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시골에 갔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으로 글 써서 보내봅니다.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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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출판사의 직원으로 근무하는 난 이번 여름에 공포특집 책을 출간하는 일과 관련하여 자료조사차 농촌지역을 찾게 되었다.
각 지역마다 구전되어오는 괴담들을 수집하라는 부장님의 지시에 따라 무작정 시골에 내려왔다.
한여름의 햇빛이 날 까맣게 불태워가던 즈음 목적지인 마을에 도착했다.
이 곳은 여느 시골과 다름없이 노인분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여기엔 오래 전 끔찍한 범죄를 당해 죽은 소년의 이야기가 전해지던 곳이었다.
그 덕분에 소년의 혼이 떠돌아다닌다는 소문 때문에 외부와 접촉이 뜸했다.
물론 나 역시 이 마을에 가는 게 너무나도 꺼려졌지만 설마 별 일 나겠나 싶어 온 것이다.
산등성이마다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집들과 논밭에서 일하는 어르신들.
정말 사람이 죽어나간다는 마을이라기엔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여기서 사람들이 안 좋은 일 겪는다고 하기에 알아보러 왔는데요."
밭에서 잡초를 뽑으시던 한 할아버지에게 질문을 드렸다.
"자네도 그것 때문에 왔나?내 알려줌세. 내가 이 곳 이장이지."
운 좋게도 마을 초입부터 이장님을 뵙다니 운이 이리 좋을 수가 있을까.
더위도 잊은 채 이장님 댁으로 따라갔다.
쾨쾨한 냄새와 슬레이트 지붕, 그리고 낡은 콘크리트 벽.
마치 내 할아버지 댁을 보는 듯한 익숙함이다.
"근데 자네는 뭐하는 사람이길래 그게 궁금하나?경찰이라도 되나?"
"아뇨, 저는 출판사에서 책 만드는 일을 해요
이번에 무서운 이야기들 모아서 책으로 내려고요."
이장님은 지그시 웃더니 담배에 성냥불을 붙이셨다.
"외지인들이 죽어가는데도 자네는 안 두렵나보지?"
"에이, 설마 죽기야 하겠나요?다 뜬소문이니까 이장님도 절 여기로 데려오셨겠죠."
담배를 재떨이에 털고 난 뒤 이장님은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난 미리 준비해둔 녹음기를 꺼내 녹음을 시작했다.
"그게 벌써 40년도 더 됐지. 내 손자녀석이 귀신이 되어서 그러고 있다네."
하늘을 바라보며 그날의 이야기들을 꺼내놓으셨다.
약 40여년 전, 이 마을에 처음으로 버스가 오가게 되면서 그 때부터 외지인들과 접촉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처음엔 새마을운동으로 인해 공무원들이 오가는 정도였지만 악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서서히 몰려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나 당시엔 인신매매 범죄가 성행해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납치당하거나 실종되는 일이 잦았다.
이 마을 역시 예외일 수는 없었다.
"30살도 채 안 된 청년들 몇 명이 오더니 애들 데리고 광대놀음이나 보여주고 그러더라고. 지금이야 애들은 없지만 그 때는 근처에 국민학교도 있어서 애들이 많았지."
이장님은 갑자기 감정이 북받치는 듯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 틈바구니에 내 아들놈도 있었지."
광대놀음을 하며 어린이들과 놀던 이 청년들은 매혈조직이었다.
당시엔 젊은 사람들의 피를 뽑아 팔던 행위도 있었는데 어린이들의 피를 수혈받으면 젊어진다는 낭설이 돌았다.
그것에 현혹된 청년 일당들은 한적한 시골 마을에 들어와 어린이들의 피를 뽑아 팔 작정이었던 것이다.
"나쁜 녀석들...그냥 피만 뽑아가도 모자랄 판에..."
이장님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청년 일당의 꼬드김에 넘어간 이장님의 아들은 마을 뒷쪽 산에 올라갔다.
그리고 그 곳에서 주사바늘에 찔려 피를 뺏기게 됐다.
수상함을 눈치챈 마을사람들이 쫓아오자 청년들은 이장님의 아들을 데리고 인질극을 벌였다.
이미 피를 많이 뺏겨 빈사 상태였던 아들은 축 늘어진 채 그들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녔다고 한다.
"멀리서 봐도 애가 힘이 하나도 없고 축 늘어져있더라니까...내 그 모습을 보고 피눈물을 흘렸지..."
분노한 이장님은 곡괭이를 들고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이 모습에 놀란 일당들은 바로 옆 절벽으로 아들을 밀어버린 뒤 쏜살같이 도주했다.
힘없이 굴러떨어진 이장님의 아들은 즉사했고 그 충격으로 사모님도 식음을 전폐하시고 돌아가셨다.
일당들은 4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아무도 붙잡지 못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끝낸 이장님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흐느끼셨다.
나 역시 슬픔에 젖어 옆에서 조용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한참이나 흐느끼던 이장님은 안주머니에서 빛바랜 흑백사진을 꺼냈다.
그 사진 안엔 귀여운 소년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 아이가 내 아들이네. 죽기 1주일 전에 사진관 가서 찍어준 건데 아직도 못 버리고 있지."
아무 말없이 사진만 보며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아들 녀석이 죽은 뒤로 자꾸 내 아들 녀석을 봤다는 소리가 들리더구만. 꼭 외지인이 찾아오면 그렇다고 하네."
이장님은 눈물 젖은 얼굴로 날 바라봤다.
"아드님이 귀신이 되었나보군요?"
다시 고개를 돌린 이장님은 무거운 입을 열었다.
"나도 모르지. 내 눈으로는 보지도 못 했으니 말이야. 만날 수만 있다면 부디 좋은 곳으로 가라고 해주고 싶네."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인 이장님은 먼 산만 바라봤다.
노트에 이야기를 요약하며 책으로 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녹음기를 끈 뒤 한참이나 앉아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저 단순하게 이야기를 들으러 왔지만 이런 가슴 아픈 뒷이야기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
이건 분명 책으로 내면 꽤나 흥미를 불러일으킬 것이 확실했다.
흡족해할 부장님을 생각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나란히 앉아있다보니 어느 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버스 끊기기 전에 먼저 가보겠습니다, 이장님."
눈물을 닦던 이장님이 자고 가라며 만류하신다.
"버스 타고 가도 읍내에서 여관에 하룻밤 묵을텐데 차라리 우리 집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 가게나."
"아닙니다, 이렇게 소중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잠까지 잘 수 있나요. 감사합니다. 이만 가볼게요."
나는 극구 사양하며 집을 나섰다.
이장님은 조심히 가라며 손을 흔들어주셨다.
곧장 난 부장님께 문자를 보내 좋은 이야깃거리를 얻었다고 보고했다.
답장을 기다리며 시골길을 즐겁게 걸었다.
버스정류장으로 나가니 벌써 세상은 어둠으로 까맣게 색칠되고 있었다.
막차 시간에 맞춰서 버스가 들어왔다.
버스에 올라타니 무언가 기분이 이상했다.
하얀 옷을 입은 버스기사와 승객들까지 뭔가가 부자연스럽다.
요금을 내기 위해 카드를 꺼내던 손이 멈추고 버스는 급출발했다.
덕분에 나는 버스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투박한 비포장길을 달리는 버스.
주위를 둘러보니 하얀 옷에 얼굴도 하얀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나를 뚫어져라 내려다보고 있다.
소름돋는 광경에 난 반사적으로 창문 밖을 바라봤다.
한적한 시골길이어야할 바깥 세상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 암흑으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맨 뒷자리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다가오는 게 보였다.
왠지 모르게 익숙한 소년.
이장님이 보여준 사진 속 소년, 아들이었다.
"아저씨, 나랑 놀러 왔나봐. 우리 재밌게 놀자?응?"
버스는 더욱 더 굉음을 내며 질주하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일하러 나가려는 이장에게 옆집 사람이 헐레벌떡 찾아왔다.
"이장님, 어제 그 이장님 보러 온 출판사 젊은이가 저기 도랑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대요!"
그러나 이장은 굉장히 침착했다.
"안타깝구만...경찰에 신고는 했고?"
"네...구급차도 왔어요."
"알겠네. 가보게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옆집 사람이 나가자 이장은 다시 사진을 꺼내들었다.
"친구 하나 더 보내주니까 좋지?기다려라. 또 한 명 보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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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에 반전에 올. 이거 누가 만화로 그리면 대박 무서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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