던 그 연극이 결국 전 세계에 상영되었습니다.
전 세계에 온갖 이상현상을 초래했습니다.
'합의된 현실이 위협받고 있다'
라는 말을 쓸 정도로, 단 하루만에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쑥대밭에 된 세계와 전 세계에 상영된 이 연극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수많은 인간들로 하여금 스스로 돌아오게 하였습니다.
본래 지구상의 인류의 집인 '손들의 행성'으로 말이지요
사실상 인류 문명은 붕괴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죽은 것도, 그곳으로 도망친 것도 아닙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그 남은 사람 중 한명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으로 SCP-2303에 등장했었던 '아우렐리오 로하스',
기동특무부대 Phi-9 "뱃사공들"의 대장이 등장합니다.
아우렐리오가 잘 기억이 나지 않으신다면 맨 위의 SCP-2303 항목을 다시 한번 읽어보시는것도 좋습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알고 가서야할 것이 몇가지 있습니다.
첫째, 글이 굉장히 깁니다.
일단 하나만으로도 단편 소설 분량입니다.
'둘째, 중간에 절단선이 있는데
이 절단선을 기준으로 1인칭-3인칭-1인칭으로 화자가 바뀝니다.
셋째, 번역된 본 글은 대화가 따옴표로 나뉘어있지만
실제 본문은 대화를 따옴표로 따로 따서 표기하지않고 그대로 적어놓았습니다.
따라서 영어권 사람들도 작가에게 이 부분을 엄청 따졌는데요,
영어권 사람이 아닌 제게는 정말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사실 번역하면서도 대화를 따로 따는게 낫냐 원본을 따르는게 낫냐 고심했는데
원본을 따랐을 때 그 가독성이 너무 처참해서 결국 따옴표로 따는 쪽으로 했습니다.
사실 제가 과연 대화를 잘 나누었는지도 헷갈리네요.
상기한 점 양해해 주시고, 마지막 이야기 재밌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번역문 원본 출처는
http://www.scp-wiki.net/house-of-jacinta
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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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렐리오는 항상 오토바이를 밟고 다녔다.
마지막으로 그를 봤던 날 밤, 그에게 말했다
"그렇게 꼭 지저분하게 죽을 필요가 있어? 남은 사람들이 그 꼴을 봐야한다는건 좀 불공평하네"
아우렐리오는 대답했다.
"죽을 사람이 그런것도 신경써야하나. 하하"
그가 오토바이를 타고 도시가 보이는 언덕길 커브에서 난리 법석을 피우며 들어온다
그는 지금 혼자다. 걱정이다.
그는 최근까지도 새로운 '뱃사공들'을 데리고 탑에 장비와 도구들을 실어날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는 혼자다.
'뱃사공들'은 얼마나 남았을까?
지금 이 지경에 와서 중요한건 아니지만. 저 텅빈 도시는 저주받았다.
새로 온 '뱃사공들'은 이전의 '뱃사공들'과 같은 강을 건넜다.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며 내려와 조그마한 가게 앞에 멈춰섰다.
흙먼지가 이리저리 휘날렸다.
막시모와 에르네스토는 가게 앞 노인용 의자에 앉아
그걸 어린애가 장난치는걸 보는 것처럼 웃는다.
뭐가 그리 웃긴건지. 그가 아직 살아있어서?
그 나이되면 그런것들도 웃긴걸까.
알고 싶어도 내겐 기회가 없다.
아우렐리오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퀼름 맥주 6병을 꺼내겠지. 도시에 들를때마다 그랬으니까.
그가 방에 들어가면서 그을린 늙은이의 얼굴에 주름이 되돌아오고,
다시 평소처럼 머리를 흔들며 웅얼거린다.
아우렐리오가 이곳에 항상 휘몰아치던 바람을 잠시 몰아냈던 것 같이
다시 막시모와 에르네스토는 잎사귀를 벗겨낸 가는 옻나무 두 그루처럼 바람에 흔들린다.
바람은 덧없는 것이자 광기이다. 그리고 서서히 침식해가는 파괴다.
만약 정부에서 이곳에 도시를 만들려고 사람을 보낸다면,
이 들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바람의 본질에 대해 알려줄 것이다.
아우렐리오가 나왔다. 이미 퀼름 한병은 까고있다.
막시모와 에르네스토에게도 하나씩 던진다.
난 불편하지만, 그들은 아닌가보다.
다들 아무 말도 없이 들이키기 시작한다.
당신도 죽으면 뭐든 궁금할거야.
당신이 아무 생각도 없이 다음 순간에 인생을 들이박던게 그립다.
지금은 하고싶어도 못하지만.
그리고 만약 할수 있다면 뭐든 재단 지도부에게 사사건건 따져대고싶다.
아우렐리오는 오토바이로 돌아가다 잠깐 멈춰서서 돌아보았다.
"어때, 어르신들 생각엔,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거같아?"
에르네스토는 굳이 쳐다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뭐 평소랑 똑같겠지"
막시모는 인상을 쓰며 옆에 있는 망가진 허수아비를 바라본다.
얼굴의 갈색 선과 주름은 더 깊어진다.
"뭐? 똑같다고? 노망난 늙은이야. 다 망했잖아. 그 잘난 양키들도 질질 싼다고"
"눈은 어디다 두고. 저 망할 탑은 항상 저기에 있었지. 지금 다 망해가는 순간에도 그렇고.
그래서 저 망할 탑엔 얽히지 말자고 했잖아, 아우렐리오. 아무도 안듣는군"
나는 아우렐리오가 하는 말에 정신을 차렸다.
"에르네스토, 아무리 댁이라도 저 안에 있는건 모르잖아"
아우렐리오는 웃는다.
"그리고 댁이야 말로 누구 말을 들은 적이 있었나. 못된 영감탱이"
에르네스토는 턱수염을 긁어대며 몇모금 더 마셨다
누구도 누구의 말을 듣지 않는다.
누구도 다치기 전까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세상이 단지 그렇다.
광기는 거기에서 나온다.
새어나와 계곡의 바닥으로, 웅덩이에 떨어진다.
“에르네스토. 당신이 날 위해 일해야 하는데
그 안목을 써먹을 수 있다고
이쪽은 한창 쑥쑥 커가는 분야지
직업 개발, 치과 치료, 예쁜 접수원
당신같은 사람에게 진짜 미래가 있을거야”
미래? 당신과 함께 갔던 사람들을 기다리던 미래가 뭐였더라?
에르네스토도 오늘 농담ㅁㅁ기는 충분한 듯 보였다
아우렐리오는 그새 한병을 다 비웠다.
“오, 에르네스토. 우리 모두 같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지.
다른 모두들처럼 어느날 땅 아래 누워 있겠지”
아우렐리오, 당신이 분위기 파악 못하고 바보같은 인용구 읊어댈 때 만큼 정떨어질때가 없더라
넌 항상 이걸 재밌다고 했지만, 거기에 얼마나 화가 났던지.
돌이켜보면 좀 재밌었을지도. 아니 여전히 화가 난다.
(역자 주: 위에 아우렐리오가 한 말은 안토니오 마차도의 Times Alone: Selected Poems 에 나온 문구인
'on a day like all the others they lie down under the earth'를 인용한 것
본문은 'Don Ernesto. On a day like all the others, we lie down under the earth.')
아우렐리오는 노인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죽어버린 도시의 중심부로 들어간다.
나는 큰 길에 있는 집에서 아우렐리오가 계곡의 바닥-
지혜로운 삶을 누리던 자들이 만들었던 내일을 위한 무덤-으로 내려오는 것을 쳐다본다.
그는 홀로 탑으로 향하는 중이다. 나는 두렵다.
우리 중 남은 자가 강의 반대편으로 건너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 날이 올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아무도 남지 않고 우리 모두가 홀로되는 그날이, 영원히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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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렐리오는 콘크리트로 블록 모양 집 앞에 오토바이를 세웠다.
르 콜뷔지에의 구두상자, 그녀는 항상 그렇게 불렀다.
집의 모양은 거리의 다른 집들과 같지만, 두개의 노가 X자 모양으로 문 앞에 그려져 있었다.
모든 "뱃사공"은 자기만의 색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와 그의 색은 붉은색이었다.
아우렐리오는 오토바이의 메인 스탠드를 발로 쳐 세웠다.
만약 그가 작은 킥스탠드를 쓴다면 망할 바람이 날려버릴 것이다.
오토바이 스탠드에 무게가 실리며, 그는 저절로 신음이 나왔다.
아우렐리오는 스스로 늙었다고, 꼴불견이라고 생각했다.
집이 있는 Progress 대로로 메마른 바람이 불어닥쳤다.
바람은 잡초와 먼지를 뒤집어쓴 채 기차 위에서 조롱하듯 휘파람을 부는 사람같았다.
그는 이곳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뱃사공의 일원, 좀 더 흐른 뒤에는 팀장, 그리고 현재는 부대의 대장
그는 사각형 문을 통해 사각형 시멘트 집으로 들어갔다.
바깥 바람과 닿는 곳의 경첩은 녹이 슬어있었다.
그는 집 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판자가 덧대진 창문과 단단한 벽 덕에 집 안은 어둠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는 문을 닫았다.
아우렐리오는 세번째 퀼름 맥주병을 땄다.
방 안에서 보이는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그의 손도 볼 수 없었다.
오로지 그의 뒤에 있는 문의 윤곽만이 먼지 투성이 빛이 창백한 사각형으로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다.
"죽기 직전에 개종이라, 헛소리지"
아우렐리오는 폐가에 가득한 어둠에 대고 읊었다.
"단지 질나쁜 미루기지.
하신타. 니가 거기 없다는건 잘 알아.
내 마음은 바뀌지 않았어"
'망할 아우렐리오, 왜 그렇게 기다리는거야?'
아우렐리오는 맥주 몇모금을 더 마시고 팔로 턱수염을 닦아냈다.
"하지만, 이건 어떻게든 끝내고가야할 문제지. 젠장.
오랫동안 하고 싶었어. 나 스스로를 위해서."
'하고싶은 말이 뭐야?'
"신입 '뱃사공들'을 내보냈어. 하고싶은대로 하라고 했지.
유럽, 미국, 어디서온지 알게 뭐야, 아무튼 내가 그 멍청이들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지금 상황에서 최상의 자유는 아닐지언정, 걔들이 미쳐 돌아가는데 익숙한건 아니니까 어쩌겠어.
그리고 다들 준비하고 모였지, 침략자, 이방인, 걔들이 어딜가던지 뭐든 되겠지."
'헛소리 하지마. 아우렐리오, 니가 걔들을 얼마나 사랑했는데. 여기서 똑똑히 봤었어'
"그래, 고참 친구들은 집으로 돌아갔지. 에두아르도, 마레엘라, 프랭키 등등등
내가 말 안했어도 뭘 하려는지 다 아는거 같더라. ㅁㅁ들."
'에두아르도는 이틀전에 여기 왔어. 아마 네가 먼저 생각 안했으면 그가 하려고 하던 것 같았어.
아우렐리오. 너희 둘은 형제나 다름없었어. 무슨 일이 생기면 그의 마음은 산산조각이 날거야.'
"그래, 그래서 이제 해야만하지, 근데 솔직히 무섭다, 하시.
하, 니가 여기 있는것처럼 이야기하고 있군. 아니 그렇게 해야만하지.
너도 그때 그랬잖으니까.
오래전 파블로, 로베르토, 라나, 우리 모두가 그 망할 정글에 있을 때 니가 그렇게 했던 것처럼 말이지.
'나는 그때 얼어붙었었어. 아우렐리오. 난 내가 어떻게 결정한지 기억하지도 않아. 심지어 그때가 언제인지도 잘 모르겠네
내 피부와 혈액은 얼음과 같았지. 난 내가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어. 이걸 너에게 말해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
"사실 무서운건 죽는게 아니야. 아니, 남들만큼은 아니란거지.
그건 확실히 우리 위에 있어. 이제 도망칠 방법이 없어. 석양은 어디서든 그림자를 내보이니까"
'아우렐리오, 난 오랫동안 기다려왔어. 왜 이런식이어야하지?
어디서 널 만지고 너와 이야기 하고 널 끌어안을수 있는거지?
이 모든 낱말들은 계속 다시 죽어가고 있어.
내가 이해할수 없는 방식으로 날 찢어내고있어.
제발 그만두지 마.'
"난, 그 탑의 꼭대기층이 두려워. 거기 돌아가는게 두려워. 마치 내게 다른걸 하라고 설득하는것 같아"
'넌 아우렐리오 로하스야, 넌 니가 내키지 않는건 아무것도 안했어. 고집불통에 구제불능,
망할, 니가 내 말을 들을수만 있다면
내가 시공과 공허의 뒷편에 있는것만 아니라면.
함께 다른사람들을 떠나보내고 몬데비데오의 거리로 사라질수만 있다면.'
"난 지금 너에게 남은 무언갈 뺏는 중이야. 순전히 날 위해서.
틈새를 메꾸기 위해 죽은 사람을 다시 만들어내고 있는거야.
내가 가진 너의 남은 조각들을 비틀고 너에 대한 기억을 깎아내고 있는거야
그것들이 용기가 되도록.
이게 내가 너에게 저지르는 마지막 죄지."
아우렐리오는 세번째병도 다 마셨다. 어둠속으로 빈 병을 던졌다. 그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하. 빌어먹을. 난 무덤에 대고 말을 거는게 싫어. 도굴꾼이 된거 같거든.
그런데 지금 하는건 도굴보다 더 심한 짓이네. 미안해. 하시."
'아우렐리오, 이 멍청한 놈, 넌 날 바꿀수 없어. 그래서 날 좋아했잖아.'
그는 이마에 손을 대고 가는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의 목소리는 차가운 무덤과 같은 집의 벽에 부딪혀 그에게 되돌아왔다.
되돌아 온 말은 약간은 다르게 들렸다.
어둠은 그의 의식을 밖으로 끌어 냈다.
'뱃사공'들에게는 익숙한 감각. 이제 떠날 시간이다.
"미안해. 전부 다 미안해.
너에게 결말을 보여줄 수 없어서 미안해.
나만 도망쳐서 미안해.
하지만, 난 이제 바로 잡으러 가야해."
아우렐리오는 떠나기 위해 돌아섰다.
그러나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마치 집이 그를 붙드는 듯.
깨어나는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갈가리 찢어버리고 그 주변의 모든것을 태워버리라는 내면의 유혹
무언가의 탄생, 그 무언가가 끔찍한 무언가라도, 그 탄생에 대한 봉사로서 죽음의 유혹
저기 항상 서있던 저 탑의 유혹
그 유혹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커져갔다
‘아우렐리오, 난 여기 있어. 그리고 끝까지 네 옆에 있을거야
비록 그림자겠지만, 나의 그림자야. 너와 함께 갈거야.’
아우렐리오 로하스, 기동특무부대 Phi-9의 대장
그는 어둠속에 걸린 희미하게 빛나는 사각형에 손을 뻗었다.
문은 열림과 동시에 바람에 끌려 집 바깥 벽에 부딪힌다.
대로는 터널이었다.
그가 방금 떠난 콘크리트 집과 같은 집들 사이에서 세찬 바람이 불어온다
깡통, 종이, 포장지, 쓰레기, 바람엔 아무것도 날리지 않는다.
사람이 살고 있다는 흔덕이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거라곤 오직 죽어버린 도시의 창백한 먼지 뿐이다.
언젠가는 이 먼지에 저 집들도, 온 세상도 침식당하겠지
아우렐리오는 숨 쉬기 힘들 정도로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을 향해
몸을 숙인채로 도시의 심장부로 걸어나갔다.
과거에는 수도였던 쇠락한 폐허
친구들이 마지막에는 쓰디쓴 후회화 함께 찾던 것을 발견한 곳.
그의 옆에는 하신타 아라야가 있다
생전에도 생후에도 ‘뱃사공들’을 함께 만든 사람
그리고 지금은 보이지 않는 사람
하시와 아우렐리오는 함께 탑을 향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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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멈추었다. 대지의 고요함은 우리를 흔들고 삼킬 것 같았다.
아우렐리오는 탑의 대문에 감긴 강철 체인을 풀어내고 대문을 주저없이 열었다.
주저할 이유가 없다. 그에겐 그 어느곳보다 집과 같은곳이다.
이게 내가 죽기 전 생각 한 결말은 시간이 흐른 뒤 우리 둘은 서로를 옆에 묻히는 것이었다.
그를 따라 로비로 들어갔다. 속삭임이 들린다.
이것들. 여기서 살아 숨쉬는 상념들.
나처럼 되면 이런걸 듣는데 딱히 특출난 기술이 필요치 않다.
그들에게 좀 더 가까워졌음이 분명하지만 내게 속삭이지는 않는다.
하긴 이 꼴에 내가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속삭임은 아우렐리오를 향하고있다.
아우렐리오도 오랜 시간이 지나 이 속삭임을 듣는다면.
그렇다면 그는 오래전에 죽은것이겠지.
잘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 속삭임은 아우렐리오에게 뭔가 하라고 부추기는걸지도.
아니, 그럴리가 없지. 누가 아우렐리오에게 뭔가 시키려 들었다면 그는 이미 여길 유원지로 만들고도 남았어.
우리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이 곳에서 유일하게 유지되는 장소다.
아우렐리오는 엘레베이터에 자기 목소리를 넣어놓았다.
그렇기에 엘레베이터가 위로 올라갈수록 그의 목소리가 층계를 읊는것을 들을 수 있었다.
하나, 둘, 셋.
아마 이거 넣을때는 재밌다고 넣었겠지.
지금에 와서는 그에겐 성가시기만 할 뿐이다.
공동묘지의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속삭임은 커져간다.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광경들은 그들을 둘러싼 거대한 고통의 더미에 불을 붙였다.
이곳은 뛰어오르는 화염에 처음으로 몸을 던질까 궁금해한 사람을 위한 기념물이다.
실로 자비롭다.
세계는 이전에도 미쳐 돌아갔지만 최악은 아니었다.
인간의 의식은 수많은 실수 가운데 집단 안전장치와 함께 세워졌다.
그렇기에 어찌되었건 상황에 대한 비관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비관하지 않는다.
누구든 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것만 알고 있다.
32층을 도착했음을 알리는 벨이 울렸다.
최상층의 거대한 공간을 향해 문이 열렸다.
대형 홀.
도시의 지도자와의 만남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
문 반대편 벽에 있는 거대한 단상,
공동묘지 지배자의 왕좌와 마주보는 희망찬 좌석의 행렬,
그러나 누구의 요청도 듣지 않겠다는 듯 비어있는 왕좌.
여긴 내 삶이 끝나고 지금처럼 되어버린 곳이었다.
허나 이상하게도 별다른 감상이 없다.
그런게 꼭 있어야할까. 이 이상 의문도 들지 않았다.
아우렐리오를 지켜보았다.
입을 굳게 다물었지만, 홀을 쳐다보는 그의 눈에는 안광이 비쳤다.
나는 그가 무엇을 주시하는지 바라보았다.
나는 지난번 이곳에 왔을 때 처럼 '그 남자'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우리의 열등함과 최상위 포식자의 위대함을 걷게 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대신 한 여자가 있었다.
키가 크고 보라색 로브를 걸친,
어깨 뒤쪽으로 얼어붙은듯한 하얀 머리를 늘어뜨린,
로마의 조각상처럼 창백한 피부를 가진 여자.
그녀는 뒤돌아 아우렐리오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우렐리오에게 별 관심이 없어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그의 피부가 창백한만큼 파랬다.
아우렐리오의 숨결이 보일정도로.
그녀의 시선은 지독한 냉기, 악의에 찬 불모, 냉담한 경멸, 인간성의 단편은 찾아볼 수 없는 죽음의 여신과 같았다.
눈만 아니었다면 아름다워보였을테다.
나와 동시에, 아우렐리오도 알아차렸다.
"너, 그 연극에 나왔지, '문턱의 남자'"
그는 입을 열었다.
"어제 세계가 미쳐 돌아갈 때 거기 계셨고 여긴 처음이신가?
모나쉬르 바이올렛라이트, 탑의 여인.
설마 이게 문자 그대로의 의미일줄은 몰랐군"
그가 눈을 깜빡일 때 그는 10미터즈음 가깝게 접근했다.
걷는 것은 그녀에게 하등한 행동인건가.
그녀는 깜박이며 다시 나타났다.
유령? 죽기 전에도 이 여자를 유령으로 착각할 일은 없을것이다.
그녀는 같은 자리에서 같은 표정을 짓고있었다.
아우렐리오처럼 눈을 깜박이진 않았다.
아마 그녀에게 우리는 애써 움직여가며 경의를 표할만한 존재는 아닌것같다.
아우렐리오는 그녀에게 물었다.
"연극에서 넌 조연이었지. 혹시 대사라도 잊어버린건가?"
그의 목소리도, 그의 얼굴에서도, 그의 냄새, 그의 자세,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지만,
난 그의 안에서 공포가 절벽에서 갑자기 쏟아져내리는 눈사태처럼 밀려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아직 살아 있을 때에 깨달은 것중 하나다.
나는 그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가 눈을 깜빡이자, 그녀도 깜빡였다.
그녀는 바로 우리 뒤에 있었다.
나는 그녀가 거기서 아우렐리오를 죽여버릴 거라고 반쯤 생각했다.
대신 증오에 찬 여신상이 그의 어깨를 넘어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우리 앞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 사람들은 움직인다. 숨을 쉰다. 살아있다.
그 사람들 중 한명 덕에 이것이 환영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내가 있었다. 살아있는 채로.
이 지구라는, 온갖 괴이한것들이 가득한 이 곳에서도, 이것만큼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눈 앞에 보이는 우리들이 보여주는 광경은 이랬다.
'뱃사공들', 늙은 '뱃사공들'이 서로 이야기를 하고있다. 언쟁이 있는 것같다.
우리중 누군가는 너무 멀리왔다고 생각하며 떠나야한다고 말하고있다.
그에 반대되는 의견을 주장하고 있는것은, 나다.
부대가 탐험한 것의 절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머리숱이 더 많고 배가 좀 덜나온 아우렐리오가 나를 거들고있다.
모두 다 소리를 지르는군. 이 부분, 기억이 난다.
정신차려, 넌 여기에 홀린거야.
세계는 미궁이고 여기가 그 중심이야.
이 개 같은 곳에서 뭘 가져갈 수 있을까?
뭘 위해서 그동안 그 긴 시간을 여기에 쏟았지?
우리가 여기서 심층의 흐름을 추구하기 위해 쏟은 수십년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는 동안
점들과 반대편 점들 사이 소용돌이는 우리 발 밑에서 빙빙 돌고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물 밑에 상어가 돌고있는듯 한 감각을 느낀다.
물고기의 감각. 이 장소가 잘못되었음을 느끼는 전류.
여기서부터 내 기억과 갈리기 시작했다.
'뱃사공들' 모두는 이야기하기를 멈췄다.
우리 앞의 허상들은 호흡과 기다림을 흉내내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서 아우렐리오는 우리 모두에게 내부로 들어가겠다고 알리고 가기 싫은 나머지는 두고 가겠다고 말했었다.
진짜 아우렐리오는 그 순간을 굳은 머리로 회상하고 있다.
우리 뒤에 있던 모나쉬르는 이야기했다. 드디어.
얼음으로 뒤덮이 벼랑에서 벼랑 밑 바위로 흘러내려오는 안개와 같은 목소리로.
차갑고, 천천히, 반쯤 속삭이듯, 그녀는 말했다
"선택하라"
사람은 살면서 제각각 다른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법을 깨닫는다. 마치 흉터와 같이.
몇몇 상처는 비가 올때 돌아오는 무릎과 손목을 천천히 통증이 엄습해오고
몇몇 상처는 목이나 어깨를 돌리는 것을 방해하는 쥐어 짜내는 통증을 유발한다
또 어떤 상처들은, 우리가 옳다고 생각한 것이 남에게 상처를 주었을 때 우리에게 새겨진다.
이 상처들은 닫히지 않는다.
그 상처들은 곪아 당신이 내리는 모든 결정을 감염시킨다.
오늘, 이 날은, 오래 전 아우렐리오의 가슴팍에 박힌 칼날이다
그도 모르는 새, 그의 손은 심장에서 3인치 떨어진 보이지 않는 칼날의 손잡이를 향해 기어가고 있다.
안개와 같은 목소리가 다시 기어나왔다. 이번엔 조금 더 크게.
아우렐리오가 느끼기에 버려진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바람과 같았다.
그녀는 말했다.
"아우렐리오 로하스, 네가 이 모든것을 안다면, 넌 뭘 선택할거지?"
난 뒤를 돌아 그녀를 보았다. 미소짓고 있다. ㅁㅁ
정말 잘 짜여진 문제다.
만약 아우렐리오가 다른 결정을 낸다면 그는 망가질 것이다.
그가 이 탑 꼭대기에서 겪은 그날 밤의 대원의 죽음과 그날 이후 하루 하루가 모두 쓸모없는 일이 되는 것이다.
그 무엇보다, 이 탑이 그에게 진정으로 가르친 것은 책임을 지는 것이었다.
과거의 실수를 포기한다면 상처로부터 칼날은 뽑혀나오겠지
그러나 부패는 그 치유된 상처 아래로 퍼질것이다.
나는 그가 이 저주받은 장소에 올때마다 느끼는 막대한 고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날의 그가 짊어지게 된 짐이 없고선, 그간의 여행은 무의미한 것이다.
이 질문은 그의 몸에서 영혼을 찢어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아우렐리오가 같은 결정을 내린다면,
그는 우리 모두를 지옥으로 되돌려보낸다고 확정하는 것이다.
이 다음 순간 우린 어제 세상을 끝낸 연극을 미리 보았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될 지 안다면, 그 공연을 다시 보는 걸 택할것인가? 다른 사람도 불러서?
그는 자신을 오늘로 이끈 확신에 기대어 서 있지만
그가 서있는 바닥은 시시각각 무너지고 있었다.
그의 호기심이 모든 이들에게 가해질 잔학행위의 공범이 될 가능성은 그를 부숴버릴수 도 있었다.
탑이 던진 이 질문은 그에게 답을 정할것을 강요하고 있다.
명백한 파괴, 혹은 용서받지 못할 타협
나는 그날 밤 경외에 빠져 그 연극을 보았다.
지옥과 같은 정글에서 뽑아왔었던 약초보다, 지금까지 접한 그 어떤 것보다 강렬한 광경이었다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넘치는 사회.
피할수 없는 '손들의 행성'의 저주
그들이 우리를 대하는, 악몽과 같은, 알맹이 없는 사랑.
인간 감정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말하는 감각
인간성의 작은 조각이라도 남은 사람에게는 말할수 없을 정도로 이질적인 경험.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그들에게 불렸다.
아마도 그들 입장에선 처음으로 그를 찾았다는 보상일 것이다.
"자, 집으로 돌아오시오"
눈에 뒤틀린 행복의 눈물로 가득한 '그 남자'가 말했다.
집으로 돌아오라, 그것이 유일한 선택지인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압도적인 아름다움 앞에서 항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모두 다 그랬다.
그들은 내 안에서 우리 모두를 붙잡고 있던 저항의 끈을 끊어낼 방법을 보았다.
그리고 내 뒤엔 세계의 아름다움과 잘 짜여진 시스템을 연 무언가가 있었다.
무언가 더 오래 된 것, 더 현명한 것,
우리가 가진 가장 어두운 공포로 손에 손을 잡고 걷게 하는 무언가,
붉은 무언가.
광희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나는 내 벨트에 걸린 긴 단검을 뽑았다.
그리고 내 뇌간에서 흘러나온 신호에 따라 나는 내 목을 열어 젖혔다.
흘러나오는 피를 손으로 막을 수 없도록 충분히 깊게 열어 젖혔다.
그들이 만들어낸 환상마저 씻겨나갈 정도로 많은 피가 흘러나왔다.
나는 바닥 위로 쓰러졌다. 나는 매 순간마다 약해졌다.
내가 만든 끔찍하게 벌어진 상처가 나를 숨쉴수 없게 만들었다.
바닥의 차가운 기운이 나에게 전해진다.
바깥 밤의 추위가 나에게 전해 진다.
아우렐리오가 왔을 때, 이미 나는 별 사이 검은 우주의 강렬한 냉기로 가득 차있었다.
이것이 생에서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순간들이다.
'뱃사공들'반은 문으로 뒤돌아 쏜살같이 도망쳤고,
나머지 반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한명 한명씩 그들의 손을 잘라 앞에다 바쳤다.
아우렐리오는 그의 코트로 내 목의 상처를 누르며,
그 상처는 내가 낸 것이 아니라는 것처럼 그가 유일하게 아는 성인에게 소리높여 기도했다.
차가움 뒤에는 어둠이 찾아왔다.
이 이상은 기억이 없다.
아우렐리오가 선택을 강요받으며 목격하는 이 장면이 새삼 다르게 보였다.
그가 앞으로 이 끔찍한 기억으로 한번 더 고통받아야한다면 내가 그 대신 내 목을 천번이고 그을 수있다.
그를 어떤식으로든 도울수만 있다면 그 댓가로 내 목을 수만번은 더 그을 수 있다.
내가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아우렐리오는 우리 앞에 펼쳐진 과거로부터 눈을 돌리고, 대신 냉소적인 미래로 향했다.
그의 손은 주머니에 있었다.
"음, 넌 이걸 미국 어디선가 했어야했어.
아니면 뭐 어디가 됬던 거기 사는 애들이 이 똥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하던가 말이야"
그 역시 우리가 여기 함께 있었던 순간을 회상했던 것 같다.
그의 손은 주머니 안의 무언가를 찾기 위해 뒤적이고 있다.
모나쉬르가 대답했다.
"네가 선택하지 않는다고 해서 없어지는게 아니야, 아우렐리오 로하스
우리의 시스템은 아직도 안전해. 네 반항은 충분히 예상한 일이야."
아우렐리오의 손이 주머니에서 빠져나왔다.
그의 손은 자기 의지로 빠져나온게 아닌 것처럼 경련하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이어 작은 스위치가 달린 금속 상자가 주머니에서 빠져나왔다
매섭게 아우렐리오를 떠나 그녀의 앞에 멈춰섰다.
그녀는 마침내 그녀의 가축에게서 경멸할만한 것을 찾았다는 양 비웃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올려 금속 박스를 주먹에 쥐었다.
기폭 장치는 금속 조각이 되어 바닥에 나뒹굴었다.
"누가 신에 가까울까, 아우렐리오 로하스.
썩어버린 들로 더 많은 생명을 밀어넣는 불합리하고 알맹이 없는 가축?
아니면 그 가축으로 하여금 생존을 보장하고,
그 본분을 다 할수 있게 하며,
필요하다면 그들의 살점과 내장을 이어붙일수 있는 감시자?
그녀의 목소리에는 증오가 들끓지 않았다.
가면을 쓸 필요가 없다면 우리도 저렇게 되는건가?
"우리가 네놈들이 여기저기 폭발물을 부착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고 생각한건가.
설마 그정도로 멍청하진 않겠지?
네가 취할 행동은 사실 너무 뻔했어. 심지어 네가 뭘 할지 정하기 전에도 말이지.
무의미함, 공허함, 무분별함. 사소함
오래 전에 떠난 너희 조상들에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던 것들었이지."
보라색 로브를 든 여자가 다른쪽 손을 들어올린다.
하늘을 향해 솟은 이 기념물을 지배하는 힘이 아우렐리오를 공중에 매달았다.
그녀가 양 팔을 벌린다. 이에 아우렐리오도 양 팔을 벌린다.
부유하는 예수의 모조품이 되었건만, 그의 얼굴은 차분했다.
이 불가능한 십자가에 걸린채로 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탑의 여인에게서 느껴지던 섬세함이 사라졌다.
그녀에겐 주인의 경멸 아래 가축의 상징이어야 했건만.
그는 모조품이라기엔 경의를 표해야할 것 같았다.
아우렐리오가 말할 차례다
"공 깨나 들이셨네, 이 의미없는 움직임을 방해하시려고.
오, 존나게 위대하신 모나쉬르시여,
댁이 이 탑에 우리와 함께 있다는 건 무슨 뜻일까?"
그녀의 얼음벽같은 얼굴에서 균열이 시작되었다.
그가 내뱉은 말이 그녀를 건드렸다.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아우렐리오는 말을 이어갔다.
"어, 니들도 니들 스스로의 뭔가를 찾았으니 놀랐을거야. 그렇지?
왜 이 장소를 숨겼지?
왜 우리에게 이 장소를 숨기게했지?
만약 이 개같은 탑이 너희 그 잘나신 낙원의 상징이라면, 왜?
그리고 지금 너는 왜 나를 직접 만나서까지 이 탑을 보호하려 들지?"
그는 웃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제력을 상실했다.
그녀는 격렬하게 손을 아래로 내렸다.
아우렐리오는 바닥으로 내던져져 먼지와 부스러기 속에 쳐박혔다.
옆으로 착지하며 뼈가 부러지고 충격과 함께 날숨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다시 숨쉬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기침을 했다.
그의 입술을 타고 피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는 다시 웃었다.
"어, 아직 생각중인데, 니가 가지고 노는 이 똥덩어리, 네가 시작한게 아니군. 그렇지?"
그의 말이 피와 웃음과 함께 힘겹게 기어나왔다.
그의 생명이 새어나가기 시작하면서 명료하게 말하기는 어려웠다.
"그래, 넌 쭉 우리랑 같이 있었지.
어쩌다 이 꼭대기에서 끝장나게 됬는지
이 탑을 지배하는 규칙이 너에게도 해당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너희 그 잘난 시스템의 어떤 결함이 널 여기 다른 시체들이랑 함께 묻어버렸는지
그것들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면서 말이야.
니 관뚜껑을 계속 긁어대면서 말이지."
그녀는 깜빡이고 땅 위에 누워있는 그의 위에 다시 나타났다.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에서 새어나오는 격렬한 분노
그녀의 안에서 완벽한 모습으로 또아리를 튼 증오
증오로 불타는 죽어버린 눈.
그녀는 팔을 휘둘러 아우렐리오를 공중으로 내던졌다.
홀 앞 단상에 부딪히고 나무 조각들이 흩뿌려졌다.
그의 웃음은 이제 멈출수 없는 고통에 찬 신음으로 대체되었다.
그는 숨을 헐떡였다. 그가 죽었건 살았건 나는 그에게 달려갔다.
"아, 내가 좀 도와주지
너희 생각에 너희들이 죽음을 몰아낸 것 같나?
아니. 너희들이 한거라곤 죽음을 잊어버린 것 뿐이야.
너희 생각에 너희들이 광기를 굴복시킨 것 같나?
아니, 너희들은 그저 너희들 집에 광기를 들여놨을 뿐이야.
그리고 넌 우리로부터 탑을 지키는게 네가 풀지 못하는 그 문제 해결해줄거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한 답은 내가 알고있어.
넌 여기 우리랑 갇혔어. 넌 왜 그런지 모르겠지. 알 수가 없지"
그녀는 다시 그의 위에 나타났다. 나는 아우렐리오 옆에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그를 끝장내려 하고있다.
그는 거친 숨결과 함께 그녀에게 피를 뿜어냈다.
그녀가 그의 목숨을 끝내려고 할 때 그는 보답으로 답을 들려줬다.
"너희는 죽음을 버리고, 대신 죽음의 지식을 잃었다.
너희는 이 세계에서 광기를 몰아냈다고 생각하겠지만, 광기는 대신 내 마음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너희는 무기력하지
너희는 너희 스스로의 눈을 가렸을 뿐이야.
하지만, 무덤은 너희 모두를 기다리고 있지.
너네 엄마한테 엿이나 먹여라"
그녀의 이성을 넘어선 분노에 이끌려, 그녀의 위에서 끔찍한 힘이 내려온다.
그러나 그녀가 그의 목숨을 끊기 전,
아우렐리오는 완벽한 세계의 심장의 틈을 열어 젖히고 균열을 만들었다.
이제 증오는 단층선을 따라 그녀와 그녀의 세계에서 간헐천처럼 뿜어져 나올 것이다.
이제 되돌릴 방법은 없다.
그녀는 주먹으로 아우렐리오의 가슴팍을 으깼고, 그는 즉시 침묵했다.
나는 말도 숨결도 없는 비명을 질렀다.
그의 엉망이된 셔츠 사이에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최근 꼬매진 상처가 그의 흉골 위에 있었다. 노출된 금속이 반짝였다.
마지막 숨결과 함께 그의 피맺힌 입술엔 미소가 번졌다.
그의 어두워지는 시선은 나를 향해있었다.
그의 깊은 곳에서, 나는 확실히 무언가를 들었다.
그녀도 그것을 들었다.
아우렐리오가 했던 말을 앞에 형태를 갖추던, 곧 임박한 무언가에 대한 공포가 지금 막 그녀를 사로잡았다.
광기는 그의 심장에 살고있다. 광기는 우리 모두의 심장 속에도 살고있다.
광기는 그것이 닿는 모든 시스템을 붕괴시킬 것이다.
심지어 아홉 달에 있는 우리의 살아있는 무덤에서조차도.
그들은 절대 도망칠수 없다. 그들은 우리이며 우리가 그들이다.
그의 심장에 연결된 기폭장치가 그의 심장이 멈춤과 함께 작동했다.
모나쉬르는 도살장에 걸린 암소처럼 울부짖을 뿐이었다.
마지막 순간이다. 우르르 소리가 들린다.
벽과 천장, 바닥은 무너진다.
불꽃, 연기, 자욱한 먼지와 금속 조각들, 석고, 돌조각들이 우리 주위에 흩날렸다.
아우렐리오는 세계의 심장부에 있던 무덤이 무너지며 거대한 불기둥과 함께 치솟았다.
이윽고 바람과 햇살, 잔해가 하나가 되었다.
모나쉬르가 인류의 심장 위에 놓여진 죽음과 불확실성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나가기 전
그녀는 잠시나마 불에 타들어갔다.
이 치명적인 상처는 수없이 먼 거리를 건너 느껴질 것이다.
어쩌면 수백만년 후, 어쩌면 내일.
죽은 것은 화장되어 사라질 것이고 살아있는 것이 그 빈 자리를 메울 것이다.
비록 죽은 것들이 이를 깨닫지 못할지라도.
아우렐리오와 함께 떠오르는 것을 느낀다.
시간의 바깥에 놓여진 진실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거기엔 우리가 있다
거기엔 광기가 있다
거기엔 죽음이 있다
이것들 안에선 우리가 어디로 나가든 흩어지고 또 다시 모일 것이다.
거대하고 상상할 수 없는 오류의 기념물이 그 존재를 상실해간다.
결국 어느 한 방향은 우리를 진실에 가까운 무언가로 우리를 데려다 줄 것이다
균형에 가까워지도록 할 것이다.
마침내 죽음은 그녀의 얼굴을 보였다.
죽음은 그 얼굴을 다시한번 드러내고 우리를 자비로 인도한다.
아우렐리오와 나는 다음에 올 무언가에게 길을 열어줄 세상의 하늘에서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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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SCP-001: 칼리닌의 제안'이 끝을 맺었습니다.
아우렐리오는 '뱃사공들'의 대장으로서
꼭대기층으로 진입을 지시했었고
꼭대기층에서 '그 남자'가 벌인 학살극 속에서 살아돌아온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는 그 끔찍한 기억 속에서 도망치지 않고 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던
제멋대로이지만 책임감 넘치는 사람이었습니다.
두번째 부분에서 하시에게 자신의 두려움을 털어놓는 인간적인 면모도 있었죠.
재단 세계관에서 보기 힘든 인간적인 배드애스 캐릭터입니다.
모나쉬르 바이올렛라이트, 문턱의 그 남자에서 잠시 등장한 인물이었죠.
아무래도 문턱의 그 남자는 단순한 연극이 아니었나봅니다.
진짜로 등장해서 탑을 지키고 있었다니.
모나쉬르는 탑을 지키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모나쉬르는 그의 트라우마를 보여주며 아우렐리오를 정신적으로 붕괴시키려고 했습니다만
되려 아우렐리오에게 그녀가 필사적으로 탑을 지키려고 한다는 것을 간파당했습니다.
모나쉬르는 증오에 붙잡혀 아우렐리오를 죽여버렸고
아우렐리오는 이것마저 대비해서 자기 심장에 전선을 연결한 기폭장치를 만들어갔습니다.
탑에 부착된 폭발물이 일제히 터지며 탑은 끝장났습니다.
그 무적일 것 같았던 모나쉬르도 마찬가지였지요.
여튼 아우렐리오는 죽어서 하신타와 다시 만났습니다.
해피엔딩이라기엔 너무 상처가 많습니다만,
아무튼 SCP-001에게 한 인간이 한방 먹이는걸로 끝났습니다.
사실 마지막편이었기에 떡밥이 많이 회수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역으로 열린결말로 새로 떡밥을 회수하긴 커녕 알아서 추리하도록 되려 풀어놓고 끝났습니다.
가장 큰 의문은 역시 이것입니다.
'과연 SCP-001에게 탑은 무엇일까요'
이 SCP-001: 칼리닌의 제안을 집필한 칼리닌이 말하길
'애초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 게 아닙니다'
라고 합니다.
아울러 작가가 남긴 힌트가 하나 있는데
SCP-2303, 극에서 나온 저 탑은
단순히 구현화 되지 않은 개념의 무덤이 아닌
훨씬 더 좋은 개념이 구현화 되지 못한채로 머물러있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이번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하는데 무슨 뜻일까 싶습니다.
여기에 방점을 두고 이번 이야기의 의미에 대해 궁리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래서 SCP-001 칼리닌의 제안은 여기까지, 제 번역도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번에는 작품 전체에 제 나름의 해석과 함께 번역 후기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그럼 오늘 글, 정말 긴 글이었고 부족한 번역이었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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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보셨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 | 18.02.22 10:4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